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함께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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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함께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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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함께 가는 길
2023.02.23.
소명은 도하가 자신을 얼마나 많이 생각해주는지 그의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에게만은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이혼했다는 사실은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다.
그녀는 죄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혼녀를 바라보는 세상의 선입견에 자신이 다치는 건 괜찮아도 그가 자신 때문에 아파하고 상처받는 건 절대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를 진정 위하는 길은 어떤 것일까?
소명은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도하의 눈을 바라보았다.
도하는 이번 준공식 때 소명과 꼭 같이 가고 싶었다. 여러 임원에게 소명을 보여주고 싶었고, 아버지에게도 다시 정식으로 인사시키고 싶었다.
그가 사랑하는 어머니와 소명을 만나게 하고도 싶었다. 무작정 반대하니 공식 석상에 그녀와 함께 가서 도장을 찍고 오고 싶었다.
도하는 하루라도 빨리 소명과 자신의 사이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다.
하지만 아까부터 아무 말이 없는 그녀를 보고 자신이 소명을 너무 몰아세운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 역시 생각이 많아졌다.
도하는 샤워하고 잘 준비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소명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잠들지는 않은 것 같았다. 도하는 빠른 걸음으로 침대에 올라가 소명의 등 뒤를 파고들었다.
뒤에서 소명을 꼭 안고 도하는 소명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소명 씨?”
“네?”
“가기 힘들면 제가 기다릴게요. 아까 너무 강요한 것 같아 미안해요.”
소명은 도하가 자신이 힘들어할까 봐 한발 물러선 걸 알았다. 그가 하는 배려 하나하나가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소명은 그를 향해 돌아누워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도하 씨……. 나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아까 바로 간다는 말 못 했어요. 저…… 도하 씨 준공식 꼭 가고 싶어요.”
“소명 씨……. 고마워요.”
도하는 소명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고 소명도 그를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꼭 껴안았다. 이렇게 같이 있는 순간이 그들에게는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우리 내일 쇼핑해요.”
“네?”
“일찍 일 마치고 올게요. 준공식 가는데 옷 한 벌씩 맞춰 입어요. 커플룩으로 입을 까요?”
소명은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하는 도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요. 도하 씨랑 쇼핑가고 싶었어요.”
소명도 그를 보고 환히 웃었다.
‘그래. 도하 씨 말대로 부딪혀 보는 거야.’
소명은 그를 위해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 보리라 마음먹었다.
******
다음날 도하는 일을 마치고 소명과 함께 백화점에 들렀다. 둘이 옷을 사러 온 건 처음이어서 기분이 색달랐다.
소명은 조금 긴장이 되었다. 자신이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 자신이 없었다. 솔직히 그 자리에 가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떨리는 순간이었다.
소명의 표정을 보고 도하가 말했다.
“소명 씨, 어디 불편해요?”
“아니요. 긴장돼서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있잖아요.”
“네.”
도하는 그녀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었다. 소명과 도하는 매장에 들어가 옷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긴장은 됐지만, 그가 옆에 있어 줘서 너무 좋았다.
두렵다고 자꾸만 피하면 결국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맴돌았다.
그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 생겨난 것이다.
오로지 자신이 감당해야 하고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어두웠던 감정을 추스르고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생각했다.
‘그래, 이미 발을 디뎠고 나는 끝까지 걸어갈 거야. 포기하지 말자. 도하 씨, 절대 안 놓칠 거야.’
소명은 도하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고 적극적으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매장 점원이 나와 소명을 보며 말했다.
“찾으시는 옷 있으세요?”
소명은 점원을 보며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중요한 자리에 입을 옷인데 좀 골라 주세요.”
“아, 네. 그러세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소명과 도하는 직원을 따라갔다. 직원이 안내해 준 곳에 가서 소명과 도하는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다 예뻐서 못 고르겠어요.”
소명이 도하를 보며 웃어 보였다.
“진짜 다 예쁘네요.”
“어디 보자.”
소명은 흰색 블라우스와 베이지색 스커트,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바이올렛과 화이트가 섞인 원피스를 고르며 도하에게 물어봤다.
“도하 씨, 어때요?”
“음……. 예뻐요. 입어 봐요.”
“네.”
고급스럽고 우아한 디자인의 옷을 들고 탈의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도하는 소명이 들어간 탈의실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명이 옷을 입고 나올 순간이 너무 기다려졌다. 곧이어 소명이 옷을 입고 나오자 도하의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소명에게 딱 맞을뿐더러 그녀의 피부색과 너무 잘 어울렸다. 소명에게 반짝반짝 빛이 났다.
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도하는 소명과 같이 있으면 항상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예쁘다.’
속으로 수없이 외쳐댔다.
그는 탈의실에서 나와 도하를 바라보며 싱긋 웃는 소명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도하 씨, 어때요?”
“잘 어울려요. 진짜 예뻐요.”
도하는 소명을 보며 활짝 웃었다.
도하가 예쁘다고 해주자 소명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보고 예쁘다고 해주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게 느껴졌다.
“소명 씨 다른 옷도 입어 봐요.”
“네?”
도하는 소명이 옷을 입고 고르는 시간이 꽤 걸렸는데도 싫은 표정 없이 기다려주었다.
소명은 오래 기다려준 도하에게 미안해져 도하를 보며 말했다.
“도하 씨, 힘들죠?”
“아니요. 전혀요.”
도하는 정말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녀와 같이 있는 시간이 행복했고 그녀가 예쁜 옷을 입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소명을 여러 벌의 옷을 입어보고 흰색 블라우스와 베이지색 스커트를 골랐다.
