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0화 (10/205)

10화. 곡을 팔자 (2)

집으로 돌아오는 길.

[ 장진영! ]

[ 이런 스타일은 무조건 JJ지! ]

[ 내가 보기엔, 장진영 대표가 이 곡 딱 듣는 순간 어? 내 노래가 왜 여기 있어? 이럴 것 같아! ]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시간 있어요?>는 타인에게 들려준 것이 오늘이 처음이었다. 편곡을 완성하고 믹싱, 마스터링을 프로들에게 맡긴 상황에서 회귀를 해 버렸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믹싱 마스터링이 문제네.’

많은 이들이 프로 데뷔를 위해 회사 공모전에 참가하거나, 무턱대고 기획사 A&R 팀에 곡을 돌려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을 택한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곡이 쏟아진다.

곡 하나 파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면, 데모곡 퀄리티를 당장 앨범에 실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끌어올려놔야 한다.

‘믹싱, 마스터링을 맡겨야 하는데....’

그것도 돈이 꽤 들어간다.

특히 퀄리티가 보장된 알아주는 프로에게 작업을 맡기려면 그 비용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사정을 말씀드려 용돈을 가불받은 뒤, 스튜디오를 렌트해서 직접 작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믹싱 마스터링을 내가 못해서 직접 안 하는 게 아니다.

퀄리티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려보려는 노력의 일환일 뿐.

‘장진영 대표 같은 사람은 사운드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니 엄청 신경 써야 해.’

@

일요일 아침.

“엄마. 용돈이 좀 필요한데.”

“응? 왜?”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해야 해. 전문 스튜디오를 빌려서.”

목적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당연히 엄마가 음악 전문 용어를 알 리가 없다.

“그게 뭐야?”

“간단히 말하면 믹싱은 악기들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작업이야.”

내 설명을 얼마나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알려드렸다.

“요약하자면, 믹싱으로 밸런스를 맞추고 마스터링으로 음압을 확보하면서 음색을 듣기 좋게 조정한다고 보면 돼. 그런데 그 작업을 좋은 장비들, 특히 모니터링 환경이 받쳐주는 곳에서 해야 하거든. 그래서 스튜디오를 렌트하려는 거야.”

“아아....”

아마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셨을 거다.

엄마 나이 문제가 아니라, 현대 음악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낯선 개념이니까.

“그 음악이나 한 번 좀 크게 틀어봐라. 제대로 좀 들어보자.”

엄마는 귀엽게 들썩 들썩, 나름대로 박자를 타며 흥겹게 음악을 즐기신다.

노래가 끝나자.

“와. 진짜 잘 만들었네! 좋다!”

박수까지 치며 날 칭찬해주신다.

그런데 두 눈이 촉촉이 젖어 있었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음악에 재주가 있었구나 열정도 넘치고....”

말릴 틈도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신다.

“난 그것도 모르고 서연이 양궁만 지원해주고 있었으니... 나도 참 나쁜 엄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슥 닦더니 말씀하신다.

“저기, 식탁에 있는 가방에서 엄마 지갑 좀 꺼내 봐.”

됐다!

잽싸게 달려가서 가방을 열고... 여는데....

‘낡았네.’

심지어 정체 모를 브랜드.

아마 시장표가 아닐까 짐작되는 물건이다.

‘지갑도....’

아무래도 돈 빨리 벌어서 이 가방과 지갑부터 좋은 녀석으로 바꿔줘야 할 것 같다.

‘아빠도 분명....’

울컥, 뜨겁게 차오르는 무언가를 애써 억누르고 지갑을 열었다.

현금이 꽤나 많았다.

“필요한 만큼 꺼내 써.”

엄마의 미소에 다짐했다.

반드시 돈 걱정 없이 살게 해드리겠다고.

@

“어어, 실례지만 나이가...?”

“고등학생인데요.”

“.......”

날 맞이해 준 엔지니어의 표정이 굉장히 미묘해 보인다.

“왜요? 혹시 고등학생은 스튜디오 렌트 못 하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정말 믹스랑 마스터링 같은 작업 할 수 있어요?”

“가능하니까 스튜디오 렌트하지 않았을까요?”

“여기 있는 장비들 다루는 법은 명확히 숙지하고 있고요?”

“네. 다 아는 장비네요.”

실제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장비의 정확한 명칭과 특징 등을 줄줄 나열해 보이니 그제야 엔지니어의 표정이 펴졌다.

“저 옆방에 있을 거니, 혹시 도움 필요한 일 생기면 언제든지 찾아와요.”

그리고 몇 가지 당부 사항을 전한 뒤 떠나는 엔지니어.

‘시간이 돈이다. 빨리 작업하자.’

난 즉시 모든 장비를 가동시켜 작업을 진행했다.

