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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로 돌아왔다-51화 (51/205)

< 51화. 선물 (2) >

주말.

모처럼 평화로운 휴식기를 맞아 집에서 열심히 늘어질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휴대폰이 날 가만 놔두지 않는다.

[ 김민. 너 뭐야? 미국에서 돌아왔으면 누나들에게 신고식부터 해야 할 거 아니야? 왜 소식이 없어?! ]

[ 민이 떴다고 변했어. ㅠㅠ]

[ 이젠 우리가 먼저 연락 안하면 연락도 안하네. 아, 쫀심 상해.ㅠㅠ ]

제일 큰 문제는 문 라이트 단톡방.

얘들 정말 내가 답장할 때까지 수다 톡을 날려서 귀찮게 한다.

그 다음은 명중이.

[ 휴일이고 날씨도 좋은데 같이 공부나 하자. ]

[ 너 진도 나가야 할 곳 많지 않아? ]

[ 영어 공부 하고 싶다며? 가르쳐 줄게. 나 잘해. ]

평상시에는 과묵한 녀석이 코코아 톡에서는 말이 더럽게도 많은 녀석이다.

이 외에 엔 플라워라든지, 대표님이라든지... 내가 어떤 심정을 휴일을 선포했는지 뻔히 알면서 무진장 괴롭힌다.

다들 귀찮아!

[ 대천사 : 대학 어떻게 할지 정했어요? ]

아, 물론 우리 이정연 팀장님은 제외.

[ 네! 저 뉴욕 갈 거예요! ]

[ 맨해튼 음대가 가고 싶습니다! ]

[ 대천사 : 좋은 학교 선택하셨어요. 민이 씨 진로하고도 딱 맞을 것 같아요. 그러면 진지하게 이야기 한 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언제가 좋을까요? ]

[ 전 아무 때라도 상관없습니다. 오늘 내일도 문제없어요! ]

[ 대천사 : 음,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안 되고, 내일 점심 같이 먹도록 할까요? ]

[ 넵! ]

고귀하신 대천님께 신탁을 받는 와중에도 문 라이트 떨거지들이 계속 귀찮게 굴었다.

참다못해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 말았다.

[ 내가졌다. 뭘 해주기를 바라냐? ]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 징글징글한 떡볶이 슬레이어들 같으니.”

누구는 순대국밥, 누구는 떡볶이.

나 조만간 이 두 가지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질 것 같다.

“야, 우리가 뭐 맛있어서 먹으러 오는 건 줄 알아?”

“넌 음식을 맛만 보고 선택하니? 이집 떡볶이는 추억이잖아!”

“맞아! 우리 우정의 증표란 말이야!”

입가에 학살의 흔적을 잔뜩 묻힌 아이들이 반발한다.

“그래. 많이 먹어라. 이거 먹고 너희들이 좋아하는 디저트도 먹으러 가자. 그건 또 무슨 증표가 될지 궁금하네.”

난 그렇게 말하며 몇몇 사람들을 바라봤다.

오늘은 명중이와 문 라이트 멤버 여섯 명이 모두 모였다.

반지희, 주세아를 포함한 LK 소속 연습생 애들도 모였다는 것이다.

대화방에서야 하루도 쉬지 않고 수다를 나누는 사이지만, 모두 함께 실제로 모인 건 꽤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모임 분위기가 좋았다.

기어코 모든 가엾은 떡볶이들을 학살하고야 만 아이들은 밥까지 비벼먹고서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당당히 요구한다.

“선물 줘!”

“그거 우리 주려고 가져온 거지? 다 알아!”

“모른 척 하느라 힘들었어.”

아까부터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 내가 가져온 쇼핑백에 시선을 주더라.

난 피식 웃으며 하얀 쇼핑백을 하나씩, 총 일곱 개를 건네줬다.

“너희들 싸울까봐 완전 똑같은 구성으로 맞춰왔어.”

별 거 없다.

뉴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마카롱 선물 세트, 디즈니 등의 굿즈 스토어에서 산 한정 기념품들이었다.

“귀엽다!”

“와, 진짜 예뻐!”

“어? 이거 그거잖아! 피에르 에르메스가 맨해튼에 런칭했다는 프리미엄 마카롱 브랜드! 나 이거 진짜 먹고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애들이 굉장히 기뻐해줬다.

얼음 인형 같은 주세아의 얼굴에 홍조와 미소가 피어올라 있으면 말 다한 거지.

선물 가지고 열심히 수다를 떠들어대던 중, 반지희가 말했다.

