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7화 사랑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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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7화 사랑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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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7화 사랑이의 탄생
2023.06.08.
점점 힘들어하는 소명을 보며 도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가요. 이제 진통이 오는 간격이 좀 더 가까워졌어요.”
소명은 병원에 가는 순간까지 차분했다. 도하는 병원에 가기 전에 미리 챙겨놓은 출산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소명을 부축했다.
차에 소명을 태우고 병원을 향해 달렸다. 병원에 도착해서 소명은 분만대기실에서 분만하기 전에 하는 검사를 시작했다.
간호사가 들어와 내진하더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산모 분이 많이 참고 오셨나 봐요. 자궁 문이 많이 열려서 조금만 진통하시면 분만실 가도 될 것 같아요.”
도하는 힘겨워하는 소명을 바라봤다.
새벽 3시부터 한 진통은 5시간이 넘어가고 있었고 소명의 표정은 점점 힘들어 보였다.
진통이 올 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오로지 혼자 아픔을 감당하는 모습에 도하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한 생명을 낳은 어머니는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을 흘리는 소명의 이마를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얼마 뒤 도하의 휴대폰이 울렸고 도하가 전화를 받았다.
“네. 오셨어요? 네. 잠시만요.”
도하가 분만 대기실 문을 여니 정희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땀을 흘리며 진통을 하는 소명을 보며 정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당연히 진통할 걸 알고 있었는데도 왜 이리 안타까운지. 딸의 얼굴이 보니 저절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소명아, 엄마 왔어.”
진통 중에도 엄마를 보니 반가워서 소명도 울컥했다.
“엄마.”
처음으로 소명이 울먹이자 도하는 소명의 손을 잡아주며 그녀를 계속 살폈다.
“소명아, 거의 다 됐어. 엄마랑 차 서방 옆에 있으니 기운 내. 알았지?”
“응.”
“밖에 사돈어른들 다 와 계시더라. 근데 너 아픈데 들어오면 너 힘들까 봐 밖에 계신다고 사랑이 낳고 얼굴 보신다고 하시더라.”
점점 진통이 심해지는지 소명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도하는 소명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정희는 소명의 옆에서 열심히 기도했다.
소명이 무사히 순산하기를 바라는 기도였다. 얼마 뒤 간호사가 내진하더니 말했다.
“아유, 산모님 초산이신데도 진짜 대단하시네요. 아주 잘하고 계세요. 이제 다 열렸어요. 분만실 이동할게요.”
“분만실이요?”
“남편 분은 밖에 계시다가 부르면 들어오셔서 탯줄 자르시면 돼요.”
“네.”
소명은 분만실로 이동했고 이동하는 내내 도하가 옆에 있었다. 분만실로 들어가서 힘주기가 시작되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진통이 올 때 힘주시면 되는데 힘줄 때 머리를 배 쪽으로 향하게 숙이면서 주세요.”
소명은 아래쪽이 묵직하더니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의사가 말한 대로 배를 보면서 힘을 주었다.
“더더더. 좀 더. 잘했어요. 숨 쉬세요. 크게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하세요. 잘하고 있어요.”
소명은 의사가 시키는 대로 온 힘을 다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녀는 강했다.
“자, 다시. 숨 들이쉬고 내뱉고 힘. 쭉. 더더더더. 나왔다.”
어느덧 사랑이가 쑥 빠져나갔다. 소명은 온 힘을 다해서 거의 탈진 직전이었지만 사랑이를 낳았다는 기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아, 사랑아. 사랑아. 흑흑.”
그때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분만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곧이어 도하가 들어와서 사랑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다 눈물을 글썽였다. 아이를 낳느라 온 힘을 다 소진한 소명을 보고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빠, 탯줄 자르세요.”
도하는 떨리는 손으로 탯줄을 잘랐고 사랑이는 곧이어 소명의 배 위에 올려졌다.
