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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참지 마요 (56/101)


제56화 참지 마요
2023.01.12.



 
차 회장은 도하와 소명과 같이 있다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그는 생각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도하가 그 여자의 집에 들어갈 줄이야!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야 말았다.

일은 점점 꼬여가는 듯했다. 서른네 살이나 먹은 자식을 강제로 잡아와서 가둬둘 수도 없고, 어떻게든 타일러서 올바른 길을 가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마치 사춘기 반항아처럼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외동아들 때문에 속상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차 회장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씩씩댔다. 고개를 푹 숙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보다 일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는 어떻게 해야 이 일이 잘 해결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

한편 어느 정도 와인을 마신 도하와 소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명이 잔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으며 말했다.


“도하 씨, 피곤할 텐데 이제 자야죠.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소명이 그를 향해 돌아서기 전에 도하가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살짝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소명은 깜짝 놀랐지만, 이윽고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네. 자야죠. 근데 잠이 안 와요.”

도하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소명은 그런 그가 귀여워 싱긋 웃었다.


“저쪽 방에 이불 가져다 드릴게요.”

소명이 도하의 팔을 살짝 풀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가 방으로 가려고 하자 도하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소명 씨?”

그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소명은 그의 얼굴을 보고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저 소명 씨 방에서 자면 안 돼요?”

그의 말에 놀란 소명의 눈이 커지고 입이 살짝 벌어졌다.


“저…… 바닥에 이불 깔고 잘게요. 소명 씨랑 한 공간에 자고 싶어요. 부담스러우면 거절해도 돼요.”

도하는 자신이 한 부탁을 혹시라도 부담스러워할까 봐 내심 걱정이 되었다. 소명은 그를 다정히 바라보며 말했다.


“바닥에서 자면 허리 아파요. 침대에서 자요.”

쿵쿵.

그녀의 말에 그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고 귓불까지 빨개졌다. 그는 그녀 옆에서 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나 행복해서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소명은 그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도하는 한편으로는 오늘 밤 자신과의 싸움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몰려오기도 했다. 그래도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소명이 도하를 보며 말했다.


“저 이 좀 닦고 올게요.”

“같이 가요.”

도하와 소명은 나란히 욕실 세면대에 서서 이를 닦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두 사람은 이를 닦으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도하는 생각했다.

두 사람이 깨소금 냄새 진동하는 신혼부부 같다고. 도하는 마치 구름 위를 걸어가듯 이 모든 현실이 꿈만 같이 느껴졌다. 단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를 다 닦은 도하와 소명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흰색 풍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소명은 지성과 이혼하기 전부터 지성의 짐을 모조리 뺀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의 취향대로 깔끔한 가구로 다 교체했다. 예전에 지성과 쓰던 물건을 도저히 쳐다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소명은 도하와 함께 있을 방에 지성의 물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명의 방을 본 도하가 감탄하며 말했다.


“방이 너무 예쁘네요.”

“예전에 쓰던 것 다 정리하고 제 스타일로 조금씩 바꾸니까 재밌더라고요.”

“역시 인테리어 디자이너 솜씨는 다르네요.”

“아, 그런 소리 들으니까 기분 좋은데요. 새로운 집 구하시면 제가 인테리어 도와드릴게요.”

“정말요? 새집 인테리어 하지 말고 우리 신혼집 인테리어 해줘요.”

‘신혼집?’

소명은 그의 말이 놀랍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고 도무지 규정지을 수 없는 감정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와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그를 보내기 싫어. 지금은 같이 있을래.’

도하가 쭈뼛쭈뼛하며 침대 위로 올라가지 못하자 소명이 말했다.


“도하 씨 누워서 어서 자요.”

“아…… 네.”

도하는 소명의 말을 듣고 침대 위로 올라가 앉았다.

소명도 그의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자기 심장이 너무 요동쳐서 소명이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소명도 떨리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그와 옆에서 같이 있고 싶었다. 묘하게 흐르는 긴장감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다.

소명이 자리에 누우며 도하에게 말했다.


“도하 씨도 누워요.”

“네…….”

도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소명의 옆에 누웠다. 한 공간 안에서 같이 누워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행복하고 뿌듯했다.

소명도 그가 자신의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그때 갑자기 소명이 도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

도하는 소명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긴장해서 몸이 살짝 굳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따뜻하고 포근해.”

소명은 마냥 행복해하며 그를 안은 몸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도하의 숨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놀란 소명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하 씨, 왜 그래요?”

“아, 아니에요.”