확실히 맥북과 로직 프로그램 하나만 가지고 작업했을 때와 효율이 비교도 안 되게 좋다.

‘이왕 온 김에 편곡도 새로 좀 손봐야겠군.’

작업 시간 맞추는 건 어렵지 않다.

난 손이 빠른 편이니까!

시간이 남을 것 같아서 보컬 녹음도 아예 새로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믹싱, 마스터링을 시작한다.

‘나도 이런 멋진 전용 스튜디오 하나 가지고 싶다.’

아마 음악으로 먹고 사는 많은 이들의 꿈일 것이다.

‘이 정도 스튜디오라면... 최소 몇 억은 필요하겠지?’

임대료, 인테리어, 기기 값, 방음 공사 등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돈! 돈! 돈이다.

‘곡 몇 개 팔아서 히트 하는 것 정도로는 어림도 없겠지.’

설령 그럴 여유 자금이 있어도 스튜디오 확보에 쓰기는 어렵다.

가족과 나를 위해서 먼저 쓰고, 여유가 생기면 그 후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전 삶에서도 전용 스튜디오를 갖지는 못했다.

집 사고 가게 만드는데 돈을 거의 다 써버려서....

뭐, 투자가 실패한 것도 조금 영향이 있었고.

... 아니, 많이.

“됐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작업 종료!

음악을 한 번 재생시켜본다.

한 대에 수천만 원이 넘는 최고급 모니터링 스피커에서 완성된 음악이 쩌렁 쩌렁 울려 퍼진다.

캬, 이 맛이지!

온 몸에 뽕이... 아니 전율이 차오른다!

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렌트 시간은 종료.

스튜디오를 벗어나니 바깥에서 엔지니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작업 잘 됐어요?”

“네. 스튜디오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앞으로도 종종 이용할 테니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얼굴하고 연락처 확실히 기억해뒀으니 언제든 문의하고 이용해줘요. 학생은 정말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줄게요.”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잠깐 들어봤는데 난 그 나이 때 뭐하고 있나 자괴감이 올 정도로 잘하더라고.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데모 곡은 완성.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았다.

‘기획도 해야지.’

아직 돈이 조금 남았다.

근처 카페로 가서 제일 저렴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노트북을 펼친다.‘의상 컨셉부터 짜보자.’

장진영 대표가 추구하던 스타일을 최대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파격.’

그런데 현 시점에서는 그가 추구하는 파격적인 컨셉은 조금 지나친 감이 있다.

이것도 시대가 흐르며 정돈이 되는 부분이다.

‘그 시기를 내가 조금 당겨줄 필요가 있겠군.’

베이스가 되는 패션은 정장.

여기에 살짝 파격을 더해준다.

‘색깔은 핑크, 와이셔츠보다는 흰색 브이넥을 받쳐 입는 게 좋을 것 같고, 선글라스로 시크한 매력을....’

아주 세심하게, 그의 취향을 기반으로 의상과 액세서리,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자료를 정리한다.

‘이 정도면...?’

내가 좋아하던 장진영 대표의 스타일 그 자체!

‘스타일링 컨셉은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이제 아트 컨셉을 짜보자.’

뮤직 비디오, 화보 등에서 사용될 배경 컨셉.

‘처음 이 곡을 만들었을 때 블루노트 재즈바를 떠올렸지.’

뉴욕 맨해튼 워싱턴 스퀘어 부근에 블루 노트 재즈 클럽이라는 곳이 있다.

술도 마시고 밴드의 공연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뉴욕과 재즈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필히 방문하게 되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거리, 공연장 외관, 그리고 내부.

모든 것이 굉장히 맨해튼스럽고, 재즈 감성이 듬뿍 스며 들어 있다.

이 장소를 기반으로, 여러 트렌디한 요소를 섞어 디자인하면 뮤직 비디오, 무대 아트에 써먹기 좋은 장소가 만들어질 것이다.

‘분명히 먹힐 거야. 왜냐하면....’

장진영 대표의 미국 사랑.

특히 흑인 문화에 대한 애정은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겉의 추종에 가까운 수준이니까.

그렇게 완성된 음악, 스타일, 아트 컨셉 문서를 바라보며 난 씩 웃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요소는 다 때려 박았다. 날 뽑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거야.’

@

국내 3대 대형 기획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JJ 엔터테인먼트.

그 수장이자 간판 프로듀서인 장진영 대표의 아침은 항상 한결 같았다.

생수를 마신 뒤 스트레칭, 조깅, 아침 운동...

이후 건강식으로 가볍지만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압구정 사옥으로 출근한다.

“자, 일을 시작해볼까?”

제일 먼저 하는 일과는 바로 이메일 업무.

