Chapter 52 - 52. 용사 (6)
아드레날린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이렇게까지 실감한 적이 있었을까. 나는 병동의 침실에 누워 그런 생각에 잠겼다. 거인을 토벌하고 난 후에 돌아온 내 몸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다. 처음으로 쌍검을 써보았을 때보다도 위험했다고 하면 되려나. 이번에는 성검의 회복력도 완전히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전투에서 몸에 흐르던 전율이 사라지고 나니 남은 건 상처와 통증이었다.
“[거물을 잡아버린 대가다. 세계의 종말 중 하나와 맞서 싸웠으니 말이다.]”
끙. 자세를 바꾸려고 몸을 틀 때마다 찌르고 부수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성검에게서 마나가 흘러 들어왔다. 통증이 완화되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에서 성검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번 이런 마나를 보내주지는 않을 테니, 알아서 조심해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늘어뜨렸다. 온몸에 정성스럽게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다. 에버노드의 군의관이 조언해주기로는, 당분간 마나를 쓰는 건 자제하고 격렬한 외부 활동 또한 일제 금하라고 했다. 혈관, 내장 파열에 부분골절, 복합골절, 근육 파열에 뭐라고 했더라. 아무튼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부상을 몸에 덕지덕지 달고 있었다.
“살아 돌아왔으면 된 거지. 재앙도 쓰러트렸고 말이야.”
“[네 말이 맞다. 이번만큼은.]”
나는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외성의 벽이 좀 무너져내리고, 그 벽을 넘어간 마물이 도시에서 좀 난동을 부린 걸 제외한다면 에버노드에 가해진 피해는 없다시피 했다. 기사와 병사들은 그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정말 우리 성채가 무사하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그런 놈이랑 맞서 싸웠는데? 진짜로 벽이 좀 무너지고 집 몇 채 사라진 것밖에 더 없다고요?’
‘세 번째 재앙이 습격했다는 바크틴스는 완전히 소멸해버렸다는데, 이렇게 멀쩡해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새끼야,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냥 괜찮다고 생각하고 넘기면 되지.’
그 많은 일을 겪고도 에버노드의 기사들은 평소 같았다. 다들 훨씬 더 친근해진 태도로 내 병실에 한 번씩 들러 한마디씩 하고 가는 건 좀 열받았지만. 꼭 유명 관광지에 있는 불상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머리를 만지면 복 받는다고 다들 머리 한 번씩 만지고 가는 그런 불상.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성검을 무릎 위로 올렸다. 그런데, 성검의 검자루를 감싼 가죽 띠 위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문양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꽃과 나뭇잎, 덩굴? 나는 그 문양을 따라 손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거 예전에는 없었는데. 그렇지 않아, 성검?”
“[….]”
대답이 없었다. 말하지 않을 작정인 듯했다. 나는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더 추궁해보려 하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만두었다.
“일로이,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다프네의 목소리. 나는 기꺼워하며 문가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다프네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파티 전원이 문가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고갯짓하며 전부 방에 들어오라며 불렀다. 게오르그는 방 중앙으로 나무를 깎아 만든 휠체어를 끌고 들어왔다.
“웬일로 다 같이 왔네.”
“그런 부탁이라면, 다 함께 데리러 와야지.”
게오르그는 쓴웃음과 함께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질문을 던졌다.
“전사자들 시신은 수습된 거야?”
“그래. 마물의 활동도 거의 멎어서, 외성을 열고 나가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고 하더군.”
게오르그는 기쁘다는 듯 그리 말했지만, 나는 마냥 미소와 함께 그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내가 지키지 못한 자들. 내가 차마 손에 담아내지 못하고, 어깨에 얹지 못한 자들.
“에버노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전사자들을 위한 묘지가 마련되어 있다. 겨울을 나는 동안 싸우다 숨진 병사와 기사들을 그곳에 묻어 기리지.”
“…그래. 빨리 보러 가야겠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게오르그는 씨익 웃으면서 나무로 만든 휠체어를 침대 앞으로 끌고 와 손잡이를 탕탕 두드렸다. 나는 불안한 눈으로 게오르그가 만지작거리는 휠체어를 바라보았다.
“타라, 일로이. 몸이 불편해서 타는 게 힘들다면 내가 들어서 태워주마.”
“내가 알아서 탈 테니까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말아줄래.”
나는 식겁하며 게오르그의 손을 밀쳐내고는 침대의 난간을 짚었다. 아찔한 통증이 일긴 했지만, 나는 입꼬리를 부들거리며 어떻게든 휠체어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런 나를 게오르그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힘들면 도와달라고 했어야지.”
“시끄러워. 밀어주기나 해.”
나는 툴툴거리며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가죽 시트도 등받이도 없이 딱딱한 의자라 계속 가만히 앉아있으면 불편할 거 같았다.
