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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잘 살겠습니다 (87/101)


제87화 잘 살겠습니다
2023.05.01.



“네. 안쪽에 있어요.”

“우리 가 봐요.”

소명과 도하는 비밀 정원을 찾으며 걸어갔다. 비밀 정원이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해졌다.


“여기 식물원 이름이 너무 예쁜 것 같아요.”

소명이 도하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두 사람은 어디를 갈 때 항상 손을 붙잡고 걸어 다녔다.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고, 이렇게 손을 잡고 함께 걷는 것이 마냥 좋았다.

도하는 오늘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소명과 함께 아름다운 경치를 함께 바라본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은 안내도를 따라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싱그러운 바람이 두 사람의 얼굴을 간질였다.


“아, 바람이 너무 시원해요.”

소명의 머리칼이 바람에 살짝 날리고 햇살이 그녀를 비췄다. 그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소명 씨. 여기 너무 경치 좋은데 사진 찍어줄게요.”

도하의 말에 소명은 그를 바라보았다. 도하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찍힌 사진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도하 씨, 우리 같이 사진 찍어요.”

“그래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사진을 찍으려고 자세를 잡는데 소명이 도하를 보고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도하 씨, 내 얼굴이 더 큰 것 같은데요.”

“아닌데. 소명 씨 얼굴 작은데.”

“좀만 앞으로 가주세요.”

“그러죠. 뭐.”

도하는 살짝 앞으로 얼굴을 빼고 자세를 잡았다. 도하와 소명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둘만의 소중한 순간을 사진 안에 담았다.

두 사람은 차곡차곡 둘만의 소중한 추억을 쌓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후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갔다. 중간쯤 간 것 같은데도 비밀 정원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안내 지도를 훑어보며 찬찬히 생각에 잠겼다.


“맞는 것 같은데.”

“못 찾으니까 더 찾고 싶네요.”

도하가 소명을 바라보며 호기심이 어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소명이 찬찬히 살펴보다 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하 씨, 아무래도 우리 반대 방향으로 온 것 같아요.”

“아! 그러네요. 다시 가요. 우리.”

도하는 소명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며 손 내밀 때 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그에게 멈춘 시선을 떼지 않았다.


“네.”

소명은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이렇게 길을 잘못 들어도, 우리 앞에 세찬 비가 내린다고 해도. 우리 이렇게 손 붙잡고 함께 걸어가요.’

소명은 있는 힘껏 손을 뻗어 그의 따뜻한 손을 꼭 붙잡았다.


‘이 손 절대 놓지 않아요.’

소명과 도하는 다시 가던 길을 돌아갔다. 길을 잘못 가는 바람에 꽤 많이 걸은 것 같았다.

도하는 소명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소명 씨? 안 힘들어요?”

“괜찮아요.”

소명은 도하를 바라보며 씩씩하게 말했다.


“자.”

도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소명 앞에 자기 등을 내밀었다.


“네?”

도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소명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서 있자 도하가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업혀요.”

“아. 싫어요.”

소명이 도하가 업어준다고 하는 것을 싫다고 하자 도하가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업혀요. 어서.”

“아. 여기 밖이잖아요. 괜찮아요. 저.”

소명이 부끄러운 듯 주변을 둘러보며 도하를 보며 살짝 웃었다.


“사람 하나도 없는데요. 우리밖에.”

“…….”

도하는 그녀의 앞에서 몸을 숙이고 소명을 향해 말했다.


“업어주고 싶어서 그래요.”

소명은 도하의 등에 살포시 팔을 감았다. 업히자마자 그의 넓은 등의 감촉이 너무 포근하게 느껴졌다.

도하는 소명을 업고 가볍게 일어났다. 그의 단단한 몸이 느껴졌다.


“나 무거워요.”

소명이 미안한 목소리로 도하에 입을 뗐다.


“다리 아플 것 같아서. 내가 그랬죠? 소명 씨 아깝다고.”

“고마워요.”

그의 말 한마디가 감동이었다.


‘이렇게 날 아껴주는 사람이 있을까?’

도하는 소명을 업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명 씨, 사랑해요.”

소명은 도하의 등에 업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도 사랑해요.”

소명의 사랑한다는 말에 도하의 입이 귀에 걸렸다.


“어, 이제 거의 다 왔다.”

“이제 내려줘요.”

도하가 조심스레 소명을 내려주었다. 두 사람의 눈에 드디어 비밀 정원의 모습이 드러났다.

커다란 연못이 있었고, 그 주변에 아름다운 나무와 멀리 폭포가 보였다.

연못의 가운데에 난 길이 이어져 있어 연못 안쪽까지 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연못이었다.


“와.”

소명은 비밀 정원을 보자마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았다.


“여기 진짜 좋네요.”

비밀 정원의 수려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비밀 정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두 사람은 잠시 쉴 겸 벤치에 앉았다. 도하가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 씨, 여기 너무 좋아서 나 정말 못 잊을 것 같아요.”

“저도요. 근데 도하 씨?”

소명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네?”

“저 도하 씨한테 줄 게 있어요.”

“줄 거요?”

“도하 씨한테 편지를 썼어요.”

“편지요?”

편지라는 말에 도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네.”

소명은 핸드백에서 조심스레 편지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편지지를 꺼냈다.


“제가 도하 씨에게 읽어주고 싶어요.”

도하는 소명의 깜짝 선물에 감동해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편지에 뭐라고 썼는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자신을 생각하며 썼을 그녀의 편지는 그에게는 그 어떤 선물보다 감동적이고 뭉클한 깜짝 이벤트였다.

소명은 편지지를 펴고 예쁜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도하 씨에게.

