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6 - 116. 파고들기 (3)
“…죽을 맛이네.”
이번이 몇 마리 째더라. 아니, 몇 번째로 부활하는 거더라. 유진은 힘겹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훈련은 유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되었다. 끽해봤자 한 번에 상대하는 마물의 수만 늘릴 거라 보았는데, 결계 속에서 마물에게 죽자마자 되살아나서 또 훈련을 진행해야 할 줄은.
“그래도 팀으로 싸우니 좀 할 만한 것 같기도 하고.”
그리 말하는 유진의 옆자리에서 코라가 되살아났다. 코라는 여전히 승부욕이 넘치는 표정으로 땅에 칼을 박고 일어났다. 유진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코라는 고개를 휙휙 털더니 장비를 정비했다.
“나탈리는?”
“멀쩡해. 좀 많이 불만이라는 표정이긴 하지만, 그 덕분인지 평소보다 훨씬 집중해서 마물을 상대하고 있는 거 같아. 아직 제대로 된 상처가 난 걸 본 적이 없어.”
대체 나탈리는 얼마나 강한 걸까. 유진은 훈련을 거듭할수록 잘 보이는 그녀의 강함에 치를 떨었다. 실감하지 못했지만, 실전에 들어서니 정말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아마 혼자 통과하라면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교수님께서 셋이서 함께 숲을 돌파하지 못하면 통과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으니 우리를 기다리는 거겠지.”
코라는 멀끔해진 제 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유진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나가 바닥을 보이려 할 때마다 어떻게든 포션을 마시며 회복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포션마저 전부 떨어졌다. 오늘 남은 기회는 지금 이 한 번.
“몇 번이나 죽었냐, 우리.”
“이번이 여섯 번째일걸.”
숲의 끝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어딘가에서 마물이 떼거지로 나타나 죽었다. 초반에는 위험하지는 않겠지, 라고 방심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마물이 나타나서 죽었다. 방심하지 않을 때면, 그냥 힘에 부쳐 죽었다.
“이거 통과할 수는 있는 걸까.”
“용사님이 보여준 거 못 봤어? 우리 데리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했잖아.”
유진은 그에 입을 다물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숲의 출구를 가르쳐주겠답시고 용사는 우선 그들과 함께 숲을 한 번 통과했다. 물론, 마물은 똑같은 기세로 날아들었지만, 용사는 마물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달려드는 놈들을 족족 죽여버렸다. 우산에 막히는 빗방울인 양, 마물들은 그들에게 세 걸음 이내로 가까워지지 못하고 절명했다. 심지어, 용사는 마나를 사용하지도 않은 상태였으니. 얼마나 괴물 같은 기량을 지녔는지는 논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건 그 사람이 이상한 거잖아.”
“용사님은 혼자 우리 셋을 지키면서 통과했어. 우리는 지킬 사람도 없고, 의지할 동료는 있잖아. 그럼 어떻게든 더 잘 통과해봐야지.”
코라는 전의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열변을 토했다. 유진은 의욕이 없는 척하면서도 계속 나아갔다. 어찌 되었든, 그들의 실력은 한 번 죽을 때마다 나아지고 있었으니까.
“일단 그럼 나탈리가 우리를 기다리는 곳까지 가는 게 우선이네.”
마나를 끌어올리지 않았다. 본 실력을 발휘하는 건 나탈리와 합류하고 나서. 그전까지는 최소한의 힘만으로 빠르게 돌파해야 했다. 언제까지 마나를 낭비하면서 허수아비처럼 죽어버릴 수는 없었다. 유진은 샘솟아 오르는 마나를 억지로 잡아 눌렀다.
“최대한 빠르게 가자. 언제까지 나탈리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유진은 코라의 뒤를 쫓아 한층 속도를 높여 걸었다. 기척 감지는 코라가 자신보다 훨씬 낫다. 전방위의 적은 코라에게 맡기고, 자신은 후방에서 덮쳐오는 마물에만 유의한다.
