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9 - 69. 성녀와 용사 (1)
아이시스는 특별했다.
“세상에….”
“상처가… 나았어.”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은 건 아니었다. 숨 쉬는 법, 물 마시는 법을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자신의 안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시스는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상처를 보았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품었다. 아이시스가 처음으로 치료한 사람은 함께 뛰어놀다가 넘어진 또래 아이였다.
“이 아이는 특별합니다. 아이시스라고 했나요? 부모님 되시는 두 분께서도 아시겠지만, 아이시스의 마력은 특별한 계발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성법기와 아주 흡사한 성질을 지니고 있더군요. 꼭 선택받은 것처럼 말입니다.”
소문은 아주 빠르게 퍼졌다. 성국에서 직접 사제를 파견했고, 선택받은 아이라며 아이의 교육을 부디 맡겨달라 사정했다. 거액의 사례금과 질 좋은 교육, 게다가 주기적으로 아이를 만날 수 있기까지. 아이시스의 부모가 그녀를 보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아이시스, 당신은 다친 사람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요?”
아이시스가 성국과 교회의 환경에 적응을 마쳤을 때. 주교가 되기 전의 안드레 사제가 물었던 말이다. 아이시스는 파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혀짤배기 아이의 말. 사제는 눈웃음을 지으며 아이시스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 아이시스는 사제의 대견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며 한층 미소를 더 밝게 바꾸었다.
“좋아요. 앞으로 아이시스가 지닌 힘은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아이시스, 그렇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나요?”
“네.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고 싶어요.”
아이시스는 그렇다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레 주교의 손이 아이시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좋은 생각이에요, 아주 바람직한 소망이고요. 아이시스. 당신은 훌륭한 어른이 되겠네요.”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고 싶다. 왜, 그걸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걸까.
아이시스의 손이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살갗과 촉수가 마력을 흐트러뜨렸다. 신성력은 한군데로 모이지 않고 자꾸 흩어지려 했다. 집중해야 한다. 어떻게든 저 저항을 뚫어내고서 마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아이시스는 타오르는 듯한 손의 통증을 무시하며 손을 밀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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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 소란스럽군.”
게오르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역시 소란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시스가 치료를 시작한 지 20분 정도 지났다. 예상한 대로라면 아직 시간이 꽤 남아있겠지만, 언제나 일이 예상한 것과 같이 흘러가는 건 아니겠지. 주교와 아르옌, 마리안느가 있는 곳에서 일이 잘못되리라는 건 상상할 수 없었지만, 변수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기척을 죽이고 있는 편이 좋을까, 그렇지 않다면 아예 밖으로 나가 있는 게 좋을까.”
나는 구석의 간이 침상을 바라보았다. 아이시스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쿵. 쿵. 밖에서 무언가 부딪치고 깨지는 소리가 났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닫히는 소리, 양동이를 발로 차는 소리, 물이 엎어지는 소리. 그리고 성난 사람들의 고함과 발소리. 소리는 멀리서부터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도 곧 들이닥칠 거라면, 차라리 나가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행동하는 게….”
퉁퉁퉁.
집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끼리 정해놓았던 암호였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 문을 열었고, 문가에 선 사람을 보고 동요하며 눈을 크게 떴다.
“마리안느?”
“시간이 없습니다, 용사님. 주민들이 마을 곳곳으로 퍼지며 청교회의 일당을 잡아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리안느는 뒤를 흘긋 돌아보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열린 문틈으로 들어오는 소란스러움. 마리안느는 다급하게 내 손목을 붙들었다. 아무래도 안에서 숨죽이고 기다리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다프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프네, 이 집 전체에 방호 마법을 걸 수 있겠어? 방어벽을 씌운다던가.”
다프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능해요… 하지만 30분 이상 유지하는 건 힘들 거예요.”
“알겠어. 그럼,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았다 싶으면 곧장 방어벽을 씌워줘.”
나는 후드를 집어 들었다. 다프네는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뭘 하려는 거예요, 일로이.”
“시선 좀 끌려고.”
나는 게오르그에게 망토를 집어 던져주었고, 게오르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가 던져주는 망토를 받아 주섬주섬 입었다.
“그래. 나까지 함께 나서서 교란하는 게 낫겠지. 시선이 네게로만 쏠리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나. 나와 마리안느까지 세 방향에서 주위를 분산시키면 될 거다.”
게오르그는 달리기는 자신없다며 투덜거렸고, 나는 쓰게 웃으며 문밖으로 나섰다. 마리안느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온 나와 게오르그를 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가자.”
우리는 좁다란 골목을 걸어 나섰다. 이 소란 와중에도 빛은 없었다. 사람들은 성난 맹인이었다. 느껴지는 모든 걸 부수고, 들추고, 깨트리고, 던졌다. 발길질, 주먹질이 난무했다. 판자로 지어진 집이 허무하게 허물어졌다. 아직 종말 숭배자들의 무리에 끼지 않았던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빌어먹을 왕국, 청교회 놈들! 어디까지 빼앗아 갈 생각이냐!”
