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3화 (13/205)

13화. 최연소 프로듀서

장진영 대표와의 통화를 마치고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다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교실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목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에, 이번 시간에는....”

그러나 아무 말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지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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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반지희와 최명중이 내게 몰려왔다.

"JJ 엔터테인먼트랑 통화하고 온 거지? 맞지?"

"수업 시간 내내 표정이 심상치 않던데 혹시...?"

짐작 가는 게 있으니 확답을 듣고 싶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모양.

“장진영 대표가 전속 프로듀서로 계약해 달래.”

떠벌릴 생각은 없지만, 굳이 알려져도 상관없는 일이라 솔직히 말했다.

두 사람의 반응이 굉장히 드라마틱했다.

“저, 전속 프로듀서? 가수 곡 만들어주고 막 이것저것 지시하는 그런 거?”

“잠깐만, 그러면 너 JJ 엔터테인먼트 전속 프로듀서가 되는 거야?!”

그런데 두 사람 목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전부터 우리 세 사람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서 그랬는지....

“방금 들었어?”

“JJ 엔터테인먼트 전속 프로듀서가 된다고? 김민이?”

“아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리를 중심으로 반 분위기가 급격히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네가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

반지희는 잔뜩 흥분했고 침착하던 명중이는 아예 넋이 나가 있고.

결국 반 친구까지 몰려들었다.

“야, 무슨 일이야?”

“우리도 좀 알자!”

“치사하게 너희끼리만 속삭이기냐? 우린 친구 아냐? 좀 알려줘!”

뭔가 일이 커지는 것 같은데....

반지희의 입을 황급히 막으려고 했지만....

“민이가 JJ 엔터테인먼트 전속 프로듀서가 된데!”

... 가볍기가 깃털 같고, 나불대는 속도는 가희 질풍을 연상케 하는 반지희의 값싼 주둥이는 저지가 불가능했다.

그래. 중 1이잖아.

그럴 수 있지. 암.

“뭐, 뭐라고? JJ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민이가 왜?!”

“아이돌 연습생이라면 이해하겠는데... 프로듀서? 이제 겨우 중1이잖아!?”

반 전체가 경악에 빠졌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갑자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더니, 바로 옆 반에 가서 다음과 같이 소리쳤다.

[ 얘들아! 우리 반에 JJ 엔터테인먼트 전속 프로듀서 나왔다! ]

... 학교 전체가 소란스러워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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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선생님의 등장으로 간신히 소동이 진정됐다.

물론 그 전까지 흥분한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시달려야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내 흥분도 가라앉는다.

조용히 장진영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복기한다.

[ 팀장들이 너 다른 곳 쳐다보지도 못하게 꽉 붙잡아서 끌고 오란다. ]

그리고 덧붙였다.

[ 너 해달라는 거 다해줄게. 회사 내에 전용 스튜디오도 마련해주고, 연습실도 얼마든지 쓸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어. 가수 데뷔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해. 팍팍 밀어줄 테니까. ]

다음 내용이 중요했다.

[ 너 다른 곳 보내면 나 진짜 평생 후회할 것 같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내가 어떻게 해줘야 네가 우리 전속 프로듀서가 되어줄 수 있을까? ]

중요한 건 이거다.

어조가 제안이 아닌 부탁에 가까웠다는 것.

기분이 날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갑자기 우주를 향해서 급발진 해버리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롤 모델인 장진영 대표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지.

당장 아버지와 함께 회사로 찾아가겠다고 대답했다.

[ 다른 할 말도 많은데...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얼굴보며 하는 게 좋겠다. 기다릴게. ]

쉬는 시간이 되자 또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학생들이 나 때문에 몰려든 것이다.

이 상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럴 수 없지. 바뀌기로 했잖아?’

나도 인싸가 되어 보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너 정말 JJ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되는 거야?”

“아직 결정된 건 아니고....”

입을 떼는 순간 단번에 소란이 멎는다.

수많은 이목이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으... 부담스러워.

“... 오늘 가서 대화를 좀 더 해보고 결정하려고.”

“어? 그러면 안 될 수도 있는 거야?”

“그쪽에서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면 그럴 가능성도 있지.”

물론 현재 상황을 봐서는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적긴 하다.

질문은 계속 쏟아졌다.