“우리 방학 중에 시간 내서 다 같이 뉴욕 여행 한 번갈까? 힘들면 이웃 나라 일본 도쿄라도. 나 친한 친구들하고 다 같이 해외여행 가는 게 꿈이었어!”

“어? 그거 좋다!”

“우와. 가자!”

“해외여행이라... 지금부터 계모임이라도 시작할까?”

별 소리들을 다한다.

그치?

그렇게 말하려고 최명중을 보는데.

“난 사실 예전부터 그랜드 캐니언과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꼭 가보고 싶었어. 아, 보스턴 아이비리그 투어도 참 좋을 것 같아.”

이 녀석도 덩달아 들떠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되니 나도 진지하게 고려해보게 된다.

친구들끼리 해외여행이라....

"음...."

전직 아싸로서,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야!

솔직히 말하면 나도 좀 두근거린다.

친구들과 사이 좋게 여행 가는 게 꿈이었거든!

분명 재미있을 것 같은데 왜 눈물이 나오려고 그러냐.

디저트 숍에서 본격적인 근황 토크를 했다.

“나 미국 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공부할 거야. 내일 전문가 상담도 받을 거고.”

“미국 대학교?”

“학비 엄청 비싸지 않나?”

“생활 물가도 장난 아니야. 거기 단칸방 월세가 우리나라 돈으로 400만원 막 이런다더라.”

떡밥을 던지기 무섭게 토크 피라냐로 돌변한 애들이 마구 달려든다.

최명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계속 영어 타령을 했었군. 그런데 지금 네 실력으로 거기 들어갈 실력 쌓으려면 죽을 고생을 해야 할 텐데....”

“어쩌겠냐? 이미 뉴욕에 반해 버렸고 본토에서 음악이랑 공부, 제대로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블랙 로즈 매니지먼트, 아이작  이스트와의 만남에 대한 스토리를 풀었다.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건, 그런 상황에서도 영어를 못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내일 전문가 상담을 받으려고. 그 후에 본격적으로 진학 준비 들어가야지.”

그때 누군가 역린을 건드렸다.

“그러면 군대는 언제 갈 거야?”

“......!”

구, 군대?

내가 크게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니 그 애도 덩달아 놀라서 움찔거렸다.

“나, 난 그냥 궁금해서...사실 우리 오빠가 몇 달 후에 군대 가거든.”

“.......”

“늦게 가면 고생한다던데....”

애써 잊고 지내던 사실.

군대!

와, 진짜 기분 엿 같네.

생각해 보니 나 거기 또 가야 되는 거잖아?

참고로 이전 삶에서 나는 군단 통신대대 유선조 가설병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 거다.

이게 얼마나 헬 보직인지.

갑자기 현타가 밀려온다.

그 짓거리를 또 하라고?

“야, 너는 왜 괜한 소리를 해서 민이 맨탈을 부수고 그래?”

“애가 아주 넋이 나갔네!”

“야, 괜찮아?”

애들이 내 얼굴에 손을 휘저어대고 난리도 아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만큼 내 멘탈은 금이 간 상태였다.

군대. 군대라....

“하하하....”

“.......!”

다음 날 오전에는 정연 팀장님을 만났다.

다름 아닌 소고기 집에서!

“오늘 제가 살 테니 마음껏 드세요!”

“마음은 고맙지만 제가 사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어째서요?”

“민이 씨는 고등학생이고 전 직장인이잖아요.”

“저 돈 많이 벌어요! 심지어 이번에 대박도 났잖아요! 아마 팀장 님보다 돈이 많을 지도 몰라요! 흐흐."

그 말에 이정연 팀장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로 말했다.

“과연 그럴까요?”

“......?!”

결국 점심 값은 정연 팀장님이 지불하셨다.

카드를 꺼내드는 순간 의미심장한 말이 허세가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블랙 카드...!’

인터넷상에서만 떠돌아다니던 저 전설속의 아이템을 실제로 영접하게 되다니...!

이것도 대박이지만 다음 내 앞에 나타난 것도 만만치 않은 충격을 줬다.

“......!”

붉은색 페라리!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운전석에 탑승하며 말했다.

“타세요.”

문득 뉴욕에서 대표님이 내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 정연이는 우리 같은 사람하고 클래스가 달라. 너 킴벌리 존스 대표가 단순히 대학 동문이라고 잘 대해준 것 같지? ]

난 그 말을 공부 잘하고 학교생활도 엄친딸 소리 들을 정도로 잘해서...라고 해석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내가 너무 단순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정연 팀장님은 굉장한 여자였다.

능력도, 비주얼도, 그리고 타고난 배경까지도!

