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42화 (42/205)

42화. 그 아이 누구야? (3)

사실 춤의 천재 운운 했을 때 현장에 있던 많은 이들이 과포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후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방금 그 음악 다시 틀어주세요.”

그러더니 영상에서 펼쳐진 광경을 홀로 재현해내는 게 아닌가?

깔끔하게, 우아하게.

아직은 작고 여리여리한 미소년이 춤을 추기 시작한 순간 존재감이 커졌다.

억지로 동작을 크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동작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안무가 임팩트 있게 보인다.

마치 음악이 소년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 같다.

“.......”

1200여명의 관중과 스텝.

무대 위 호스트와 게스트.

그리고 영상 통화 속 유니버스 크루까지.

입을 쩍 벌린 채.

‘비상식’적인 광경을 그저 지켜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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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생생하게 각인된 이미지가 굉장히 많았다.

워낙 많은 인원이 함께 펼친 퍼포먼스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나는 퍼포먼스 중심축에 있던 사내의 동작만을 다시 재생 시킨다.

온갖 스트릿 댄스 장르가 섞여 있었다.

심지어 세계 대회 석권을 목적으로 짠 안무라 KPOP 아이돌 안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하지만 이 정도는 내 재능의 범주 안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재즈 안무 도중, 스타일 무브 없이 갑자기 들어가는 파워무브.

현재 이 몸으로 파워무브를 많이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영혼이 기억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가장 멋지고 화려하게.

기술 하나 하나를 임팩트 있게 꽂을 수 있는지.

이 정도도 못하고서야 어찌 천재를 자처할 수 있겠나?

내 재능이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육체의 주인인 나 자신이었다.

물구나무를 서서 드릴처럼 몸을 회전시키는 나인틴나인티.

가볍게 열 바퀴를 꽂아주는 것을 시작으로 바로 이어 다리를 펼쳐, 손을 퉁겨 몸을 날리며 프로펠러처럼 회전시킨다.

에어 트랙에서 리듬에 맞춰 슬로우.

점점 느려지다가 다시 빨리 회전시키며 턴.

바로 이어 윈드밀, 토마스 등의 강력한 연계기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난 춤을 추면서 깨달았다.

이 시안이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저 화려하기만 할 뿐이었다.

너무 이것저것 기술을 때려 박다보니 컨디션 조절에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공연 퀄리티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큰 구성이었다.

이런 자비 없는 고난이의 파워 무브 연계라니....

심지어 비트킬링까지 곳곳에 뿌려져 있다.

회전 기술을 구사하는 도중 베이스, 드럼 리듬에 맞춰 전신을 통통 튕기거나 속도 조절을 해주는 등.

제 아무리 세계 최고의 비보이 팀이라도 컨디션 조절에 조금이라도 실패한다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이런 것보다는 창의적인 스토리라인과 캐릭터 성을 내세운 레드 스켈레톤이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훨씬 안정적이기도 하고.

파워무브를 깔끔하게 끝낸 뒤 바로 이어 재즈와 발레를 섞은 안무로 들어간다.

종류는 다르지만 이 역시 굉장히 어려운 동작들 투성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니버스 크루는... 실력은 둘째 치고 겁대가리를 상실한 팀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이런 미친 난이도의 안무를 만들어서 할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춤이 끝나고.

“.......!”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기이한 정적 속에 의아함을 느낀 채 주위를 둘러보는데...

[ 찌이잉.... ]

작은 이명을 시작으로.

[ 와아아아아! ]

“.......!”

갑자기 엄청난 함성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온 몸을 움찔하며 눈을 찡그린다.

조명이 눈부셔 잘 보이지 않았던 객석 상황이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1200여명의 관객이 흥분한 모습으로 환호하고 있었다.

다가가자 진행자 유정연 작곡가가 흥분한 얼굴로 소리친다.

“뭔가 굉장히 빨리 지나가서 정말 똑같이 따라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춤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겠어요! 우리 피디, 작가들 봐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잖아! 여러분 어때요?”

[ 멋있어요! ]

[ 굉장해요! ]

여기저기서 외침이 들려온다.

폭발적인 호응을 유도해낸 뒤에야 유니버스 크루에게 물었다.

