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27화 (27/205)

27화. Scarlet Love (2)

Scarlet Love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

새로운 고민에 당면한 장진영 대표는 얼굴을 감싸 쥘 정도로 괴로워했다.

“정훈이 그 자식은 쓸데없는 말을 해서 사람 고민하게 만들고 있어.”

그런데, 분명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신선함이 배경이 깔려 있어야 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주장.

‘듣고 보니 정말 그래. 주세아가 비주얼 센터로 이 곡을 부른다고 생각해보면....’

한참을 망설이던 장진영은 결국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냥 원곡자의 의견을 물어보자.’

자리에 돌아온 최수연 제 1팀장은 분에 못 이겨 한참을 씩씩거렸다.

“신인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처음부터 우리 애들 줄 생각으로 만들었다면서? 그러면 당연히 우리 애들 줘야하는 곡인데....”

곡을 처음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꾸준히 고수해온 컨셉을 바꾸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만 곡만 좋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기존 JJ 엔터테인먼트에서도 특징과 완전히 차별된 컨셉, 색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곡이라면 더더욱 엔 플라워를 주는 게 맞지 않나? 우리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문제는 장진영 대표가 이정훈 팀장의 말에 흔들렸다는 것이다. 고민하던 최수연 팀장은 조금 강경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 분통과 억울함이 끊어 넘치는 목소리로 하소연을 시작했다.

“루아야! 내가 지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니? 세상에 장진영 대표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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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플라워의 리더, 루아는 중요한 약속을 뒤로 미루고 회사로 향했다.

최수연 팀장으로부터 전해들은 소식이 그녀의 가슴을 검게 태우고 있었다.

‘어떻게 피디님이 우리에게 이럴 수가 있어?!’

믿을 수가 없었다.

사석 뿐 아니라 공석에서도 우리 공주님들이라고 칭할 정도로 예뻐해 주고, 지극정성으로 아껴주던 장진영이 이렇게 뒤통수에 비수를 꽂는 날이 오다니...!

[ 내 힘으로는 어림도 없어. 너희들이 가서 항의해야해! ]

최수연 팀장은 그렇게 말했다.

[ 그 곡 절대 놓치면 안 돼! 그 자리에 있던 팀장들도 모두 동의했어. 그 곡은 너희들을 제 2의 전성기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우리 회사에서 나오기 힘든 보물 같은 그런 곡이란 말이야! ]

자신들에게는 따스한 어머니 같은 최수연 팀장이 분통을 터트릴 정도였다. 그런데 팀 리더인 자신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그런데 대체 어떤 곡이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한편으로는 궁금증도 커진다.

아니, 대체 어떤 곡이기에 이 난리야?!

금방 사옥에 도착했고 루아는 빠른 걸음으로 대표 집무실로 향했다.

‘아무리 화나도 지킬 건 지켜야지.’

헛기침을 하고 노크를 한다.

[ 꽝꽝! ]

흥분 탓에 힘이 조금 실렸지만 루아는 의식하지 못했다.

[ 누, 누구세요? ]

“저예요!”

[ 루아니? 들어 와! ]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당황한 얼굴로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장진영 대표가 보였다.

“잠깐 거기 앉아 있어. 금방 통화 끝낼게.”

시키는 대로 소파에 앉은 채로, 루아를 팔짱을 낀 채 최대한 매섭게 째려본다. 장진영 대표는 그런 루아를 잔뜩 의식하며 조곤조곤 통화를 마무리했다.

“응. 그래 알았다. 네 말대로 할게.”

장진영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루아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 있었어? 왜 그렇게 화가 났어?”

세게 따지려고 했는데, 평소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던 장진영 대표의 걱정스런 얼굴을 보는 순간.

“......!”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장진영 대표에게 서운함을 쏘아붙인다.

“저 다 들었어요! 좋은 곡 생겼는데 우리 말고 아직 있지도 않은 신인 그룹에게 넘겨줄 거라면서요?!”

어디서 정보가 새 나간거지?

당황하던 장진영 대표가 한숨을 내쉬며 묻는다.

“수연 팀장에게 들었니?”

“지금 그게 중요해요?”

“아니, 그건 아닌데....”

“제 말에 대답해주세요. 그 말이 사실이에요?”

루아의 크고 아름다운 눈망울에 눈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장진영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거 너희 줄 거야.”