“제대로 밀어라? 어디 움직이다가 의자 부수지 말고?”
나는 불안함에 뒤를 돌아보며 말했지만, 게오르그는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있었다. 그냥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나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난 거 같았다.
“걱정하지 마라, 일로이. 내가 이래 봬도 환자 이송은 몇 번이고 해봤으니까.”
쾅.
그 말과 동시에, 코너를 돌던 게오르그가 휠체어를 능숙하게 조작하지 못하고 나를 벽에 들이받아 버렸다. 나는 머리를 벽에 박은 채 게오르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혹시 이송되던 환자가 살려달라고 말하지는 않던?”
“…방금 건 실수다. 들것에 들어 옮길 때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게 옮긴다.”
“이건 들것이 아니잖아, 이 새끼야!!”
누가 좀 살려줘. 나는 간절하게 다프네와 마리안느를 향해 고개를 휙휙 돌렸다. 보다 못한 다프네가 게오르그를 옆으로 밀어내며 손잡이를 잡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게오르그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저 새끼, 분명 나 죽이려고 했을 거야.
해가 비치고 있었다. 아직 여름은 지나가지 않았다. 다프네는 휠체어를 천천히 밀었고, 나는 텅 빈, 한산한 거리를 둘러보았다.
“몸 상태는 좀 어때요?”
“최악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파.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거 같아.”
왕도로 돌아가는 길이 고생이겠군. 남쪽으로 갈수록 더 더워질 건데. 비도 주룩주룩 내리겠지. 후덥지근하게 달라붙을 습한 공기를 생각하니 벌써 불쾌했다.
“너희 부상은 좀 어때?”
나는 다프네의 팔에 감긴 붕대를 보고는 물었다.
“전 그렇게까지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뒤에서 마법을 쓰는 게 제 역할이었으니까.”
다프네는 게오르그와 마리안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게오르그는 전방에서 공격을 받아내느라 많이 다쳤을 거고, 마리안느 또한 근접 전투를 벌이느라 멀쩡하지는 않을 거다.
“네 걱정이나 해라, 일로이. 나는 멀쩡하니까.”
“저도 괜찮습니다.”
무슨 다 괜찮대. 치료나 얌전히 받고 있어야 할 놈들이. 나는 피식 헛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런 내 모습을 게오르그가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
“네 말은 틀리지 않았군.”
게오르그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뭐?”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게오르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웃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말없이 산책하듯 에버노드의 거리를 걸었다. 복잡하게 놓인 건물을 지나, 포장되지 않은 들판으로 접어들었다. 대견하게도, 풀들은 갑작스레 불어닥친 한계선의 한파를 견뎌내 주었다. 휠체어의 바퀴가 풀밭을 지나가며 사락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풀과 나무의 깨끗한 냄새가 났다.
“저 언덕이에요.”
검은 울타리가 보였다. 묘지는 양지바른 곳에서 에버노드를 굽어보고 있었다. 묘지들이 세워진 언덕은 마치 거대한 봉분 같았다. 언덕 위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검은 비석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이름이었다. 나는 비석을 바라보며 이름을 하나씩 눈에 새겼다. 아는 이름도 있고, 알지 못한 이름도 있다.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나는 비석을 쓸어보며 중얼거렸다. 햇볕이 그들의 이름에 빛을 더해주고 있었다. 멍하니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내 뒤로, 새로운 기척이 하나 느껴졌다.
“그대들이 에버노드를 지켜냈다고, 우리의 성채는 무너지지 않았다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언덕 위를 퀘노어 대공이 천천히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 말해주면 되네.”
대공은 오른팔에 부목을 대고 있었다. 검고 가벼운 옷차림. 퀘노어 대공은 비석으로 다가와 왼손을 비석 위로 올렸다.
“자네도 참,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자마자 찾은 장소가 이곳이라니. 자네답다고 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안타깝다고 말해야 할지.”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당연한 태도가 아닙니까. 함께 싸워온 사람들인데.”
퀘노어 대공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 시선은 어째서인지 비석이 아닌 나를 향하고 있었다.
“에버노드의 기사단에 입단하는 이들은 항상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입단하네. 북부의 겨울은 곧 전쟁을 의미하고, 마물과의 싸움을 말하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최전선에서 기사들과 함께 창칼을 휘두르는 병사들도 마찬가지네.”
대공은 마지막으로 비석을 툭툭 두드리고는 손을 떼었다.
“애도는 늘 있는 일이지. 해마다 새로운 사람이 입단하고, 알던 사람이 떠나가.”
퀘노어 대공은 그리고서 검을 어루만졌다.