“춤 실력이 굉장하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잖아요? 과연 정말 천재가 맞느냐. 장진영 씨가 한 번 본 춤은 무조건 카피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디 확인해봅시다. 어때요?”

[ 안무 시안이 언제 유출된 적이 있었나 당황하고 있었어요. 아니, 이게 무슨 KPOP 안무 따는 것처럼 간단한 일도 아닌데.... ]

다들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내 춤이 완벽했다는 뜻이다.

나야 확신을 갖고 있었으니 그리 놀라거나 기뻐할 일도 아니었지만.

“카피가 완벽했다는 거죠?”

[ 네! ]

“그나저나 안무 진짜 멋있고 화려하네요. 그런데 이게 시안에 불과하다고요?”

[ 네! 훨씬 멋지고 구성도 좋은 안무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준비 중이에요. ]

“그렇군요. 그러면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유니버스 크루에게 박수 보내주세요!”

그렇게 영상 통화가 끝났다.

그리고 바로 이때부터 나를 향한 유정연 작곡가의 눈빛이 달라졌다.

“혹시 본인 앨범은 준비 안 하나요? 설마 작곡가, 프로듀서 포지션으로만 활동하려는 건 아니죠? 그러면 굉장히 아쉬울 것 같은데....”

난 곤란한 얼굴로 장진영 대표를 바라봤다.

내 앨범이라지만, 어디까지 말을 해도 좋을지 알 수 없었기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안 그래도 제 활동 끝나면 바로 민이 데뷔 앨범 발매 계획이 잡혀 있어요. 아 맞다. 민이가 정연 씨 열렬한 팬이라고 했잖아요?”

“네. 그랬죠!”

“수록곡 중 클래시컬한 발라드 음악이 하나 있는데 그 곡이 굉장히 유정연 씨 스타일과 비슷해요. 그 음악을 들으면 민이가 정연 씨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래요?”

운을 띄우며 객석을 쳐다보는 유정연.

자연스럽게 어떤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의도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 들려줘! 들려줘! ]

“다들 이렇게 원하는데... 어디 한 번 들어볼까요?”

수풀 부딪치는 소리.

귀뚜라미 울음소리.

하늘에서 쏟아지는 영롱한 별빛을 연상케 하는 피아노 연주가 녹화장을 별빛의 숲으로 만든다.

난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시점부터 유정연 작곡가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그에게 영향 받았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나 거짓이 아니었기 때문.

그는 오케스트라를 접목한 감성적이고, 동화적인 발라드 음악의 1인자였다.

그가 내 음악에 어떻게 반응할지.

이것이 지금 내 최대의 관심사였다.

인트로와 전주가 끝나고, 천천히 노래를 시작한다.

장진영 대표는 이미 감상 모드에 돌입해 눈을 감고 있었다. 반면 유정연 작곡가는 방송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은, 굉장히 날카롭고 진중한 얼굴로 음악을 세밀하게 뜯어보고 있었다.

긴장감이 밀려왔지만, 난 최선을 다해 노래에 몰입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녹화장을 가득 채우며 후렴이 울려 퍼지기 바로 직전.

“... 여기까지.”

바로 그 지점에서 노래를 끊어 버렸다.

[ 아아아! ]

객석에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유정연 작곡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영향을 받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겠네요. 스토리텔링한 음악이군요?”

“네. 맞아요!”

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음악이니 감상을 아끼겠습니다. 완곡을 언제 들을 수 있을까요?”

나 역시 궁금함을 담아 대표님을 바라본다.

아직 알지 못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모두의 관심을 받은 대표님이 씩 웃으며 대답하신다.

“조만간 들을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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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못해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다음 날, 그 다음날도 음원 순위는 1위였다.

그러더니 결국 주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야, 이거 생각 이상으로 잘 되니까 당황스러운데?”

“그, 그러게요.”

곡 활동 기간을 짧게 잡아놨던 장진영 대표에게는 난감한 상황이 시작됐다.

일단 음원 성적이 굉장히 좋다 보니 여기저기 찾는 곳이 많아졌다.

그리고 인기의 또 다른 척도라 할 수 있는 뮤튜브, 뮤직 비디오 성적이 천만 회를 돌파했다.