“큭-!”
그리고, 확연히 역할을 분담해 나아가는 것의 장점을, 유진은 그도 모르는 사이 깨달아가고 있었다. 부족한 부분은 다른 이가 채워주고 다른 이의 부족함은 자신이 채워준다. 그렇게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홀로 이 망할 숲을 돌파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거다.
“뒤에 부탁할게!”
“나도 알고 있다고-!”
마력 출력의 순간적인 향상. 몸에 가해지는 부하를 어떻게든 버티는 데 성공하면, 다음은 정해져 있다. 불타 사라지는 마물의 시체. 유진은 숨을 돌릴 새도 없이 앞을 돌아보며 코라가 막아내고 있던 세 마리의 흰늑대에게 마법을 연사했다.
“쉴 시간 없어. 빠르게 이동해야 해.”
전투가 끝나고 난 곳이 가장 위험했다. 수십 번의 전투를 거친 끝에, 코라와 유진은 그 사실을 깨달았다. 사체에 불을 질러놓고, 그들은 재빠르게 이동했다. 조우할 때마다 같은 전법으로 싸우던 끝에, 그들은 결국 포위되고 말았다. 정말 잘 싸우고 있었지만, 일곱 번이나 이 훈련을 반복해야 했던 피로감이 쌓인 탓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겠군.”
유진은 단념한 듯 중얼거렸다. 옆의 코라 또한, 이제는 의지가 다 떨어진 것처럼 검을 내려놓았다. 정확히는, 검을 들어 싸울 체력이 남지 않았다. 두 사람을 둘러싼 마물은 대략 열 마리 정도. 이제는 정말 더 헤쳐 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였다.
“오는 게 느리네.”
그 목소리는 한 줄기 빛 같았다. 밤처럼 새카만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리고 그들이 눈 깜박할 사이에 마물은 이미 절반이 줄어있었다. 유진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고는 구원자의 이름을 불렀다.
“나탈리!”
“남은 건 너희들끼리 해.”
나탈리는 그리 말하고는 지켜보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팔짱을 끼었다. 코라와 유진은 그 눈빛에 자극받은 것인지, 재정비하며 남은 힘을 쥐어 짜냈다.
“우리가 사냥 배우는 새끼 고양이도 아니고-!”
유진이 그리 성내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나탈리와 만날 것을 대비해 마력을 아껴두었던 것이 빛을 발할 때가 왔다. 코라는 유진을 도와주기 위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앞으로 나섰다. 마물들은 코라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몸을 날렸다.
“네 도움이 없어도 할 수 있거든.”
유진의 마법은 아주 빠르게 완성되었다. 다수의 마물을 한 번에 쓸어버리기 위한 마법- 4서클 불 속성 마법, 버스트가 완성되었다. 유진이 손가락을 마물에게로 뻗었고, 이윽고 거대한 폭발이 연달아 발생하며 마물들을 터뜨려버렸다.
“으아아아-!!”
유진이 쏟아부은 마력이 개화했다. 유진은 자신의 고리가 한층 더 견고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깜박였다. 유진은 길게 숨을 내쉬며 보존한 마나를 가둬두었다. 증발해버린 마물의 흔적에 코라와 유진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됐다….”
“감탄하고 있을 시간 없어. 과제를 끝내려면 어서 가야 해.”
나탈리는 냉랭하게 말했다. 이 정도면 칭찬 한마디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긴, 저 모습이 나탈리지. 유진은 앞서 가는 나탈리를 따라 걸었다.
“경계 확실히 해.”
나탈리는 그 말만을 남기고 손에 마력의 빛을 피워 올렸다. 마물의 기척이 한껏 늘어났다. 유진은 전법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을 확실히 뒷받침한다.
“길이나 잘 따라가.”