도하는 지금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하며 꾹꾹 참고 있었다. 그는 숨을 크게 쉬며 심호흡했다.


“도하 씨, 어디 몸이 안 좋아요?”

도하는 말 대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명을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소명이 그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스탠드만 켜 놓은 방에 그녀의 얼굴이 더욱 은은하고 아름답게 비쳤다.


‘너무 예뻐. 너무나…….’

도하는 그녀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녀의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신경이 쓰이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살짝 드러난 하얀 속살이 자꾸만 그를 정신 못 차리게 했다.

소명은 도하와 이렇게 함께 침대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소명이 그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사랑해요.”

‘하아, 도저히 못 참겠어.’

“하아, 나도 사랑해요. 소명 씨 미안한데 저 저쪽 방에서 잘게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너무 놀란 소명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요? 도하 씨? 갑자기.”

“도저히……. 못 참겠어요. 저 일어날게요.”

도하가 일어나려 하자 이번엔 소명이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지 마요.”

“네??”

소명의 가지 말라는 말에 도하는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참지 마요.”

그 순간 도하는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 소명의 입술에 자기 입을 맞췄다.

그녀는 그의 달콤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은 순간, 마치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부드럽고 감미로운 입맞춤을 이어갔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의 입맞춤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소명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소명은 자신을 소중히 대해주는 도하가 고맙고 더 사랑스러워서 밀려오는 행복감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 순간을 그녀의 머릿속에 평생 각인하고 싶었다. 일 분 일 초 시간이 지나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너무나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을 입술을 조심스럽게 떼고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 씨, 내가 너무 성급하다면 나 기다릴 수 있어요.”

그의 눈빛은 진심을 담고 있었고, 자신의 욕망을 참으면서까지 그녀를 아껴주는 고마운 마음이 느껴졌다.

소명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잘생기고 멋진 남자가 자신만을 사랑해준다니.

그 남자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눈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묘한 감동이 그녀의 가슴속에 차오르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소명은 이 순간 그에게 모든 걸 다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었다. 너무나 행복해서 기뻐서 흐르는 눈물이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흐르자 도하는 당황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미안해요. 힘들었어요?”

그는 그녀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이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그때 다가온 그의 얼굴에 소명은 자기 입술을 갖다 대고 그의 목을 손으로 감싸며 정열적으로 키스하기 시작했다.

도하는 너무 놀라 눈이 커졌지만, 입술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소명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아까는 부드럽게 시작했지만, 지금의 키스는 점점 더 강렬하고 정열적으로 변해 두 사람은 서로를 밀어붙였다.

입술을 뗀 두 사람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사랑해요.”

도하는 감미롭게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고 그의 뜨거운 숨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질이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그는 짧은 입맞춤으로 그녀의 이마를, 볼을, 가늘고 긴 목덜미를 훑으며 지나갔다. 그녀는 그의 입맞춤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스르르 감았다.

도하의 입술과 손길은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그의 몸짓 하나하나가 그녀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소명은 울컥했다.


‘이 남자를 사랑해. 어떻게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항상 다정하게 자신을 바라봐주던 그의 눈빛도 멋있었지만, 오늘 그의 눈빛은 너무나 남자다워서 그녀의 가슴을 미치게 요동치게 했다.

그의 눈빛은 너무나 강력하고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거부하기 싫었다. 사실 소명도 그처럼 그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도하는 자신을 받아준 소명이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오늘 밤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다 바치리라 굳게 다짐했다.

도하의 눈빛은 이글이글 정열적으로 타올랐다. 그는 소명을 천천히 눕히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고마워요.”

도하가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원한 만큼, 사랑한 만큼 시간이 지나는 줄도 모른 채 서로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한 이 밤은 달콤하고 너무도 황홀했다.

******

한편 서빈은 오랜만에 오 여사와 함께 백화점에 쇼핑을 가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하는 쇼핑이라 서빈은 조금 신이 났다.

평상시에는 주로 혼자 쇼핑했지만 요즘 오 여사가 자꾸만 그녀와 함께 움직이려고 하니 서빈은 은근히 짜증이 났다.

하지만 집에만 있는 것보다 나가고 싶어서 오 여사를 따라 나왔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서며 서빈은 오 여사를 보며 물었다.


“엄마, 근데 왜 갑자기 쇼핑?”

“응, 너 옷 사주려고.”

“내 옷?”

“응.”

서빈이 오 여사를 바라보자 오 여사는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고, 우리 딸. 들어가자.”

“응.”

오 여사를 따라간 곳에서 서빈은 매장 안의 옷을 둘러보다가 언짢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옷이 너무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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