“... 정말이에요?”

“정훈 팀장 말 듣고 고민한 건 사실이야. 조금 끌리긴 했거든.”

“정훈 팀장님...?”

자신도 모르게 책임을 전가해버린 장진영은 필사적으로 변명을 이어갔다.

“난 당연히 너희에게 주고 싶었는데 신인 개발팀장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아주 잠깐 고민 해본 거야. 정말이야!”

“.......”

“솔직히 나도 조금 망설여져서, 그냥 원곡자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고 전화를 했는데....”

“방금 작곡가 분과 통화한 거예요?”

“응. 너도 알지? 김민.”

“아, 누군지 기억해요. 그래서 그 분이 뭐래요?”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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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상황인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

쉬는 시간 걸려온 전화에 나는 고민해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개들 아직 준비도 안 됐어요. 이제 겨우 기본기 닦아 놓은 애들인데... 엔 플라워 주세요. 그 팀 주겠다는 말 듣고 가이드랑 편곡 분위기를 최대한 그 팀에 맞춘 건데요.”

[ 그, 그랬어? ]

“네. 개들은 나중에 때가 되면 맞춤 곡을 써서 주면 되니까 아까워하지 말고 엔 플라워 주세요.”

전화 통화를 마치고 잠시 생각해봤다.

‘주세아라... 확실히 나쁜 생각은 아니야.’

충분히 고민할 가치가 있는 제안이었다.

도회적이고 시크한 이미지의 주세아와 스칼렛 러브는 꽤나 잘 어울렸다.

‘문제는 준비가 덜 됐다는 거지.’

춤, 노래, 무대 매너 등등.

배워야 할 게 산더미였다.

최소 1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트레이닝을 해야 자신이 생각하는 커트라인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이고, 트레이닝과 데뷔 계획은 신인 개발팀에서 주관하는 업무였다.

‘신인 개발팀 가서 한 번 물어볼까?’

신인 개발팀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캐스팅과 트레이닝.

길거리, SNS, 학원 방문 등의 수단으로 인재를 뽑는 것이 캐스팅 업무라면 트레이닝은 연습생들의 트레이닝 일정을 비롯한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업무였다.

그들이라면 현재 회사 내부에서 진행 중인 신인 그룹 프로젝트 일정 전반을 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명색이 전속 프로듀서이고 작곡가니 어떻게 잘 좀 해보면 힌트 정도는 얻을 수 있을 지도....

“........”

아니다.

이건 내 소관이 아니다.

‘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

그리고 데뷔 조까지 올라가는 것은 주세아와 반지희의 역량, 그리고 운에 달린 일이다.

‘난 내 할 일이나 신경 쓰자.’

오늘 오전.

스칼렛 러브와 매트로 보이즈 팬송에 대한 곡비가 입금됐다.

자, 이제부터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비트 코인 몰빵 가즈아!”

돈을 벌어야지.

최대한 많은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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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된 거야.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알았지?”

열심히 변명한 보람이 있었다.

어느 새 루아의 얼굴에 서운함 대신 호기심이 가득했으니까.

“대체 어떤 곡이기에 이 난리예요? 그렇게 대단해요?”

“왜, 궁금해?”

“네. 들려주세요.”

“음....”

“어때요? 어차피 우리에게 줄 곡이잖아요! 어? 설마...?”

“아니야! 이상한 생각 하지 마. 그냥 곡이 아직 세션 녹음도 진행하지 않은... 말 그대로 샘플 수준이라서 망설인 거야.”

“그런 이유라면 상관없으니 빨리 들려줘요! 제가 아마추어도 아니고... 충분히 감안하고 들을게요.”

“그래. 그렇다면 뭐....”

잠시 후, 집무실 스피커를 통해 Scarlet Love 샘플 버전이 빵빵하게 울려 퍼졌다.

“......!”

시작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터트려주는 구성에 루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온 몸에 힙합 소울을 불어 넣는 듯한 비트!

딥 다크한 분위기에서 감정을 쉴 세 없이 자극하는 가사 내용과 보컬이 루아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곡이 끝났을 때.

“우와! 진짜 좋아요! 내가 들었던 어떤 곡보다도 제일 좋아! 저 이거 할래요!”