도하 씨, 도하 씨에게 처음으로 손 편지를 쓰네요.

도하 씨 만나기 전 저는 왜 살고 있는지 모를 만큼 삶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었어요.

전부라고 믿었던 나의 삶이 처참히 짓밟힌 순간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줬어요.

그리고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었지요.

당신 때문에 살았어요. 당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있을 수 없어요.

도하 씨와 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수없이 저 자신에게 다그쳐 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제 눈에는 오직 도하 씨밖에 안 보였거든요.

도하 씨가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저한테 해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제 얼마 후면 우리는 부부가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고 설레요.

내가 도하 씨 사랑하는 만큼 잘할게요.

우리 살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요.

도하 씨가 저 힘들고 아플 때 손 내밀어 준 것처럼 저도 도하 씨와 잡은 손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도하 씨는 이젠 절대 혼자가 아니에요.

나 홍소명은 도하 씨와 함께 영원히 같이 걸어갈게요.

사랑한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표현이 다 안 돼서 너무 아쉬워요. 도하 씨 사랑해요.]

편지를 읽는 내내 소명의 손이 떨리고 그녀의 목소리도 흔들리고 있었다. 말없이 그녀가 읽어주는 편지를 집중해서 듣고 있는 도하의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그녀의 감동 이벤트는 그의 평생 절대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는 소명을 바라보다 그녀를 끌어당겨 와락 껴안았다.


“고마워요. 내 앞에 나타나 줘서. 오늘 평생 못 잊을 거 같아요.”

도하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 정도로 행복했다.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선물은 그에게 감동을 줬다. 소명은 항상 받기만 한 것 같아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편지를 썼다. 하지만 그냥 주는 것보다 읽어주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나름으로 열심히 이벤트 계획을 짰던 것이었다.

그가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소명도 기뻤다.

도하는 소명을 끌어안고 생각했다. 이렇게 예쁜 마음을 가진 소명을 평생 사랑하고 아끼겠노라고.

도하는 포옹을 풀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 씨 절대 아프게 하지 않을게요. 우리 행복하게 잘 살아요. 지옥 같은 삶에서 나를 건져준 건 소명 씨예요.”

도하의 얼굴에는 진심이 드러났다. 소명은 그를 바라보며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둘은 뜨겁게 사랑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둘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오늘 내 선물 어땠어요?”

소명이 울먹이며 말하자 도하는 그녀를 바라보다 살며시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에 자기 입을 맞췄다.

오늘 선물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의 달콤하고 감미로운 입맞춤으로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

얼마 뒤 도하가 그토록 염원했던 SD 랜드의 개장은 가히 성공적이라 평가받았다. 차 회장은 그런 도하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소명의 일로 부자 사이는 더 돈독해졌고, 그걸 지켜보는 은영은 너무나 행복했다.

소명으로 인해 더 웃음꽃이 피고 화목한 가정이 되었다. 항상 예의가 바르고 심성이 고운 소명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소명과 도하가 살 집이 드디어 다 지어져 그 집에서 조촐하게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은영은 벌써 가슴이 설렜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 집을 구경하는 것은 몹시 흥분되고 두근거리는 기쁜 순간이었다.

차 회장도 모든 일정을 빨리 처리하고 저녁 식사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 회장과 은영은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뒷좌석에 앉아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진정 잉꼬부부였다. 도하와 소명도 둘의 사랑처럼 변치 않고 행복하기를 바랐다.

은영이 차 회장을 보며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말했다.


“여보, 너무 궁금하고 기대돼요.”

“나도 그래.”

두 사람은 행복한 표정을 하며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드디어 도하와 소명의 집에 도착한 은영과 차 회장은 주변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신기한 듯 주변을 훑어보았다.

앞에는 밭이 있었는데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여보 포도나무예요. 너무 신기하다.”

“이게? 그냥 마른 나뭇가지 같은데.”

“지금은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어서 그렇지 봄이 되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여름이면 탐스러운 송이가 주렁주렁 달린다니까요.”

“참 신기하지. 자연이란.”

“우리도 예전에 이렇게 겨울이었지만 지금은 따스한 봄이잖아요. 여보.”

“그래. 나 요즘 참 행복하다. 은영아.”

은영은 말이 없었지만 그녀가 차 회장을 바라보며 짓는 표정만으로 그녀가 얼마나 행복한지 느낄 수 있었다.

은영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차 회장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도하와 소명이 살 집이 눈에 들어왔다.

집 앞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었고 소명이 정성스레 가꾼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와.”

연신 은영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가드닝이 취미라는 소명의 실력이 한껏 드러났다.

은영은 소명의 정원에 반해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차 회장도 소명과 도하의 보금자리를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오셨어요?”

은영과 차 회장을 발견한 소명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그들에게 뛰어왔다.


“소명아, 여기 너무 좋다. 진짜 예뻐.”

“고맙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도하는 바비큐 그릴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오셨어요.”

부모님을 발견한 도하도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고 테이블에 앉아 있던 정희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차 회장과 은영과 정희는 소명과 도하의 안내에 따라 그들의 집을 구경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소명의 감각이 멋지게 살아난 집이었다. 은영은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아, 너무 좋아. 애썼다. 고생 많았어.”

“어머니, 고생은요. 준비하는 내내 너무 행복했어요.”

은영은 소명의 손을 꼭 잡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던 정희는 사랑받는 딸의 모습에 가슴이 울컥거려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애써 울음을 꾹 참았다.


‘이 좋은 날에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은영은 정희를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사부인,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네. 너무 좋네요.”

은영과 정희는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도하가 따뜻한 눈빛으로 자신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저희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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