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6화 사랑이 만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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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6화 사랑이 만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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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6화 사랑이 만나는 날
2023.06.05.
“그만두지 마요. 회사.”
“네?”
“지우 씨 없으면 안 돼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도 지우 씨 좋아해요.”
“대리님!”
지우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의 기습 포옹에 놀란 재윤의 눈이 커졌다.
그녀가 그의 품에 안긴 순간 그의 심장이 요란하게 요동쳤다. 그녀는 그를 꼭 안고 속삭였다.
“대리님, 좋아해요.”
그녀의 눈에는 쉼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재윤도 팔에 힘을 주고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재윤은 지우를 끌어안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미안해요. 마음 아프게 해서.”
지우는 재윤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저 행복해요.”
지우는 재윤을 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늘따라 그녀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다.
******
도하와 소명은 부부 침실 옆에 아기 침대를 놓고 사랑이가 태어나면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들을 갖추는 데 정신이 없었다.
소명의 배는 점점 불러오고 있었다. 배 속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증거였다. 도하와 소명은 조금 있으면 예쁜 사랑이를 안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랑이와 함께 지낼 공간을 정리하고 침실 바로 옆방에 사랑이 방도 마련해두었다.
집 밖으로 나가면 바로 자연과 만날 수 있어서 사랑이가 자라기에는 너무나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예쁜 여자아이 방으로 꾸며진 사랑이의 방으로 들어가 주변을 훑어보았다.
“보면 볼수록 인테리어 솜씨가 훌륭한데요.”
도하의 칭찬에 소명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만삭 사진이 인화되어서 본가에 가져다 드린다고 했는데 자신이 힘들까 봐 오늘 직접 오신다는 시부모님께 소명은 다시 한번 감동했다.
시부모님들은 매사에 따뜻하고 배려가 깊으신 분들이었다. 자기 사람이라고 마음을 연 순간 정말 딸처럼 아껴주시는 게 느껴졌다.
“어머님, 아버님 너무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소명이 환하게 웃고 있는 차 회장과 은영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보냈다.
“도하 씨도 멋지게 나왔고.”
“난 원래 멋지잖아요.”
도하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은 도하를 보며 아무 말도 안 하고 살짝 웃어보였다.
“왜 아무 말 안 해요? 이제 나 안 멋져요?”
도하가 소명에게 따지듯 묻자 소명이 말없이 바라보다가 팔을 올려 끌어안았다.
“어?”
놀란 도하가 소명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너무 멋있어요. 도하 씨. 사랑이 아빠.”
도하는 소명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이 사진 안에 있는 소명 씨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요. 우리 사랑이가 이렇게 편안하게 있잖아요. 고마워요. 소명 씨. 내 아이를 낳아줘서. 사랑이 엄마.”
“도하 씨.”
소명과 도하는 한참을 꼭 껴안고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나누었다. 얼마 뒤 초인종이 울렸고 차 회장과 은영이 찾아왔다.
“아버님, 어머님 오셨어요?”
소명이 반갑고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차 회장은 인자한 미소로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아, 배가 더 불렀구나. 네가 고생이 많다.”
“고생은요. 어서 들어오세요.”
소명을 보고 은영도 다가가 꼭 안아 주었다.
“소명아,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진짜 고마워.”
은영도 소명을 보며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때 도하가 말했다.
“아버지, 엄마 저도 여기 있습니다.”
온통 소명에게만 눈이 가 있는 부모님께 도하는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다. 그제야 차 회장과 은영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이고, 우리 아들을 잊고 있었네.”
“식사부터 하세요.”
“그래.”
차 회장은 걸어가며 도하의 어깨를 두드렸다. 식사는 이미 준비돼 있었다.
“소명아, 네가 차린 거니? 너무 무리하면 안 돼. 막달이잖니?”
은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다 도와주시고 가셨어요. 오늘 일이 있으셔서 일찍 가셨어요. 저 별로 한 거 없어요. 아주머니가 다 해 주셨어요.”
“그래도.”
“자, 먹자.”
차 회장이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아, 잘 먹을게.”
“네.”
소명도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즐거운 식사를 마치자 은영이 말했다.
“도우미 아주머니 오늘 안 계시니까 도하랑 당신이 뒷정리 좀 해주세요.”
“어? 내가?”
“난 소명이랑 과일이랑 차 준비할게요. 얼른요. 소명이 힘들어요.”
도하는 차 회장을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아버지, 제가 할게요. 피곤하실 텐데 좀 쉬고 계세요.”
“아니다. 얼른 같이 해.”
“아버지!”
도하는 차 회장의 행동에 놀란 얼굴이 되었다.
“우리 며느리 도와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차 회장은 싫은 내색 없이 야무지게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은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소명과 은영이 준비한 차와 과일을 도하가 가지고 나왔다.
“우리 도하 소명이 많이 도와줘야 해. 나중에 사랑이 태어나면 더.”
은영은 도하를 바라보며 당부했다.
“지금도 너무 많이 도와줘요.”
소명이 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베이비시터가 도와주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빠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아버지도 나 많이 도와주셨어. 바쁜데도. 도하 너무 예뻐서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안고 계셨지.”
은영은 도하의 아기 때의 모습을 회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하도 많이 안아서 도하가 손을 타서 눕히기만 하면 울어서 힘들었지.”
은영이 차 회장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자 차 회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하가 얼마나 예쁘던지. 자꾸만 안아주고 싶었지.”
은영은 소명을 보며 말했다.
“우리 손주도 아버지가 안고 안 놓을 텐데 우리 도하랑 소명이 힘들면 어쩌지?”
