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22화 (22/205)

22화. 오디션 결과 (2)

신나게 노래를 끝마치고 난 뒤에야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와아아! 진짜 노래 잘한다!”

“노래 좋은데... 저거 누구 노래야?”

“퀸 몰라?”

“알게 뭐야! 어쨌든 좋다! 진짜 멋있다!”

수많은 학생, 교사들이 날 향해 환호해주고 있었다.

... 그래, 바로 이 맛에 가수하려는 거지.

그렇게 트라우마를 날려 버릴 수 있었던 나는.

“안녕하세요. JJ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김민입니다.”

꽤나 당당한 모습으로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JJ 엔터테인먼트에 입문하게 됐고, 프로듀서의 역할은 무엇인지, 곡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대중에게 소개되는지를 꽤나 상세히 들려줬다.

역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금액 적인 부분이었다.

“프로듀서들은 돈을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요!”

질문에 거침이 없더라.

나였다면 사람들 눈치 보여서 궁금해서 꾹 참았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최대한 솔직히 대답했다.

“일단 회사에 소속된 전속 작곡가, 프로듀서라면 적으면 중, 소기업. 많으면 대기업 신입 사원 정도의 연봉을 받게 될 테고.....”

금액을 콕 찝어 설명해주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를 들려줬다.

“저만의 비밀 정보가 알려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업계에서 근무하는 모든 작곡가, 프로듀서님들의 정보가 어느 정도 밝혀지는 셈이잖아요. 아니면 이럴 수도 있죠. 뭐야, 쟤는 뭘 했다고 나보다 많이 받아? 경력도,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게...?”

어깨를 으쓱거린다.

“이런 이유로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결정적으로 회사와의 약속도 있고요.”

그래도 아예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작곡비, 저작권료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돌아가는 상황까지는 알려줬다.

“엄청나죠?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들어요 여러분.”

다시 말해 저작권료에 대한 환상을 아주 깨부쉈다는 이야기다.

피똥 쌀 정도로 노력해도 곡비 백만 원. 저작권료 만원도 챙기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었으니까.

“이런 건 당장 음악 앱 열어서 실시간 랭킹, 아니아니 하루에 쏟아지는 신곡 개수만 확인 해봐도 체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예까지 곁들여가며 알려준 덕분인지, 다들 굉장히 열정적으로 들었다.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강의는 끝.

수고의 의미로 박수와 환호성을 질러주는데 뭔가 아쉽다.

준비 더 많이 했다면 보다 멋진 강의를 들려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더불어 원래는 여기에 문 라이트 애들을 불러 소개하는 자리라도 갖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명확히 존재했다.

@

강의를 마친 뒤 명중이와 청담동 연습실로 이동했다.

“.......”

애들이 굉장히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오디션 결과를 이미 통보 받은 것이다.

대략적인 결과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명확히 정리하고, 최소한 향후 행보라도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오디션을 계속 도와주든 말든 하지.

“오디션 붙은 사람 거수.”

두 명이 손들었다.

반지희와 주세아.

‘나머지는 전부 탈락.’

그렇게 박수치며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더니 정작 결과는 이거다.

이 업계 참 냉정하다니까.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는 말할 수 없겠군.’

단정지은 건 아니고, 냉정히 판단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정도로 추측했다.

주세아야 뭐 업계 관계자들이 눈이 있으면 무조건 뽑아야 할 0순위 인재였다.

반지희는 주세아와 확실히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굉장히 상큼발랄하고, 분위기를 기분 좋게 만드는 능력과 리더십이 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 눈이 굉장히 크고 눈동자가 맑아서 보고 있으면 계속 빨려들게 되는 장점이 있다.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까?

“얘들아.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소속사가 JJ 밖에 없는 거 아니잖아? 그리고 오디션 일주일에 한 번씩하는데, 계속 도전하면 될 일이고.”

“.......”

큰 위로가 안 되겠지.

나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통상적인 소리밖에 해줄 수가 없다.

애들이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하, 이거 진짜 말 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운을 띄우며 곤란한 척, 반응을 살펴본다.

“......?”

먹혀 들어가고 있어!

애들이 궁금한 얼굴로 날 보고 있다.