“오늘도 양이 어마어마하네.”

벌써부터 피로가 느껴지지만, 애써 기운차게 이메일 확인을 시작한다.

‘방송 섭외, CF 광고 일정....’

대표로서 프로듀서로서 챙겨야 할 사안이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두 시간.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업무를 처리하던 장진영 대표는 슬슬 차오르던 스트레스가 머리끝에 도달했을 때.

‘잠시 쉬자.’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심호흡을 한 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역시 난 이런 업무가 맞지 않아. 빨리 CEO를 구해서 이 자리를 맡기고, 난 프로듀싱과 가수 활동에만 집중해야지.’

더 솔직한 마음은, 프로듀싱도 그만두고 가수 활동에만 집중하고 싶다.

‘믿고 맡길 사람만 있다면 말이지.’

CEO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속 작곡가나 프로듀서는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럴 때는 다른 회사가 부러워진다니까. 나도 참 쓸데없이 눈만 높아서는....’

결국 모든 것은 내 스스로가 자초한 문제다.

오늘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 장진영 대표는 허탈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A&R 팀의 갑작스런 요청으로 회의가 열렸다.

Artists and Repertoire

간단히, 음반, 아티스트 기획을 담당하는 부서였다.

팀장이 직접 전화를 걸더니 꼭 보여줘야 할 게 있다며, 최대한 빨리 회의실을 잡고 이야기 좀 하자고 요청을 해왔다.

‘얘가 이렇게 흥분했던 적이 없었는데....’

무려 10여 년 간 A&R팀을 이끌며 자신과 호흡을 맞춰온 핵심 인력이었다.

굉장히 과묵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때로는 이런 점이 지나쳐서 인간미가 없고 업무 기계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흥분하며 빨리 회의 일정 잡자는 소리를 할 정도였으니....

‘대체 무슨 일이야? 사람 미치게 만드네.’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 장진영 대표는 처리 중이던 업무를 모두 뒤로 미루고, 바로 회의실을 잡아 시간을 공지했다.

그렇게 긴급회의가 열렸다.

“정연아, 무슨 일이야?”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음악부터 들어보시죠.”

길다란 생머리에 새하얀 피부, 청조한 이목구비를 지닌 빼어난 미녀, 이정연 팀장이 굉장히 들떠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회의에 참석한 A&R 팀 전원이 마찬가지였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한 의문은 흘러나온 음악에 파묻혔다.

[ 두두두둥! ]

묵직한 드럼 비트를 신호로 경쾌하게 터져 나온 빅밴드 비트!

정통 스윙 재즈로 흘러가던 곡 분위기는.

[ 저기, 혹시 시간 있어요? ]

[ 그쪽에게 줄 시간은 없는데요? ]

나레이션 이후의 비명 소리, 유리창 깨지는 FX 사운드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180도 전환된다.

현대적인 사운드와 감각적인 보컬로 재무장된 스윙 재즈 댄스 음악!

머릿속에 맨해튼 소재의 재즈바와 홍대 클럽이 동시에 떠오른다.

‘가이드가 누구지? 여자앤가? 굉장히 잘 부르는데?’

가이드 보컬이 굉장히 특색 있다.

높고 고운 목소리는 얼핏 소녀의 그것 같지만, 그 속에 남성 특유의 와일드한 느낌이 절묘하게 뒤섞여 있다.

‘보컬이 굉장히 중성적인 느낌인데?’

신이 난다.

온 몸이 절로 들썩거린다.

그가 추구하는 미국 흑인 감성, 거기에 더해 스윙 재즈와 현대 팝 댄스 스타일이 제대로 녹아들어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요소들을 비트감 있는 중성적인 보컬이 제대로 그 맛을 살려내고 있다.

‘분명 어린 친군데... 와, 이거 대체 뭐지? 끝내준다!’

이렇게 감탄하고 흥분하며 음악을 듣던 것이 얼마만인가?

곡이 끝나기 무섭게 질문을 쏟아낸다.

“이거 누가 보낸 곡이야? 신상 파악 된 거야? 보컬은 누구래? 어린 친구지? 여자애야 아니면...?”

“아직 안 끝났으니 진정해 주세요.”

“... 안 끝났어?”

“곡만 보낸 게 아니예요. 안무 영상과 스타일링, 비주얼 컨셉까지 같이 보냈거든요.”

“와, 진짜? 아니, 대체 어떤 작곡가가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것도 나중에 들으시면 깜짝 놀라실 텐데... 아무든, 준비된 자료부터 보여드릴게요.”

이어 진행된 프레젠테이션.

장진영 대표는 솟구치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소리쳤다.

“당장 연락해서 미팅 날짜 잡아! 아, 오늘 볼 수 있으면 보자고 해!”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