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끝까지 이기적인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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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끝까지 이기적인 XX
2022.08.25.
라희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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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윤아, 나 남자 생겼어.”
재윤은 놀란 표정으로 라희를 바라보다 주저 없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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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한테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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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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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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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라희는 결심이 선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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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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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고 능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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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그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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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보다 훨씬 멋있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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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넌 다시 나를 찾아올걸.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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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갔을 때 날 거부한 건 너였잖아.”
라희는 재윤을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목소리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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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실 나도 지쳤어. 넌 언제나 나로 만족 못 하고 다른 데 눈을 돌렸잖아. 그 사람이라고 다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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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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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하지 마. 내가 불렀을 때 넌 이 자리에 안 나왔어야 했어. 너도 내가 필요한 거야. 이때쯤.”
라희는 자신을 훤히 꿰뚫어 보듯 말하는 재윤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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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
라희는 재윤을 바라보며 슬픈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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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희야, 이제 우리 둘 그냥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 너 치료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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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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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제 나한테 안주해. 왜 이렇게 방황하는 거야?”
재윤은 라희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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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윤아,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재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못 하는 라희를 안타깝게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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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솔직히 네가 너무나 싫어. 나 두고 다른 놈 만난 것도. 근데 자꾸만 네가 너무 보고 싶고 이런 내가 너무 답답하지만 너…… 없이는 안 돼.”
라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재윤은 자신의 두 팔로 라희의 두 어깨를 감싸 쥐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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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게. 정리하고 돌아와.”
라희는 고개를 들고 재윤을 바라보았다. 사실 재윤은 라희에게 집과 같은 존재였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지겨워질 때면 그를 찾아가 그의 따뜻함에 잠시 몸을 녹이고 다시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곤 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언제든 찾아가도 되는.
하지만 재윤은 또다시 찾아온 라희를 냉정하게 거절했었다. 라희는 재윤에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심한 허탈감을 느꼈었다.
그러다 지성을 보고 첫눈에 반해 그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면서 재윤은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 갔었다.
하지만 지성과 뜨거운 사랑도 어느덧 그녀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지성의 우유부단한 행동에 실망감마저 느껴졌다.
과연 이 남자를 믿고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그녀를 사로잡고 있을 때쯤 뜻밖으로 재윤에게 다시 연락이 온 것이었다.
사실 라희는 재윤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재윤뿐이었다.
지성이 그녀의 복잡한 사생활을 알면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라희는 재윤을 보기 위해 지성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말았다. 그녀는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여자였다.
라희는 재윤을 바라보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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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시간을 줘.”
재윤이 라희의 말을 듣고 반색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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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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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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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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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혼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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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라희는 벌떡 일어나 재윤을 흘끗 쳐다보고는 당당하게 술집을 빠져나갔다.
재윤은 술집을 빠져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도도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그녀의 표정에 슬픔이 담겨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녀의 아픔이 그의 눈에는 보였다.
그런 그녀가 가엾고 그녀를 따뜻이 감싸주고 싶었다. 방황하는 그녀의 영혼을 그의 사랑으로 치료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그녀에게 걸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라희가 집으로 들어섰을 때 지성은 침대에 누워 이미 잠들어 있었다.
잠든 지성의 얼굴을 보고 라희는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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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에게 내 인생을 모두 걸어도 될까?’
라희는 잠이 오지 않는지 거실로 나와 냉장고로 가 맥주를 꺼냈다.
소파에 앉아 캔 맥주를 따서 입에 가져다 댔다.
모든 게 그녀의 뜻대로 풀려가고 있는데 뭔가 불편한 이 기분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맥주를 입에다 쏟아 부었다.
오늘은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자는 척하던 지성은 라희가 거실로 나가서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아서 더 화가 났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자는 지성에게 안겨 애교를 부리며 화났냐며 묻고 달콤한 입술로 그의 얼굴을 간질였을 텐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지성은 자존심 때문에 라희에게 가지도 못하고 애를 태웠다.
얼마 뒤 라희는 침대로 돌아왔다. 지성은 등 돌리고 누운 자신을 그녀가 따사로이 안아주길 바랐지만, 그녀는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지성은 슈트를 입고 출근 준비에 한창이었다. 소명은 항상 미리 전날에 지성이 입을 옷과 양말을 준비해서 드레스 룸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 주었었다.
하지만 라희는 자기 얼굴을 치장하는 데 바빴다.
그는 라희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라희는 볼 터치를 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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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오늘 법원 가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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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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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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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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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라희는 곧이어 이어질 지성의 질문이 궁금했는지 볼 터치를 하던 손길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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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누구랑 마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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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말해도 모를 텐데.”
라희는 지성을 쳐다보지 않은 채 립스틱 뚜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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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몰라? 그래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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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까지 말해야 해?”