“지금부터 진짜 기밀 사항 한 가지를 알려 줄 테니... 이거 너희들만 알고 있어. 알았지?”

솔직히 기밀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중요한 정보이기는 하다.

“기획사들이 신인 아이돌 그룹을 몇 년 마다 한 번씩 런칭하지? 보통 아무리 길어야 4,5년 정도 될 거야. 그렇지?”

주기는 시기마다 다 다를 테니 명확히 특정 지을 수 없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아이돌 한 팀 만드는데 보통 얼마 깨지는지 아는 사람?”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10억. 런칭 비용까지가 이렇다는 거고, 여기서 숙소, 고정 스텝 월급, 식사, 복지 혜택까지 포함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비용이 증가하지. 이런 현실에 아무리 대형기획사라도 마구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킬 수는 없어. 여기까진 이해했지?”

이건 강연에서도 했던 말이다.

명중이와 반지희는 이미 알고 있던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른 아이들은 놀란 표정들이다.

“10억 이상...?”

“그렇게 많이 들어...?”

“그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마케팅 비용 포함하면 돈 더 깨져.”

“.......!”

“이렇게 비용, 인력,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니, 회사 입장에서는 사전에 기획부터 철저히 하고 여기에 맞는 인재를 뽑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킬 수밖에 없어.”

여기서 많은 이들의 불행이 시작되는 거다.

“업계 최고 KM 경우 국. 내 외에 총 100명에 달하는 연습생이 있는데, 그 중에 데뷔조 까지 올라가는 애들은 몇 명 되지 않아.”

정말 운 좋게 데뷔조가 된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내 포지션이 시크 도도라고 해보자. 그런데 세상에 그런 매력을 지닌 애들이 얼마나 많겠니? 그 중에 아이돌 데뷔 꿈꾸는 애들은 또 얼마나 될 거고. 그런 애들이 칼을 갈고 소속사 문을 두드리고, 연습생이 된다고 생각해 봐.”

그야말로 무한 경쟁의 시작!

요는 이거다.

“데뷔는 시기와 운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야. 작년에 걸그룹 론칭한 LK? 여기 애들은 최소 5년은 데뷔 못한다고 봐야 해. 그렇게 되면 대부분 나가리 확정이지. 왜냐면 그 다음 신인 걸그룹 방향성은 지금까지 하고 또 달라질 테니까. 시간도 많이 흘렀고.”

고딩이었던 애들은 어느 새 20대가 됐다.

이러면 또 데뷔 못하지.

“.......”

다들 충격이 큰 모양이다.“자, 이걸 알았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어...?”

갑작스런 질문에 다들 당황한다.

“반지희. 어떻게 해야 해?”

“나, 나? 어어, 그러니까....”

당황하던 반지희는 더듬거리며 대답한다.

“일단 이 꿈을 정말 이어나갈지 포기할 지부터 정해야겠지.”

“또?”

“도전하기로 했다면... 전략을 잘 짜야 할 것 같아. 정보 수집도 부지런히 해야 할 것 같고.”

손가락을 퉁긴다.

“좋아. 그리고 또?”

“그리고 자신만의 강점이 뭔지 알고 그것을 갈고 닦아야겠지. 아, 그래서 네가 우리에게 캐릭터를 부여해서 훈련시킨 거였어. 그런 컨셉의 인재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어필하라고. 맞지?!”

“바로 그거지. 지희가 뭘 좀 아네. 칭찬해!”

“헤헤.”지희는 미소 짓고, 다른 애들은 탄성을 터트린다.

이제야 앞길이 좀 보인 모양이다.

난 다시 한 번 강하게 말했다.

“내가 부족하고 못나서 탈락한 게 아니야. 그냥 운이 나빴을 뿐이야. 이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정말 사실이라는 거 이제 알겠지?

“응!”

“시간 충분히 줄 테니 고민 좀 해봐. 그리고 나서 도움이 필요하면 내게 말해줘. 최선을 다해서 컨설팅 해줄 테니까.”

아이들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 다행이다.

@

다음 날부터 엔터테인먼트 진입을 꿈꾸는 수많은 학생들이 날 찾아왔다.

