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5화 (15/205)

15화. 함께 성장하자

“내 꿈은 변함없어. 의사야. 난 아버지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야. 하지만....”

머뭇거리던 명중이는 민망한 듯, 시선을 피하며 고백했다.

“근래에 들어 음악도 굉장히 좋아졌어. 그래서....”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말을 끝맺는다.

"둘 다 같이 해보고 싶어. 진지하게."

"........"

“이상해?”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이상할 거 없어.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의산데 웹소설,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분도 계시거든.”

“어? 정말?”

깜짝 놀라는 명중이.

그런 예는 들어보지 못했나보다.

“응. 진짜야. 그리고 의사면서 방송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사람도 있잖아. 하물며 의산데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게 이상할 이유라도 있나?”

“그, 그런가?”

“그럼. 같이 해. 충분히 할 수 있어. 둘 자 열심히, 잘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어. 너 자신 없어?”

“아, 아니! 자신 있어!”

“됐네. 그러면 진로 고민은 해결된 거지?”

“응!”

표정이 밝아졌다.

“이론 공부는 네가 알아서 하고, 나는 음악 만드는 노하우라든가, 미디 시퀀싱, 혹은 전반적인 가수, 음반 디렉팅 같은 것들에 대해서 틈틈이 알려줄게. 넌 나한테 공부를 알려주고.”

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문제없지?”

“응!”

고민 해결!

“내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더 이상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을 정도가 되면 가끔 JJ 엔터테인먼트 작업실에 초대해줄게. 전문 장비 다루는 법 같은 것도 배워야지.”

“그런 것도 가능해?”

“물론이지. 그러다 꽤나 성장해서 실전에서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정도까지 된다면....”

슬쩍 뜸들이며 애를 태워준 뒤.

“우리 둘이 함께 작곡 팀으로 활동하게 될 날이 올 지도 모르지.”

“.......!”

정말 그런 날이 오려면 명중이든 공부든 음악이든, 둘 다 굉장히 열심히 해야 할 거다.

그래서 단순히 나이만 먹고 키가 커지는 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크게 성장해야 한다.

... 진심으로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쉬는 시간.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만약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지는 일이 생겼어. 이러면 너희는 어떻게 할래?”

나는 솔직히 고민하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다.

“뭘 그런 걸 물어 봐? 붙은 사람은 당연히 연습생 되는 거고. 떨어진 사람은 될 때까지 도전하든, 아니면 전략을 다시 짜든 하는 거지.”

“맞아! 만약 내가 떨어지고 다른 사람이 붙은 경우라면, 나 때문에 친구들이 좋은 기회 발로 차버리면 엄청 미안하고, 속상하고 그럴 것 같아.”

“동정 받는 것 같아서 싫어. 붙은 사람은 연습생 하면 되는 거고. 떨어진 사람은 더 열심히 연습해서 다시 도전하는 거고. 그게 당연한 거지.”

“맞아. 맞아!”

이 아이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명쾌한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내심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분명 누군가는 떨어질 것이기에.

‘그래.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애들이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도움 주면 되는 거지.’

단 하나의 근심 덩어리가 완전히 사라졌다.난 손뼉을 치며 힘차게 외쳤다.

“다시 연습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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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과 곡비가 입금됐다.

사실 지금까지 일을 하며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 본 일이 없었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정하자. 일단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생각하는 거야.’

내가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대 중반,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이후였다.

‘우선 순위라면 역시 집이지.’

현 시점 강남. 판교역 인근 25평 아파트 시세가 대략 8,9억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

이 시세가 앞으로 끝도 없이 오를 것을 생각하면 지금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하고 대출을 받아 두 지역 중 한 곳의 아파트를 매수하는 게 좋다.

‘이왕이면 강남.’

계산해보자.

1억도 안 되는 돈으로는 아무리 대출을 받아도 강남 25평 아파트 매매는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 집과 가게 보증금까지 더한다면...?’

