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61화 (61/205)

< 61화. 신인 가수 김민입니다! >

“.......”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본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백종훈 단장님은 나를 보고 눈을 끔뻑 끔뻑거리더니 다시 휴대폰을 바라본다.

대표님은 인상을 한 것 찌푸리고 있었다.

“아, 이건 진짜 말도 안 된다.”

믿을 수 없고, 납득도 가지 않는다는 음성.

다들 반응이 비슷비슷하다.

대체 뭔데 그래?

“반응만 살피지 말고 직접 확인 해봐요.”

그런 내 모습이 굉장히 답답해 보였던 모양이다. 이정연 팀장님이 자신의 휴대폰을 불쑥 앞으로 내밀었다.

엇! 아, 아직 마음 준비가 안 됐....

“.......!”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고 말았다.

11위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김민)

“음?”

난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생각보다 잘 나왔네?”

그런 내 말에 대표님과 백종훈 단장님이 크게 반발했다.

“야, 이게 뭐가 잘 나온 거야? 난 무조건 1위 예상하고 있었단 말이야!”

“어, 나는 별빛의 숲이 훨씬 좋아서 이게 최소한 3위권 안에 진입했겠거니, 싶었는데... 와, 순위 진짜 납득이 안 된다. 뭐지?”

어? 그러고 보니 별빛의 숲은 지금 몇 위지?

일단 순위를 한 번 확인하고 하니 나도 꽤나 대담해졌다. 슥슥 휴대폰을 내려 별빛의 숲 순위를 확인해본 것이다.

“13위. 이것도 굉장히 잘 나왔는데요?”

“아니, 잘 나온 게 아니라니까? 1,2위도 아니고 11위 13위... 아, 이게 뭐야.”

“1위까지는 아니지만 두곡 중 하나는 10위권은 충분하다고 예상했는데....”

“나도.”“어, 뭔가 뒤통수가 얼얼한데?”

댄스팀, 직원들도 한 마디씩 한다.

심지어 최명규 매니저님도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정말 다들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이 정도면 신인 데뷔 음원 순위 치고는 정말 잘 나온 건데.

“민이 씨, 괜찮은 거 맞아요?”

정연 팀장님이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내 얼굴을 빤히 살피고 있다.

나는 답답한 나머지 항변했다.

“아니, 다들 진짜 왜 이래요? 제가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신인 가수도 아니고, 정말 아무 기반 없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이 정도면 엄청 선방한 거예요. 시작하자마자 1위 찍은 사람이 뭐 얼마나 된다고....”

“엔 플라워, 매트로 보이즈 애들은 시작하자마자 1위 찍었는데...?”

대표님의 반문.

난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그 두 팀은 데뷔 이전부터 무슨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니 뭐니 해서 관심 엄청 끌고 시작했었잖아요! 그리고 아이돌 그룹은 화력부터가 다르다는 걸 감안하셔야죠!”

“아니, 네가 데뷔하자마자 1위 찍은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묻길래....”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대표님의 모습이 왠지 한심하게 느껴졌다.

“저 지금 상황이 굉장히 이상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생각 이상으로 성적이 되게 잘 나와서 기쁘고 안심도 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다들 지금 뭐야. 너 괜찮아? 사실은 굉장히 속 쓰리고 화나는데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거 이니야? 그런 표정으로 보고 있잖아요!”

“실제 그렇게 보여서....”

“아니라니까요!”

반사적으로 으르렁 댔다가 그렇게 말한 사람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

이정연 팀장님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아! 내가 무슨 짓을...!?

“흠흠, 죄송합니다. 아무튼....”

난 진지하게 말했다.

“솔로로 활동하는 싱어 송 라이터들은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만약 이번 앨범이 이곳이 아닌 다른 중. 소 기획사에서 발매됐다면 100위권도 간당간당했을 거예요. 사실 제가 예상했던 성적은 50위권 진입이었어요.”

“에이, 그건 좀 너무 낮게 잡았다.”“그렇게 말씀하시는 대표님의 첫 차트 성적 기억하세요? 전 알고 있는데.”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는 대표님.

“이제부터 시작인 거죠. 각종 방송 돌아다니며 열심히 어필하고, 불러주는 행사 있으면 찾아가서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인지도를 쌓아가면서 싱어 송라이터 김민이라는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키는 거예요. 스타트가 굉장히 좋으니 절대 실망할 필요 없어요.”

사람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한 동안 아무 말을 못했다.

난 내 휴대폰으로 실시간 차트 순위를 확인하며 생각했다.

‘이 순위를 얼마나 오래 사수하느냐가 관건이군.’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망고 차트 순위를 확인했다.

11위.

그리고... 별빛의 숲 12위!

‘오, 한 계단 올랐어!’

이어 뮤직 비디오를 확인했다.

업데이트 한 지 13시간 된 두 편의 뮤직 비디오.

성적은 각각 다음과 같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582만 뷰

<별빛의 숲> 450만 뷰.

이 정도면... 괜찮은데?

이번에는 SNS 오피셜 계정에 접속해 본다.

팔로워 수가 벌써 36만회.