“사실 내 꿈이 가수인데 조언을 좀 구하고 싶어서....”

순수하게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있었고.

“너한테 잘 보이면 JJ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될 수 있어?”

순수하지 않은 목적으로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최선을 다해 응대했다.

이런 내 태도에 대부분은 만족해했지만....

“사람 살린다고 생각하고 좀 도와주면 안 되냐? 나 진짜 절실하단 말이야!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다짜고짜 찾아와서 땡깡을 부리는 애들은 답이 없다.

아니, 그렇게 절실하면 오디션을 열심히 보고 다니던가.

“강연 때 말씀 드렸잖아요. 저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어요.”

“누가 너보고 채용해 달래? 그냥 담당자 분께 좋게 말해주기만 하면 돼. 추천 좀 해달라고.”

... 이런 인간이 없을 것 같지?

몇 명 있더라.

귀찮고 짜증나지만 이런 애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해줬다.

“이 업계는 지인 추천 같은 게 정말 의미가 없어요.  중요한 게 전담 부서의 기획 진행이거든요.”

“... 그게 뭐야?”

“혹시 A&R팀. 혹은 신인 개발팀이라고 들어보셨어요?”“못 들어봤는데....”

“어떤 곳이냐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뭐냐고?

그냥 이미지 관리 때문이지 뭐.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굉장히 중요하다.

전생에 무명, 혹은 학창 시절 때 대처를 잘못해서 인생 망친 샐럽들을 많이 봤다.

반면, 그때 선행을 베풀던 것이 나중에 알려져 떡상하게 된 경우도 여럿 있었고.

바로 이런 상황에서 잘 대처해야 뒤탈이 없다.

혹시라도 이 모습을 지켜보는 주위 누군가가 나중에 미담 식으로 전파할 수도 있는 일이고.

... 너무 계산적인가?

“다시 말씀드리자만 추천 같은 건 아무 의미도, 권한도 없어서 도움을 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오디션 필승 팁 같은 거 몇 개는 드릴 수 있어요.”

“... 그러면 그거라도 알려줘.”

한참을 열정적으로 떠들고 나서야 겨우 돌려보낼 수 있었다.

때마침 수업중이 울린다.

설마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겠지?

난 언제쯤 평화를 누릴 수 있으려나.

@

[ 작업실 세팅 모두 끝났다. 학교 끝나고 와서 확인해봐. ]

장진영 대표님의 문자 메시지였다.

드디어 내 연습실이 만들어졌구나!

수업종이 울린 즉시 회사로 달려갔다.

“어서 와요!”

“안녕하세요! 정연 팀장님!”

내가 찾아가면 언제나 아리따운 자세와 미소로 반겨주는 이정연 팀장님이다.

“오늘도 대표님 만나러 오신 건가요?”

“네. 그런 용무도 있고 제 작업실 세팅 끝났다는 소식도 들었고 해서....”

“아, 거기 어딘지 알아요. 같이 갈까요?”

이동하며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이제 저 편하게 대해주시면 안 될까요? 앞으로 계속 볼 텐데....”

난 쉽게 수락해 줄 줄 알았다. 나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캐스팅에 큰 영향을 끼친 분이라고 들어서... 그런데.

“그럴 수는 없죠.”

굉장히 단호한 태도로 거절하신다.

“민이 씨는 우리 회사의 몇 안 되는 전속 프로듀서잖아요. 저부터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른 분들도 민이 씨를 존중해 줄 거예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난 정말 이정연 팀장님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으니까!

시무룩해하는 내 모습에 이정연 팀장님이 살짝 말을 바꾸신다.

“단, 공석과 사석을 확실히 구분할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하셔도 되요.”

“저, 정말요?”

“이거 제대로 못하시면 했던 말 취소할 거예요.”

“자신 있어요!”

성격도 좋지만....

이정연 팀장은 장진영 대표가 크게 신뢰하는 회사 실권자 중 한 명이다.

이 회사에서 잘 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여기예요!”

마침내 내 작업실 출입문 앞에 도착했다.

“문 열어 보세요.”

심장이 두근거린다.

과연 어떤 모습이 날 반겨줄까?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본다.

그리고 펼쳐지는 광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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