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쇼케이스 (2) >
한 명이 주인공인 쇼케이스는 장. 단점이 확실했다.
시선이 온전히 집중되긴 하지만, 주어진 시간 내내 계속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안간 힘을 써야 한다.
“춤을 굉장히 잘 춘다고 들었어요!”
“아, 네.”춤도 추고.
“자, 다음으로는, 여기 모인 기자님들께서 사전에 보내주신 질문에 대해 직접 답변을 해드리는 시간입니다. 김상범 기자님의 질문! 작곡은 언제 어떻게 시작한 건가요?”
“아, 그건 어렸을 적에 혼자 독학으로... 매체가 워낙 다양하잖아요? 뮤튜브 강의를 많이 참고했어요.”
질의응답시간도 갖고.
“그런데 악기 연주도 굉장히 잘하신다고, 어떤 악기를 다룰 수 있죠?”
“드럼, 기타, 피아노 정도....”
“한 번 보고 싶죠? 네! 다들 보고 싶다고 하네요!”
악기연주도 했다.
이전 그룹 데뷔 때는 이런 것까지는 안 했던 것 같은데... 정말 별 걸 다 하는 구나.
몇 십분째 빡센 원맨쇼를 해야 했는데, 그래도 장점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쇼 그 자체에 몰입하다보니 공황 발작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게 된 것이다.
... 그것도 그런데 슬슬 체력적으로 힘겨워지기 시작한 탓이 크다.
40분 동안을 이러고 나서야 비로소 마지막 무대를 진행할 수 있었다.
사실상, 이번 쇼케이스의 메인 콘텐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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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쇼케이스에는 김민이 직접 초청한 가족과 지인들도 참석했다. 가족으로는 부모님과 여동생 서연이가 있었고, 지인으로는 문 라이트 멤버 여섯 명에 최명중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앉은 채 김민의 쇼케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쟤 떠는 거 봐.”
“엄청 긴장했나보다.”
손을 달달 떨기까지 하는 모습이 보여서 내심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진정되더니, 나중에는 멘트를 잘 치고 시키는 것도 곧잘 해내는 모습을 보며 편한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뮤직 비디오는 생각 이상으로 곡이 좋았고 김민의 매력을 잘 담아냈다는 내부 평가였다.
연예인 데뷔를 위해 노력중인 문 라이트의 소녀들은 부러워하기도 하고, 김민의 능숙한 대처와 멋진 능력에 감탄도 하며 가슴 속 꿈을 더더욱 키웠다.
자신들도 언젠가는 김민처럼 쇼케이스 무대에 오르리라 다짐하며.
모든 순서가 끝나고 마침내 마지막, 라이브 무대가 시작됐다.
이미 뮤직 비디오 상영을 통해 한 번 접했기에 꽤 익숙한 무대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오오....!”
댄스 팀이 등장하더니, 꽤나 난이도가 있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게 아닌가?
더 놀라운 것은 춤과 노래 모두 흔들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저런 춤을 추면서 어떻게 노래를 저렇게 잘 하지?”
“CD를 씹어 먹은 것 같네!”
바로 이번 무대를 위해 그 동안 어떤 노력을 했을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완벽한 무대였다.
뮤직 비디오의 특징점은 뮤지컬 스타일의 안무를 함께 펼치며 가수가 본인의 매력을 가사에 맞게 계속 보인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즐겁고 환한 소년이 되었다가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듯 어둡고 우울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스토리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다양한 매력들이 보는 안무 이상의 즐거움을 전해준다.
특히 문 라이트 소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김민의 매력 어필에 푹 빠져 들어 버렸다.
이 같은 부분은 다음 곡 별빛의 숲에서 폭발한다.
뮤직 비디오에서 보여준 음악 스타일만 봤을 때는 가만히 서서 노래에만 집중할 것 같았다.
보통 클래시컬한 발라드에 안무를 넣는 경우는 잘 없었으니.
하지만 첫 곡에서 선보였던 뮤지컬 스타일 무대가 그대로 이어졌다.
무선 마이크를 든 상태로 꽤나 복잡한 구성의 안무를 소화한다. 그러면서 보컬 난이도가 꽤나 높다.
감정에 호소를 해야 하고 치유의 메시지도 전달해줘야 한다.
특히 표정 연기가 중점인데, 이 모든 요소가 부족함 없이 균형을 이뤘을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
오케스트라 연주가 본격적으로 삽입되며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후렴 파트에서 온 몸에 전율을 일게 만드는 것이다.
높고 고운 음색이 힘 있게 울려 퍼지며 청중의 가슴을 세차게 때린다.
눈물샘을 자극한다.
거대한 호소력을 감당하지 못한 일부 청중들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무대에 몰입했다.
소년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별빛의 숲이, 자신들의 마음도 감싸고 다독여주는 느낌을 받는다.
큰 위로를 느낀다.
그렇게 무대가 끝났다.
