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뜨거운 숨소리
(62/101)
제62화 뜨거운 숨소리
(62/101)
제62화 뜨거운 숨소리
2023.02.02.

밤하늘 위로 높이 올라가서 화려한 색으로 퍼져나가는 폭죽을 바라보며 소명과 도하는 너무 행복했다.
아무런 걱정 없이 둘만 바라보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도하 씨 오늘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소명이 그의 귓가에 속삭이자 도하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우리 더 행복해져요. 소명 씨 행복하게 해줄 거예요. 꼭.”
그녀는 그냥 이 순간이 좋았다. 그와 함께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눈앞에 펼쳐진 폭죽을 바라보는 것도.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
두 사람은 폭죽 구경을 마치고 근처 도하 회사에서 운영하는 호텔 스위트룸을 잡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스위트룸에 들어서자 통 창으로 바다 전망이 한눈에 쫙 펼쳐졌다. 지금은 밤이라 잘 안 보였지만 내일 밖의 풍경이 너무 기대되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도하는 설레는 표정으로 소명의 손을 당겨 자신의 앞에 마주 세웠다. 갑작스럽게 하는 그의 작은 스킨십에도 소명의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어떨 때는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다가도 또 어떤 때는 너무 박력 있어서 심장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오늘 도하는 박력을 택한 것 같았다. 그는 소명을 자신과 마주 보게 만든 후에 그녀를 바라보며 이글거리는 눈빛을 하며 입을 열었다.

“소명 씨.”

“네?”

“우리 꼭 신혼여행 온 것 같아요.”

“신혼여행이요?”

“네. 신혼여행을 오면 꼭 한번 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네? 그게 뭔데요?”
소명은 도무지 도하가 어떤 걸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궁금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러자 도하는 갑자기 소명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손으로 받치고 번쩍 그녀를 들어 올렸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놀란 소명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사실 그 비명은 행복한 비명이었다.

“아……. 앗. 도하 씨, 저 엄청 무거워요. 얼른 내려놔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그녀를 들어 올려 성큼성큼 침대로 데려갔다.
소명의 키가 작은 편이 아닌데도 자신을 번쩍 들고 걸어가는 그를 보며 소명의 가슴은 또 한 번 더 크게 요동쳤다.
살면서 이런 재미를 느껴보지 못한 소명은 그와 하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다.
도하는 행여 소명이 다치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그녀를 침대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도하 씨…….”
소명은 그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저 무거운데.”

“너무 가벼워서 놀랐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소명은 침대에 혼자 앉아 있자니 갑자기 어색해져서 벌떡 일어났다.

“저 이제 좀 씻을게요.”
소명이 얼른 욕실로 가서 씻는 소리가 나자 도하의 심장이 또 가만있지 않았다.
도하는 소명이 욕실로 간 틈을 타 바닥에 엎드려 열심히 푸시 업을 했다.
그녀에게 멋진 몸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에게 뭐든지 잘 보이고 싶었다. 열심히 푸시 업을 하고 일어나 방 안을 서성거렸다.
이상하게 긴장되고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흥분하고 긴장되어서인지 호흡도 조금 거칠어졌다.
그런 그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명은 젖은 머리칼을 찰랑이며 욕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약간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수건으로 닦는 그녀의 옆모습은 보고 그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도하는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저도 샤워할게요.”

“네.”
그를 바라보는 소명의 눈꼬리가 반달이 되었다. 살짝 웃는 그 미소가 너무 예뻐서 당장이라도 그녀를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잠재우며 욕실 안으로 들어가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나는 이성적이다. 나는 이성적이다.”
도하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샤워를 시작했다.
푸시 업을 해서인지 오늘따라 그의 갈라진 근육은 더욱더 도드라지고 멋져 보였다.
소명은 거실에서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그녀의 하얀 얼굴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반짝반짝 윤이 났다. 그의 눈에는 오로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였다.
도하는 머리를 말리는 소명의 옆자리로 가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 씨, 예뻐요.”

“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예쁘다는 말인지, 그 말을 들은 게 너무 신기할 정도였다. 대학을 다닐 때 그녀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녀를 안 좋아하는 남학생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통 지성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학생 때의 어리고 풋풋함이 사라지고, 서른이 훌쩍 넘은 자신에게 예쁘다고 말해주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명은 행복해졌다.
자신을 예쁘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생기가 넘쳤고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해줄게요.”

