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5화 놓치고 후회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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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5화 놓치고 후회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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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5화 놓치고 후회 말기
2023.06.01.
“네?”
“그날 새벽에 응급실에 날 업고 가준 사람이.”
“아니 그걸 어떻게?”
두 사람의 얘기를 듣던 이 비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그때 아프셨던 분이 사모님?”
이 비서는 너무 놀라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소명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도하 씨!”
“소명 씨.”
“고맙다는 말을 못 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왜 전 여태 몰랐을까요?”
도하는 소명을 꼭 안아주었다. 이 비서는 이 두 사람은 꼭 만나야 할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명은 도하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 뒤 돌아가는 이 비서에게 소명은 엄마가 만들어준 밑반찬을 정성스럽게 담아 내밀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사모님.”
“제가 늘 감사드려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대표님,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 비서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비서가 돌아가자 소명은 도하를 바라보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왜 말 안 했어요?”
“그때 소명 씨 제일 아팠을 땐데 그 말 해서 다시 기억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도하 씨, 너무 고마워요.”
이 남자는 자신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나 깊었다.
“우리 하루하루 감사함으로 행복하게 살아요.”
“그래요.”
도하와 소명은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
오늘은 도하와 소명이 사랑이를 임신하고 나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마음을 모은 날이었다.
소명과 도하는 이른 아침 차를 몰고 보육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 가득 차 있었다.
소명과 도하와 여러 자원봉사자는 우선 식당으로 가서 아이들에게 줄 식사를 직접 만들었다.
소명은 만삭의 몸에도 일하는 데 열심을 다했다. 도하가 소명이 너무 걱정되어 만류하는데도 소명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도하는 소명이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제가 힘들고 어렵게 살아도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었던 건 엄마의 사랑이었어요.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어요. 우리 그렇게 살아요.”
진심이 우러나는 소명의 말을 듣고 그는 그녀를 더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의 아내이자 그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동반자였다.
자원봉사를 하는 소명의 얼굴이 반짝거렸다. 땀이 맺혀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도하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닦아 주었다.
그녀는 그를 보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살아 있는, 진정 아름다운 삶을 살아내는 미소였다.
도하도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
다행이었다. 소명이 자신의 동반자란 사실이. 그녀는 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도하와 소명은 앞으로 더 자주 와서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지 않아요?”
소명이 도하에게 묻자 도하가 그녀를 바라보며 해맑은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아니요. 오히려 힘이 나는데요.”
소명은 자신과 함께하는 도하가 오늘따라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
재윤은 지우에게 그런 말을 하고부터 지우가 더 신경 쓰였다. 그녀가 자신 때문에 아플까 봐 걱정이 앞섰다.
예전보다 더 자주 그녀를 흘끗흘끗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회사 업무도 무리 없이 잘하는 듯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잘 지내는 모습에 마음 한편이 쓸쓸해졌다.
‘너 뭐냐?’
스스로가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재윤은 오늘도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때 지우가 들어오며 활기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대리님. 일찍 오셨네요.”
“네.”
지우의 반가운 인사에 재윤도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이미 자신의 자리에 가서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자꾸 지우를 신경 쓰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 당연한 결과야.’
재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기 자신을 다독였다. 업무가 끝나갈 무렵 동료 직원이 재윤에게 말했다.
“오늘 회식 올 거지?”
재윤은 한참을 망설였다. 자신이 가면 지우가 많이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 그게…….”
재윤이 망설이자 퇴근 준비를 하던 지우가 말했다.
“같이 가세요.”
“아……네.”
재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지우를 바라보았다.
지우는 애써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의 자리에 가서 퇴근 준비를 했다. 재윤도 컴퓨터를 끄고 일을 마무리 지었다.
오랜만에 하는 회식이라 직원들은 모두 신이 난 듯 보였다. 재윤과 지우만 빼고. 애써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함께 있으면 서로를 조심스러워했다.
동료들도 지우가 재윤에게 거절당한 걸 눈치챘는지 둘을 엮으려 하지 않았다.
회식자리에서 식사를 맛있게 하고 2차로 술집을 향해 걸어갔다. 직원들 모두 사이가 좋아 중도에 이탈하는 직원 없이 2차도 모두 함께 갔다.
술집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술이 약간 취해 보이는 남자 서너 명이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는데 한 남자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지우를 뚫어지라 쳐다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지우는 라희처럼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재윤은 그 남자가 지우를 보는 눈빛이 수상해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아랑곳없이 걸어가는 지우의 뒷모습까지 유심히 바라보았다.
재윤은 기분이 이상했다. 왠지 안 좋은 예감이 그를 감쌌고 그때부터 그는 온통 지우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지우가 알면 놀랄까 일부러 티를 내지 않았다. 뒤늦게 걸어 들어와 지우의 옆자리가 비어 있어 일부러 그곳에 앉았다.
지우는 재윤이 자신의 옆에 앉자 놀라는 눈치였다.
회식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고 지우는 못 먹는 술이지만 조금 마시기 시작했다. 재윤은 직장동료가 술을 권했는데도 마시지 않았다.
그가 왜 그러는지 의아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재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 밖에 서 있던 일행들이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재윤은 그들을 계속 바라보며 자신의 의심이 기우이길 바랐다.