“우리의 애도는 짧아. 무덤에 찾아와 한마디하고 가는 게 전부네. 먼저 간 이들도 그랬고, 내가 먼저 가더라도 무덤을 붙잡고 울어주기를 바라지는 않을 걸세. 자랑스러워하기를, 그리고 그들이 그랬듯 에버노드를 계속 지켜나가기를 바라겠지.”
대공은 나를 바라보았다.
“특히, 자네가 죽음에 붙잡혀있기를 바라지 않을 거네. 에버노드와 세상을 구해낸 건 다름 아닌 용사 일로이, 자네니까 말이야.”
실감이 그다지 나지는 않았다. 나는 눈살을 희미하게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대공의 시선이 내 떨어지는 고개를 따라 함께 내려왔다.
“그런가요.”
“난 말뿐인 위로는 하지 않네, 일로이.”
퀘노어 대공이 다가와 휠체어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는 한 손만으로 휠체어를 밀어 언덕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손만으로 밀어주는데, 어째 게오르그가 손잡이를 잡은 것보다도 훨씬 안정감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뒤로 돌리며 대공을 바라보았다.
“어디 가는 겁니까?”
퀘노어 대공은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었다.
“보면 알 걸세.”
대공이 앞장섰고, 그 뒤를 우리 파티가 따라왔다. 대공의 검과 휠체어가 이따금 부딪치며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처음 이 성에 도착했을 때를 기억하나, 일로이?”
한동안 조용히 걸어가던 대공이 입을 열었다.
“예, 굉장한 환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가 비꼬아 말하자, 퀘노어 대공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뒤끝이 있는 성격이었나. 자네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물어보시니 솔직하게 대답할 뿐입니다."
"이거야 원, 말도 함부로 못 하겠군."
대공이 휠체어의 손잡이를 두드렸다.
"이렇게나 훌륭하게 우리 성을 지켜줄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잘 대해주는 건데 말이야."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고, 대공은 다시 웃었다. 덜컹, 덜컹. 휠체어가 흔들렸다. 우리는 에버노드의 성채로 들어오는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한 채 성벽 위로 나를 실어 나르는 게오르그와 퀘노어 대공을 바라보았다.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나, 일로이?”
퀘노어 대공이 물었다. 나는 멀뚱멀뚱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내저었다. 대공은 그런 내 반응을 보더니 씨익, 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피난을 나갔던 주민들이 에버노드로 돌아오는 날이라네.”
돌아오는 날. 내 표정이 멍해졌고, 대공과 게오르그는 내 표정을 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어느새 성벽 위에 올라왔고, 성벽을 지키는 병사와 기사들이 나를 환영해주었다.
“구경하러 오신 겁니까, 용사님?”
“지난번에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런 환대도 뭔가 어리둥절했다. 대공은 휠체어를 밀고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위치에 놓아주었다. 나는 몇 달 전에 말을 타고 올라왔던 언덕을 내려다보았다. 푸르다. 나는 바람에 따라 물결치는 나뭇가지와 풀을 바라보았다.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났다. 냇물을 거스르며, 참방거리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려왔다. 아주, 아주 많이.
“저길 보게, 일로이.”
풀숲을 헤치고, 나무 사이로 사람들이 나왔다. 아주 지쳐 보이는 얼굴들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은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저들이, 자네가 구한 사람들이고.”
기쁨에 소리치는 사람도, 흐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문이 덜컹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올라온다. 환성을 지르고, 서로 껴안으며 하나둘씩 에버노드로, 그들의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게 바로 자네가 지켜낸 풍경이라네.”
나는 눈을 깜박였다. 텅 빈 거리에 다시 활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 어깨 위로 퀘노어 대공의 손이 얹혔다.
“정말 고맙네, 일로이.”
퀘노어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다다다다.
그리고, 계단을 달려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아이의 발소리였다. 뒤에서 조심하라고 제지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계단 위로, 양갈래로 묶인 검은 머리가 귀엽게 팔랑거리고 있었다.
“아버지!”
카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혈공주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제 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겼다. 대공은 카린의 머리를 쓸어주었고, 뒤의 계단으로 헬라 스트로프 대공 부인과 루크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가족의 해후를 바라보았다. 원작에서, 재앙을 막아내고 죽었어야 할 대공이, 살아 자신의 가족과 다시 포옹하고 있었다.
“[저것도 네가 지켜낸 풍경이겠지. 일로이.]”
성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용사님.”
그리고, 카린이 내게로 걸어왔다. 눈시울을 또 빨갛게 물들인 채로,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폭, 카린이 안겨들며 내 다리에 무게와 온기를 더했다.
“약속.”
카린이 고개를 들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 표정은, 내가 바라보기에 너무나 눈부신 것이었다.
“지켜줘서 고마워요.”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는 카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린은 다시 내게 안겨 왔고, 나는 한없이,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그대로 카린을 쓰다듬으며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지켜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말한 카린의 목소리가, 계속 내 귓가에서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