“네?”
소명은 놀라 헤어드라이어의 전원 버튼을 잠시 끄자 도하가 드라이어를 받아 들고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머리를 간질이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온 신경이 곤두섰다.
하지만 그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싫지 않았다.
그는 정성을 다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말려주었다.
그녀의 머리가 다 마르자 이번에 드라이어를 켜고 그녀가 그의 머리카락을 말려주기 시작했다.
그냥 이런 사소한 행동도 도하는 짜릿했다. 그녀의 손길이 자기 머리에 닿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머리카락이 짧은 도하의 머리는 금방 말랐고 소명은 도하의 머리를 손으로 조심스레 매만졌다.

“다 말랐어요.”
소명이 도하를 보며 미소 짓자 도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내 옆에 있어 줘서.”
소명은 말없이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나도 고마워요. 나 예쁘다고 해줘서.”

“예뻐요. 소명 씨 너무 예…….”
도하는 자기 말을 다 끝맺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갖다 대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입맞춤이 너무 달콤하게 느껴졌다. 사실 소명도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와의 이 교감은 때론 달콤하기도 부드럽기도 짜릿하기도 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개며 눈을 감았다. 감은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피부 감촉이 그대로 느껴져서 그를 더 흥분시켰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입맞춤을 멈추고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소명은 도하가 한 마리 야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그의 모든 것에서 남자의 향기가 넘쳐흘렀다. 남자가 남자다울 때만큼 매력적인 순간이 있을까?
그와 눈이 마주친 소명의 숨소리마저도 거칠어졌다.
도하는 소명을 뜨겁게 바라보다 그녀를 번쩍 들어 안고서 침실로 향했다. 천천히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그도 침대로 올라갔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소명 역시 온전히 그를 원했다.
소명도 이제 그를 원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온몸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았다. 그를 사랑했다. 소명은 다가오는 그의 넓은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고 눈을 감았다.
온몸의 감각을 집중했고 그와의 순간순간 하나도 빠짐없이 느끼고 기억하고 싶었다.
도하 역시 자신의 모든 걸 다 바쳐 그녀를 사랑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오늘 자신의 전부를 다 바치리라 마음먹었다.
두 사람은 다시 뜨거운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온몸이 열기로 뜨거워지고 화끈거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놓지 않았다.

“사랑해요. 소명 씨.”

“사랑해요.”
두 사람은 뜨거운 숨소리로 서로의 귀에 속삭였다.

******
한편 지성은 타투 치료를 받고 나와서 팔목을 바라보았다.
예전보다 많이 흐려져 있었다. 새길 때도 어려웠지만 지우는 건 더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했을까 하는 후회를 해봐도 딱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소명에게는 아직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생각보다 차 도하와 오래가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자신은 라희에게 데인 후로 소명이 외엔 어떤 여자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명은 그의 첫사랑이자 그의 첫 여자였다.
소명이 차도하와 사귄 이후부터 지성은 오히려 더 소명 앓이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여자는 소명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꽉 차 있었다.
다시 소명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떡 하니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으니 그것도 부질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하루빨리 차 도하에게서 소명을 구해내는 일이야말로 그녀에게 속죄하는 길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무언가 떠오른 듯 얼른 차를 타고 급하게 운전을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간 곳에 겨우 도착한 그는 떨리는 표정으로 대문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고 곧 결심한 듯 숨을 고르고 낡은 대문을 손으로 두드렸다.

“장모님, 계세요?”
문을 세차게 두드리자 정희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다른 장모처럼 살갑게 대하진 않았지만, 처갓집에 가면 언제나 그를 반겨주고 사위 대접을 하려고 하던 장모님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지성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지성은 그 동아줄이 제발 썩은 동아줄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정희에게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을 뗐다.

“장모님.”

“…….”
정희는 표정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지성은 정희가 항상 고상한 척한다고 생각했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자기를 타이를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속마음을 전하고 소명이 얼마나 위험한 길로 가고 있는지 알려서 딸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할 요량이었다.
지금 지성이 의지할 곳은 정희밖에 없었다.

“저,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지성은 길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정희는 지성을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저 소명이 못 잊겠습니다. 장모님 좀 도와주십시오. 소명이가 지금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그 사람과 소명이는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예요. 소명이가 정신 차리고 다시 저한테 돌아오게…….”
지성은 고개를 숙이고 온 힘을 다해 정희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에게 차가운 물벼락이 떨어졌다.
쏴아악-
정희는 세숫대야에 잔뜩 물을 받아 지성에게 쏟아붓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씩씩대고 있었다.
지성은 정희의 이런 표정을 난생처음 봐서 놀랐고, 갑자기 맞은 물벼락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내 집 앞에서 썩 꺼져.”
고상한 장모님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할 말이었다.

“장모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

“한 번만 더 장모라는 소리 그 주둥이에 올렸다간 그날이 네 제삿날인 줄 알아.”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