이렇게 작고 예쁜 아이가 사랑이라니 믿어지지 않는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소명은 사랑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랑이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도하는 소명을 바라보았다.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도하가 울먹이며 소명에게 말했다.
******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차 회장은 소명이 분만실로 들어간 후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그 모습을 본 은영은 차 회장에게 가서 말했다.
“여보 좀 앉아 계세요.”
“소명이가 걱정이 돼서.”
차 회장은 계속 안절부절이었다.
정희는 의자에 앉아 계속 소명의 순산을 빌었다. 딸이 진통을 겪는 게 안타까웠지만, 누구나 엄마가 되려면 겪는 과정이기에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쉽게 낳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은영도 소명이 순산하길 바라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들이 아빠가 된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아들의 얼굴을 봤는데 소명을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은영은 도하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소명이 잘할 거야. 봤지. 소명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지금도 잘하지만 앞으로는 더 잘해.”
“응.”
그때 분만실에서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의자에 앉아 있던 정희는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정희는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드디어 자신의 딸이 엄마가 되는 순간이었다.
정희는 이 순간을 자신의 마음속에 담았다. 살아가면서 만든 소중한 추억의 조각이 되는 아름다운 기적이었다.
차 회장은 사랑이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이제 자신도 할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은영은 소명이 대견했고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는 차 회장이 귀여워 그의 등을 토닥였다. 도하는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듣고 빠른 걸음으로 분만실로 들어갔다.
정희는 분만실로 들어가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산모랑 아이는 괜찮나요?”
“네. 산모님이 너무 잘하셨어요. 둘 다 건강하니 걱정 마세요.”
간호사가 싱긋 웃어 보이며 분만실로 들어갔다. 그 후 은영이 정희에게 다가가 말했다.
“사부인, 우리 소명이 너무 잘했어요. 애 많이 타셨지요? 소명이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은영은 다정한 눈빛으로 정희를 꼭 껴안았다. 정희는 빨리 소명이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렇게 와 주시고 소명이 아껴주시니 저도 너무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독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차 회장의 얼굴에 온화한 웃음이 번졌다.
******
병실로 올라온 소명은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을 하고 있었다. 도하는 소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명 씨, 고생했어요. 우리 사랑이 건강하게 잘 낳아줘서 너무 고마워요.”
“도하 씨도 저 옆에서 힘들었죠? 잠도 못 자고. 집에 가서 좀 쉬고 와도 돼요.”
“쉬기는요. 전 소명 씨 옆에 있는 게 쉬는 거예요.”
소명은 도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도하는 항상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한 침실에 누워 그의 품에 안기면 너무 포근하고 평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와 함께 걷는 길이라면 가시밭길이라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보호해야 할 작은 생명이 둘 사이를 연결 지었다.
이제 소명과 도하는 사랑이로 이어졌다. 더욱 돈독한 가족이 돼서 두 사람은 너무 행복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 병실로 정희와 차 회장과 은영이 들어왔다. 차 회장의 손에는 커다란 꽃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소명은 꽃다발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정희는 소명을 보자마자 울음보를 터뜨렸다. 정희는 소명에게 다가가 와락 껴안았다.
소명도 정희를 보자 눈가에 눈물이 일렁였다.
“소명아, 아이고, 고생했고 잘했어.”
“엄마.”
소명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자신을 어떻게 낳았는지 알게 되어 엄마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엄마는 나를 그토록 아프게 고생하며 낳고 좋은 것을 먹이고 예쁜 것을 입히며 애지중지 키워 줬구나 하는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소명은 더욱더 정희에게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희가 소명과 포옹을 풀자 은영과 차 회장이 소명에게 다가왔다.
“고생했고 우리 손주 낳아줘서 너무 고맙다.”
“고마워, 소명아.”
소명은 차 회장과 은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예쁜 꽃바구니 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예뻐요.”
도하가 꽃바구니를 받아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올려놓았다.
