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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추방한 용사가 되었다-95화 (96/158)

Chapter 95 - 95. 당신이 있는 곳 (4)

광경이 비현실적이었다. 일로이는 머리 위로 훈륜을 띄우고 있지도, 검을 두 자루 들고 있지도 않았다. 텅 빈 눈은 어디를 응시하는 건지, 자신을 향해 촉수를 휘둘러대는 크라켄을 보고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마치 장님이 싸우듯, 감각만으로 몸을 휘적거리며 공격을 피한다.

“앞으로….”

입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물이 날아들고, 일로이는 베었다. 새하얗게 솟아오르는 성스러운 빛이 성검을 휘감았고, 일로이는 나아갔다. 마리안느는 여전히 요동치는 성창을 붙든 채로 멍하니 일로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용사님…?”

마리안느는 그를 불렀지만, 일로이의 귀에 마리안느의 목소리가 닿을 리는 만무했다. 마리안느는 발걸음을 옮겨 일로이의 곁으로 다가갔지만, 일로이의 눈에는 마리안느가 비치지 않았다. 그리고, 일로이의 검무가 마침내 크라켄의 촉수를 전부 잘라내 버렸을 때, 일로이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성검을 쥐고 크라켄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마무리를 짓기 망설이는 사람처럼.

“이번에는 시간이 조금 덜 걸린 건가.”

일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써 자신의 동요를 감추려는 듯, 일로이는 왼손으로 성검을 쥔 오른손을 주물렀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마리안느는 눈을 깜박거렸다.

“마무리해야지.”

일로이는 그리고서 성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아래로 내리꽂았다. 마리안느는 그 망설임 없고 깔끔한 일격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완의 기술이 아닌, 이미 완숙한 검사의 움직임이었다. 일로이는 얼굴에 튀는 피를 닦으려고도 하지 않고 뒤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네가 어떻게 됐을까.”

일로이는 중얼거리며 걸어갔다. 마리안느는 자신을 휙 스치고 지나가는 일로이를 벙찐 눈으로 바라보다가, 급하게 그 뒤를 쫓아 발걸음을 서둘렀다.

“마리안느, 끝났어.”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일로이의 말에 어깨를 움찔했다. 아니, 일로이는 그녀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용사는 마물의 시체 더미를 발로 차고 팔로 들어내며 걷어내더니, 그 아래에 파묻혀 있던 ‘마리안느’를 꺼내 안았다.

“용사님.”

환상 속의 그녀는 처참한 꼴이었다. 마리안느는 굳은 눈동자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환상은 힘없이 일로이에게 손을 뻗었고, 일로이는 그 손을 붙들었다. 환상의 수명이 다해 텅 빈 눈으로 숨을 거두자, 일로이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빛을 잃은 눈동자에 드리운 수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

그리고, 환상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마리안느는 처음 보는 천막 앞에 일로이가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반복되었다. 배를 타고 일로이가 출항하면 마물의 떼와 마주치고 크라켄과 싸운다. 일로이는 처절하게 싸우다가 크라켄을 쓰러트린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마리안느의 시체를 찾고 다시 천막으로 돌아온다.

“이걸…, 계속?”

마리안느는 황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세 번째 반복이 시작되었을 때, 마리안느는 나침반을 내려다보았다. 째깍. 일로이가 막사로 돌아갈 때마다 나침반의 바늘이 움찔거렸다. 마리안느는 이 바늘이 몇 번이나 움직였는지 기억했다.

일주일 전부터, 거의 한 시간에 한 번.

이미 수백 번의 반복이다. 잠도 자지 않고, 계속, 계속. 반복할 때마다 일로이의 안색은 눈에 띄게 나빠지고, 눈도 흐려지고 있었다.

“재미있지?”

마리안느는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아르옌이라 했던가. 일로이와 갈등을 빚었던 그 용병이, 자신의 옆에 서서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신념을 꺾느니, 목숨을 꺾는 모습. 정말 용사 같지 않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불확신과 절망이 자신을 짓누를 때도 나아간다.”

