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내게로 걸어오는 나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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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내게로 걸어오는 나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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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내게로 걸어오는 나의 신부
2023.05.04.
도하의 말을 들은 은영과 정희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희는 도하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 소명이 잘 부탁해.”
“네. 장모님.”
모두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려고 하는데 소명이 말했다.
“아버님, 기사님 같이 오셨어요?”
“응. 근데 왜? 소명아?”
은영이 궁금한 듯 소명을 바라보며 물었다.
“기사님도 시장하실 것 같아서요.”
“어, 그래. 같이 식사하자고 해야겠다.”
차 회장은 소명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보고 다시 한번 만면에 그득한 미소를 지었다. 소명은 항상 자신보다 주변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차 회장이 휴대 전화로 전화를 걸어 같이 식사하자고 하자 기사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약간 시장하기는 했지만 차 회장의 가족 모임에 한 번도 같이 있어 본 적이 없어 몹시 어색했다.
“최 기사님, 이리 오셔서 좀 들어요.”
“아. 예, 회장님.”
소명은 수저와 젓가락을 준비해서 최 기사에게 건네주고 물도 따라주며 상냥하게 말했다.
“많이 드세요.”
차 회장의 가족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사람 하나로 대표님이 이렇게 밝게 웃다니, 정말로 새로웠다. 도하는 항상 차갑게 굳어 있는 표정이었는데 이렇게 밝은 모습을 보니 최 기사의 기분도 좋았다.
최 기사는 슬쩍 소명을 쳐다보았다.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이 참 고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 회장은 소명이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볼 때, 앞으로 SS 물산의 안주인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회장은 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차 도하, 잘 살아야 한다.”
“아버지, 잘 살겠습니다.”
차 회장을 도하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도하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버지는 너 믿는다.”
도하와 소명과 가족들은 행복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
******
신부가 앉아 있는 방에 하얀색 레이스의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소명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눈, 코, 입 그리고 아름다운 얼굴선과 쇄골이 드러나는 가녀린 어깨를 살포시 감싸 주는 베일을 쓰고 있었다. 소명은 오늘 더 유난히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조금만 지나면 차도하란 남자와 진짜 부부가 된다는 생각에 그녀의 심장은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오늘이 있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이런 순간이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가 없으면 안 됐다.
힘든 시련도 그가 있으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소명과 도하는 결국 해내고 말았다.
오늘 두 사람의 눈부신 사랑의 결과를 그들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선포하는 날이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소명은 자신 앞에 놓인 행복을 꼭 쥐고 절대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도하와 살면서 선한 영향력을 많이 끼치며 열심히 살아내리라 다짐했다.
모진 고난에도 자신만을 아끼며 사랑해준 남자에게 모든 걸 걸고 함께 걸어 나갈 것이다.
사람의 일은 바로 앞의 일도 알지 못하지만, 그녀는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고난과 고통의 순간에는 항상 그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앞으로 그녀의 인생에서도 그가 함께해준다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차도하는 홍소명의 운명이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이제는 도하 없는 삶은 그녀의 인생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소명이 신부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정희가 고운 분홍빛 한복을 입고 소명을 보러 들어왔다.
“아이고, 예쁘네. 우리 딸.”
정희는 소명을 보자마자 바로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동안 딸이 얼마나 마음고생 했는지 알기에 오늘의 행복의 기쁨은 두 배로 느껴졌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신부 대기실에 앉아 있는 딸을 보니 행복해서 저절로 눈물이 났다.
“엄마, 왜 울어.”
“아이고, 소명아. 미안해. 이렇게 좋은 날에 엄마 주책없다. 소명아, 어쩌지? 엄마 눈물이 안 멈춰. 엄마 너무 행복한데 어쩜 좋아. 소명아, 내 새끼 잘 살아야 한다.”
정희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소명아, 엄마 한 번 안아보자.”
“엄마.”
소명과 정희는 따뜻한 포옹을 했다.
“엄마 가 있을게. 소명아”
정희가 나가자 이번에는 차 회장과 은영이 들어왔다. 소명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머, 소명아, 너무 예뻐.”
은영은 소명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기쁨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차 회장은 표현을 못 했지만, 소명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소명아, 우리 집안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은영은 소명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많이 부족한 저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살게요. 아버님, 어머님.”
소명의 말에 차 회장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소명이 네가 부족하긴 뭐가 부족해. 우리 집 복덩인데. 오늘 진짜 예쁘다.”
“감사합니다.”
소명은 자신을 이렇게 따뜻이 감싸주고 힘들 때 똘똘 뭉쳐서 이겨내는 도하의 집안 식구들 안에는 서로 사랑하는 진실한 마음이 바탕이 되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다정함을 보고 자란 도하의 바탕에도 사랑의 큰 힘을 믿는 굳은 신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소명은 이 모든 게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시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회장과 은영이 나가자 소명은 도하가 궁금해지고 보고 싶었다. 자신을 언제쯤 보러 오나 그가 몹시 기다려졌다.
소명의 친구들과 예전 직장 동료가 왔다 가고 난 후 드디어 그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가 신부 대기실로 들어왔다.