“무대 진짜 멋있었어.”
“되감기해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어? 나 왜 울고 있지? 아 민망해!”
[ 와아아 ― !! ]
현장은 울려 퍼지는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족과 친구들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다.
심지어 최명중까지 눈물을 펑펑 쏟은 채 벌게진 얼굴로 물개박수를 치고 있었다. 친구가 보여준 환상적인 무대에 큰 감동을 느낀 것이다.
사실 무대를 직접 본 이들치고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는 이들이 드물었다. 심지어 쇼케이스를 굉장히 많이 보아왔을 기자들조차도 박수를 아끼지 않고 있을 정도니.
김민의 데뷔 쇼케이스는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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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마치고 내려오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에고, 더는 못 움직여. 힘들어 죽겠네 정말...!”
“잘 했어. 완벽한 무대였어!”
“노래, 춤, 표정 연기...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최고의 공연이었어!”
함께 공연한 레드 스켈레톤 댄스 팀의 극찬이 쏟아졌다. 기분은 좋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너무 힘들었다. 오늘 이 자리 때문에 미친 듯이 식단 관리하고 운동을 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과장이 아니라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민아!”
대표님과 이정연 팀장님이 등장했다.
“오늘 정말 잘했다. 수고 많았어!”
날 끌어안고 토닥이며 이리저리 살피는 대표님.
어지간해서 이런 소리는 잘 안 하는데, 꼭 한 마디는 해야겠다 싶었다.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아요. 고기 사주세요.”
“고기? 그래! 오늘 같은 날은 먹어야지. 먹다가 배 터져 죽을 만큼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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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에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 참여했다.
가장 신난 사람은 가족도, 누구도 아닌 바로 대표님이었다.
“너 무대하고 있을 때 내가 현장 반응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었거든? 다들 감동 받아서 눈물 흘리고 난리도 아니었어.”
대표님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내가 보기에, 이번 거 백퍼센트 터질 것 같아.”
반면 나는 그 정도의 확신은 없었다.
“프로모션이 워낙 좋았으니 어느 정도 성적은 나오겠지만... 그룹도 아니고 신인 솔로는 아무래도 좀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단기간에 화력 모으기가 쉽지 않은데.”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넌 보통이 아니잖아! 내 감을 믿어 봐. 분명 터질 거라니까?”
좋게 평가해주고 큰 기대를 걸어주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된다.
만약,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온다면...?
‘좌절감도 크겠지.’
전생.
KM에서 남자 신인 그룹 스타더스트로 데뷔했을 때도 이랬다.
다들 대박을 확신하는 분위기였지.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 나왔다.
비난도 난무했다.
KM이 또 지들 같은 양산형 아이돌 찍어냈다느니.
노래도, 컨셉도 시대착오적이라느니.
우주인 컨셉이 왠말이냐느니...
그때 KM에서 그룹 성공을 위해 사운을 걸다시피 했었다.
프로모션?
백일 프로젝트라고 해서, 데뷔 전에 무려 스무 개가 넘는 티저를 하나씩 공개했다. 데뷔도 안한 신인이 온갖 메이저 언론사, 잡지사와 특집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상 화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데뷔 쇼케이스?
오늘 한 것보다 몇 배는 큰 장소인 서울 올림픽 공원, 올림픽 홀에서 진행했다.
미니 앨범?
하나 같이 타이틀 수준이었는데 외국 유명 작곡가들을 통해 수급 받은 비싼 곡이었다. 타이틀 안무비만 1억 이상을 때려 넣었다더라!
마이클 잭슨 안무가를 섭외했었는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데뷔 당시 대중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와 멤버들은 정말 죽어라 열심히 했다.
음악방송이든 라디오든 예능이든.
일단 기회가 주어지면 망설임 없이 몸을 불살랐다.
그러면서 느꼈다.
연예계란 정말 쉽지 않은 곳이라고.
이런 경험이 있으니 이 자리에서 퍼지고 있는 긍정적, 희망적인 분위기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내 바람은 단 하나 뿐.
‘제발 본전만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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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공개는 데뷔 쇼케이스 다음 날.
그러니까 오늘 오후 여섯시 정각에 예정되어 있다.
참고로 음반 판매는 3일후,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동시 진행된단다.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떨림과 긴장이 시작됐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식탁에서도 그대로 펼쳐졌다.
부모님은 물론 서연이 까지도 경직된 모습이었다.
“분위기가 왜 이래? 너는 또 뭐가 문제야?”
“어? 어어... 그게....”
머뭇거리던 서연이가 한 말이 가관이다.
“오늘 오빠 음원 발매되잖아.”
“그런데?”
“이상하게 내 시험 성적표가 나오는 날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빠 일을 자기 일처럼 여겨준다는 건가?
기특한 마음에 용돈이라도 줄까 고민했는데.
“오빠가 잘 돼야 우리 집도 이 지긋지긋한 빌라를 벗어나 아파트로 가고 그럴 수 있는 거잖아.”