그녀는 립스틱을 탁하고 화장대 위에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라희는 신경질이 난 듯 지성을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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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 말 못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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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는 게 아니라 오빠가 나 떠보듯이 말해서 기분이 나빠서 안 말하는 거야.”
라희는 잔뜩 인상을 구기며 씩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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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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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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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러다 싸우겠다.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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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 싫증 났어?”
라희의 돌발적인 질문에 지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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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무슨 그런 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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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보니까 오빠 부인보다 못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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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라희?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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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면 관두든가.”
라희는 슬픔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지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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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자. 먼저 간다.”
지성은 화난 표정으로 몸을 홱 하고 돌리더니 그대로 현관문을 빠져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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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뭐야? 진짜.”
라희는 지성의 매너 없는 행동에 화가 나 그가 나간 현관문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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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멋대로야.”
라희는 지성에게 너무 화가 나 한참을 씩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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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은 오늘 반차를 쓰고 법원에서 소명을 만나기로 했다. 반차를 쓰고 나오는 그의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과연 잘한 선택인 걸까?
가끔씩 소명이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나를 느끼는 순간이 올 때마다 그는 그 자신을 타이르며 라희와 새로운 미래를 꿈꾸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 문득 평생 소명이가 생각나면 어떡하지 하는 무서운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십 년 동안 함께한 정이라고 그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며 그는 법원 입구에서 소명을 기다렸다.
멀리서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가 보였고 그는 혹시 소명이가 아닐까 하고 뚫어지게 그쪽을 응시했다.
하지만 소명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아가씨여서 그는 다시 손목에 찬 시계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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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가 됐는데…….’
그가 시계를 쳐다보는 시선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아까 이쪽으로 오던 그녀가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은 바로 그와 이혼을 하러 온 그의 아내 소명이었다.
오늘은 예전의 그녀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련미 넘치는 모습이었다.
머리도 항상 헝클어져 있던 생머리 대신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넣어서 그녀의 얼굴에 너무 잘 어울렸고, 항상 운동복 아니면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오늘은 단정한 정장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까지 신고 있었다.
평소에 화장품도 잘 바르지 않던 그녀가 오늘은 풀 메이크업까지 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그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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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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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늘따라 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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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렸어?”
살짝 올라간 입꼬리로 그를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그가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대학교 1학년 때로 돌아간 착각마저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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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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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
지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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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이 여전히 예쁘구나.’
갑자기 소명을 짝사랑하며 가슴 졸이고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미소라도 지어주는 날이면 밤새 가슴이 두근거려 한숨도 자지 못했었던 시절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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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이다.’
지성은 갑자기 든 생각을 소명에게 들켜버리기라도 한 듯 어색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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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 좋아?”
소명이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그는 소명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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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묻는 거야. 너 걱정하는 거 아니니 그런 놀란 표정으로 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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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그런 소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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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들어가서 해치우자.”
소명이 서두르자 지성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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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그렇게 빨리 이혼하고 싶어?”
지성은 진심으로 그녀의 속마음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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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묻지 마. 대답하기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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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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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내 이름 부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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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했다.”
지성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하자 소명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십 년 동안 그와 함께 살면서 그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의 표정과 행동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소명은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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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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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무슨. 그런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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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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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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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랑 이혼 못 해서 안달이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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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지. 하지만 너랑 십 년 산 세월도 나 못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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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아, 이제 나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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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 잊을 수 있니?”
지성은 소명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한 듯 그녀의 입술에서 무언가의 소리가 튀어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소명은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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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함께한 세월은 추억거리도 못돼. 나한테 이젠.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일 뿐이야. 빨리 끝내고 싶어. 부탁이야. 얼른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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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아…….”
소명은 지성을 쳐다보다가 빠른 걸음으로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지성은 소명의 말에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를 따라 법원에 들어갔고 두 사람은 서류를 제출했다.
그녀는 지성을 쳐다보지 않은 채 아무 망설임 없는 표정이었다.
법원을 나오자 소명이 지성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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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에 각자 서류 제출하면 완전히 끝나는 거네. 잘 살아.”
소명이 몸을 돌려 가려고 하자 지성이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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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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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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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도 한 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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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왜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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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집에 데려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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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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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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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니까.”
소명은 지성이 붙잡은 손을 거칠게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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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아.”
소명은 지성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간신히 아픔을 이겨내려고 그녀가 스스로 얼마나 모질게 몰아붙였는지 모른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녀는 그냥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간신히 자신의 마음을 추슬렀는데.
갑자기 지성이 왜 이러는지 자꾸만 그가 원망스러웠다.
소명은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녀는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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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이기적인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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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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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런 짓을 하고도 아직도 나한테 멋있어 보이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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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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