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뜨거운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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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뜨거운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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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뜨거운 하룻밤
2022.07.04.
은은한 음악 선율이 흐르는 분위기 좋은 바에서 지성과 라희는 서로를 뜨겁고 야릇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아찔한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라희는 오늘따라 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의 하얀 얼굴에 오뚝한 코 그리고 맑은 눈동자는 한없이 반짝거렸다.
하지만 지성은 그녀의 입술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을 바라보니 지성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라희는 그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살짝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오늘따라 더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여기, 진짜 좋다.”
라희가 밖의 야경을 보며 입을 뗐다.
“나는…… 네가…….”
“내가 뭐?”
“좋……아.”
지성은 자신도 모르게 라희의 손을 덥석 잡아버렸다.
“오빠? 왜 그래.”
그의 숨소리는 점점 거세어졌다. 그렇다. 지금 그는 눈에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성의 끈을 놓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의 눈에는 오직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여자만 보였다.
바로 앞에 있는 그녀가 자신을 받아주길 바랄 뿐이었다. 너무도 간절하게.
“내 맘 모르겠어?”
그는 얼마나 흥분했던지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했다. 그가 그녀에게 고백하자 그녀는 도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모르겠어.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그녀의 말에 그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아니, 이젠 더는 못 참겠어.”
“뭘?”
“나가자.”
“어디를 가?”
“내 맘 보여줄게.”
지성은 라희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일으켰고 빠른 속도로 걸어 카운터 앞에 섰다.
“저 급해서 그런데 빨리 계산 좀.”
지성은 쫓기는 사람처럼 서두르며 계산을 마쳤고, 라희는 마지못해 지성을 따라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꼬리만은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못했다.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지성을 따라 그의 고급 외제차가 세워져 있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오빠, 이 손 좀.”
“어?”
“아파.”
“어…… 미안해. 라희야.”
“오빠, 우리 친구로 지내기로 한 거 아니었어?”
라희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쳐다보며 따져 물었다.
“너는 그게 돼?”
“안 돼도 어떡해. 어쩔 도리가 없잖아.”
“그럼, 되게 해야지. 우리 둘 맘 서로가 더 잘 알잖아. 이리 와.”
그는 라희를 안으려고 팔을 뻗었지만 라희는 그의 팔을 살짝 피해 몸을 틀었다.
“라희야?”
그는 자신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애가 타게 해놓고 발을 빼는 그녀의 태도에 몹시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너 왜 그래? 내가 이렇게 너를 원하는데.”
“오빠, 나 책임질 수 있어?”
“뭐?”
“난 오빠랑 그냥 스치는 인연으로 만나긴 싫어. 오빠 나한테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야.”
“나도 그래. 나도 그렇다고.”
지성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라희가 그를 거부하면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질 것만 같은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만을 뜨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부인 버릴 수 있어?”
라희의 돌발 질문에 지성은 놀라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봐, 오빠는 오빠 부인 못 버려. 우리 친구로도 안 되겠다.”
그녀는 지성이 대답을 못 하자 서운한 감정이 몰려와 눈가가 촉촉해졌다.
“오빠, 우리 그만 만나.”
라희는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를 등지고 밖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놀란 지성은 바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
“이거 놔. 힘들지만 오빠 잊으려고 노력해볼게.”
라희의 목소리는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 마. 그런 노력.”
“오빠도 나…… 잊”
라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라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댔다.
그러고는 정열적으로 그녀에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잠시도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라희의 달콤한 입술이 지성에 입술에 닿자마자 온몸이 찌릿거리는 전율을 느꼈다.
너무나 황홀한 경험이어서 쉽게 입술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그들이 아쉬워하며 입술을 뗐을 때 지성은 라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나한테 너뿐이야.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
“오빠!”
라희는 듣고 싶은 지성의 대답을 듣자 그를 꼭 끌어안았다.
“가자.”
지성은 라희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고 차 앞까지 걸어간 후에 다정하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지성에게 미소를 지으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곧이어 지성도 차에 올라탔다. 지성은 흥분과 기쁨에 잔뜩 도취한 얼굴로 시동 버튼을 힘껏 눌렀다.
******
한편 소명은 지성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들어 회식도 잦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 그녀는 남편이 걱정되었다.
그녀와 지성은 대학교 O.T 때 만난 캠퍼스 커플이었다.
소명은 긴 생머리에 하얗고 청순한 얼굴을 가졌고,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릴 때면 주변에 있던 모든 남자가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다.
지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명을 처음 본 그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소명과 같은 과가 아니어서 그는 그녀와 어떻게든 친해져 보려고 머리를 굴렸다.
그는 그녀를 따라 동아리까지 똑같이 가입하는 열성을 보였다.
죽자 살자 소명을 쫓아다닌 결과로 그는 그녀의 마음을 겨우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군대에 가야 하는 나이였다. 그녀를 두고 도저히 군대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한 지성은 소명과의 결혼을 선포했다.