그때 지우가 일어섰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지우가 나가자 바로 재윤도 일어섰다.
“저도 화장실 좀.”
재윤은 지우가 나가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속도를 내며 그녀의 뒤를 조심스럽게 쫓아가며 상황을 살폈다.
그때 술집 밖으로 아까 술에 취한 남자가 나오더니 여자 화장실 쪽으로 가서 서 있었다.
재윤은 멀리서 지켜보다 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재윤이 그곳으로 가기 전에 화장실에서 지우가 나오자 그 남자는 혀가 꼬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너무 예쁘셔서 그러는데 나랑 술 한잔할래요?”
지우는 놀란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를 입을 뗐다.
“아니 괜찮습니다. 좀 비켜주실래요?”
“아니 그러지 말고.”
그 남자는 비틀대며 지우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러지 마세요. 악.”
지우는 너무 놀라 그 남자의 팔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남자의 힘이 너무 셌다. 그때 재윤이 달려와 그 남자가 잡고 있는 지우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좋은 말할 때 꺼져.”
“뭐? 꺼져? 이 새끼가.”
술 취한 남자가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꺼지라고 했다. 주먹 날아가기 전에.”
재윤은 너무나 화가 나 목소리에 제대로 날이 서 있었다.
“네가 이 여자 남자친구라도 되냐?”
“그래. 당장 꺼지라고 경고했다.”
재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술 취한 남자의 멱살을 들어 올렸다. 술 취한 남자는 놀란 눈으로 재윤을 보며 말했다.
“이거 좀 놓고…… 켁켁, 말하지.”
재윤은 이를 부드득 갈며 남자를 노려보다가 멱살을 놓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으로 재윤의 얼굴을 강타했다.
재윤은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 남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남자는 재윤의 주먹이 너무 세서 바닥에 푹하고 쓰려졌다.
지우는 놀란 눈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서 있다가 재윤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피나요. 입술에서.”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다가 흘러내렸다.
“많이 놀랐죠?”
재윤의 그 말에 지우의 눈물샘이 터져 버렸다.
“흐흐흑.”
지우는 재윤에게 기대 울기 시작했고 재윤은 그녀를 살며시 안아 토닥였다.
그때 바닥에서 일어난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사람을 때리네.”
그러자 사람들이 한두 명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의 일행이 나와서 남자를 발견했다.
“아이고, 또 이러네. 진짜. 죄송합니다. 술버릇이 좀 더러워서. 야, 인마 일어나.”
“아, 왜? 나 맞았는데.”
“너 또 경찰서 갈 거야?”
이런 일이 자주 있었는지 친구들은 그를 일으켰다.
“야, 가자.”
그들이 가려고 하자 재윤이 그들을 막아섰다.
“잠시만요.”
“예?”
“사과는 하고 가셔야죠. 얼마나 놀랐겠어요. 저랑 경찰서 가실래요?”
친구들은 술 취한 남자를 나무라며 말했다.
“야, 사과해. 일 더 키우지 말고. 어서.”
그 남자는 눈치를 보더니 지우를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우는 무서운지 재윤의 뒤에 숨었다. 재윤은 그 남자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마세요.”
“네.”
그 남자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섰다. 이 모습을 본 재윤의 회사 직원들이 달려왔다.
“지우 씨, 괜찮아?”
“네, 괜찮아요. 저 그만 들어가 볼게요.”
지우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재윤이 직원들에게 말했다.
“제가 지우 씨 데려다 주고 가겠습니다.”
지우는 재윤을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자꾸 왜 그러는데. 난 더 좋아진단 말이야.’
지우가 재윤을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재윤은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많이 놀랐을 텐데 오늘은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요.”
지우는 아무 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술집을 나와 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데도 그녀는 말이 없었다.
재윤은 지우가 많이 놀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곧 택시가 도착했고 택시에 나란히 앉아 가는데도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얼마 후 그녀의 집에 도착하고 재윤과 지우가 택시에서 내렸다. 재윤은 망설이며 지우에게 말을 걸었다.
“지우 씨, 미안해요.”
말없이 듣던 지우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쳤다.
“뭐가요? 도대체 뭐가 미안한데요?”
“어?”
갑자기 화를 내는 그녀를 보고 놀란 재윤이 당황한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지우 씨한테 너무 상처만 준 것 같아서.”
“왜 자꾸 잘해 주느냐고요. 자꾸만 대리님이 좋아져서 미치겠다고요.”
지우는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을 바라보니 재윤의 마음도 슬퍼졌다.
“울지 마요.”
“저 오늘 도와주신 거 너무 감사한데요.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어요.”
“안 되겠다니요?”
“저 퇴사할래요. 대리님 마음 도무지 정리가 안 돼요.”
재윤은 지우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녀가 회사에 없다는 상상만으로도 슬퍼졌다. 그는 알게 되었다. 자신도 그녀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는 사랑을 못할 것 같았는데 평생 짝사랑으로 마음을 다쳤었는데. 자신을 너무 좋아해주는 한 여자가 너무 힘들다며 그를 떠나겠다고 한다.
재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대로 그녀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재윤이 아무 말이 없자 지우는 낙심하여 자신의 집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재윤이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대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