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32화 이혼녀 주제에 (32/101)


제32화 이혼녀 주제에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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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희에게 빠져 소명이를 저버리다니.’

지성은 라희와 영원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착한 소명을 배신하고 그녀에게 크나큰 상처를 줬다.

그땐 그게 죄인 줄도 몰랐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분은 말로 설명조차 되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고 잠시도 가만있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지성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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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꿈이었다면. 내일 눈을 떴을 때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그를 지옥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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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희가……. 다른 남자랑! 으아……악.’

라희가 자기를 바라봐주던 그 눈빛으로 다른 남자를 쳐다보고 얼굴을 쓰다듬고 야릇한 미소를 지었을 거라 생각하니 질투심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 생각만 하면 극도로 흥분한 탓에 숨이 잘 안 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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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래? 나한테. 네가 나한테. 다 부숴 버릴 거야. 채라희내가 호락호락 넘어갈 것 같아.’

지성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정신은 더 또렷해져만 갔다.

자꾸 라희가 했던 말만 머릿속을 맴맴 돌아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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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를 못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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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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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이는 나한테 안 그랬는데…….’

지성은 아까 라희가 자신을 벌레 취급하며 내쫓은 상황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가슴이 쓰라렸다.

지성은 남들이 하면 불륜이지만 자신이 하면 사랑이라 믿었다.

자신만을 바라봐주던 소명이 얼른 떨어져 나가 주기만 바랐고 그녀가 옆에만 다가와도 소름 끼치게 싫었다.

지성은 침대에 앉은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들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절망감에 몸을 떨다가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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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안 둘 거야!’

지성은 이를 부드득부드득 갈았다.

******

한편 라희는 오늘따라 연한 화장을 하고 옷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단정한 옷으로 입고 카페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라희는 초조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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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라희는 소명을 기다리며 구시렁거렸다.

그때 멀리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 라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소명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세련된 정장풍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완벽한 화장까지 하고 있었다.

길을 가다 누구나 한 번쯤은 쳐다볼 것 같은 외모였다. 그동안 소명에게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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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딴 사람 같잖아!’

라희는 소명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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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긴 예쁘다. 짜증 나게!’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명은 말없이 라희의 앞에 앉았다. 라희는 소명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소명은 라희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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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자는 용건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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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그게.”

라희가 망설이는 듯하자 소명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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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없으면 갈게요. 저 지금 많이 참고 있어요. 당신이랑 이렇게 앉아 있는 거 진짜 못 견디겠네요.”

소명은 라희를 보자 예전의 지성과의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 여자가 무슨 꿍꿍이로 자신을 불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라희를 피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는 싫었다.

남의 가정을 파탄 내놓고 이리도 뻔뻔하고 파렴치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버린 지성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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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죄송했어요.”

라희는 최대한 정중하고 착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소명은 코웃음을 쳤다.

소명의 이 여자의 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까뒤집어 보고 싶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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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만나자고 하더니 미안하다고? 미안한 일인 걸 알면서 왜 했어?”

소명은 화가 나서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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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빠랑 헤어졌어요.”

라희의 말을 들은 소명의 얼굴이 점점 차갑게 굳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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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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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혹시 대표님이랑 사귀신다는 거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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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라고요?”

소명은 자신의 앞에 있는 이 한심한 여자의 질문에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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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그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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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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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회사 계속 다니고 싶어요. 제가 한 행동 경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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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는 한마디 말로 해결될 일 아니에요. 그쪽이 저지른 건 범죄예요. 알아요?”

라희는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간신히 꾹꾹 참고 표정 관리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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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지겹도록 잔소리하네.’

라희는 소명이 하는 말이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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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참는다.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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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이제 진짜 조용히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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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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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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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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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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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예 신경 안 쓰고 새 삶 살려고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한테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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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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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냥 당신들이랑 엮이는 게 소름 끼치게 싫었어. 근데 너, 네가 깨뜨린 가정 나한테는 내 인생이었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지? 네 앞길은 언제나 탄탄대로 같지? 두고 봐.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라희는 지성에게 늘 들어왔던 소명과 지금 막상 마주친 소명이 너무도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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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괜히 만나자고 해서 성질 건드렸나.’

라희는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초조해지고 화가 났다. 어떻게든 지금 이 여자를 구워삶아야 한다.

지금 자신보다 이 여자가 우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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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토록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 못 다니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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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소명은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라희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마음껏 조롱했다.

