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23화 (23/205)

23화. 내 작업실!

“와....”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로 신경 써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책상 하나.

pc 세트와 싸구려 마스터 키보드, 모니터링 스피커. 마이크와 팝필터.

이 정도만 해도 만족할 수 있고, 실제로 내 예전 작업실도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펼쳐진 광경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어때요?”

이정연 팀장님이 은근한 기대를 담아내게 묻는다.

난 솔직히 대답했다.

“너무 굉장해서 뭐라고 말씀 드릴 수가 없을 정도예요. 이건 제가 꿈에서나 그리던 그런 작업실이네요.”

말에 담긴 진심을 읽었는지, 이정연 팀장의 청순한 얼굴에 웃음이 떠오른다.

“다행이에요! 사실 이 작업실, 저하고 대표님이 정말 신경 써서 꾸몄어요!”

“어? 팀장님도요?”

“인테리어는 특히 제가 좀 관여를 많이 했어요. 왜냐면 민이 씨는 아직 학생이고 한창 감성이 예민할 때잖아요! 어떻게 보면 제가 발굴하기도 했고.”

책임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정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어떻게 보면이 아니라 절 발굴한 사람은 이정연 팀장님이 맞죠. 임원 회의에서 굉장히 강력하게 요구하셨다면서요?”

“제가 조금 언성을 높이긴 했죠. 아무튼 대화는 나중에, 어서 확인해보세요.”

사실 대화하면서도 마음이 급했다.

빨리 상세히 살펴보고 싶어서.

먼저,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우드 인테리어가 기본이다. 전면에 대형 모니터가 벽에 부착되어 있었고, 그 앞에 컴퓨터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정말 없는 게 없었다.

27인치 모니터 두 개.

LED 불빛을 마구 뿜어내는 기계식 키보드 한 대.

오른 편에는 최신형 아이맥이 거치되어 있고, 왼편에는 신디 사이저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저 신디 사이저 진짜 비싸고 좋은 건데!

책상 양쪽에 우뚝 솟은 한 쌍의 모니터 스피커는 수백만 원이 넘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프로 작곡가들이 굉장히 애용하는 물건으로, 사운드를 정말 왜곡 하나 없이 굉장히 플랫하고, 딴딴하게 들려주기로 유명한 녀석이다!

왼편 외벽은 타일공 시공이 되어 있었는데, 각종 헤드폰과 이어폰, 마이크, 케이블 등이 종류별로 정리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전면!

내 시선이 그곳에 닿자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이정연 팀장이 신나서 어필하신다.

“제가 직접 업체에 주문 넣어 만든 작품이에요. 제 선물인데, 마음에 드시나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벽에 부착된 대형 모니터 TV 아래에 LED 미니 간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Min Studio.

우아하게 디자인 된 타이포가 보랏빛 LED 조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묘한 감동에 휩싸여 중얼거렸다.

“앞으로 저것을 제 예명이자 시그니처로 사용해야겠어요.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사실 그걸 감안하고 머리 짜내서 만든 거예요! Min 일단 어감부터가 무척 예쁘고 귀엽더라고요. 민이 씨 얼굴만큼이나!”

“네?”

“아, 아니... 아무튼 마음에 드신다니 참 다행이에요! 앞으로 여기서 좋은 곡 많이 만들어주세요!”

난 미소로 대답했다.

“정연 팀장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게요!”

정연 팀장님이 나가고, 난 홀로 앉아 스튜디오를 둘러본다.

회사가 마련해 준 나만의 공간!

농담이 아니라, 이곳에서 음반도 만들어 발매할 수 있다.

아니, 그냥 별 일 없으면 이곳에 와서 먹고 자고 숙식해도 좋을 듯싶다. 실제 회사에 소속된 많은 전속 작곡가, 프로듀서들의 생활 방식이기도 하고.

“어디, 음악을 들어볼까?”

데스크톱 전원을 넣어 본다.

허! 빠릿빠릿하구먼!

“어디.. 오케이, 미디 프로그램 이미 깔려 있구나.”

당연히 정품이다.

이외에 몇몇 가상 악기 프로그램이 폴더에 모여 있었는데....

‘이건 장진영 대표가 해준 거겠지?’

정말 알짜배기 프로그램들만 모여 있었다.