마리안느는 창백한 얼굴로 아르옌을 바라보았다.

“꺾을 수 없다면, 부러뜨릴 수 없다면 깎아내야지. 신념이 자신을 삼켜버릴 때까지 말이야. 그럼, 용사라는 사람은 사라진다. 내가 이긴 거야.”

아르옌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네가 정말 용사를 구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냐? 저 미치광이를, 고작해야 그 동료에 불과한 여자 한 사람이 구할 수 있을 거 같냐고.”

“…목적은, 용사님을 잡는 겁니까.”

마리안느가 날카롭게 묻자, 아르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재앙에게 목적이 있으리라 생각하나? 그저 우린 계획된 대로 움직일 뿐이야. 생각지도 못한 대어가 걸려든 것일 뿐이고.”

아르옌은 고개를 돌리며 마리안느를 바라보았다.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네 목소리가 정말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르옌은 그리 말하며 사라졌다. 마리안느는 다시 크라켄과 싸우는 일로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일로이의 뒤에서, 자신의 환영이 싸우고 있었다. 창을 다루는 솜씨는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으드득,

그리고, 환영의 발목이 무언가에게 붙들렸다. 크라켄의 촉수는 환영의 발목을 붙잡은 채 그대로 하늘로 휙, 환영을 던져 올렸다. 환영은 허공에서 저항하려 버둥거리다가, 촉수에게 맞아 다시 내리꽂혔다. 최대한 비참한 형태로 죽음을 맞이하려는 듯, 환영은 가만히 누워 마물들이 자신을 뜯어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

마리안느는 멀리서 싸우는 일로이를 흘긋 보고는, 처참한 몰골로 쓰러진 자신의 환영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가증스럽다는 듯 환영을 내려다보았다.

“너는 결국 용사에게 이 정도의 존재인 거다.”

시체나 다름없는 환영이 입을 벙긋거렸다. 마리안느는 환영을 내려다보았다.

“저기, 바크틴스의 주민들과 다름없어.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존재.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행여 일이 잘 못 될 때면 그저 마음의 짐으로 남을 뿐이지.”

환영은 마리안느처럼 웃지 않았다.

“네가 얼마나 발버둥을 치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마리안느는 성창을 두 손으로 거머쥐고는 얼굴을 굳혔다. 일로이는 어느새 크라켄을 쓰러트리고는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어떤 습관이라도 되는 듯, 반드시 마리안느의 죽음을 확인해야만 한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 마리안느에게로 환영은 다시 말을 내뱉었다.

“용사에게 네가 무슨 의미일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마리안느의 말에, 처음으로 환영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 얼굴 위로 비웃음이 떠올랐다. 어리석은 자를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는 이의 눈빛이었다.

“여태 내 말을 전부 귓등으로밖에 듣지 않았군. 어차피 네 말은 들리지도 않을 거라는 소리다. 네가 어떻게 할 수 있을 성싶더냐.”

마리안느는 이제 그 말을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만히 나침반을 바라보더니, 말을 떼었다.

“저는 용사님께 여러 번 구원받았습니다. 용사님이 자각이나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말이 나를 침범할 여지는 없어.”

“웃기는군. 그렇다고 네가 나를 무너뜨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냐? 네가 아무리 홀로 발악해봤자 내게 끼칠 수 있는 영향은 미약하기가 그지없을 텐데.”

마리안느는 고개를 저었다. 일로이가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다. 마리안느는 닿지 않는 일로이의 얼굴 위로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애초에 혼자서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세상이 다시 무너지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어느새 천막 안에서 멀쩡해진 자신의 환영을 마주하고 있었다. 환영은 불쾌한 듯 얼굴을 슬쩍 찌푸리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환영을 바라보며 선언했다.

“그리고, 거긴 내 자리입니다.”