둘은 아직 어린 나이여서 집안의 반대가 너무 심했지만, 소명 때문에 상사병까지 걸린 지성을 보고 결국 어른들도 그들의 결혼을 허락하고야 말았다.
소명은 지성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항상 사랑해주었기에 그와 결혼을 결심했었다.
그리고 그와 결혼한 지 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자신이 한 선택에 결코 후회는 없었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진심인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지성은 명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대기업의 건축부문 설계팀 팀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상당한 재력가였다.
한마디로 지성은 금수저였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보는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은 다 소명을 부러워했다.
그녀는 대학교 때 디자인을 전공해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능력도 인정받은 커리어 우먼이었다.
하지만 시어머니 정 여사는 그녀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가정 형편이 변변치 못하다며 못마땅해 했다.
물론 그것을 끄집어내 소명에게 말하는 것은 교양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속으로 꾹꾹 눌러 참았지만 말이다.
소명은 지성이 버는 돈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었지만, 그녀만의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일을 정말 사랑했다.
그런 그녀에게도 남들에게 말 못 할 아픔이 있었다. 그녀의 고민은 지성과 결혼한 지 십 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둘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언젠가는 생기겠지 생각하며 부담이 없었는데 한 해 두 해 지나갈수록 그녀에게 아이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가뜩이나 소명의 조건이 눈에 차지 않던 시어머니 정 여사는 소명이 아이가 생기지 않자 허구한 날 손자 타령으로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사실 소명도 지성과 사이에서 예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결국 소명은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회사에 사표를 내고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소명에게는 큰 결심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회사를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성은 점점 변해갔다.
그녀는 임신 문제로 자신이 너무 그를 몰아붙인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도 예쁜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의 최고 장점은 무한 긍정 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녀의 머리 어느 곳에 어떤 장치가 있어서 슬플 때나 아플 때나 그것이 작동하는 것만 같았다.
지성의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남들이 다 치를 떠는 시어머니의 구박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시어머니와 사는 것이 아니고 그녀만을 사랑해주는 따뜻한 남자 지성과 함께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그녀 편만 되어준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 힘들어서 그럴 거야. 이번 주말에는 보양식을 먹으러 가야겠다.’
소명은 오늘도 지성 걱정뿐이었다.
소명이 그렇게 남편 지성을 걱정하는 동안에 지성은 고급스러운 호텔방에서 지독하게 치명적인 라희와 함께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소명이란 여자는 지워진 지 오래였다. 그는 입고 있던 샤워 가운을 급하게 벗어던졌다. 그의 넓은 어깨와 단단한 근육이 라희의 눈에 들어왔다.
누가 이 남자를 유부남이라고 믿는단 말인가?
라희는 아직도 지성을 처음 본 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회사에 입사한 후 그를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보았다.
그는 그녀의 이상형에 가까웠다.
큰 키에 넓은 어깨를 가진 그는 완벽한 피지컬을 자랑했다. 그의 외모 또한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로 잘생긴 이목구비가 황금 비율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 라희의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
라희는 여자 선배에게 그에 대해 물었다.
“선배님, 누구예요?”
“아! 안 팀장님이셔. 설계부.”
“아…… 네.”
같은 부서가 아니어서 너무 아쉬웠다. 그때 그가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살짝 눈인사를 했다.
라희의 선배와 라희도 웃으며 목례를 했다. 라희는 왠지 그가 자신을 보고 웃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잘생겼지?”
라희의 표정을 읽은 듯 선배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말했다.
“네. 엄청.”
“근데 그림의 떡이다.”
“왜요?”
“유부남이야, 그것도 결혼 십 년차.”
“네에??”
“나도 깜짝 놀랐지 뭐야. 누가 유부남으로 보겠냐고. 스펙도 좋고 거기가 자기 관리 잘하고 능력도 좋아. 또 있다. 성격도 좋대.”
“아…… 네.”
라희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고작 처음 본 남자 때문에. 그녀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 남자가 너무나 탐이 났다.
라희는 자신이 좋아한 남자를 한 번도 자기 걸로 만들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언뜻 보면 청순해 보이지만 그녀 내면 깊숙한 곳에 남자를 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녀가 유혹한 남자들은 다 그녀에게 빠져서 헤어 나오질 못하곤 했다. 그녀는 밀고 당기기의 고수였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사랑을 갈구했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과 허탈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 남자가 자기 남자란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그가 부담스럽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또 다른 남자를 찾아 다시 사랑을 시작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강력한 느낌이 든 적은 처음이었다. 갖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더 갖고 싶어졌다. 그녀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그런 그와 그녀는 오늘 한 침대에 있고 그는 그녀를 갖고 싶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죄책감보다 크나큰 성취감에 몸을 떨었다.
이 남자는 너무 멋있고 섹시했다. 그와 그녀의 호흡은 점점 거세어졌다.
그는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가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그녀를 살짝 밀어 침대에 눕혔다. 그는 달콤하게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몸은 너무나 뜨거워 그녀를 잔뜩 흥분시켰다. 그를 마음껏 느끼며 그를 안고 그녀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를 더욱더 세게 안으며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빠는 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