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9화 (19/205)

19화. 오디션 (2)

“이곳이....”

“그 유명한 JJ 엔터테인먼트 사옥이구나!”

“어쩌다가 지나가면서 대충 본 적은 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야!”

“떠, 떨린다!”

마침내 JJ 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 도착!

예상했던 대로.

문 라이트 애들은 하나 같이 바들바들 떨고 있....

“우와 기대된다! 빨리 들어가자!”

... 아니다. 예외가 있었다. 문 라이트의 씩씩한 리더 반지희 장군님!

그리고.

“민아.

“응?”

“여기 들어가면 엔 플라워 언니들 만날 수 있어?”

“아, 너 엔 플라워 팬이라고 했지? 글쎄, 참관 희망자는 다 모으겠다고 했는데 과연 엔 플라워도 있을 지는....”

“보고 싶은데....”

한없이 진지하고 카리스마 있다가도 가끔은 엉뚱해지는 우리 주세아양.

“다른 애들도 너희 두 사람 같으면 참 좋았을 텐데....”

“응?”

크고 매력적인 날 향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 버렸다.

... 나도 모르게 그만!

“얘들아 가자!”

주세아가 내 옷깃을 꼭 잡은 채 뒤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와 문 라이트. 그리고 명중이까지 총 아홉 명은 JJ 엔터테인먼트에 입성했다.

내부로 들어가 제 1연습실까지 가는 동안, 참 많은 관심을 받았다.

“뭐야, 어디 기획사 애들이지?”

“비주얼 봐서는 KM 쪽인데....”

“와, 타 회사 신인 아이돌인가? 다들 처음 보는데?”

거 참 엄청 수군대네!

사람 듣는 거 뻔히 알면서, 실례라는 거 모르나?

“저 두 남자애들 진짜 예쁘고 멋지게 잘 생겼다.”

“충격적으로 멋있게 생겼다.”

... 그래도 칭찬이니 기분 좋게 넘어가주지. 흠흠.

“도착. 여기가 바로 오디션 장이야.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연습실이기도 하고.”

내부가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공간.

이번만큼은 반지희와 주세아조차도 긴장한 상태였다.

나는 빙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깨 펴. 너희들 누구에게도 안 꿀릴 만큼 멋지니까. 자신감을 가지란 말이야. 알겠어?”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러면....”

문을 활짝 열고.

“안녕하십니까!”

힘찬 목소리로 인사하며 제일 먼저 들어간다.

아이들이 뒤 따라온다.

그러자 펼쳐진 광경은.

“와... 저 친구들이야?”

“아니, 뭐야. 어디 회사 아이돌이야?”

“그냥 오디션이 있다고만 해서 왔는데...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커다란 연습실을 가득 매우고 있는 수많은 직원, 연습생들!

주세아가 내 옆에서 열심히 누군가를 찾듯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엔 플라워는...없군.’

“바빠서 못 왔나 봐.”

“......”

주세아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입을 삐쭉 내밀며 실망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어서 와요.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요.”

트레이닝복을 입을 장진영 대표님이 다가와 미소로 말을 건다.

“JJ 엔터테인먼트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해요. 자, 환영의 박수!”

“와아아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와아아아!”

아무래도 다들 영문 모르고 불려온 모양이다.

수확철, 잘 익은 과실을 보는 듯한 장진영 대표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물었다.

“말 안 해줬어요?”

“응? 뭐가?”

“다들 아무것도 모르고 불려온 것 같은데요?”

“아아, 그거.”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야 더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

“야 근데....”

다시 살펴보더니.

“어우, 진짜 준비 빡세게 잘했네. 이야...하하하!”

흡족한 나머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첫 인상은 굉장히 좋았던 모양... 인데.

“저기, 저 친구도 오늘 뭔가 보여주는 거야? 아이돌 지망생 맞지? 이미 어디 회사에 소속된 거 아니지?”

... 이 양반.

최명중을 보고 눈이 돌아가 버렸다!

“얘는 아이돌 지망생도 아니고 뭐 준비하지도 않았어요.”

“그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간단히 노래 한 번 시켜보고 카메라 테스트 짧게 해본 뒤 재빨리 계약을....”