창을 집어 들고, 환영을 겨누었다.

“꺼져요.”

마리안느의 의지에 따라 성창이 개방된다. 마리안느의 환영이 점차 찢어지고 있었다.

“…이런 무기 따위로….”

안개의 환영이 낮은 목소리로 마리안느를 노려보았다. 환영을 파고들던 마리안느는 이내 단단한 저항감에 부딪히며 얼굴을 찌푸렸다. 결코 일로이의 환상 속에 마리안느가 침투하는 것을 허용하려 하지 않는 듯했다.

“네게 용사의 곁에 설 자격 따위는 없다.”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마리안느는 창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내가 정하는 겁니다.”

“개새끼마냥, 버려져도 주인 뒤만 졸졸 따라다닐 것처럼 말하는군.”

마리안느는 창을 더 강하게 찔러넣었다.

“어차피 사라질 재앙 따위가, 무슨 상관입니까.”

환영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마리안느의 성창이 그 중심부에 닿았다. 환영은 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렸으나, 비틀어지는 성창의 기운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도 가자.”

일로이는 그리 말하며 고갯짓하고 있었다. 그 눈은, 정확히 자신을 응시한다. 그 어떤 결의도, 일말의 희망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얼굴이었다. 꼭 일로이를 만나기 저의 자신과 같았다.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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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왔다. 마리안느는 성창을 들고 말없이 일로이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프네의 환영이 일로이의 옆에 붙어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있었고 게오르그의 환영은 축 처진 채로 일어날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준비.”

일로이는 기계적으로 검을 치켜들었다. 미련하고, 막연한 짓이었다. 마리안느는 일로이가 힘겹게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느꼈다.

“가자.”

포화가 빗발치고 마물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마리안느는 조만간 이 배가 산산조각이 날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때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찾아왔다.

용골이 들린다. 왕국의 가장 좋은 목재가 종잇장처럼 으깨지고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마리안느는 마력을 가동하고, 재빨리 다프네와 게오르그에게로 달려갔다. 일로이는 어느새 갑판을 박차고 뛰어나가며 크라켄의 몸뚱아리 위로 착륙했다.

“어떻게-?”

마리안느는 두 사람을 붙들고는 다른 섬 위로 착지했다. 서늘한 마리안느의 눈빛을 보는 동료들이 어깨를 움츠러뜨렸다.

“거기서 지원해요.”

마리안느는 그리 간결하게 말하고는 다시 뛰쳐나갔다. 저 환영을 보며 이래라저래라할 시간은 없었다. 성창을 성법기가 감싸 안았다. 용사의 곁으로 가려면 그 자격을 증명해 보이라는 듯 바다에서 무수히 많은 마물이 뛰어 올라왔다.

어렵지 않다.

마리안느는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깨어난 성창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마물을 도륙했다. 일로이는 한편, 저 홀로 수백 마리의 마물을 썰어버리고는 크라켄의 본체와 싸우는 중이었다. 마리안느는 그 등을 쫓으며 끊임없이 창을 휘둘렀다.

“용사님….”

한 마리가 죽으면 두 마리가 달려와 가로막는다. 어떻게든 일로이에게 마리안느의 말이 닿는 것을 막으려 했다. 물러서지 않는다. 이 지옥에서 일로이를 건져내야 했다.

“비켜…!”

성창이 더욱 밝게 빛을 뿜어냈다. 신의 죽음을 증명해낸 창. 그 피륙을 꿰뚫고 피를 함뿍 적신 창은 주변의 피를 흡수하며 성법기를 더욱 증폭했다. 신의 살을 찢어버린 창은 무엇이든 침범할 수 있고, 뚫어낼 수 있다.

현월처럼, 마리안느의 창이 길게 뻗어지며 주변을 휩쓸었다. 마물은 마치 터지는 풍선 조각처럼 하늘로 찢기며 하늘로 날아갔다.