나탈리는 코웃음을 치고는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물은 기척을 숨기지도 않고 날아들었고, 나탈리는 그들을 기계적으로 해치웠다. 그리고, 유진과 코라에게 날아드는 건 남은 마물들이었다. 유진은 걸러지는 마물의 떼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잔반 처리도 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냐고. 저 녀석을 뛰어넘을 수 있겠냐고. 유진과 코라는 이를 악물며 달려드는 마물들을 튕겨내고, 쓰러트렸다. 끝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앞에 서서 나아가는 나탈리에게 맡기며 자신들은 그저 마물을 처리하고, 죽지 않는 데만 집중했다. 마지막 한 마리, 마지막 한 마리만 더-!!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유진과 코라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마주했다. 숲의 끝자락에, 용사가 우뚝 서서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끝났…다.”
유진과 코라의 다리가 풀리며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용사는 그런 그들을 부축해주며 마련해놓은 침상까지 옮겨주었다. 두 학생은 용사가 자신들을 옮겨주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과제를 완료했다는 감상에 젖어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용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쓰러진 학생들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나탈리도 수고했어요.”
나탈리는 지친 기색 따위는 내비치지 않았다. 그녀는 무감정하고 이성적인 눈으로, 방금 그녀가 헤쳐 나온 숲을 바라보았다. 과제를 완수했다는 기쁨은 보이지 않았다.
“저 혼자서도 통과할 수 있는 과제였습니다.”
“네. 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통과한다는 건 홀로 통과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과제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알게 되겠지만요.”
용사가 웃었다. 나탈리는 그의 웃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거치적거려요.”
“그게 어떤 식으로든 힘을 가진 자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나탈리는 갈증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용사를 바라보았다. 그런 소녀를 향해 용사는 아무렇지 않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용사를 죽여라.
나탈리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맴돌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용사를 더 알고 나서 계획을 실행해도 늦지 않을 거다. 나탈리는 그리 생각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 앎에는, 나탈리 개인의 호기심이 어느 정도는 섞여있었다.
“더 가르쳐줘요.”
용사는 그 말에 고민하듯 나탈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한 경우로 생각하죠. 제가 내준 과제를 완수한 보상이에요.”
용사는 그러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 들었다. 나탈리가 알고 있던 ‘성검’과는 다르게 생긴 검이었다. 아마 아카데미 측에서 제공해주는 가검. 날이 서있지 않아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를 들고 있는 검사가 예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번 와보세요. 이번만 상대해드리겠습니다.”
그때야 나탈리의 얼굴에서 부족하다는 기색이 사라졌다. 자신이 죽여야만 하는 상대. 그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싸워 볼 필요가 있었다. 평소에 힘을 얼마나 숨기고 있는지, 힘을 전부 드러낸다면 얼마나 강할지. 또 약점은 무엇일지.
“결계, 설정 변경. 훈련장.”
순식간에 결계의 풍경이 전환되며 새카만 벽으로 도배된 방으로 바뀌었다. 용사는 나탈리가 그를 언젠가는 죽이려 들 거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하나의 학생을 바라보는 눈으로 나탈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먼저 오세요.”
용사의 말에, 나탈리는 망설이지 않고 뛰쳐나갔다. 피차 진짜 힘은 숨겨둔 채다. 그렇다면, 드러나는 힘만으로 자신은 얼마나 용사에 가까울까. 나탈리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키이이잉-!
마력이 가동한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느려진 세상 속에서, 용사의 청록색 눈은 정확하게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놀라 눈을 홉뜨는 나탈리의 시야는 용사의 입모양을 포착했다.
“역시 빠르네요.”
쾅-!!!
굉음과 함께, 나탈리가 튕겨 나가떨어졌다. 그녀를 쓰러트린 용사의 일격은, 나탈리의 눈으로도 제대로 포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탈리는 사납게 눈을 뜨고 용사를 노려보았다.
“다시 와보시죠.”
