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40화 (40/205)

40화. 그 아이 누구야? (1)

“뭐야, 오빠 왜 이렇게 멋지게 나와? 우리 오빠 아닌 것 같아!”

“실물이 더 낫긴 한데... 노래도 좋고 춤도 멋있구나.”

“우리 아들이 제일 낫다 응? 하하하!”

폭발적이다.

부모님은 몰라도, 평상시 날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었던 서연이조차도 굉장히 놀라워했다.

“좀 될 것 같아?”

“응! 대박 날 것 같아! 나 학교에 가서 자랑 할 거야! 1위 작곡가가 우리 오빠라고!”

“그래, 그래. 오빠가 1위 작곡가다! 하하하!”

@

다음 날.

김서연 어린이는 학교에 가자마자 스마트 폰부터 꺼내 들었다.

“이거 봐라!”

설렘과 흥분이 담겨 있는 목소리, 표정에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

미리 장전해 둔 <시간 있어요?> 뮤직 비디오 발사!

“여기 이 사람이 우리 오빠야. 멋있지?”

“응! 멋있어! 잘 생겼다!”

“춤도 진짜 잘춰!”

“그런데 피아노 연주를 원래부터 잘하는 거야, 아니면 연기야?”

“원래 잘해. 이것보다 더 잘해!”

사실 이렇게 연주하는 건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김서연은 그렇게 자랑했다.

“더 놀라운 게 뭔지 알아?”

“......?”

“지금 이 곡이 차트 1위인데... 우리 오빠가 만든 거야!”

그날을 김서연은 학교의 슈퍼스타가 됐다.

한편 이와 같은 일은 부모님의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식당에서도.

“저기, 저 아이가 제 아들이에요.”

“어머, 정말이요?”

“저 곡도 직접 만들었다네요. 어제는 또 돈 좀 벌었다고...!”

아버지가 대리로 운전하는 자동차 안에서도.

“손님. 제가 음악 하나만 들어도 되겠습니다.”

“네. 들으세요. 그런데... 어? 이거, 지금 차트 1위하는 거 아니예요? 장진영 신곡. 이런 것도 들으세요?”

“하하. 사실 이 음악이 제 아들이 만든 음악입니다.”

“우와, 정말요?!”

“뮤직 비디오도 출연했는데....”

@

오늘은 아침부터 휴대폰을 끄고 곧 펼쳐질 지상파 음악방송 무대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나를 보고 장진영 대표가 물었다.

“부모님하고 좋은 시간 보냈어?”

“네? 아, 네!”

“뭐하고 보냈는데?”

“그러니까 그게....”

하나 씩 설명해주다보니 간장감이 조금씩 풀렸다. 이런 상황을 유도했다는 것을 알고 감사한 마음을 느끼기도 전에 말했다.

“오늘 음악 방송 녹화한 거. 다음 주에 방영할 예정이니 그 사실도 미리 미리 전달해 둬. 정확한 시간까지 첨부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네가 뭘 모르는 모양인데, 가족 입장에서는 그거 기다리는 재미가 또 쏠쏠하거든. 또 그래야지 주변 지인들에게 미리 미리 연락해서 자랑도 할 수 있고 하니까.”

“아....”

“부모님의 삶이 낙이 뭔지 알아? 자식 잘 되는 거 자랑하는 거야. 돈 챙겨주는 거보다 그런 거 챙겨주는 게 훨씬 갚진 거라고. 알아 들었어?”

“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그래서 녹화 방송 예정 시간을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으며 가족에게 먼저 메시지로 알렸다.

이후에 최명중, 문라이트 애들을 비롯한 친구들에게도 알렸고.

그러는 사이 방송국에 도착했다.

오늘 우리가 출연할 음악 방송은 <유정연의 슈퍼스타>

10년 이상 이어져 온 대한민국 대표 음악방송으로, 이 방송 진행자인 유정연 씨는 장진영 대한민국 톱 작곡가이자 예능인, MC로 명성 높은 사람이다.

내가 존경하는 또 한명이기도 하고.

“너 정연이 좋아한다고 했지? 내가 소개해줄 테니까 같이 가자.”

장진영 대표가 여기서 또 나를 챙겨줬다.

손을 잡고 유정연 대표의 대기실로 데려간 것이다.

“정연아!”

“진영아! 축하한다. 지금 너 신곡 반응 장난 아니던데?”