마물이 사라진 시야 너머에 있는 일로이는 척 보기에도 위태로웠다. 마리안느는 처음으로 그 뒤를 따라 한 걸음을 앞으로 디뎠다. 촉수가 일로이를 잡으려 했지만, 일로이는 피해내며 촉수를 잘랐다. 그리고 그 뒤로, 일로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또 다른 촉수가 엄습한다.

“용사님!”

마리안느는 달려가며 그를 불렀다. 일로이는 말이 들리지 않는지 돌아보지 않았다. 마리안느는 이를 악물며,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외쳤다.

“일로이!!!”

일로이의 어깨가 움찔했다. 아주, 천천히 용사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환한 빛을 내뿜으며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마리안느를 마주했다. 그 마력은 이미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로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벙긋거리며 마리안느를 보았다. 그 손이 덜덜 떨린다. 퀭한 눈동자에 처음으로 파문이 일었다.

“…마리안느?”

“위험합니다!!”

마리안느는 일로이를 지나치며 신형을 날렸다. 일로이의 뒤를 공격하려던 촉수가 창날에 찢겨버렸다. 마리안느는 크라켄의 몸뚱이 위로 성창을 박으며, 일로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니야. 여기 어떻게 네가.”

일로이는 고개를 서서히 내저었다. 마리안느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구하러 왔습니다.”

일로이의 눈은 기쁨으로 바뀌지 않았다. 되려, 모종의 불신에 가득찬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일로이가 힘없이 웃음을 내뱉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막의 모래알처럼 매마른 웃음이었다.

“이제 내가 이런 환영까지 봐야 하는 거냐, 안개?”

그 혼잣말에, 마리안느가 몸을 흠칫 굳혔다. 일로이의 정신이 너무 흐트러졌다. 마리안느의 생각이 그곳에 채 이르기도 전, 일로이는 마리안느를 가볍게 뒤로 말어내며 성검을 뻗었다.

“다가오지 마. 그 알량한 수법이 먹힐 거라 생각하지도 말고.”

마리안느는 성창을 늘어뜨리고는 일로이를 바라보았다. 마음에 유리 파편이 파고든 것처럼 아팠다. 마리안느는 욱신거리는 가슴 위로 손을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접니다, 일로이. 여기까지 당신을 구하러 왔어요.”

“헛소리하지 말고 시작해. 제발. 난 갇히지 않을 거다.”

천천히 마리안느에게로 다가오는 일로이는 이미 마력이 고갈된 것 같았다. 손발이 후들거리고, 표정은 일그러졌다.

“나한테… 대체 원하는 게 뭐냐고.”

지칠대로 지친 목소리에, 마리안느는 천천히 일로이에게 다가갔다. 일로이는 손을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고개는 끊임없이 도리질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지 마, 마리안느. 제발.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하면, 다시 한다면….”

마리안느는 처음으로 일로이의 직접적인 부탁을 무시했다.

걸음을 뗴었다.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일로이의 눈에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것이 깃들었다. 마리안느는, 그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일로이.”

“이름으로… 날 부르지 말라고.”

성검을 앞으로 치켜든 일로이를 무시하고, 마리안느는 그 품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일로이는 반응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일로이.”

폭.

마리안느는 일로이의 품에 그대로 안겼다. 성검을 들고 있는 일로이의 팔이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리안느는 간절한 목소리로, 일로이의 얼굴을 붙들었다.

“구하러 왔습니다.”

“제발… 이러지 마.”

마리안느는 그에게 현실을 일깨워주는 방법 따위 알지 못했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마리안느는 나침반을 꺼내 보았다. 나침반은 이미 목표에 도착한 게 확실하다고, 일로이를 정면으로 가리킨 채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의 일로이의 머리를, 마리안느는 휙 잡아당겼다.

일로이의 힘없는 몸이 저항 없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렇게 무방비해진 일로이의 입술에 마리안느는 제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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