“그러면 그거 언제 결정되는 거야?”

“대충 이번 주 안으로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긴 한데....”

“나 궁금한 거 있어!”

“나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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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정말 길었다!

“민아! 여기다!”

오늘도 아빠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방금 도착했는데... 무슨 일 있었냐?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아아....”

간단하게, 학교에서 벌어진 소란에 대해 알려드렸다.

그런데 대화 중.

“민아, 지금 JJ 엔터테인먼트 가는 거야?”

“계약 잘하고 와!”

“파이팅! 우리 학교의 자랑!”

“김민! 응원한다!”

반 친구들.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이들까지 친근하게 말을 거는 게 아닌가?

“우리 아들 인기 최곤데?”

“인기 많은 게 좋기만 한 건 아니더라고요.”

“어허, 이런 일로 피곤해하면 나중에 슈퍼스타가 됐을 때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 그러게요.”

택시를 타고 JJ 엔터테인먼트 사옥에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김민 군!”

이번에도 이정연 팀장이 마중 나왔다.

“우리 회사하고 계약 해주실 거죠?”

안내해주면서 조심스레 묻는 이정연 팀장.

아버지는 대답 대신 날 바라본다.

나에게 맡기겠다는 뜻이다.

"조건이 굉장히 좋아서... 계약서 원본 지면상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진행할 생각이에요.”

“......!”

초조해보였던 이정연 팀장님의 얼굴이 급격히 화사해진다.

“그러면 이제부터 회사 식구가 되겠네요?”

“그렇게 되겠죠?”

“와아, 정말 잘 됐어요! 사실 제가 김민 군 영입 강력하게 추진했어요! 대표님께 김민 군 데려오지 못하면 회사에서 일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협박까지 했답니다!”

나도 들었다.

이정연 팀장님이 날 당장 데려오라며 회의 중 소리까지 질렀다고....

농담이 아니라면, 눈 앞의 미녀가 이 회사에 끼치는 영향력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굉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

'무조건 잘 보여야 해!'

난 정중히 인사했다.

“앞으로 이정연 팀장님께 신세를 많이 지게 될 것 같아요. 잘 부탁드려요.”

“저야 말로 잘 부탁드려요!”

“어서 오세요. 아버님. 민이도 어서와. 빨리 앉아!”

장진영 대표 집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손에 들린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

“중요한 용건부터 좋게 끝내야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겠지? 살펴 봐.”

그리고 아버지에게 말씀하신다.

“같이 확인해보세요. 크게 어려운 내용은 없지만 혹시 모르니 제가 하나 하나 이해하기 쉽도록 조항을 설명해 드릴게요.”

업계 표준 계약서 정도야 훤히 꿰고 있는 나였다.

난 이 부분을 적극 어필했다.

아버지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안심시켜 드릴 필요가 있었으니까.

사실 계약서는 사전에 이미 이메일로 받아 스마트 폰으로 모두 훑어 본 상황이다. 오늘은 몇 가지 항목을 추가적으로 확인 받고 세부 사항을 조율할 겸 찾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이 부분은....”

“아, 그러면....”

장진영 대표와 나는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단순히 곡 하나 파는 계약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전속 프로듀서 계약은 오죽할까?

분명히 나를 배려한 부분이 있지만, 곳곳에 은근한 함정도 숨어 있었다.

미묘하게 많은 전속 기간이라든가, 특히나 돈에 대한 내용들.

이런 부분까지 세밀하게 따지고 드니 장진영 대표도, 심지어 아버지도 질린 표정이었다.

“야, 너 정말 독하다. 나 살다 살다 너처럼 철두철미한 애는 처음이야. 왜 이렇게 잘 아는 거야?”

“공부 많이 했어요.”

그렇게 계약이 끝났다.

“너 계약 내용 어디 가서 발설하지 마. 진짜 큰일 난다. 왜 그런지는 알지?”

“그야 물론이죠. 대표님이 저 배려 많이 해주신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래. 그건 그렇고....”

장진영 대표는 슥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한 식구니까 거리감 느껴지게 대표님, 사장님. 그런 거 말고 형이라고 불러.”

“... 형이요?”

“부담 느낄 필요 없어. 내가 좀 편해졌다 싶을 때 그렇게 하라는 거니까. 아무튼.”

