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32화 (32/205)

32화. 진정한 재능 (2)

첫 번째에는 완벽했고, 두 번째는 안무의 구상을 초월해버렸다. 세 번째 부터는.

“여기, 모처럼 댄스 브레이크인데 이렇게 계속 혼자 노는 것보다는 커플로 맞춰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수정’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안무가 더 완벽해 질 수 있는지.

더 역동적이고, 부드럽고, 섹시해 질 수 있는지 계속 지적하고 새로운 것을 제안하며 바꿔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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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댄서들은 한 자리에 모여 속닥거렸다.

“나 지금 상식이 깨지는 느낌이거든. 아니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천재들은 다 뭐야?”

“야, 지훈아 네가 좀 뭐라고 말 좀 해봐. 너 십대 중후반에 전 세계 파핑 대회에서 우승한 천경훈이가 네 친구라며. 천재 많이 봐왔으니 알 거 아냐? 원래 천재들이 저래?”그 말에 훤칠한 키의 미남자가 금발 머리를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네. 진짜배기 천재들이 원래 저런 식이예요. 안 본 사람들은 말해도 안 믿는데, 이 미친 종족의 인간들은 한 번 보면 완벽히 따라하고, 두 번째 부터는 아예 가르친 사람을 능가해 버려요.”

그는 질린 기색으로 말했다.

“보통 사람들의 시간, 노력... 이런 것들을 진짜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니까요.”

그런 천재가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김민.

“야, 너희들이 보기에는 어때?”

땀에 흠뻑 젖은 장진영 대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었다.

댄스팀, 레드 스켈레톤의 단장 백종훈은 민대 머리를 거칠게 매만지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재능이에요. 저런 천재가 있다는 이야기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니까요?”

목소리를 낮춰 묻는다.

“그 친구 형이 준비 중인 다음 세대 신인 아이돌 그룹 멤버 맞죠?”

“.......”

“와, 얼굴도 기가 막히게 잘 생겼고, 몸은 여리여리한데 어깨도 그렇고 각이 확실히 잡혀 있어서 춤 선도 끝장나게 좋고... 노래는 어때요? 그것도 잘하면 그냥 무조건 홈런이겠는데?”

궁금해 하는 시선들.

장진영 대표는 피식 웃고 말았다.

“쟤 아이돌 아냐.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우리 회사 프로듀서야.”

“... 네?”

“지금 우리가 춤추는 이 곡 만든 장본인이고... 아! 가이드 보컬, 민이가 부른 거야.”

“어, 그러니까....”

“프로듀서... 작곡가라고요?”

“심지어 지금 이 곡을 만들었다고?!”

다시 한 번 경악이 퍼져 나간다.

장진영 대표는 그 광경에 재미있었던지, 씩 웃으며 말했다.

“춤에 소질이 상당하다는 건 진작 알고는 있었고, 그래서 한 번 슬쩍 도발을 했었거든. 과연 얼마나 잘 따라올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이럴 줄은 상상도 못했어.”

그리고 자랑하듯 묻는다.

“우리 민이 대단하지?”

그때 문이 열리더니 양 손에 커다란 비닐봉지를 든 김민이 나타났다.

백종훈 단장이 말했다.

“그냥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 괴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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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여기까지!”

“수고 하셨습니다!”

땀에 흠뻑 젖은 이들이 좀비 마냥 냉장고를 향해 몰려간다. 내가 쉬는 시간 사서 넣어 둔 캔 음료를 하나씩 손에 쥔 그들은 내게 소리친다.

“잘 마실게요!”

“음료 고마워요!”

장진영 대표는 미지간한 생수를 한 통을 들고 내게 건네며 말했다.

“네 덕분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원래 안무 연습 한 번 세게 하고 나면 개운한 맛이 있어야하는데....”

그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제가 오늘 너무 나댔어요?”

“음?”

“아니, 아니 너무 주제넘은 짓을 많이 한 게 아닌지 조금 염려가 돼서....”

장진영 대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정신없다고 말한 건 갑자기 또 외울게 늘어나서 그런 것도 있고, 네 문제도 있어.”

“제 문제요?”

“쟤들이 그러더라. 너보고 춤의 천재라고.”