하얀색이 소명의 얼굴과 너무나 잘 어울렸고 그녀는 오늘따라 더 우아해보였다.
소명과 도하는 매장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때 도하가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 씨?”
“네?”
“우리 저기 들어가 봐요.”
도하가 가리키는 곳은 주얼리 매장이었다. 도하는 소명과 같이 들어가 진열되는 있는 반지와 목걸이, 팔찌 등을 구경했다.
도하는 유심히 진열대를 살펴보더니 유난히 반짝이는 반지를 가리키며 점원에게 말했다.
“이거 좀 보여주세요.”
“네.”
점원이 꺼낸 반지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반지였다.
“소명 씨?”
“네?”
소명이 눈이 동그래지며 놀란 표정을 짓자 도하가 말했다.
“소명 씨, 꼭 제가 사주고 싶었어요.”
“도하 씨!”
“계속 소명 씨한테 사주고 싶었는데……. 이게 너무 맘에 들어요. 혹시 소명 씨 부담스러운 거 아니죠?”
도하의 말을 들은 소명이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이자 도하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나 싶어 걱정이 앞섰다.
도하는 소명에게 뭐든지 다 사주고 싶었다. 반지를 꼭 사주고 싶었는데 마침 매장이 있어 오늘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명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고개를 숙였던 소명이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그녀는 그를 보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부담이라뇨. 정말 고마워서. 너무 예뻐요.”
소명이 좋아하자 도하의 얼굴도 환하게 펴졌다. 소명과 도하는 커플링을 맞추고 그 자리에서 서로 커플링을 껴 주었다.
커플링을 나누어 낀 두 사람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매장을 나온 두 사람은 준공식에 입을 도하의 슈트를 고르러 매장에 들어갔다.
도하도 여러 벌의 슈트를 입어봤는데 큰 키와 넓은 어깨를 가진 그는 역시 슈트를 입었을 때 매력이 한층 더 살아났다.
도하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명은 그가 너무 멋져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소명의 손과 그의 손에 낀 커플링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도하가 슈트를 고르고 나서 매장을 나오자 도하가 소명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민 그의 손에 낀 커플링이 소명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 우리는 함께 가는 거야.’
소명은 도하와 커플링을 나눠 끼자 뭔가 기분이 새로웠다. 그와 자신의 연결고리가 한층 더 두터워진 것 같았다.
소명은 그의 손을 잡고 해맑게 웃었다. 그녀가 웃자 그도 따라 웃었다. 둘은 손을 꼭 잡고 걸어갔다.
******
한편 서빈은 어떻게 해야 도하와 소명을 갈라놓을지 한참 생각에 잠겼다.
아까 식탁에서 엄마 아빠가 자신이 준공식에 가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눈치여서 화가 났다.
그 자리에서 그냥 나왔지만 올라가서도 서글픈 마음이 계속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내가 창피해?’
그녀가 한 짓이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인 건 알지만 엄마, 아빠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 더 그녀를 화나게 했다.
‘엄마, 아빠잖아.’
서빈은 엄마, 아빠도 싫어졌다. 자꾸만 일이 꼬이고 생각대로 해결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꼭 준공식에 가고 싶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도하는 분명 소명을 데리고 올 것이 뻔했다.
서빈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생각했다.
‘나 무시했지? 내가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줄게. 네까짓 게 어디서 도하 오빠를 넘봐.’
서빈은 자기 잘못을 생각도 하지 않고 소명이 도하를 꼬셔서 도하가 변했다고 생각하며 소명을 증오했다.
자신에게 모질게 대하는 도하보다, 도하를 뺏어간 소명이 더 미웠다.
서빈은 생각하다가 곧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서 씻기 시작했다.
샤워하고 나와 화장하고 외출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데 오 여사가 들어왔다.
서빈은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화장에 집중했다.
“서빈아.”
오 여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서빈은 귀찮은 듯이 볼 터치를 하며 입을 열었다.
“준공식 안 가면 안 돼?”
오 여사의 말을 들으며 볼 터치를 하던 서빈은 행동을 멈추고 오 여사를 노려보았다.
“뭐?”
“너 거기 가면 도하 볼 테고……. 너 힘들잖아. 그리고 껄끄러운데, 불편하고. 엄마는 네가 왜 거기 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돼. 너 도하,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그러는 거야? 아니, 왜 아직도 못 잊어서 그런 거야?”
서빈은 오 여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도하 오빠 두고 딴 남자 만난 거 그거 창피해서 나는 언제까지 피해 다녀야 해? 차 회장님이랑 아빠 인연 끊은 것도 아닌데……. 내가 도하 오빠랑 결혼이라도 한대? 나 그만 괴롭혀. 엄마가 이러는 게 더 나 비참하게 만드는 거 몰라? 나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해? 엄마랑 아빠가 더 날 죄인 취급하잖아. 지금.”
서빈은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다 나왔다.
자신의 치부를 다 밝힌 차 도하가 너무 얄미웠다. 서빈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자 오 여사의 마음이 아파졌다.
자식이 우는 모습을 보니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엄마가 속상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서빈아,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달라지면 돼. 엄마는 서빈이 믿어.”
서빈은 오 여사의 말이 자꾸만 거슬렸다.
오 여사가 서빈을 보고 정신 차려라 달라져라 하는 말들에 짜증만 났다.
“엄마, 나 나가야 하니까. 가.”
“어디 가려고?”
“쇼핑. 준공식 날 엄마 아빠 창피하지 않게 입고 가야지.”
서빈은 화장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핸드백을 들고 씩씩거리며 자신의 방을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