그래도 2억은 안 될 것 같다.

아쉬운 대로 형편에 맞춰 가야 하나?

"........"

효율적이지 못하다.

‘역시 답은 투자야.’

주식?

‘비트 코인!’

황급히 스마트 폰을 꺼내들고 기사를 검색해본다.

‘여기 있다.’

2014년 2월.

도쿄 시부야 소재, 세계적인 비트코인 거래서 마운트 곡스가 파산했다. 이로 인해 해당 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가치가, 1000달러에서 97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다른 거래소 시세는... 대략 500달러 수준이네.’

지금으로부터 세 달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저번 달에 우리나라도 비트 코인 거래소가 생겼지.’

지금 시기 비트 코인 가치는 50만 원 선.

‘2017년에 천만 원, 2018년에 이천만 원을 돌파하지.’

그 후에 다시 하락했다가 2020년경에 다시 반등.

결국 8000만 원 선을 돌파한다.

‘1억을 투자하고 6년 정도를 존버하면 100억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군.’

결정했다.

투자는 비트 코인 위주로!

‘일단 비트코인 투자 금을 1억을 채운 이후부터는 미국 빅테크 주에 투자를 하는 거야.’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애플, 마이크소프트 같은 주식들 말이다.

‘6년만 참으면 어디든 골라서 갈 수 있어.’

아무튼 비트코인.....

‘가, 가즈아!’

비트코인.

풀매수 완료!

@

전 재산을 코인에 쏟아 부었으니 이제 눈앞에 당면한 과제에 집중할 때였다.

‘지금부터 정신 차리고 죽을 각오로 덤벼들어야 해.’

세 곡을 팔긴 했지만 이게 언제 어떤 식으로 발매 될   지는 모른다.

일단 이 곡들은 잊어버리고, 새 곡을 만들며 문 라이트 애들 합격 오디션 합격 시키는데 주력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시선 처리 똑바로 해! 안무 할 때 타깃을 빠르게 선정해서 집중 공략 하란 말이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몇 가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들을 가르쳐 준다.

이를 테면....

“방금 강조했지? 아이돌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 그게 뭐라고?”

“이미지!”

바로 이런 거.

“춤, 노래. 비주얼. 당연히 중요하지. 그런데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게 바로 이미지야.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느냐.”

날 향한 시선들이 굉장히 초롱초롱하다.

경청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제 아무리 악마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이미지 관리 한 번 잘못하는 순간 나락으로 가는 거야. 예를 들어 스타랍시고 거드름을 피운다거나, 누군가를 험담한다거나, 인사를 제대로 안 하고, 표정 관리 실패하고....”

슬쩍 반지희를 바라본다.

“... 상황 분간을 제대로 못해서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못한다거나.”

헛기침을 하고, 말을 계속 이어간다.

“언제까지 가면을 쓰고 살 수는 없어. 가면은 언젠가는 벗겨져. 그러면 어떻게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야 할까?”

모두와 눈을 한 번씩 마주친다.

난 빙긋 웃으며 답을 이야기했다.

“간단해. 조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 겸손과 배려심이 몸에 배여 있는 사람이 되는 거지.”

이러한 태도는 훗날 보험으로 작용한다.

만약 훗날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여기던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톱스타가 되어 대중으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는 사람들은 이런 조건을 미리부터 알고 갖춰 놓은 사람들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이해했지?”

“응!”

힘찬 대답.

난 빙긋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 함께 성장하자.”

그래서 반드시 만인의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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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저녁뿐이었다.

오전 오후 시간에는 학교 수업. 그 이후에는 문 라이트 애들 연습을 봐줘야 했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곡 작업은 꾸준히 해줘야 한다.

하루만 쉬어도 감각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이전에 써먹었던 곡들 말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보자.’

먼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곡을 줄 대상부터 선정할 필요가 있겠지.

누가 좋을까?

‘엔 플라워나 메트로 보이즈.’