큰 키에 떡 벌어진 넓은 어깨와 짙은 눈썹 아래로 매력적인 눈, 오뚝한 코와 잘 어울리는 입술.
소명은 그의 모습 하나하나를 자기 눈에 담고 기억하려 애썼다.
오늘은 도하와 소명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하고 귀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턱시도를 입은 도하의 모습이 멋있어서 잠시 말을 잊고 오로지 그를 바라보는 일에 온 열정을 쏟았다. 소명의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는 보면 볼수록 또 보고 싶고 눈을 떼고 싶지 않으며 그를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졌다.
신부 대기실에 들어온 도하 역시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곳에 앉아 있는 여자가 곧 있으면 자기 부인이 되는 홍소명이었다.
그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하얀 웨딩드레스가 그녀의 피부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녀의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그의 심장이 쿵쿵 요동쳤다.
“소명 씨…….”
도하는 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을 멈추지 못했다.
“도하 씨…….”
“소명 씨 오늘 정말 예뻐요.”
“고마워요. 도하 씨도 너무 멋져요.”
도하는 소명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소명 씨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요.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요.”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요. 저도 잘할게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에 눈빛에는 서로를 사랑하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윽고 드디어 소명과 도하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SS 그룹 차기 회장 차도하이사의 결혼식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결혼식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사회자가 우렁차게 신랑 입장을 외치자 도하가 식장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왔다.
도하는 씩씩하고 곧은 자세로 당당하고 멋지게 걸어 들어왔다.
식장 안의 하객들은 멋진 신랑의 모습을 보며 저마다 흐뭇해했다.
결혼식장의 하이라이트 신부 입장이 시작되기 전 사람들은 신부를 보기 위해 시선을 집중하며 신부가 입장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회자가 신부 입장을 외치자 드디어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으로 소명이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소명의 모습을 보느라 하객들은 말을 잊은 것처럼 식장 안은 조용해졌다.
소명의 얼굴은 베일에 가려져 희미하게 보였지만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도하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소명을 바라보며 요동치는 심장 때문에 힘들 정도였다.
‘온다. 걸어온다. 나의 신부가.’
도하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뭉클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고 그동안의 힘든 일이 겪은 후 이렇게 눈이 부시는 여자가 자신의 신부가 된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해 눈가가 촉촉해졌다.
소명도 그에게 걸어가는 이 순간을 영원토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서로 알지 못하던 남자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 살자 약속하는 이 순간 사랑은 정말 놀라운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사랑이란 참 감정을 알게 해준 도하가 고마웠다.
‘사랑해요. 도하 씨…….’
식장을 걸어 들어가면서 소명은 제일 먼저 도하를 쳐다보았다. 소명이 결혼식장으로 들어오자마자 또 정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딸이 이렇게 행복하다는 생각만으로 너무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동안의 힘듦이 싹 씻겨 내려간 듯 개운했다.
‘소명아, 잘 살아야 해.’
은영도 아름다운 소명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토록 귀한 며느리가 생길 줄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자신이 대기업 회장의 부인으로 살면서 받은 구박과 차별을 결코 소명은 당하지 않게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소명은 자기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은영의 소중한 며느리였다. 다시 보고 또 봐도 소명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은영은 소명을 바라보는 시선을 잠시 거두고 아들을 바라보았다. 한껏 들뜨고 행복해 보이는 아들을 보는 은영의 기분도 행복해졌다.
본격적인 식이 시작되고 혼인 서약이 시작되었다.
“신랑 차도하군은 신부 홍소명 양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평생 신부를 사랑하며 아껴주고 지켜줄 것을 맹세합니까?”
도하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큰 소리로 당당하게 외쳤다.
“네. 맹세합니다.”
“그럼 신부 홍소명 양은 신랑 차도하군을 남편으로 맞이합니다. 늘 신랑을 존중하며 신뢰하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네. 맹세합니다.”
소명은 도하를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 도하 역시 소명을 바라보는 눈길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가친척과 지인들이 오신 자리에서 평생 함께할 부부가 되기를 맹세하였습니다.”
주례 선생님의 성혼 선언문 낭독이 끝나고 두 사람은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도하는 정희에게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렸고 정희는 사위가 고마워 연신 눈물을 훔쳤다.
소명은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자신을 보며 행복해하는 엄마를 보자 눈물을 참기가 어려워 결국 한 방울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자 도하는 턱시도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레 소명을 얼굴을 닦아주었다.
세심하고 배려심 있는 도하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감동을 주고 그를 더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도하와 소명이 차 회장과 은영 앞에 서서 정중히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도하가 이번에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큰절을 올리자 은영 역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차 회장도 억지로 눈물을 참다 은영이 울자 그 역시 뜨거운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이렇게 귀한 줄도 모르고 두 사람을 맘고생을 시킨 미안함과 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감정이 폭발하고 만 것이었다.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본 도하는 깜짝 놀라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꼭 안았다.
“아버지, 잘 살게요.”
“소명이 이렇게 귀한 줄도 모르고 너희 둘 반대하고 맘 고생시킨 거 미안하구나.”
차 회장의 말을 들은 도하와 소명은 그의 진실한 사과에 감동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받아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