이성을 반쯤 상실한 루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방방 뛰며 기뻐했다. 딸처럼 생각하는 루아의 그 같은 모습에 장진영 대표는 굉장히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곡 진짜 좋지? 마음에 들지?”

“애들도 이 곡 들으면 정신 못 차릴 거예요! 혹시 컨셉 기획도 나왔어요?”

“아직 논의 중인데....”

“진행된 부분만이라도 말해줘요!”

“알았어. 일단 크리에이티브 팀에서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루아의 눈빛이 반짝 반짝 빛을 발했다. 그 모습이 내심 뿌듯했던 장진영 대표 역시 열과 성을 다해 설명을 이어갔다.

“전 무조건 찬성! 아, 이 노래 파일 저한테도 보내주면 안 돼요? 애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정말 좋아할 거예요!”

“어, 그건 조금....”

“우리가 어디 유출시킬 것 같아서 그러시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까지 그런 실수 저질렀던 적 한 번이라도 있었어요?!”

“그건 아니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너희들 모두가 워낙 프로페셔널 하니까.”

장진영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대신 관리 진짜 잘 해야 해. 어디 가서 입도 벙긋 하지 말고.”

“걱정 마세요!”

곡을 넘겨받은 루아는 들어올 때와 달리, 굉장히 밝고 경쾌한 모습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다시 홀로 남겨진 장진영 대표는 중얼거렸다.

“엔 플라워 다음 활동 걱정은 이것으로 덜었고, 문제는 매트로 보이즈인데....”

휴대폰으로 김민이 즉흥적으로 만들고 부른 팬송을 재생한다.

식사는 꼭 챙겨 먹어.

영양제도 좋아.

활기 찬 아침으로 너의 하루를 시작해 봐

“민이가 확실히 센스가 좋아. 팬송을 이런 느낌의 컨템포러리 알앤비 음악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다 좋다.

딱 한 가지 문제를 제외하면.

“얘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활동 중지 전 마지막 노래는 자신들의 손으로 제작해보고 싶다기에, 기특한 마음으로 수락한 게 화근이었다.

설마 90년대 풍 발라드 음을 노래방 사운드 수준으로 만들어 들고 올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일단 들려줘보자. 애들이 거부감을 보이면 다른 애들 주면 되는 거니까.’

@

그날 저녁.

엔 플라워 멤버들은 숙소에 집결했다.

루아가 말했다.

“모두 빠짐없이 모였지?”

“무슨 일인데?”

“언니 때문에 저녁 식사 약속도 취소했어요!”

“나도 약속 취소했어.”

“별 일 아니기만 해봐. 가만 안 둬 아주.”

갑작스런 집합이었기에 멤버들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이처럼 흉흉한 기세 앞에서도 루아는 당당했다.

‘이 곡을 들으면 금방 표정이 달라지겠지?’

“에헴.”

헛기침을 한 번 터트린 후 용건을 꺼내들었다.

“너희들은 나한테 고마운 줄 알아야해. 오늘 나 아니었다면 정말....”

“......?”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우리가 하마터면 엄청난 기회를 아직 데뷔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신인 걸그룹에게 빼앗길 뻔 했다고!”

“무슨 기회?”

“회사에서 드디어 신인 걸그룹 준비한데?”

“그런데 내가 알기로 내년 2분기 때 남자 신인 그룹 런칭한다고 들었는데 걸그룹도 같이 준비한데? 우리 회사가 지금 그럴 여력이 되나?”

쏟아지는 의문.

“문답무용. 백문이 불여일견.”

“........”저 인간이 미쳤나.

왜 저래?

이런 의문 앞에서도 그녀는 씩 웃었다.

“일단 들어나 보셔.”

휴대폰과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은 이미 준비된 상황!

그녀는 즉각 음원 하나를 재생했다.

[ 빰빠빰 -- !! ]

시작부터 강렬한 금관 악기 사운드에 멤버 전원이 깜짝 놀랐다.

“아이 씨....”

“놀랐잖아.”

“저 언니 미쳤나봐. 아까부터 왜 저래?”

그러나 투덜거림은 금세 잦아든다.방안을 가득 채우는 음악이 워낙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멤버들의 표정을, 루아는 높은 조회 수의 리액션 영상을 시청하는 기분으로 감상한다.

그렇게 음악이 끝나고.

“어때?”

멤버들을 향한 질문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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