“으응?”
“무엇보다도 그래야 내가 친구들에게 면이 선단 말이야! 얼마나 자랑하고 그랬는지 알아? 그런데 만약에 망하기라도 해봐. 나 얼굴 못 들고 다녀!”
“.......”
한 대 때릴까?
입맛이 없는지,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던 부모님은 결국 수저를 내려놓으신다.
“밥이 안 들어가네.”
“어째 기분이 나 군대 입대했던 날 같지? 아니, 그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아.”
심지어 나보다 훨씬 긴장하고 계신다.
두 분다 안색도 창백한 듯 보이고....
이런 이유 때문에 난 애써 대범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시작이고 가야할 길도 멀어요. 1위 못한다고 세상 무너지는 것도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학교도 난리였다.
“오늘 오후 여섯시에 공개되는 거지?”
“야, 걱정 하지 마! 내가 친구들 다 동원해서 음원이랑 뮤비 무한 스밍 해줄게!”
“쇼케이스 다 봤는데... 야, 잘 될 것 같더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진짜 촉이 좋거든? 지금까지 내가 뜬다고 생각했던 연예인은 무조건 성공했어. 진짜야!”
신기한 광경이다.
내가 학교 친구들에게 격려라는 걸 받게 되는 날이 오다니.
전생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학교생활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해 연습을 핑계로 결석을 밥 먹듯이 했었기 때문.
나에게 와서 데뷔 축하한다는 말을 한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었다.
반면 지금은 반 애들 뿐만 아니라 다른 반, 심지어 상급생까지 찾아와 격려를 해주고 간다.
“어제 데뷔 쇼케이스 온라인 생중계로 시청했어. 노래 진짜 좋더라. 응원할게!”
“야, 노래 좋더라! 뮤비도 잘 만들었던데?”
학교 전체가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은 이 상황에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런지 한 결 부담감이 덜어지며 마음도 편해졌다.
마침내 오후 여섯시가 됐다.
하지만 나는 내일 있을 음악 방송에 대비해 레드 스켈레톤 팀과 함께 무대 준비 중이었다.
어차피 업데이트 된 음원에 대한 결과는 한 시간 후에나 나온다. 벌써부터 마음 졸이느니, 조금이라도 더 연습을 해두는 자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야, 슬슬 시간 됐다. 순위 한 번 확인해보자!”
대표님이 이정연 팀장님, 최명규 매니저님과 함께 연습실에 난입한다.
그런데 손에 초 하나가 꽂힌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팀장님과 매니저님의 양 손에 꽃다발과 간식거리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날 위해 준비한 것들이다.
케이크를 중심으로 모여 앉으며 시간을 확인해본다.
“5분 남았지? 아, 긴장된다. 더도 말고 5위권에 진입하면 소원이 없겠다!”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던 나는 황당한 얼굴로 대표님을 바라본다.
대중에 얼굴을 비춘 전적이라고는 <시간 있어요?> 뮤직 비디오. 유정연의 슈퍼스타 게스트 출연이 전부였다.
심지어 그 두 번 모두 내가 메인이 아니었기에 많은 대중은 날 알지 못한다.
그런 내가... 데뷔 음원으로 5위권 진입이라고?
50위권도 감사해야 할 판이다.
프로모션, JJ 엔터테인먼트의 이름값까지 감안한 결과다.
참고로 이거보다 몇 배는 더 푸시를 받았던 전생, 스타더스트 데뷔 음원 첫 순위가 45위였다.
이후 엄청난 활동으로 10위권에 어떻게든 진입하는 것 같다가 끝나고 말았지.
음원 차트 상위권 진입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다.
그걸 알 만한 사람이 5위권 운운하다니....
그런데 나만 어처구니없었던 모양이다.
“5위권이 웬 말이에요? 무조건 1위 찍고 가야죠.”
“촉이 오고 있어요. 1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곡도 좋고 비주얼도 좋고 안무도 끝내주고 뮤비는 예술이니.. 1위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1위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언급한다.
한 마디 할 여력도 없어서 한숨만 내쉬고 말았다.
“이제 10초 남았어요!”
한 단원의 외침.
곧 다 같이 시계를 보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
“4.”
“3.”
“2.”
“1.”
오후 일곱 시.
“빨리 확인해보자.”
“실시간 차트 보면 되는 거지?”
“어디....”
[ 두근두근. ]
심장이 터질 듯 뛴다.
이제 와서... 갑자기 엄청난 긴장감, 압박감이 밀려온다.
난 차마 음원 순위를 확인하지 못하고 질끈 눈을 감는다.잠시 후.
“어, 어어...?!”
“......!”
사람들의 반응이 들려왔다.
그런데... 분위기가 살짝 이상하다.
왜 그러지?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건가?
혹시 음원 순위기 예상했던 것보다도 참담해서 그러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