“아.....”

“너보고 다음 세대 신인 아이돌이냐고 묻기에, 그건 아니고 프로듀서 겸 싱어 송 라이터로 활약 시킬 계획이라고 했더니 너무 아깝다고 막 뭐라고 하는 거야. 댄스 가수 시키라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솔직히 나도 너 춤추는 거 보고 같은 고민 중이거든. 하, 노래만 시키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난 피식 웃었다.

“그냥 외우기만 잘하는 건데요.”

“그 정도가 아니던데....”

“그건 그렇고, 저 오늘 춤추는데 이상한 버릇, 단점 같은 거 혹시 없었어요?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좀 가르쳐 주세요.”

“음? 너 안 힘들어?”

“힘들긴 하지만 아직은 할 만 해요.”

“할 만하기는, 힘들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구만....”

“괜찮으니 빨리 알려주세요. 저 뭐가 문제였어요?”

장진영 대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담아 날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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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도 어김없이 출근.

사실 오늘은 집에서 좀 쉬려고 했는데 이른 아침, 대표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 너 오늘 월말 평가 있는 거 알고 있어? ]

알고는 있었다.

반지희가 첫 평가라며, 떨리고 긴장되서 죽겠다고 온갖 수선을 떨어댔으니.

[ 거기 참가해. 아침 아홉시까지 와. ]

뭐?

정말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기에 난 황급히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

“저보고 연습생들이랑 같이 평가에 응하라고요? 아니, 그런 거라면 미리 말을 해주셨어야....”

[ 야, 누가 너보고 평가 받으래? 평가 하라고. ]

“아....”

[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와. 아침밥이나 같이 먹자. 순대국밥 사줄게. ]

순대국밥을 뚝딱하고 돌아오니 연습실에 연습생과 직원들이 가득하다.

연습생이 출근하면 무조건 나와야 하는 신인 개발팀 직원들, 전속 트레이너들, 그리고.

“이정연 팀장님.”

“어? 민이 씨가 어쩐 일이예요?”

오늘은 하늘색 와이셔츠와 청바지!

간단한 조합이지만 이정연 팀장이 걸치니 무슨 패션 화보 같다.

대답은 장진영 대표가 대신했다.

“본격적으로 총괄 프로듀서 업무 좀 가르쳐 보려고.”

“아하.”

반짝거리는 눈동자.

“반가운 소식이네요. 안 그래도 대표님 일인 체제 때문에 내.외부에서 말이 많았잖아요. 고루하다. 지루하다.”

“야. 너....”

억울한 얼굴로 항의하려는 대표를 싹 무시하고, 이정연 팀장이 활짝 미소 지었다.

“민이 씨라면 전 환영이에요.”

JJ 엔터테인먼트 남녀 연습생은 총 55명.

그 중에서 십대 초반의 초등학생들도 꽤나 많았다.

하나 같이 미모가 뛰어나고, 끼가 보통이 아닐 것처럼 보인다.

타고난 인싸들이 모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한편에 심사위원석이 조촐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의자하고 테이블 정도.

신인 개발팀장, A&R팀장. 장진영 대표. 그리고 나까지 총 네 명이 앉으니 본격적으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장진영 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여기 이 친구는 김민이라고 하고 아직 십대 학생이지만 우리 회사 전속 프로듀서예요. 제 차기 활동 곡을 포함해 벌써 여러 곡의 타이틀곡을 팔고 기획도 같이 했고요. 본인이 자작한 앨범도 곧 발표될 예정이에요.”

“우와. 프로듀서래.”

“어려 보이는데....”

아직 나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았던 모양이다. 사실 나도 처음 보는 얼굴이 절반 이상이었다.

“민아. 한 마디 해.”

마이크를 넘겨받은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놈의 공황장애가 또 다시 고개를 치켜들려는 것이다. 이럴 줄 알고 내가 미리 우황청심환을 먹었지!

“커흠!”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최대한 짧고 간략하게 말했다.

“실수하면 다시 시도해도 상관없어요. 자포자기 하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으면 돼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 나중에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모두 쏟아내기를 바랍니다. 개인기든 뭐든. 이상.”