이 정도면... 진짜 선방하고 있는 건데?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가족이 함께 하는 아침 식사 자리.

조용히 식사하시던 아버지가 물으신다.

“몇 위야?”

“.......?”

뭘 물어보시는 거지 싶었는데.

“11위, 12위.”

휴대폰 보며 밥 먹고 있던 서연이가 대답했다.

혹시나 싶어 슬쩍 휴대폰 화면을 훔쳐보니....

“어? 뭐야!”

“... 네가 그건 왜 보고 있냐?”

“그냥... 궁금하니까?”

녀석, 망고 차트 내 음원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고 있었다.

솔직하지 못한 건 어릴 때나 자라서나 똑같다.

“지금 반응이 어때?”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오빠 아직 확인 안 해봤어?”

“응. 난 그런 거 차마 못 보겠더라. 그래서 뮤튜브 뮤직 비디오 댓글도 확인 안하고 있어.”

“... 별 일이네.”

“멘탈이 약해서 그래. 아무튼 궁금하니까 빨리 말해봐. 전반적으로 반응이 좋은 편이야, 아니면 나쁜 편이야?”

부모님의 이목이 서연이에게 쏠린다.

서연이는 휴대폰을 흘끔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악플이 없는 건 아닌데 반응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좋은 편이야.”

“그래?”

“여행 가고 싶어진다는 댓글도 많고, 밤에 별빛의 숲 들으면서 울었다는 사람도 많고....”

“또, 또 말해 봐.”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아버지의 눈동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식사만 하시던 어머니도 안 그런 척, 식사에만 열중하는 척 하시며 귀를 열고 계셨다.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처럼, 근래 우리 가족의 아침. 저녁 식사 자리가 꽤나 화기애애해졌다. 정말 특별한 일이 없다면 꼭 같이 모여 식사를 하게 됐다.

역시, 웃을 일이 계속 생겨야 더 화목해지는 법이다.

오늘 저녁에 다 함께 외식이나 하러 갈까?

쇼핑몰 들려서 옷도 좀 사고 장도 같이 보고....

@

“야, 한 시간 지났다. 지금 몇 위야?”

“똑같아 11위 12위야!”

“아씨, 왜 안 올라가지?”

“이거 스트리밍 순위 올리는 법 따로 있다고 들었는데... 아는 사람 없어?”

당사자인 나보다 반 애들이 더 난리다.

아침부터 스트리밍 순위 가지고 요란 법석을 떨더니, 지금은 차트 순위 올릴 수 있는 방법 찾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때 반지희가 앞문으로 뛰어 들어오며 외친다.

“내가 알아냈어! 내 친구 엔 플라워 팬클럽 정회원이야!”

“어? 진짜?”

“쩐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는 거야?”

쟤는 또 왜 저러는 걸까?

원래 텐션이 높은 편이긴 한데 오늘은 유난히도 심한 것 같다.

더 환장할 것 같은 것은 저 무리에 반장 최명중이도 끼어 있다는 것이다

안 그럴 것 같은 놈이 이상한 일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반지희는 열심히 조작 현장을 지휘했다.

“내가 알려준 대로 스밍 돌리고 뮤비도 대형 커뮤니티 돌아다니면서 한 번씩 링크 걸어 올려! 아, 친구라는 티는 내지 말고! 모르겠으면 나한테 와서 물어봐!”

“.......”

쟤 정말 저대로 놔둬도 되는 걸까?

가수 되겠다는 애가 대체 어쩌려고....

점심시간, 학교 방송을 통해 내 신곡이 소개됐다.

그러는 동안에도 순위는 변함없이 11위 12위!

반지희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왜 순위가 안 바뀌지? 스밍 열심히 돌렸는데....”

“그러게.”

날 바라보는 애들에게 한숨 쉬며 설명했다.“10위권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란다. 그리고 지금 랭크되어 있는 곡과 가수들을 봐. 다들 날고 기는 아이돌 그룹이잖아! 4대 보컬 중 하나라는 음원 깡패 분도 계시네!”

참고로 지금 10위권에 포진된 이들은 1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한 인기를 자랑한다.

시기를 좀 피하지 그랬냐고?

아니다. 언제 해도 똑같다.

그나마 이게 나은 거다.

참고로 올해는 거물 몇 팀의 컴백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 중 솔로 한 명은 아시아 전역에 위풍당당 깃발을 뒤흔들며 위엄을 떨칠 예정이었다. KM 간판 남자 그룹 한 팀은 일본과 중국을 뒤집어엎을 예정이고.

“지금 너희들이 날 위해서 반복 스트리밍을 해주고 있지? 그런데 이 가수 팬들은 가만히 놀고 있겠니? 심지어 규모도 조직력도 훨씬 튼튼한데.”

“아...!”

“그러네. 그걸 생각 못했네.”

웅성이는 아이들.

“지금은 현재 순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내가 국민 예능에 출연해서 대활약을 한다던가, 엄청 유명한 가수들이 내 곡을 홍보해준다던가. 그 정도 이슈가 아니면 순위 변동이 없을 거야.”

