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바로 이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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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바로 이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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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바로 이 아이야
2023.03.06.
식사하러 들어오다가 소명을 발견한 차 회장은 도하가 일을 꾸민 것에 대한 배신감으로 화가 치밀었다.
중요한 자리에 소명을 어쩌자고 불러들인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침 도하가 아직 오지 않아 소명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데 갑자기 서빈이 나타나서 떡하니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차 회장은 우연찮게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소명을 노려보며 말하는 서빈의 얼굴에 무시가 가득 담겨 있었고 서빈의 그런 표정은 처음 본 것이어서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하에게 서빈의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것도 모자라, 준공식까지 와서 소명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빈과 같이 있는 소명은 차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 자체에서 기품이 흘러넘쳤다.
차 회장은 도하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서서히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외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서 풍기는 느낌 자체가 빛이 났다.
탐탁지 않았지만 서빈이 소명을 몰아세우고 있는 꼴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차 회장은 그런 줄도 모르고 서빈과의 결혼을 강요한 걸 생각하니 도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말없이서빈과 소명을 지켜보는데 갑자기 소명이 일어나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차 회장은 잠시 몸을 옆으로 돌린 후 계속 그녀를 지켜보았다.
소명이 일어나자 서빈은 분노에 찬 얼굴로 식탁에서 일어나 소명의 뒤를 따라가더니 소명 옆을 지나가는 웨이트리스를 밀쳤다.
그녀의 만행을 정확히 목격한 차 회장은 서빈의 사악함에 놀라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런 짓을 하고도 그걸 지켜보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서빈의 행동에 놀라 입이 벌어졌다.
소명은 하얀색 블라우스는 와인이 쏟아져 엉망인데도 같이 넘어진 웨이트리스를 일으켜 세우고, 위험한데도 같이 깨진 와인 잔을 치워주고 있었다.
차 회장은 웨이트리스를 바라보는 소명의 따뜻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있는 듯 보였다.
차 회장이 소명을 바라보고 있는데 비서실장이 살짝 속삭였다.
“회장님.”
“아……. 그래. 그만 가지.”
가면서도 차 회장은 소명을 바라보는 눈을 떼지 못했다.
소명이 잔을 치우는데 그 꼴을 고소하다는 듯 쳐다보는 서빈 앞에 무서운 표정의 은영이 나타났다.
서빈은 은영을 보고 깜짝 놀라 멋쩍은 듯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준공식 축하드려요.”
그런데 은영은 대꾸도 하지 않고 서빈을 노려보았다. 서빈은 은영의 표정이 이상해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사실 은영도 식당에 들어오다가 소명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그녀를 주시하고 있던 참이었다.
도하가 그녀를 데려올 정도면 진짜로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마음속이 복잡해졌다. 소명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은영은 서빈이 소명의 테이블에 앉는 것과, 그녀가 소명에게 한 짓까지 모두 보고 말았던 것이었다.
차 회장이서빈을 지켜보고 있어 나서지 않다가, 차 회장이 자리를 뜨자마자 얼른 일어나 소명 쪽으로 걸어온 것이었다.
은영은 차 회장과 결혼하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갑질을 하는 인간들을 수없이 봐왔다.
자기 앞에서는 귀여운 척, 착한 척 애교를 떨던 서빈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니 예전에 자신이 출신 때문에 당했던 수많은 억울한 일이 떠올랐다.
사람의 내면을 보는 게 아니라 겉모습을 보며 판단하는 그들이 너무 어리석고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기 아들이 사람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것을.
소명이 자신보다 웨이트리스를 위하며,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며 그녀의 머릿속에 탁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바로 이 아이야.’
그 순간 은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소명을 자기 며느리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생각이 머릿속에 정립되니 소명을 망신시키고 괴롭히는 서빈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서빈아.”
은영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서빈의 이름을 불렀다.
“네?”
“너 지금 준공식 와서 무슨 짓이니?”
“제가 뭘요?”
“내가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해?”
“뭘 보셨다고 그러세요? 저는 축하드린 것밖에 없는데 갑자기 화를 내시니…….”
“착한 척 그만해.”
“갑자기 저한테 왜 그러세요?”
서빈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자 은영은 서빈의 팔을 잡아 소명에게 데리고 갔다. 소명은 와인 잔을 치우고 일어서서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서빈과 처음 보는 중년 여성이 그녀에게 다가오자 소명은 놀라 두 눈이 똥그래졌다.
당황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소명 앞에서 중년 여성이서빈을 노려보며 다그쳤다.
소명은 이 상황이 뭔지, 자신이 도하의 준공식을 망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중년 여성이서빈을 보며 말했다.
“빨리 사과해.”
“네?”
서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은영을 쳐다보았다.
“네가 소명 씨 넘어뜨리려고 웨이트리스 밀치는 거 내가 다 봤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은영의 말을 들은 소명과 서빈의 눈이 동시에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소명은 이제야 이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넘어뜨리려고 죄 없는 웨이트리스를 밀친 서빈은 정말 상종할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삐끗해서 그랬다고요.”
“끝까지 거짓말.”
은영은 서빈을 보고 입을 악다물었다.
“앞으로 내 며느리 될 사람 괴롭혔다간 그동안 인연도 정도 없어. 알겠니? 이건 충고가 아니라 경고야.”
‘내 며느리!’
소명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우아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이 아름다운 여성분이 바로 그녀가 너무나 사랑하는 도하의 어머니였다.