굉장히 쿨하게 멋지게 운전하는 그녀에게, 난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애인 있으세요?”

“네? 아니요. 아직 없어요. 왜요?”

“저 방금 새로운 꿈이 생겼거든요.”

표정이 심상치 않다.

또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이런 표정인데... 그렇다고 날 막을 수 없지!

“저 이정연 팀장님하고 결혼해서 서텨맨이 되고 싶어요.”

쌉소리의 대가는 강력한 바디 블로우였다.

그녀가 생각이상으로 펀치력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체감한 이후 쓸데없는 소리는 자제하기로 했다.

농담이 아니라, 차 안에서 얻어맞은 펀치가 지금도 욱신거린다.

도착한 곳은 청담동 고급 찻집.

체인점은 아니고, 굉장히 고급스럽게 꾸며진 비밀 정원 컨셉의 업소였다.

차 한 잔 가격이...어우야.

나 같은 서민이 올 곳이 아니었다.

손님들이 하나 같이 고가의 명품을 걸친, 있는 척이 아니라 정말 있는 사람들 투성이다.

음매 기죽어.

금발을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미녀 점원이 다가오더니 화사한 얼굴로 말했다.

“정연이 왔니? 오랜만이네? 그 동안 무슨 일 있었어?”

“뉴욕에 출장 다녀왔어요. 민섭이는 잘 있죠?”

“이모 보고 싶다고 난리야. 집에 좀 와.”

굉장히 친한 사이로 보인다.

주문을 받은 점원이 떠나자마자 물었다.

“저 분이 혹시 이 가게 오너세요?”

“맞아요. 저하고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언니예요.”

“뭔가,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 등장할 것 같은 귀족집 영애 아가씨 같은 느낌이네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이정연 팀장님은.

“틀린 말은 아니네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신다.

... 그런 사람과 친한 당신은 대체 어떤 분이신가요?

차가 나오고, 본격적인 진학 상담이 시작됐다.

상담을 마무리 짓고 돌아오며 드는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미국 대학 진학, 꼭 필요한 일인가?’정연 팀장님의 상담 방식은 참 특이했다.

그 필요성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했다.

입학했을 때 직면할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거론하며.

솔직히 그 과정에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이전 삶을 통해 깨달은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울 수 있을 때 배워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하지만 지금의 나는 수박 겉핥기의 화신 같은 존재였다.

음악인으로서 롱런하고 대중으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으려면, 흔한 장르를 해도 남다른 울림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결정적으로, 나는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등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니까 결심했던 대로 맨해튼 음대나 줄리아드 음대를 목표로 진학 준비를 결심했다.

[ 저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요. ]

대천사가 함께 있는 이상, 그 어떤 험난한 시련도 두렵지 않으리!

다음 날, 학교를 마치고 작업실에 돌아오니 왠 커다란 쇼핑백이 하나 있었다.

쪽지가 놓여 있다.

[ 부담 갖지 말고 써 ]

대표님이었다.

음, 일단 쇼핑백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세계적인 명품 회사인 L사의 것이었기 때문에!

심지어 부피도 적지 않다.

조심스레 내용물을 확인해 본다.

검은색 모노그램 백팩이었다.

이거... 굉장히 비싸 보이는데?

가격을 확인해보고는 헛숨을 들이켰다.

1,2백 수준이 아니라, 굉장한 고가의 물건이었던 것이다.

아니, 갑자기 왜 이런 선물을...?

그래도 주셨으니 감사히 받아야겠지?

찰칵!

가방을 매고 있는 셀카를 찍어 대표님 코코아 톡에 전송.

[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

다음과 같은 메시지도 보냈다.

곧장 답변이 날아왔다.

[ 다음에 더 좋은 거 사줄게. ]

이렇게 짧은 메시지로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니...!

이 순간 결심했다.

내가 대표님이 앓고 있는 극심한 불치병을 치유해 드리겠다고.

미국병!

이제는 치유된 척 하지만 사실은 더 심해졌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이 저주에서 벗어날 방법은 한 가지.바로 미국 진출의 꿈을 이루는 것!

내가 그것을 이루어 주리라!

그 미국병.

내가 손수 제거해주리라!

그런데 며칠 후.

내가 또 다른 결심을 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엔 플라워가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겠다며 숙소에 날 초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돈을 모아 마련한 명품 지갑 선물을 해주더라!

멋진 앨범 만들어줘서 고맙다나?

세상에 이런 천사들이 또 있었다니...!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 엔 플라워는 대한민국 최고의 걸 그룹으로 격상됐다.

엔 플라워 떡상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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