라희는 소명의 표정을 보고 놀라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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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 빠졌다며. 세상 물정도 모르는 미련한 여자라며.’

소명은 그러고는 몸을 돌려 당당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

라희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순간 당했다는 생각에 씩씩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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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한마디도 제대로 못 했네. 악. 짜증 나!”

라희는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씩씩거리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

카페를 나온 소명은 주차장으로 가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차에 앉자마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소명은 처음에는 모든 게 귀찮았다. 지금 이 현실이 너무 비참해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억울하고 속상하고 이해 안 되는 감정이 사그라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소명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계속 찾아와 자신을 괴롭히는 지성과 불쑥 찾아와 자신의 불륜을 의심하는 시어머니.

거기다 자신이 회사에서 잘릴까 봐 갑자기 나타나서 살랑거리는 근본 없는 이기주의 저 여자까지.

가만히 있는 소명을 자꾸만 들쑤셔 댔다.

소명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 자신의 손해는 눈곱만치도 안 보려는 사람들에게 신물이 났다.

더는 참기 어려웠다.

소명은 굳은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녀의 눈빛은 결심이 제대로 선 듯했다.

소명은 곧 시동을 켜고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한편 서빈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너무나 잠잠한 도하의 반응이 궁금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당장 찾아올 줄 알았다.

차 회장에게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너무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그녀는 벌떡 일어나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곧 굵직한 남자의 음성이 서빈의 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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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어떻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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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 장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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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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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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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보내요. 곧 입금할게요. 그리고 계속 수고해주세요.”

전화를 끊자마자 서빈의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서빈은 긴장된 표정으로 사진을 훑어보았다.

사진에는 도하와 소명이 카페에 앉아 미소 짓고 있는 모습과 소명과 도하가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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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이것들이 미쳤네. 진짜. 아악 짜증 나.”

서빈은 너무 화가 나 자신의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소명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도하를 보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자신을 보면 항상 인상을 쓰거나 무표정인 도하였는데. 눈에 꿀이 떨어지게 저 여자를 바라보며, 넓은 가슴 안에 그녀를 꼭 안고 너무 행복하다는 듯 눈까지 감은 표정을 보니 화가 나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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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정 나한테만 지어 줬었잖아. 어떻게 오빠가 이래? 다 저 여자 때문이야.’

그녀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모든 게 짜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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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어.”

서빈은 무언가 결심한 듯 씩씩거렸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일렁거렸다.

******

소명은 답답한 마음에 드라이브하다가 자주 가는 화원에 가서 화초를 구경했다.

답답한 일이 있을 때나 힘들 때 이곳은 그녀의 안식처였다.

푸릇푸릇한 화초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아이들이 자신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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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요? 힘내요. 기운 내요. 할 수 있어요. 뭐든지 다 잘될 거예요.’

그녀는 오늘도 이곳에서 위안을 얻었다.

그러다 문득 도하 생각이 났다. 그는 그녀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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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힘든 상황에 그가 없었다면 나는 버틸 수 있었을까?’

그가 정말 고마워졌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를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에서 뭉클한 감정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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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행복했으면…….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갑자기 그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힘든 상황 때문에 자신은 그에게 늘 받기만 한 것 같았다.

화원을 둘러보며 그에게 어울릴만한 화초를 사려고 눈을 크게 떴다.

도하에게 무언가를 해준다는 사실만으로 소명은 행복해졌다.

그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힘을 주는 남자였다.

소명은 화원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화분 하나를 발견했다. 휴케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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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케라다. 너무 예쁘다.”

이 화분을 도하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아까의 가라앉은 기분이 도하를 생각하니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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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좋아하면 좋을 텐데.’

휴케라는 빨간색과 주황색, 카키색이 섞여 있어서 도하의 베란다를 화사하게 가꿔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소명은 신이 나서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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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부터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거야.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래.’

소명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운전했다. 어느덧 집 앞에 다다랐다. 오늘따라 집에 너무 일찍 도착한 것 같아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휴케라 화분이 조금 커서 그녀는 차 안에 넣어둔 핸드 카트에 화분을 올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소명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핸드 카트를 잡고 조심조심 화분을 옮겼다.

소명은 화분에 집중하느라 앞을 보지 못했다. 그때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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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녀 주제에…….”

소명은 너무 놀라 고개를 들었다.

소명의 집 앞에 팔짱을 끼고 서서 소명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서빈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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