유정연은 40대 중.후반의 굉장히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였다. 세계적인 명문 음대, 줄리어드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력이 있고 젊은 시절에는 대중음악 이상으로 클래식계에서 두각을 보였던 천재였다.

장진영 대표가 철저히 KPOP 스타일이라면, 유정연은 KPOP 스타일과 함께 클래식, OST 쪽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진정한 올라운더 작곡가였다.

“여기 이 친구가 뮤직 비디오 또 다른 주인공이자 이번 <시간 있어요?> 작곡가야.”

“이 친구가 바로 네가 그렇게 자랑하던 제자 김민?”

“응. 인사 드려. 민아. 내 친구 유정연.”

난 즉각 고개를 박았다.

“안녕하십니까! JJ 엔터테인먼트 전속 프로듀서 김민입니다! 어려서부터 유정연 작곡가님을 굉장히 동경했습니다!”

“도, 동경까지...?”

“정말입니다! 그동안 발표하신 음악들, 분야 가리지 않고 모두 섭렵했고 미디 공부 할 때 교보제로도 사용하고 그랬습니다! 우리나라에 진짜 몇 안 되는 천재 올라운더 작곡가시니까요!”

“에이, 그건 좀 심했다. 내가 무슨 천재 올라운더... 그냥 잡탕이지!”

“제 인생의 등불이십니다.”

“진영이 질투하겠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좋은 기분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낸다. 장진영 대표는 질투 대신 흐뭇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사실 우리 인연이 어떻게 이어지게 된 거냐면....”

음료를 마시며 나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우리 대표님.

유정연 작곡가님은 그 이야기를 경청하며 때때로 휴대폰에 메모하기도 했다.

오늘 방송 인터뷰에서 소재거리로 써먹으려는 것이다.

“와, 그 정도면 천재 아니야?”

“음악도 잘 만들고 노래도 잘 부르는데, 사실 우리 민이 진짜 재능이 그게 끝이 아니야.”

“어? 재능이 더 있어?”

“더 있는 게 아니라 사실 그게 진짜야.”

팔을 뻗어 내 어깨를 휘감더니 자랑스럽게 말한다.

“춤의 천재야. 무엇이든 한 번 보면 그대로 따라해!”

“에이....”

“진짜야. 시험해봐.”

“...정말?”

“너 내가 허언한 거 본 적 있어.”

“응. 꽤 많이. 내가 대학 시절부터 봐왔는데....”

“야! 그땐 그때고, 요즘 안 그래! 아 진짜 제자 앞에서 민망하게... 이번에는 진짜야!”

민망해서 목소리 높이는 대표님을 뒤로하고, 유정연 작곡가님의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을 날 살핀다.

그러더니 제안했다.

“방송 출연 한 번 해볼래?”

대표님은 이걸 노렸던 게 분명하다.

내가 유정연의 슈퍼스타 메인 인터뷰에 출연하게 되다니....

“그러셔도 괜찮아요? 이건 대표님 컴백 무댄데....”

“난 방송 출연 같은 거 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어. 그보다는 때가 왔을 때 제자인 너를 밀어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

“지금 시기가 굉장히 좋아. 이미 전성기가 지난 중년 댄스 뮤지션을 1위에 올려놓은 어린 천재! 음악,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춤도 잘추네? 심지어 얼굴도 굉장히 예쁘게 잘 생겼어. 화제가 될까 안 될까?”

“되, 되겠죠?”

“사실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외모가 안 받쳐주면 그게 참 안 살아. 이게 불공평한 것 같은데,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일단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 어쩔 수 없거든. 그런데 너는... 내가 보기에는 진짜 KM처럼 생겼어. 무슨 말인지 알지?”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가장 비주얼을 신경 쓰는 곳이 KM이다. 거기 출신처럼 생겼다는 말은 연예인, 혹은 지망생들에게 엄청난 칭찬이다.

... 실제 거기 출신이기도 했고.

“지금이 널 크게 터트릴 수 있는 적기야. 난 어차피 이번 신곡으로 오래 활동하지도 않을 거야. 그렇게 되기도 힘들 거고. 그러니 힘이 좀 붙어 있을 때 최대한 이용해서 너 홍보해줘야지. 네가 우리 회사 미랜데.”

“.......”

이번에 솔직히 좀 울컥했다.

설마 본인의 컴백 쇼까지 사용해서 날 챙겨주려고 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KM 시절과 비교하면 JJ는 정말 천국과 같은 곳이다. 대표이자 스승인 장진영 대표는 굉장한 호인이고.