어이, 아저씨.

그밖에도, 내 옆에 꼭 붙어 있는 주세아를 보고 조급해져 버린 장진영 대표의 등을 떠밀었다.

“다들 뭘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보고만 있잖아요. 분위기 수습 좀 해주세요.”

“어? 아, 그래야지. 맞다.”

그제야 정신 줄을 챙긴 이 양반은.

“자, 지금부터 여기 이 친구들이 공연을 하나씩 보여줄 건데, 잘 감상하고 평가지에 체크 좀 해줘요.”

비로소 진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평가서?

그러고 보니 다들 손에 인쇄물과 필기도구 하나씩을 지참하고 있었다.

장진영 대표가 명확한 평가를 위해 미리 준비해놓은 모양이다.

“기대하면서 지켜볼게요. 모두 파이팅!”

자리로 돌아가 빈 의자에 앉는 장진영 대표.

“........”

회사 관계자의 수많은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문 라이트 애들과 명중이는 나 하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 솔직히 나도 울렁거리는 마찬가지였다.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가 ‘혹시 우리 찾고 있었어?’ 라며 고개를 치켜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아니야. 돌아가. 지금 나설 때가 아니야!

“후우.”

심호흡을 하고 아이들과 눈빛을 마주친다.

그리고 지시를 내렸다.

“명중이 너는 내 맥북이랑 여기 스피커,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블루 웨이브 MR 틀 준비해. 저기. 연결하는 것 좀 도와 좀 주세요!”

내 요청에 여자 연습생 한 명이 벌떡 일어서더니 쪼르르 다가온다.

명중이와 여자 연습생에게 내 맥북을 건네주며 말했다.

“메인 화면에 폴더가 두 개 있을 거야. 문 라이트. 그리고 내 거. 내 건 볼 필요 없고 문 라이트 폴더 들어가서 MR 음원 재생해 주면 돼.”

“응. 알았어.”

명중이가 여자 연습생과 자리를 떠났다.

이후 문 라이트 애들에게 말했다.

“저 중앙에 가서 대열 갖추고 블루 웨이브 준비해.”

“.......”

“연습한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없어.”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엠프 옆에서 맥북을 들고 서 있는 명중이가 내 큐사인만 기다리고 있었다.

자, 이제 시작해볼....

벌컥.

“아, 오늘 같은 날은 좀 쉬게 해주면 얼마나 좋...으억!?”

“뭐,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오우야...!”

그때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매트로 보이즈!’

그리고.

“뭐야? 왜 안 들어가?”

“비켜 좀.”

“이 오빠들 왜 이렇게 걸리적거려!”

아홉 명의 다국적 미소녀 걸그룹 엔 플라워!

JJ 엔터테인먼트 두 개의 별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장진영 대표가 소리친다.

“너희들! 방해하지 말고 빨리 와서 앉아!”

장진영 대표 옆 자리가 왜 비어 있나 싶었는데....

매트로 보이즈와 엔 플라워까지 자리를 채우자 장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와, 어디 걸그룹이야? 다들 굉장히 상큼한데?”

“우리 회사 신인인가 본데?”

“아니, 그럴 리가... 내가 데뷔조 애들을 다 알고 있는데...?”

...굉장히 소란스러워졌다.

그런데 메트로 보이즈는 이 와중에도 얼평을 하고 자빠졌다.

“저 센터 굉장히 눈에 띄는데? 다들 보이지?”

“야, 우리 회사 소속 아니야! 저런 애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냐?”

“어, 나는 그 옆에 단발머리가 더 상큼 발랄해 보여서 좋은데....”

오죽하면 참관 중이던 사람들, 심지어 엔 플라워까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저것들 개 매너 이미 유명했구먼?

“쓰읍...!”

“......!”

결국 장진영 대표가 눈을 부라려서야 입을 다무는 시늉을 한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최명중에게 큐 사인을 줬다.

쏴아아...철썩!

시원한 파도 소리.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우쿨렐레 연주소리.

최고의 휴양지 중 하나인 하와이를 연상시키는 인트로가 울려 퍼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다 가자!

반지희의 힘찬 외침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신난 듯 비명을 내지르고 분위기가 돌변!