“그러면 너도 빨리 방송 출연해서 홍보 해야지. 여기서 뭐하는 거야?”

한 친구의 질문.

“안 그래도 내일부터 음악 방송을 시작으로 스케줄 시작할 거야. 그래서 아마 당분간은 학교에 못 올 거고.”

그 말을 듣고 최명중이 중얼거렸다.

“오늘까지가 일상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뜻이군.”“......?”

이 자식이?

어감이 이상하잖아 인마!

하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닌지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다음 날.

나는 이른 새벽부터 숍에 들린 후 바로 방송국으로 향했다.

새벽 5시에 드라이 리허설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최명규 매니저님은 첫 방송을 앞둔 초짜 신인인 나를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줬다.

“가장 중요한 게 인사에요. 인사 정말 잘해야 해요. 도착하면 바로 할 건 아니고, 드라이 리허설, 아침 식사 시간 지나면 오전 열 시, 오후 두 시 정도부터 돌기 시작할 겁니다. 그 전에라도 선배님들 만나면 인사 열심히 하세요.”

몇 번이나 인사를 강조하는 매니저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예의.

만약 인사 제대로 안 한다?

즉시 다른 방송에서 토크 거리로 활용되어 조리돌림 당하게 된다. 대놓고 거론은 안 하지만 소문은 다 퍼진다. 그렇게 되면 업계에서 싸가지 없고 오만한 녀석이라는 낙인이 찍혀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기실을 다른 가수와 같이 쓰게 될 거예요. 칸막이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오픈된 공간이기에 너무 크게 떠들거나 정신 사납게 계속 돌아다니면 절대 안 됩니다.”

이후로도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이 나열됐다.

이건 하지 말고 저건 꼭 해야 한다.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날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니 경청했다.

그러는 사이 마침내 방송국에 입성!

기분이 새롭다.

전생 아이돌 그룹 시절, 쫓겨나다시피 한 이후로는 나하고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른 새벽 시간이었음에도 방송국 복도와 대기실이 굉장히 어수선하다. 최명규 매니저님이 급하게 눈치를 준다. 그 중에 선배 가수들이 곳곳에 섞여 있었기 때문!

하지만 난 이미 영업에 들어가 있지!

“안녕하십니까! 신인 가수 김민입니다! ‘버프’ 선배님들 정말 팬입니다! ‘픽션’하고 ‘문 라이즈’ 굉장히 좋아해요! 춤도 외우고 있어요! 픽션~ 픽션~.”

“우와! 임도영 선배님! 이번에 자작곡으로 발표하신 ‘노을’ ‘바다’ ‘사랑했어요’ 정말 잘 듣고 있습니다! 노래가 굉장히 잘 만들어져서 미디 카피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아, 저는 신인 가수 김민입니다!”

“어어? 우와! 최수연 선배님! 그룹 에이키스 시절부터 진짜 팬이었어요! 이번 싱글 ‘메리 미’ 직접 작사하셨죠? 감동적이라 가사 다 외웠어요.”

많은 관문을 거쳐 마침내 대기실에 도착!

후우, 힘들었다.

춤추고 노래하고.

아주 오만가지 쌩쇼를 했네.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는 내게 최명규 매니저님이 기다렸다는 듯 급히 물어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얼굴뿐만 아니라 아예 프로필 전체를 꿰뚫고 있네. 심지어 나도 잘 모르는 팀들도 있었는데....”

“인사하는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어야죠. 그래야 그걸 상대도 알고 기분 좋게 받아주죠.”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대뜸 찾아와서 팬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런 형식적인 인사는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그다지 달갑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히스토리를 분명히 알고 그것을 어필한다면?

“조금이라도 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지 않을까요?”

“.......”

감탄한 듯한 얼굴.

전생에서 아쉬웠던 게 이런 부분이었다.

어렸고, 뭘 몰랐던 시기라 정말 형식적으로 인사만 하고 다녔다.

내 편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한 명이라도 내 편이 있었다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지 잘 알고 있는 이가 있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이번 생은 달라져야지. 최대한 아군을 많이 만들어두자.’

착장까지 마친 뒤 다시 대기실을 나섰다.

“또 어디가요?”

“얼굴 도장 찍어야죠. 어딜 신인이 가만히 앉아 있어요?”

“거 참....”

날 희한한 생명체 바라보듯 하는 최명규 매니저님.

복도로 나선 나는 번뜩이는 눈으로 사냥감 물색을 시작했다.

마침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어? 김시현 선배님! 우와, 정말 팬인데 이렇게 직접 뵙게 되는 날이 오다니... 영광입니다! 예전 버스킹 시절 뮤튜브에 올린 ‘고해’ 커버 보고 진짜 팬이 됐어요!”

“어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거 진짜 예전에 올리고 조용히 묻힌 건데....”

“아니, 묻히다뇨!? 그게 보컬 지망생들 사이에서 얼마나 유명했는데... 저도 그 영상 보고 진짜 자극 많이 받았어요! 우와, 세상에 저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이 있어? 싶었다니까요!?”

“그, 그랬어요? 하하, 신기하네. 이름이 뭐예요?”

“신인 가수 김민입니다!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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