이번 삶에서의 선택 중 가장 잘한 것이 바로 JJ 입사였던 것 같다.

“인터뷰 시간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보여줄 수 있는 거 다보여줘. 그래서 현장에서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어 버려. 알겠어?”

난 결연하게 대답했다.

“네! 아주 죽여 놓을게요!”

마침내 <유정연의 슈퍼스타> 녹화 방송이 시작됐다.

[ 안녕하세요. 오늘도 유정연의 슈퍼스타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리나라 최고의 음악 방송 진행자답게, 능숙한 진행을 이어간다. 대기실에서 TV로 지켜보고 있었지만, 편집되서 나가는 방송과 달리 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모니터링 되고 있었기에 그 진가를 알 수 있었다.

내공이 정말 굉장한 사람이었다.

실제, 그는 10여년 이 방송을 진행해 오면서 수많은 원석을 발굴했다. 여러 이유로 주목 받지 못하던 보석들이 비로소 제 가치를 인정받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그가 이 방송만큼은 끝까지 붙잡고 있는 이유라고도 했다.

난 그래서 그를 존경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업계에 밝고 따스한 빛을 비춰주는 사람이니.

[ 오늘 첫 순서는....]

우리 출연 순서는 마지막.

본래 이런 방송에서의 마지막 출연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일단 제작진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기도 하고, 제한 시간 없이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찍을 수 있는 거 다 찍고, 그 중 현장 반응과 흐름이 괜찮은 것을 뽑아 알차게 우겨넣을 테니까.

문이 열리며 조연출의 얼굴이 빼꼼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낭랑하게 소리쳤다.

“10분 후 녹화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이상 없는지 확인 좀 부탁드릴게요!”

그 말에 대기실이 부산해졌다.

함께 출연할 레드 스켈레톤 댄스 티도 헤어와 복장을 점검했다.

나는 장진영 대표가 직접 챙겨줬다.

“너 오디션 때 기억하지?”

“네.”

“그때 하던대로 해.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

그렇게 말해도 긴장되서 미칠 것 같다.

시작 훨씬 이전부터 공황이 올라오는 기미가 보여서 우황청신환 한 알을 챙겨먹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하다.

무슨 학교 행사 같은 것도 아니고, 전국에 방영되는 지상파 인기 음악 방송이 아닌가?

뒤로 가서 한 알 더 씹어 먹은 뒤 눈을 감고 심호흡을 계속했다.

그때 누군가 내 목을 휘감기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너 혹시 공황장애 있니?”

“.......”

백종훈 단장이었다.

그의 표정이 굉장히 진지했다.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고 방금도 우황청신환 하나 더 챙겨먹는 거 보고 확신했어.”

“비밀로 해줘요.”

“비밀로 하고 말 것도 없어. 사실 나도 같은 증세가 있거든.”

“어? 정말요?”

“우황청심환 그런 거 다 소용없어. 대신 한 가지 팁을 줄까? 완전 즉효약인데.”

“무슨 팁인데요?”

“일단, 무대가 시작되면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우리만 봐.”

“네?”

“호흡 맞추는데 집중하라고. 우리 같은 퍼포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뭐야? 팀워크 아니냐.”

“그렇죠.”

“하나의 무대를 완벽히 끝낼 생각만 하자는 거야.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멋있게. 딱 그것만 생각하자. 계속 서로를 주시하고 있다가, 혹시라도 실수할 기미가 보이면 바로 커버도 해주고.”

“아....”

“그렇게 하다보면 무대 하나 금방 끝나. 그리고 나머지는 대표님과 진행자분 께 맞겨. 너 어차피 데뷔도 안한 신인이야. 아무도 너한테 엄청난 활약 같은 거 기대도 안 해. 그냥 시키는 것만 잘하면 된다고. 그렇게만 해줘도 평타 이상 치는 거야. 내 말 알아 들었지?”

“네.”

그때 조연출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금 들어갈게요!”

“명심해. 관객은 보지 말고 우리만 봐. 인터뷰 할 때는 대표님과 진행자님의 눈만 보면 돼. 할 수 있어!”

몇 번이나 다독여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백종훈 단장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그가 괜히 국내에서 손꼽히는 댄스 팀의 리더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 올라가는 동안 계속 해서 스스로에게 세뇌를 걸었다.

외부 시선은 의식하지 말고 같이 무대에 선 사람들을 보면 돼.

이때까지의 나는.

녹화 방송에서 상상도 못할 일들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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