“우리 집도, 땅도, 가족도 빼앗고 이제는 마음을 기댈 곳마저 빼앗아 갈 생각이냐!”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래서는 성녀고 뭐고, 잡아다가 때려죽여도 이상하지 않은 기세였다. 게오르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지붕 위로 올라서서 인기척을 내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노성을 터뜨리며 게오르그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저는 저쪽 골목으로 가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겠습니다.”
마리안느가 그리 말하고 발을 떼었다. 나는 멀어지는 마리안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리안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기다렸다. 이번에는 사람들의 고함이 반대편 골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골목을 벗어나 대로로 나왔다.
집과 물건을 부수며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 하나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한껏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저기 또 한 패가 있다!”
“잡아!!”
그나저나, 정말 이렇게 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다 내게로 끌어당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나는 아슬아슬하게 저들이 내게 다가올 때까지 내버려 둔 후 달음박질을 시작하려다가,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저기서 강한 마력이 느껴진다! 저기 놈들이 숨어있어!”
이런 미친. 아무래도 일반 주민들 사이에 악신 숭배자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는 나를 쫓아오기를 관두고 곧장 사내의 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프네의 방호 마법이 작동하며 푸른 마나의 보호막이 생겼다.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돌을 들어 던지고, 몸을 내던지며 보호막을 공격했다.
“놈들의 마법이다! 부숴버려!!”
그 빌어먹을 악신 숭배자가 소리를 질렀다. 나는 놈의 몸에서 사이한 기운이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다프네의 방어벽과 부딪칠 때마다 방벽이 크게 흔들렸다. 저대로 두었다가는 방어벽이 얼마 가지 않아 무너져내릴 거다. 나는 곧장 발걸음을 틀어 악신 숭배자를 포착했다.
“안에 숨어있는 놈들을 끄집어내….”
쾅-!!
내 발에 걷어차인 악신 숭배자가 하늘을 날았다. 나는 곧장 놈을 추격하기 위해 뛰어올라 목을 틀어쥐었다. 놈의 경악한 눈빛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미친….”
나는 그대로 대로를 향해 강하했다. 케게겍. 하면서 내 손에 붙들린 악신 숭배자가 괴성을 내질렀다. 놈은 컥컥거리며 입에서 검게 죽은 피를 토해냈다. 놈이 반격하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나는 놈의 마력이 발현하기 전, 가슴에다 주먹을 꽂았다.
“커헉-!!”
“신체 강화도 안 했는데, 엄살은 떨지 말지.”
나는 그리 말하며 놈을 바닥에 메다꽂았다. 군중들은 놀라 나를 바라보는 무리가 반, 여전히 눈이 돌아간 채 방어벽을 두드리는 무리가 반이었다. 악신 숭배자가 방어벽을 흐트러뜨려서 아무래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이를 부드득 갈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네놈…, 위험해. 이단심문관 따위가 아니구나….”
아직도 의식이 있었나. 나는 악신 숭배자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방어벽이 위태로웠다. 사람들의 고함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방어벽 위로 돌이, 나무판자가, 양철 양동이가 날아들었다. 다프네가 억지로 마력을 더 불어넣어 방벽을 복구하려는 듯했지만, 이미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방벽을 완전히 안정화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네가 저 성난 무리를 홀로 막을 수 있을 것 같더냐…. 안에 들어있는 놈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정도의 마력이면 분명 청교회 내에서도 중요한 놈이겠지.”
숭배자는 웃음을 토해냈다.
“내 목숨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정도 방해물을 당장 치울 수만 있다면….”
나는 모자를 벗었다. 마력이 발현하며 내 머리 위로 고리를 띄웠다. 사람들이 내 모습을 더 확실하게 잘 볼 수 있도록. 경악하는 숭배자의 말문이 막혔고, 방어벽을 부수던 사람들이 내게로 하나둘씩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용사다.”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침묵 속에 무겁게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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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지직-!!
아이시스의 몸이 튕겨 날았다. 아이시스는 침상의 반대편 벽에 부딪히고는 작게 작은 비명을 토해냈다. 치료를 시도했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마력을 순환시키던 오른팔이 불타는 듯이 아팠다. 하지만 아직 아이시스의 마력은 저 두꺼운 살점을 파고들지 못했다.
“…성녀님.”
옆에서 아이시스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내가 우려하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아이시스는 고개를 휘저으며 신경 쓰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었다. 다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구해주고 싶어.
그 어릴 적의 소망은, 언젠가부터 성녀라는 지위와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렸다. 그 마음이야말로 가장 성녀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었을 텐데, 어째서 나는 그걸 계속 잊고 지내왔던 걸까.