정 여사에게는 사랑받지 못하고 구박만 받았었는데. 이렇게 자신을 감싸주고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자신 앞에 나타나다니, 너무 놀라 믿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준공식에 오면서도 스스로 수없이 다짐하며 어렵게 발을 디딘 이 자리에 자신의 편이라고는 도하밖에 없었는데, 소명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소명은 갑자기 가슴속에서 뭉클한 것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꾹 참으며 그의 어머니를 차근차근 훑어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
그녀가 지금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이 상황에 소명은 진심으로 은영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영의 말을 들은 서빈은 너무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서빈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한껏 비웃은 뒤 은영은 빠른 걸음으로 소명에게 다가왔다.
소명은 처음 보는 도하의 어머니께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 안절부절못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은영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 예의 바르게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홍소명이라고 합니다.”
“소명 씨, 와줘서 고마워요.”
은영은 소명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만큼 바로 거리감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따뜻한 눈빛으로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와줘서 고맙다는 말에 그동안 참아왔던 울음이 탁 터져 나왔다.
속으로 맘 졸이며 힘들어했었는데 이렇게 따뜻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는 사람이 바로 도하의 어머니라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믿어지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해요.”
“가요. 우선 이 옷부터 갈아입어요.”
은영은 소명을 바라보며 따뜻한 눈빛을 보내고, 손을 잡고 데리고 나갔다.
서빈은 은영이 소명을 데리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나 이를 부드득부드득 갈고 씩씩거리며 식당을 빠져나갔다.
서빈은 일분일초도 이곳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한편 도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급하게 뛰어왔는데 소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도하는 이 비서를 보며 말했다.
“소명 씨, 어디 갔어요?”
소명이 없어진 걸 알자 도하는 소명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아까 서빈이 자신에게 마치 선전포고라도 하듯 비웃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는 이리저리 소명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때 이 비서가 도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웨이트리스랑 부딪치셔서…….”
“네? 다쳤나요?”
도하의 얼굴은 너무 놀라 갑자기 굳어졌다.
“아니……. 그게 아니고. 사모님이 데려가셨다고 합니다.”
“엄마가요?”
“옷이 와인으로 다 젖어서.”
“아!”
도하는 엄마가 소명을 도와주려 데려간 걸 알고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는 바로 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은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소명도 전화 통화가 안 됐다. 어떻게 됐는지 걱정이 돼서 일에 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준공식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도하는 움직여야만 했다.
“소명 씨 오면 바로 얘기해줘요.”
“네. 대표님.”
오 여사와 이 회장은 잠시 자리를 비운 서빈이 갑자기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되었다. 오 여사는 서빈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서빈이 받지 않자 초조한 표정으로 이 회장에게 귓속말했다.
“서빈이가 전화도 안 돼요.”
오 여사의 말을 들은 이 회장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이 회장이 다시 서빈에게 전화를 걸자 그제야 서빈이 전화를 받았다.
“어디니?”
[재미없어서 나 먼저 가.]
“아니, 갑자기 왜?”
[끊어.]
서빈의 어이없는 행동에 이 회장의 표정은 한 번 더 굳어졌다. 하지만 애써 표정을 감추며 아무 일 없는 듯 식사 자리를 즐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오 여사에게 서빈이 집으로 갔다고 살짝 귀띔해주었다. 오 여사는 차라리 서빈이 가자 마음이 편해졌다.
차 회장과 도하의 모습은 보이는데 차 회장 사모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도하는 여전히 늠름하고 훌륭해 보였다.
이렇게 큰 공사를 잘 해내고 여러 사람에게 능력을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 이 회장은 차 회장이 부러워졌다.
자꾸만 도하를 놓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도하는 분명 SS 물산을 잘 이끌어 나갈 게 분명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멀리서 은영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옆에는 흰색 정장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은영과 손을 잡고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옷이 흰색이어서가 아니라, 하얀색 피부와 검은 생머리에 원피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그녀의 모습은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는 임원들 눈에도 반짝거렸다.
오 여사는 한눈에 봐도 남다른 미모의 여성과 같이 손을 잡고 오는 은영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누구지?’
차 회장은 은영과 걸어오는 여자가 소명인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아까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지금 모습은 그가 봐도 놀라울 정도였다.
약간만 메이크업을 바꾸고 헤어스타일을 손 봤지만, 소명의 모습은 놀랄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도하 역시 소명을 보고 놀라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뜨렸다.
그녀가 항상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너무나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도하는 소명을 보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걸어갔다.
그의 모습을 본 임원진들은 놀라 자기들끼리 쑥덕거렸다.
이 상황을 보고 차 회장은 화가 날 만한데도 아무 표정 없이 잔에 담긴 물을 마셨다.
도하는 소명에게 다가가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아까 많이 놀랐죠?”
“아니에요. 어머님이 도와주셔서 다시 올 수 있었어요.”
소명은 은영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었다. 은영도 소명의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따뜻한 눈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도하는 은영을 보며 눈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가자. 엄마 배고파. 자.”
은영은 소명의 손을 놓고 말했다.
“이젠 도하가 우리 소명 씨 데리고 와.”
은영은 당당한 걸음으로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고 도하와 소명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도하 씨, 어머니 너무 좋은 분이세요.”
소명이 도하를 보며 속삭였다.
“자, 가요.”
도하는 소명의 손을 잡고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소명의 심장은 요란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저기 테이블에 차 회장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소명은 하지만 꼭 견디리라 마음먹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도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