지금 댓글에 한글뿐만 아니라 외국어 댓글 빈도가 굉장히 높다.

팬들의 제보에 따르면 해외에서의 인기가 심상치 않단다.

특히 미국 유명 라디오 방송국에서도 조금씩 다뤄지곤 한다나?

커버, 해설, 리액션 등의 콘텐츠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장진영 대표는 더 이상 혼자만의 판단으로 활동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없게 됐다.

“어떻게 하지? 활동 조금 더 해봐야 하나?”

이에 대한 이정연 팀장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당연히 계속 이어가야죠. 참고로 활동 시작 1주일 만에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셨어요."

“......!”

결국 본인의 뜻과 별개로 활동 연장이 결정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었다.

주간 차트 1위를 기록 했는데도 기세가 죽지 않았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체감되고 있었다.

나는 지금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래서 회사에 요청해서 이 다음으로 잡혀 있던 내 앨범의 발매 일정을 뒤로 미뤘다.

그리고 새로운 곡을 정신없이 써내려갔다.

지금 이 순간.

미친 듯한 영감이 내 전신을 뒤흔들고 있었다.

주제는 쉽게 정해졌다.

<시간 있어요?>의 후속곡.

재즈 바에서 도움을 받고 트렌드한 모습으로 변신을 했으니, 이제 그녀가 있는 클럽으로 가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때였다.

조금은 코믹하게, 그러나 그 기반에는 장진영 특유의 멋이 가득한 컨셉의 음악!

곡 자체는 작정한 지 하루 만에 완성됐다.

사운드 자체는 미국 클럽에서 유행하는 힙합, EDM 요소를 적절히 녹여냈다.

신스 베이스에 사이드 체인을 걸어 울렁울렁 거리는 효과를 만들어 배경에 깔고.

808을 입힌 묵직한 킥을 조금은 빠른 힙합 리듬에 맞춰 묵직하게 꽝꽝 때려주고.

랩과 멜로디 톤은 지극히 한국적인데, 평균 음역 대를 높게 잡아 신나게 내지를 수 있는 톤으로 만들었다.

제목은

그녀와 세상 앞에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내용이다.

엣지있게.

코믹하게.

신나게.

재즈로 고풍스러움을 선사했으니, 이제 힙합과 EDM을 결합한 K 댄스 음악으로 신나게 날 뛸 차례 였다.

멜로디와 가사는 하루 만에 썼지만, 편곡만 3일이 걸렸다.

심지어 학교까지 빠져가면서.

또 해보라고 하면 도저히 못할 것 같다.

그만큼 강렬한 영감과 확신이 날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세월을 통틀어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기적같은 시간이었다.

‘이제 보내자.’

곡을 회사 메일로 전송한 뒤 이정연 팀장님에게 문자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작업실 소파에 그대로 쓰러져 눈을 감았다.

체력과 정신력이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였기에 금방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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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한 이정연 팀장은 늘 그렇듯, 가장 먼저 이메일부터 확인했다.

‘응?’

김민으로부터 메일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설마, 완성된 건가?’

작업실에 틀어박혀 곡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마침내 그 결과물이 완성된 모양이다.

제목은

일단 이어폰을 착용한 채 첨부된 음원을 재생해본다.

신나는 힙합 리듬과 강렬한 EDM 사운드의 결합!

눈이 번쩍 뜨였다.

자세를 바로 세우고 앉아 집중해서 곡을 듣는다,

<시간 있어요?>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완전히 달라진 내 모습을, 클럽을 배경으로 그녀와 사람들 앞에서 화끈하게 보여준다는 재미있는 내용이다.

음악을 모두 듣고 난 이정연 팀장은 즉각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크게 소리쳤다.

“팀장급들 모두 출근했죠? 당장 회의실로 모여요! 자리 없으면 팀원이 빨리 호출해요.”

사람들은 갑작스런 모습에 의아해하다가, 냉철한 그녀의 얼굴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직감했다.

아, 뭔가 일이 터졌구나!

잠시 후, 회의실에 JJ 엔터테인먼트 팀장급 인원들이 모두 집결했다.

회의를 소집한 이정연 팀장이 말했다.

“일단 곡부터 들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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