“조금 있다가 사랑이 볼 수 있다고 해서 보고 갈게. 몸조리 잘해야 한다.”
“네. 어머님.”
은영은 소명의 손을 잡고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희는 도하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입을 뗐다.
“차 서방도 고생이 많았어. 너무 고마워. 그리고 축하해. 아빠 된 거.”
“감사합니다. 장모님.”
병실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찼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는 사랑으로 시작되었다.
******
차 회장과 은영, 그리고 정희는 신생아실 유리에 붙어서 사랑이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은영은 차 회장의 다른 면모가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 남자는 참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은영은 차 회장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정희 역시 초롱초롱한 눈으로 사랑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하 역시 아까 잠깐 보았지만 사랑이를 또 보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 간호사가 아기를 안고 나왔다. 간호사가 안고 온 사랑이를 온 가족이 둘러쌌다.
“어머머, 너무 예뻐. 피부가 어쩜 이렇게 하얗지?”
은영이 사랑이의 모습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정희도 아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잠시 말을 잊고 사랑이를 바라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차 회장은 사랑이를 보면서 자꾸만 울컥거렸다. 도하와 소명이의 아이라니.
‘나의 손녀구나. 네가. 어쩜 이리도 작을까?’
차 회장은 사랑이한테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사랑이는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간호사가 눈인사하고 사랑이를 다시 데려가기 전까지 사랑이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하는 사랑이를 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사랑아, 아빠가 지켜줄게. 건강하게 자라줘. 아빠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
한편 지성은 자신의 건축 설계 사무소를 차리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 여사도 일에 몰두하는 아들이 대견해 조금은 마음을 놓았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철이 없던 지성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과묵해지고 더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아들이 표현을 안 하지만 많이 힘든 걸 알기에 티를 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밝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정 여사는 밑반찬을 들고 지성의 집을 향했다. 얼굴 본 지도 오래되었고 지성이 잘 지내는지도 너무 궁금했다.
일부러 저녁 때 찾아갔다. 요즘 지성이 바빠서 낮엔 거의 집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 여사가 벨을 누르자 지성이 문을 열었다.
“오셨어요?”
여전히 예전보다 수척해진 모습이어서 마음이 아팠다.
“응.”
정 여사의 짐을 받아들고 들어간 지성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휑한 느낌에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구도 꼭 필요한 것만 있고 그리 지저분하지는 않았지만 남자 혼자 사는 집 티가 팍팍 났다.
정 여사는 집 안을 둘러보다가 냉장고를 열어 밑반찬을 넣었다.
지성은 정 여사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정 여사는 일부러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들? 배 안 고파?”
“응. 점심을 늦게 먹어서.”
“엄마가 밥 차려주고 가려 했는데.”
“아니야. 엄마. 과일 줄까?”
“아니.”
“그럼 차 마셔. 차 줄게.”
“엄마가 할게.”
“아니야. 앉아 계세요. 소파에.”
지성이 정 여사의 등을 떠밀었다. 곧 지성이 따뜻한 차를 내왔다.
“어디 아들이 타 준 차 좀 마셔보자.”
정 여사를 차를 마시며 지성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무실은 구했어?”
“지금 괜찮은 데 몇 군데가 나와서 비교하는 중이야.”
“엄마는 네가 열심히 해서 너무 좋다.”
정 여사는 지성의 손을 잡고 자신의 진심을 보였다.
“이제 엄마 속 안 썩일게.”
“고맙다. 지성아.”
정 여사는 지성과 차를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성의 집을 나왔다.
지성이 차를 타는 모습까지 본다고 하는 것을 끝내 만류하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다.
정 여사는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차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직도 못 잊고. 아이고. 지성아.”
아까 소파에 앉아 있었을 때 문득 지성의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노트북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기사의 내용이 정 여사의 눈에 들어왔다.
[SS 물산 차도하 대표이사, 딸 출산. 산모 아이 모두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