은영의 말에 다들 웃음보가 터졌다. 이렇게 기다려주는 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나의 아기 사랑이. 소명은 도하와 시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버님, 어머님 저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더 잘할게요.”
갑작스러운 소명의 말에 놀란 차 회장과 은영은 눈이 동그래졌다.
“소명아, 우린 네가 우리 집 식구가 된 게 너무 감사해. 반대하고 미워했던 게 정말 후회스러워. 힘들게 하지 말걸 이런 생각을 한다. 널 보고 많이 반성했어.”
“아버님.”
소명은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소명아, 우리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도하가 안정되고 행복해 보여서 내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나 네 덕이야. 고마워.”
은영은 소명의 손을 잡고 말했다. 도하는 부모님께서 소명을 아껴주고 무뚝뚝하던 아버지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소명에게 터놓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소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고 행동했다.
그녀가 집안에 들어오고부터 도하와 부모님과 사이가 더 돈독해졌고 예전의 아버지와 불편한 사이가 많이 회복되었다. 그녀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아버지의 마음까지도.
도하는 소명에게 다가가 물었다.
“소명 씨? 괜찮아요?”
“네. 그럼요.”
도하는 차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액자 보셔야죠.”
“어, 그래.”
도하가 액자를 가져왔다. 액자 안에는 소명과 도하와 차 회장과 은영, 정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잘 나왔네.”
은영은 가족사진을 보며 좋아했다. 차 회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보, 우리 거실에 걸어 놓지.”
“그래요. 오늘 가서 당장 걸어야겠다.”
“소명아,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니?”
“네. 어머님.”
“여보, 우리 인제 그만 가요. 소명이도 쉬어야지요.”
“아니, 더 계시다 가세요.”
“나중에 또 올게. 그러면 되지.”
차 회장도 일어나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몸조리 잘하고. 이만 가보마.”
“네. 아버님.”
도하도 차 회장과 은영에게 인사를 했고 차 회장과 은영은 차에 올라탔다.
차 회장과 은영이 가고 난 뒤 도하가 소명을 보며 물었다.
“힘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오늘 일을 많이 한 것 같은데.”
“힘들긴요. 저 너무 감사해요. 아버님 어머님이 저 아껴주시는 거 제 눈에 다 보이거든요.”
도하는 소명의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말하는 것 하나하나 사랑스러웠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졌다.
도하와 소명은 나란히 마주 앉아 음악을 듣기로 했다. 은은한 선율이 흐르자 소명이 도하의 넓은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댔다. 도하는 소명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
소명은 눈을 감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
어느덧 밤이 되고 소명과 도하는 잠을 청했다. 한참 자고 있는데 소명이 어딘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혹시 도하가 깰까 봐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서 침대를 빠져나왔다. 화장실에 갔다 와서 다시 누웠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살살 아파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소명은 누워서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은근히 신경 쓰이는 통증 때문에 다시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
소명이 뒤척이자 도하가 눈을 뜨며 잠에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아파요?”
자다 일어나서도 소명이 걱정되는 목소리였다.
“소명 씨?”
소명은 도하를 보며 말했다.
“그냥 배가 살살 아파서 신경이 쓰여서요.”
소명의 말을 들은 도하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병원 가볼까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나 괜찮아요. 도하 씨 내일 회사 출근해야 하는데 어서 자요.”
“아니에요. 소명 씨가 아픈데.”
도하는 잠을 자지 않고 소명을 지켜봤다. 이렇게 세심하게 자신을 생각해주는 도하가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소명은 쉽사리 잠을 못 자고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나온 소명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소명 씨? 무슨 일 있어요?”
“도하 씨, 저 아무래도 사랑이가 나오려나 봐요.”
“네?”
도하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슬이 비쳤어요.”
“그럼 당장 병원에 가야죠.”
“제가 분만기 많이 봤는데 통증 간격이 5분 정도 되면 병원 가면 될 것 같아요.”
“소명 씨…….”
도하의 눈빛이 흔들렸다. 소명보다 긴장을 더한 모습이었다.
“저 괜찮아요.”
소명이 도하를 안심시켰다.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죠. 소명 씨, 많이 아플 텐데 미안하고 고마워요.”
소명은 안절부절못하는 도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저 너무 설레요. 조금만 있으면 우리 사랑이 만나니까요.”
도하는 소명의 손을 꼭 잡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명이 아플까 봐 걱정하는 눈빛을 보며 소명은 생각했다.
‘이렇게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있을까?’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진통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엄마가 된다.
이슬이 비치고 나자 진통이 조금 더 강하게 시작되었다.
소명은 사랑이를 만나기 전에 미리 검색하고 공부했던 호흡법을 하며 진통을 이기고 있었다.
진통이 올 때마다 도하는 그녀가 안쓰러워 눈가가 촉촉해졌다. 도하는 소명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
“소명 씨, 너무 고마워요. 사랑해요.”
“도하 씨, 사랑해요.”
그녀는 강했다. 자신에게 닥친 일을 담대하게 이겨내고 있었다. 단지 그녀 옆에서 손밖에 잡아 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웠다.
자신이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아프고 싶었다. 자신의 아이를 낳기 위해 진통을 참아내는 소명이 고마워서 자꾸만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났다.
도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자 소명이 아픈 와중에도 더 도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자신에게 이런 고귀하고 존귀한 경험을 하게 해준 나의 아내.
그녀는 그의 전부이자 그의 삶이었다.
“소명 씨, 이제 가요.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