그리고 용사는, 마치 도발하듯 미소를 지으며 나탈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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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표정이 좀 밝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 맞은편에서 넬라는 받아온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태도에 겸연쩍게 밥을 뜨던 수저를 내려놓고는 넬라를 마주 보았다.
“표정이 밝다니?”
“애들 가르치는 게 적성에 좀 맞나봐?”
나는 피식, 너털웃음을 지었다. 비꼬는 의도로 물어보는 것이었다면 뭐라고 말이라도 돌려줬겠지만, 지금의 넬라는 내게 그런 말을 하면서도 완전히 딴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았다. 저 초록색 눈이 웬일로 나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임감이지. 즐거움을 느끼는 점도 있지만 말이야. 아직은 어리니, 흡수력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더라고. 그걸 보는 게 꽤 뿌듯하더라.”
조금씩 마물 습격에 대한 대비를 갖춰가는 게 느껴졌다. 혜성에 대한 대처는 아직 미지수지만, 다프네와 함께라면 어떻게든 될 거다. 나탈리는…, 조금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조금은 여유를 찾은 거 같아 다행이구나. 그게 또 후계의 힘, 제자의 힘이다.]”
무슨 은둔 고수가 제자를 기르는 것도 아니고. 나는 성검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넬라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 그릇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게 조금씩 음식을 깨작거리던 넬라는, 물을 크게 들이키고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나는 그 초록색 눈에 담긴 감정을 읽어내려 했다. 이글거리는, 꼭 선전포고나 결투를 신청하기 전 기사가 내비치는 눈빛. 어쩐지 에버노드의 기사들이 생각나는 눈빛이었다.
“야, 용사.”
“?”
넬라는 수저를 탁 내려놓았다.
“여섯 번째 재앙의 대처 방안. 네 도움 같은 거 없이도 해낼 테니까. 네가 재앙을 쓰러트리지 않아도, 내가 쓰러트려서, 증명해 보일 테니까.”
의외의 말이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 말을 이어가는 넬라를 바라보았다.
“너는 계속 그렇게 애들이나 잘 가르치고 있으라고. 두고 봐. 용사가 파티에서 내보낸 마법사가 누구인지 똑똑하게 보여줄 테니까.”
그리고는, 제 말이 부끄러워진 듯 넬라는 한 번에 음식을 긁어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달아나듯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테이블로 고개를 돌리고는 이내 너털웃음을 뱉었다.
“…지갑 놔두고 갔네.”
다시 가지러 돌아오겠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수저를 떴다. 아니나 다를까,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넬라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시 테이블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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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그를 싫어한다고 했던가?”
어딘가 그녀를 시험하는 듯한 에드윈의 태도. 넬라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무언가 있었다. 에드윈의 물음에서는 그 꺼림칙함이 느껴졌다. 넬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에드윈에게 질문했다.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죠?”
“…뭐, 자네가 그와 좋은 관계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일세. 조금 호기심이 생겨서 물어봤지.”
에드윈은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넬라는 가는 눈으로 에드윈을 노려보았다. 용사가 밉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은 그걸 본인에게 대놓고 드러내고 말할지언정, 뒤에서 비겁하게 물고 뜯지는 않는다. 그건 넬라 자신이 지닌 마법사로서의 강한 자아였으며, 자신을 내보내고도 세상을 구한 용사에게 바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의였다.
“…교수님께서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그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용사로서 이뤄낸 것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마음가짐도, 객관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고요.”
자신이 그 눈에 들지 못해 쫓겨났다. 다프네라는 마법사가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기에 발탁된 것이다. 인정할 수는 없어도 그 사실을 새기며 발전해온 자신이다. 누군가에게 그를 토로하며 얼마 남지 않은 마법사의 자존심에 먹칠할 수는 없었다.
“…그런가.”
“더 질문하실 게 없다면 이만 가겠습니다.”
넬라는 에드윈에게서 등을 돌려 걸어갔다. 계속 따라붙는 에드윈의 시선은 가볍게 무시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