당장 떠오르는 건 현 JJ 엔터테인먼트의 간판인 두 아이돌 그룹.

‘메트로 보이즈 멤버들이 내년을 기점으로 군 입대를 시작하지?’

이후 꽤 공백기를 갖다가 3년 만에 다시 모두 모이며 활동을 시작한다.

‘그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되지.’

이전부터 워낙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쳐서 스스로 평판을 깎아 먹은 그룹이다.

군 입대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공백기까지 가졌으니 인기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국내 보다는 해외, 특히 일본 활동에 치중하게 되지.’

실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이조차도 금방 시들해졌다.

나이는 계속 먹는데 아래에서는 실력과 인성까지 훌륭한 후배 뮤지션이 계속 치고 나오니....

‘군 입대 전 발매한 싱글이 뭐였더라?’

한참 고민 끝에 떠올랐다.

I will miss you

활동 중지를 앞두고, 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멤버들이 직접 만든 자작 발라드 음악.

대중적인 호응은 없었다.

‘사실 곡 자체가 별로였지.’

팬 송도 잘 만들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이말인즉슨 곡이 대중에게 큰 감명을 주지 못했다는 것.

기억을 더듬어, 맥북과 연결한 마스터 키보드로 연주를 시작해본다.

‘무난한 곡이야. 코드 진행도, 가사도, 사용된 악기도.’

내 취향은 아니다.

연주를 하다가 멈추고 고민해본다.

‘내가 타이틀곡을 만든다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메트로 보이즈는 도시적인 세련미를 강조하는 그룹이다.

데뷔 초창기에는 도시의 세련된 아이들 이미지.

나이가 들수록 수트 패션을 이용해 깔끔한 신사 이미지를 자주 보여줬다.

‘도시남 컨셉을 다른 방식으로 이용해볼까?’

일단 도시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무엇이 있을까?

빌딩 숲.

지옥 같은 출근길.

무한 경쟁.

‘뭐 이런 것들?’

매트로 보이즈도 깊이 내색하지는 않지만, 지금쯤 무척 지쳐 있을 것이다.

경쟁에, 스스로의 한계에, 막막한 미래에.

‘보통 이럴 때는 모두 벗어던지고 떠나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절실해 지는 순간이다.

‘오, 이거 좋다!’

느낌이 왔다.

군 입대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활동 중지를,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시간으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내 생각에.

지금 이 시점의 매트로 보이즈에게는 지난 시간 걸어온 발자취를 돌이켜볼 필요도 있다.

‘이게 주제야.’

1절은 나를 돌아보며 후회한다. 부족한 모습에 미안해하며, 그조차 사랑해준 팬들, 바로 '너' 에게 고마워한다.

2절에서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여정을 그린다.

지금은 떠나지만 '너'의 믿음과 사랑에 걸맞는 내가 되어 돌아올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거라는 고백을 끝으로 노래는 끝난다.

이것으로 작곡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갖춰졌다.

그리고 그 순간.

“.......!”

악상이 폭발한다.

미친 듯 건반을 누르고, 기록하며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조각을 맞춰나간다.

그러던 어느 순간.

[ 쿵쿵! ]

“아직도 안 일어났어? 학교 가야지!”

노크 소리와 함께 엄마의 외침이 들려온다.

깜짝 놀라 몰입에서 깬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아....”

뱜을 샌 것이다.

나는 멍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응. 일어났어.”

“아침 식사 차려놨으니 먹고 가! 엄마 출근한다!”

망연자실.

‘조금만 더 있었다면 완성할 수 있었는데....’

몰입이 깨지며 아직 맞추지 못한 조각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원래 느낌대로 완성하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

절로 한숨이 나오지만... 어쩌겠나?

날 걱정해서 깨워준 엄마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아쉬운 감정을 재빨리 수습한 뒤 목표를 재설정한다.

오디션 당일.

장진영 대표와 매트로 보이즈에게 완성된 곡을 들려주기로.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반드시 멋지게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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