멍해 있던 사람들이 뒤늦게야 박수를 친다.

내 인사말이 조금은 파격적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다시 마이크를 넘겨받은 장진영 대표가 말했다.

“모두 들었죠? 실수해도 상관없으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합시다. 자, 그러면 1번 연습생부터 시작해볼까요?”

연습생들의 공통 평가 항목은 춤과 노래. 여기서 추가적으로 자작곡을 들려주던지, 악기 성취도를 보여주던지 하면 된다.

두 가지 공통 평가 항목 외에 다른 특기를 멋지게 보여주면 가산점이 붙고, 이는 데뷔조 승격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확실히 주세아가 제일 눈에 띄네.’

오십 명이 넘는 연습생 중 주세아의 존재감은 단연코 압도적이었다. 옆에 서 있는 반지희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상당한 존재감을 뿌리고 있었다.

‘그 외에 괜찮은 인재들이 꽤 많이 보여.’

누가 그러던데.

가장 많은 인재가 몰리는 곳은 KM이고, LK와 JJ는 여기서 떨어진 이들을 나눠 갖는다고.

나는 지금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속설은 개소리에 불과하다고.

좋은 인재들이 가득하다.

현재는 7번 연습생이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로 14살인 이 남자아이는 외국 팝 음악을 꽤나 수준급으로 열창하고 있었다.

춤 솜씨도 나이대를 생각하면 괜찮은 수준.

내가 보기에는 좋은 인재 같은데....

‘어째 표정들이 영....’

나와 신인개발팀장을 제외한 두 명의 심사위원들은 굉장히 심드렁했다.

실망감을 애써 감추려는 모습이다.

사실 아까부터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원래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모양인지, 연습생들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낯선 분위기에 당황하는 중이다.

... 이 양반들 긴장감 조성하려고 짜고 이러는 건가?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났다.

장진영 대표가 말했다.

“맛있게 식사하고 1시 정각에 다시 모입시다. 평가 다시 받고 싶은 사람들은 20분 전에 모이세요.”

그리고 우리 세 사람에게 말했다.

“우리도 점심 먹으러 갑시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순대국밥이 아닌 김치찌개 전문점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신인개발팀장이 말했다.

“두 분 아까부터 표정이 영 안 좋던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 제가 보기에는 다들 열심히 잘 하는 것 같던데.”

“누가 잘한다고?”

“......?”

순간 장진영 대표와 이정연 팀장이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서 나에게 이목을 집중한다.

뭐야, 왜 갑자기 나를 보고 그래요. 불안하게.

“이제 알았다. 애들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이유.”

“저도 알았어요.”

훠이! 이러지 마 이 사람들아.

괜히 나한테 책임을 돌리지 말라고!

“얘가 문제였네.”

“공감해요.”

나와 신인 개발팀장님은 황당할 따름이다.

장진영 대표는 찡그린 얼굴로 괜히 내 탓을 한다.

“너 때문에 눈이 쓸데없이 높아져서 이러잖아.”

“민이 씨를 가까이서 지켜보다가 다른 또래 연습생들이 하는 걸 보게 되니 갑자기 괴리감이 생긴 게 문제였어요.”

심지어 이정연 팀장까지 그런다.

장진영 대표가 황당한 표정의 신인개발팀장에게 말했다.

“정훈이 너는 아직 모르겠다. 얘 천재야.”

“예. 그렇겠죠. 이 나이에 그런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

“작곡 말고 춤.”

“네?”

날 향한 장진영 대표의 표정이 불길할 정도로 의미심장해졌다.

“김민은 춤의 천재라고.”

재평가를 희망하는 이들은 총 세 명.

그들을 봐주고 나니 1시 조금 넘은 시간이 됐다.

장진영 대표가 내게 말했다.

“본 평가 시작 전에 자극 한 번 세게 주고 가자.”

“네?”무슨 자극이요?

장진영 대표는 마이크를 통해 모두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보여주는 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예요. 데뷔를 목표로 하는 여러분 또래 학생 중에는 이런 친구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니 집중해서 보세요.”

그리고 내게 말했다.

“노래랑 춤 하나씩만 보여주고 와.”

“.......?”

“자, 출동!”

어, 그러니까....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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