‘가상 악기는 내가 직접 설치해야겠네.’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 시퀀스를 열어 내 개인 클라우드에 접속, 거기서 미디 파일 하나를 다운받아 시퀀서에 불러온다.

그리고 키보드, 스페이스 바를 터치하니.

[ 두우웅! 둥! ]

묵직한 힙합 비트가 작업실 전체에 꽝꽝 울려 퍼진다.

크으, 사운드 보소!

이거지. 음악하는 사람 작업실은 이래야지!

너무 기쁘고 행복한 나머지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지금 나오는 곡은 회귀 전 만들었던 댄스 음악으로,  LK 엔터테인먼트에서 배출한 세계적인 걸 그룹의 히트 싱글을 레퍼런스로 삼아 만든 곡이다.

힙합 베이스에 EDM 사운드를 추가했는데, 특히 금관 악기만 수백 개를 때려 박아서 웅장한 느낌을 최대한 살린 부분이 포인트....

벌컥.

“이 곡은 또 뭐야?”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진영 대표와 이정연 팀장이 등장했다.

순간 내 손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타다닥!

스페이스 바로 재생 중지.

알트 탭으로 화면에서 감추기를... 응? 잠깐만.

“동작 그만. 방금 그 음악 처음부터 다시 재생해봐.”

“네?”

“아이, 빨리!”

재촉에 못 이겨 다시 시퀀서를 띄우고 트랙을 재생한다.

[ 둥! ]

시작과 동시에 킥과 묵직한 타악기. 그리고 수백 대의 금관악기가 무시무시한 화력을 뿜어내며 임팩트를 선사한다.

이때 나는 허리 굽혀 트럼펫을 불어 올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내가 짰던 안무를 본능적으로 해버린 것이다.

“오, 그 안무 느낌 좋다!”

[ 빠바밤 빰 ― ! ]

웅장함이 절정에 당했을 때.

탕! 탕!

쿵!

샷 건 두 방과 킥 드럼. 하드 베이스 사운드가 정적을 만든다.

한 박자 쉬고.

[ 빰 ―! ]

금관 악기의 경적 소리를 신호로 벌스 스타트.

첫 박에 임팩트를 준 힙합 리듬에 랩이 얹어진다.

헛소리 그만해.

판단은 내가해.

네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

“오우, 씨....”

“.......”

나왔다. 장진영 대표 특유의 감동받은 표정!

어느 새 한껏 몰입한 그는 힙합 리듬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있다.

반면 이정연 팀장은 내 옆에 의자를 끌어 앉고, 팔짱을 낀 채 심각하게 음악을 경청하고 있다.

니가 뭐라고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답은 하나야.

넌 나를 배신했어,

“크, 이거지.”

“으음!”

두 사람의 반응이 점점 격렬해진다.

그와 달리, 나는 어색하고 오글거려 죽을 지경이다.

결국 벌스가 끝나고 후렴으로 넘어가려는 시점에 음악을 중지해 버렸다.

“아, 뭐야!”

“......?!”

한창 빠져 있던 장진영 대표는 짜증을 내고 이정연 팀장은 의문을 담아 날 바라본다.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거 미완성 곡이예요.”

“아, 이제 만들기 시작한 거야?”

“네. 뭐....”

정확히 말하면 카피를 하다 말았다.

내가 좀 바빴던가?

그런데 조금 못 미더웠던지, 장진영 대표가 모니터 화면을 확인한다.

“진짜네.”

... 이 양반이?

“정연아. 이거 엔 플라워 주면 어떨 것 같아?”

“저 지금 그 생각하고 있었어요. 딥 다크하면서 걸 크러시한 스타일의 구성이 엔 플라워 애들에게도 좋은 이미지 변신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들었지? 이 곡 빨리 완성해서 엔 플라워 주자.”

무슨 일 진행이 이렇게 번개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이야?

장진영 대표는 들뜬 표정으로 물었다.

“곡 제목이 뭐야?”

“.......”

잠시 머뭇거렸다.

부끄러우니까!

“제목 없어?”

“아니 있는데 조금 민망해서....”

“뭔데?”

“.......?”

두 사람이 깊은 관심을 보인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Scarlet Love.”

차라리 대놓고 웃지.

두 사람의 어색한 표정과 침묵이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알아 나도!

지나치게 중2병스러운거!