펑키하고 파핑한 사운드로 본격적인 전주가 시작된다.

동시에 문 라이트 멤버들의 안무가 시작된다.

[ 쿵! 쿵! 쿵! 쿵! ]

경직되어 있던 연습실이 신나게 시원한 하와이 휴양지로 바뀌는 순간이다.

‘시작이 좋아!’

이 순간, 아이들은 가수 지망생보다는 차라리 연기자에 가까운 마인드로 무대를 펼치고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여자 친구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춤.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노래!

물론 라이브 여건이 안 되니 립싱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 가이드 보컬이 아닌, 렌탈 스튜디오에서 직접 녹음한 본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거다.

이제 겨우 기초를 뗀 수준이지만 굉장히 깔끔히 다듬어졌고, 무엇보다도 본인들이 연기는 캐릭터를 부여한 상황이다.

그것만으로도 걸그룹의 음악에 퀄리티와 매력이라는 요소들이 부여된다.

하다 보니 슬슬 익숙해진 모양이다.

모든 동작에 슬슬 여유가 묻어나고 있었다.

녹음된 보컬에 반주와 함께 울려 퍼지지만, 최선을 다해 열창하며 라이브 무대를 소화한다.

내가 가르쳐 준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고 있는 것이다!

보고 있자니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여러분! 저 애들이 바로 제가 훈련시킨 애들이에요!

너무 예쁘고 멋있죠?!

흑....

역시 가장 임팩트가 있는 건 주세아.

본 투 비 아이돌!

비주얼 리더.

시크하고 도도한 여자 친구를 연기하다, 살짝 미소를 지을 때면.

“어우우!”

“쟤 왜 이렇게 예뻐?!”

“미쳤다. 미모 정말 미쳤어!”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자지러진다.

매트로 보이즈는 뭐... 완전 넋이 나가 버렸다.

엔 플라워는 눈이 휘둥그레진 상황이고.

연예계에 몸을 담은 프로들이기에 더 잘 아는 것이겠지.

주세아의 말도 안 되는 비주얼과 카리스마가 지닌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장진영 대표는 난리 났다.

몸은 덩실 덩실.

얼굴 표정은 당장이라도 감동의 눈물을 줄줄 쏟아낼 것만 같다.

그래서.

주세아만 선방 중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반지희도, 김나은도.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각자에 부여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취향이라는 게 참 다양하지 않나?

시크하고 도도한 매력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으면 귀엽고 깜찍한 매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수줍고 여성스러운 매력.

장난꾸러기 소꿉친구 같은 매력.

지적인 매력.

따스하고 자상한 매력.

화려하고 자신감 넘치는 매력.

예전에 어떤 전설적인 분이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기셨다.

이 중에 네 취향이 한 명쯤은 있겠지?

자, 어떠냐?

우리 애들,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지?!

그렇게 곡이 끝나고.

“우와아아!”

“진짜 끝내준다. 이거 대박 예감인데?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 조차 잊고 넋을 놓고 봤어!”

“완성도가 굉장한데?”

환호가 터져 나온다.

장진영 대표가 일어서서 말했다.

“자, 지금부터 평가지 작성 시작하자! 방금 본 무대가 뇌리에서 사라지기 전에 빨리 시작해!”

그 말에 관전하던 사람들은 웅성웅성 대화를 나누며 체크를 진행한다.

그러는 동안 문 라이트 애들이 나에게 쪼르르 몰려온다.

난 어깨를 두드려주고, 손을 꼭 잡아주며 격려했다.

“잘 했어. 정말 다들 완벽했어! 최고야!”

내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걸 그룹보다 눈부셨다.

애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기특했다.

가슴 벅찬 감동이 온 몸을 휘감는다.

장진영 대표가 다가와 묻는다.

“다 끝난 거야?”

“아니요. 아직 몇 개 남았어요?”

이목이 내게 쏠린다.

문 라이트 애들은 굉장히 당황한 얼굴이었다.

“어... 우리는 더 준비된 게 없는데...?”

“또 해야 할 게 남았어?”

난 피식 웃었다.

“너희 말고.”

장진영 대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준비한 게 있어요. 지금 보여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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