장진영 대표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잘 해보자. 대한민국 최연소 프로듀서 김민!”

그 호칭에 내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한다.

난 떨리는 마음으로 그 커다란 손을 붙잡고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난 대한민국 3대 대형 기획사 중 하나로 꼽히는 JJ 엔터테인먼트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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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팀장님도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민이 너 작업실 어디에 있는 게 편하니? 회사에 출근할래 아니면 방을 그냥 따로 잡아줄까?”

“따로 잡아줄 수도 있어요?”

“이것도 일종의 특별대우지 뭐. 다른 사람들은 안 되지만 넌 전속 프로듀서로서 입사하자마자 곡을 세 개 팔았고 심지어 데뷔조 연습생이기도 하잖아.”

“아....”

“뒤에서 말이 안 나오진 않겠지만 그 정도야 네가 알아서 해야지.”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요?”

“실력과 카리스마를 딱 보여주면 끝나는 거지 뭐.”

“........”

실력은 둘째 치고 카리스마는... 아무리 멋진 척 하려고 해도 도저히 안 나올 것 같은데?

“그냥 회사 사옥에 잡아주세요. 출근하는 게 편하겠네요. 연습도 좀 하고 가고.”

직후, 장진영 대표는 이정연 팀장을 보며 말한다.

“내가 알기로 지금 사옥 내에 개인 작업실 몇 군대 빌 텐데, 프로듀서, 작곡가 몇 명 퇴사했잖아. 맞지?”

“네. 여유 공간이 충분하니 그 중 하나를 할당해주면 되겠네요.”

이정연 팀장은 나를 향해 굉장히 따스하고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웬만한 장비 다 있으니 말만해요. 원하는 대로 꾸며줄 테니까요.”

아니, 아무리 전속 작곡가에 연습생이라도... 이거 특별대우가 조금 심한 거 아니야?

‘텃세 각오 좀 해야겠군.’

이러면 기존 고인물들 입장에서 나를 좋게 볼 리가 없다.

‘그것까지 알아서 감당하라는 거겠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말하는 ‘역량’이란, 여러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노래, 춤, 작곡, 기획력, 마케팅 외에도.

‘협업’에 능력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팀과 회사에 얼마나 잘 녹아드는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어떤지.

물론 이런 것들은 누구에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다.

“빠른 시일 내에 자리 잡아서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네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사옥으로 돌아가 못 다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가장 중요한 안건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들 오디션 날짜는 언제가 적당할 것 같아?”

장진영 대표는 문 라이트 애들 전원에게 연습생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물론 그 전에 오디션은 봐야 한다.

준비 시간을 충분히 줄 테니, 그것까지 고려해서 적당한 날짜를 말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야 오디션 일정을 잡을 수 있으니.

난 고민 끝에 말했다.

“보름 정도는 필요해요.”

“보름씩이나?”

“네.”

“그렇게 준비할 게 많아?”

“대신 그정도 여유를 주시면 신인 그룹이 싱글 런칭할 때의 퀄리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에 장진영 대표와 이정연 팀장의 표정이 변한다.

방금 전까지 꽤나 날카로웠는데, 지금은.....

“런칭 퀄리티라고?”

“네!”

“그 말, 확실해?”

“물론이죠. 아예 싱글까지 만들고 스타일링까지 완벽히 세팅해서 공연 올릴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그게... 보름 이면 다 가능해?”

난 딱 한 마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긴 말은 필요 없다.

그냥 당일 날 직접 증명하면 된다.

장진영 대표는 무언가를 고심하더니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

“정연아. 보름 후에 문라이트 오디션 장을 제 1연습실로 잡고, 그 날 전직원, 연습생들까지 모두 참관하라고 해.”

나를 포함,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정연 팀장은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뭘 어떻게 하실 생각이예요?”

“이건 그 문라이트인가 하는 애들만의 오디션이 아니야.”

나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김민의 프로듀서로서의 자격을 검증 받기 위한 시험 무대이기도 한 거지.”

“아....”

장진영 대표는 나를 향해 말한다.

“미안한데, 그날까지는 회사에서 아무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오로지 너희들의 힘만으로 준비를 끝마쳐서 확실히 보여줘야 해. 그래야 뒷말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이해하지?”

충분히 납득이 되는 이야기다.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난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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