@

난 곡을 팔지 않으려고 했다.

솔직히 비트가 너무 세고, 사운드도 전반적으로 굉장히 임팩트 강하게 잡아놓지 않았나?

결정적으로 미래에 유행할 걸 크러시 힙합 스타일의 음악을 레퍼런스로 잡고 만든 곡이었다.

... 다시 듣기에는 지나치게 중2 스러운 부분도 있고!

“이 곡 형한테 넘겨라.”

“엔 플라워 주면 좋을 것 같아요!”

난 두 사람의 제안을 깔끔하게 거절했다.

“그냥 시험 삼아서 만들다 만 거라... 다음에 더 좋은 곡 드릴게요!”

내 거절을 장진영 대표가 거절했다!

“다음에 더 좋은 곡주는 건 주는 거고. 난 이 곡도 마음에 든다니까. 이대로 완성해줘. 얼개도 다 잡아놨구만.”

물론 기본 뼈대 정도는 잡혀 있다.여기에 악기 몇 가지 추가한 뒤 조금씩 만져주면 편곡은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도 이 곡 조금....”

“너 이거 혹시 다른 곡 보고 베낀 거야?”

그 말에 펄쩍 뛰었다.

“베끼다뇨!? 그냥 외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브라스 밴드, 랩 음악을 걸 크러시 힙합 스타일로 만든 것뿐인데요 뭐.”

“그래. 나도 음악 진짜 많이 듣는데 이거하고 똑같은 곡은 못 들어 본 것 같긴해.”

“저도 표절 같지는 않았어요. 어디서 레퍼런스를 잡은 것 같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런 건 작곡가들 다 하는 거잖아요.”

“그렇지. 미국에서 레트로 펑크 음악 대박 터지면 다 그쪽으로 갔다가 EDM 스타일 터지면 그쪽으로 가고... 그걸 보통 트렌드라고 하지.”

“트랩. 덥스텝도 그런 식으로 유행 많이 탔죠?”

“그렇지.”

두 사람은 다음 대화를 통해 압박하고 있었다.

빨리 그 곡을 주겠다고 약속하라고!

여기에 장진영 팀장이 쐐기를 박는다.

“야, 별빛의 숲 배려해줬는데... 이럴 거야?”

이건 진짜 당할 수가 없다.

“알았어요. 드릴게요. 드리면 되잖아요.”

앞으로도 어지간해서는 날 승복시키는 마법의 주문이 될 것이다.

그제야 장진영 대표가 씩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린다.

“내가 보기에 브라스 부분은 세션 녹음도 좀 필요할 것 같으니 얼마든지 요청해.”

@

두 사람이 작업실에서 나가고 난 얼굴을 파묻으며 괴로워했다.

“큽, 이게 무슨 일이냐. 그냥 비트 한 번 들어보겠다고 곡 잠깐 재생해 봤을 뿐인데....”

그 상태로 미디를 재생해본다.

[ 빰~ 빠빠빰! ]

어마 무시한 브라스 사운드와 힙합 비트가 대포 터지듯 빵빵 터져 나온다.

“어이구야, 스피커 터지겠네.”

직접 가이드 녹음한 앙칼진 랩과 유치찬란한 실연에 대한 가사가 내 온 몸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Scarlet Love.

제목부터

사실 이 곡은 만들기만 하고 누구에게 주지 않았던 곡이다.

지금도 심히 과도하고 중2병 스렇고 좀 그렇지?

완성곡은 더하다.

내용?

날 배신해?

변명하지 마! 넌 날 배신했어!

내 안의 널 죽여 버리겠어.난 아마 두 번 다시 사랑 같은 건 할 수 없을 거야.

사랑이 증오스러워졌으니까!

다 만들어 놓고 다시 들어보니 심하게 현타가 오더라.

이 나이에 갑자기 중2병이 세게 찾아온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나가는 순간 세상이 나를 비웃을 것 같아서 창고 행으로 묻어 버린 거다.

그랬는데....

“후, 이왕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지. 빨리 완성해서 치워버리자. 그리고 뇌리에서 삭제 시키는 거야.”

제발 타이틀 곡 말고 그냥 아홉 번째, 혹은 열 번째 수록곡 정도로 밀려났으면 참 좋겠네.

사람 최대한 모르고 조용히 지나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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