치유의 빛이 다시 아이시스의 손에 맺혔다. 아이시스는 비틀거리며 아이의 몸 위로 손을 올렸다. 마나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심장을 쥐어짜이는 고통이 오더라도, 계속 치료하기로 했다.
‘그렇게 크라켄을 상륙시켜, 육지에 놈의 몸을 묶어 재앙을 쓰러트린다고 하자. 그럼 남은 이들은 어떻게 할 거냐? 그 상륙에 희생당할 이들은 누가 책임지지?’
책임질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는 다음 재앙을 쓰러트릴 궁리를 해야 했다. 모든 일에서 책임은 피해자의 몫이었다. 우리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니었다. 그 사실이 눈을 멀게 했던 걸까, 아니면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던 나날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남겨진 이들을 잊어버린 건, 결국 아이시스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미안해.”
죄는 평생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마주한 진실에서 아이시스는 눈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자신과 아르옌 없이 네 번째 재앙을 쓰러트린 용사가 나아갔듯. 성녀 또한 나아가야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추하게 자위할 수는 없었다. 재앙을 쓰러트린 걸 과거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지금도 이렇게 고통받고 있으니까.
“살아나 줘.”
날 원망해도 좋다. 바크틴스가 이렇게 된 탓을 해도 좋다. 그러니, 제발 살아줘.
신성력이 점차 강하게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저항은 신성력을 거부하며 더 격렬해진다. 아이시스는 마력 그 이상을 쏟아부었다. 오른손이 정말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일념. 구해줘야 한다는 일념이 아이시스의 마법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쾅. 쾅.
다프네의 보호막을 뚫고 피를 토하는 듯한 사람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나와라!! 더러운 왕국과 청교회의 족속들아!! 이젠 선생님도 쫓아낼 거냐!”
“네놈들이 이 땅에 해준 게 뭐가 있어! 지키지 못한 땅에서 쫓아내고, 기도를 올리라는 말밖에는 더 없었지 않았나! 그리고 이제는 잡아갈 거라고?”
미안해요.
아이시스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등 뒤에서는 간절히 제 아들을 바라보는 사내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시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입은 상처가 있다면, 치료해줄 거다.
성녀의 이름과는 상관이 없었다. 이름뿐인 책임은 지나치게 가벼웠다.
빛이 더 밝게 빛났다. 아이시스는 눈을 뜨고 오른손 위로 왼손을 올렸다.
“이제 도망가지 않을 거야.”
키이이잉-!
빛무리가 태양처럼 밝게 빛나다가, 이내 확 터지면서 확산했다. 아이시스는 튕겨 나가지 않았다. 빛은 포근하게 감싸 안듯 방안을 금빛으로 휘감았다. 그리고 깃털이 내려앉듯, 아이의 위로 신성력의 먼지가 하나둘씩 내려앉았다. 달라붙은 살점과 촉수가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 아아…!”
사내가 울먹이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엉금거리며, 사내는 제 아들을 붙들었다. 아이의 잘려버렸던 오른팔에 새로운 팔이 돋아나 있었다. 아이의 얼굴에 다시 혈색이 돌고, 쌔근거리며 잠에 든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헀다.
“감사…. 감사합니다….”
사내가 아이를 껴안고는 오열했다. 아이시스는 탈력한 와중에도 자신이 치료할 수 있었던 아이를 바라보며 숨을 내쉬었다. 기쁨보다도 먼저 찾아온 건 안도감이었다. 아이시스는 몸을 일으키며 아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은혜는….”
사내가 말하자, 아이시스는 재빠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은혜를 베푼 게 아니었다. 진 빚을 갚는 거라면 모를까. 아이시스의 단호한 표정을 바라보던 사내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들의 상태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아이시스는 다시 방 중앙으로 나왔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건 다프네 한 명뿐이었다. 다프네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아이시스를 바라보았다.
“성녀님…. 밖에서 두드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아이시스는 다프네의 손을 잡고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섰다. 새로운 힘을 얻었다는 성취감도, 드디어 제대로 한 명을 구해낼 수 있었다는 기쁨도 느낄 새는 없었다. 가슴이 이상하게 술렁였다. 다프네 역시 마력을 대부분 소진했는지 기진맥진한 모습이었지만, 아이시스의 손길에 따라 비틀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소란.
좁은 길목을 빠져나가면 나오는 대로가 시끄러웠다. 아이시스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밖에서 주위를 분산시키겠다던 사람들이, 혹시.
대로에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누군가를 성토하고 있었다. 아이시스는 미친 듯이 사람들에게로 달려갔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왜….”
그리고 이 군중들이 에워싸고 있는 건,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 일로이였다.
“왜!! 우리는 이렇게 됐어야 하는 건데!!”
통렬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오고, 무언가를 던지는 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퍽.
멍하니 서있던 일로이가 돌에 맞고서 휘청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