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64화 (64/205)

< 64화. 진위 확인 >

“도착했어요.”

최명규 매니저님의 음성에 잠에서 깨어났다.

앉아 있는 곳은 승합차 조수석 안.

도착한 장소는 익숙한 골목에 위치한 빌라 앞.

그래. 우리 집이다.

“어후,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이러고 또 몇 시간 후에 다시 뵙는 거죠? 피곤해서 어떻게 해요?”

“저는 체력이 튼튼하고 이런 일에 익숙하니까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김민 군이 걱정이네요.”

“저요?”

그는 따스한 미소로 말했다.

“아직 나이도 이런데 운동도 많이 하지 않은 탓에 체력이 약하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다른 것보다 체력을 기르는 것이 급선무 같습니다.”

“아....”

“곡 작업, 영어 공부... 그런 것들보다는 건강이 제일 중요합니다. 심지어 근래에는 데뷔 한다고 식단관리까지 하는 바람에...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는데요.”

“우리 직업이 보이는 게 워낙 중요하니까... 원래 방송 카메라에서는 실물보다 훨씬 부하게 나오니까요.”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이건 대표님이 아까 당부하신 사항인데....”

“네?”

“내일부터는 아침 식사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잘 챙겨드릴 예정입니다. 절대 굶기지 말라고, 방송 보니 너무 수척하고 혈색도 안 좋아서 걱정이 되더란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정연 팀장님도 그렇고요.”

“아....”

“반성 많이 했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내일부터는 일정에 식사를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킬 예정이라는 거, 미리 알고 계세요.”

음, 방송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괜히 식단 관리 빡세게 하는 게 아닌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일단은 수긍했다.

날 생각해서 해주는 말인데, 괜히 반발해서 좋을 것도 없지. 그러고 싶지도 않고.

“아무튼, 오늘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푹 쉬세요.”

“우와, 오빠다!”

“우리 아들 왔어?”

“많이 피곤하지? 배 안 고파? 뭣 좀 차려줄까?”

평소라면 모두 잠들었을 시간인데, 가족들이 뜬 눈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딱히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조금 이야기라도 나누자는 생각에 들었다. 식탁에 앉아 어머니가 깎아준 과일을 먹으며 에피소드들을 늘어놓는다.

“어머, 그랬어? 그래서 어떻게 했어?”

“냉큼 다가가서....”

별 거 아닌 이야긴데, 부모님은 물론 서연이도 굉장히 몰입해서 듣는다. 가족이 공식적으로 TV에 출연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 그런 거겠지.

졸려 죽겠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꿋꿋이 버티던 초등학생 서연이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나 자야겠다. 내일 학교 가서 오빠 TV에 나왔다고 자랑할 거야.”

다음 차례는 아버지.

“난 이제 대리 운전 나가봐야지. 오늘 고생 많았고, 뜨거운 물로 몸 좀 지진 뒤 빨리 들어가서 쉬어라.”

퉁명스러운 듯 말을 던지시지만, 날 향한 표정에 따스한 애정이 가득하다.

“아빠 조심히 다녀와. 무리하지 말고.”

“오냐.”

둘만 남게 되니 그제야 어머니가 걱정을 드러낸다.

“체력에 부담 가지 않아? 너 약하잖아.”

“약하긴... 잠 많이 잤고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아. 거긴 일하는 시간보다 대기 시간이 훨씬 많거든.”

“그냥 쉰 게 아니잖아. 일 때문에 대기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네가 잘 몰라서 그래.”

이어 또 다른 걱정을 내비친다.

“앞으로 바빠질 것 같은데... 공부할 시간은 있겠니? 너 미국 대학 가겠다며.”

그렇지. 십대 자녀를 둔 대한민국 모든 부모님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학업이지.

“학교 못 가는 만큼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 꾸준히 하고 있어.”“그래?”

“응. 일단 학교 공부는 최명중이 꽉 잡고 있어서 정리 노트 요약집 같은 거 꾸준히 공급 받고 있고 영어는 우리 매니저님도 그렇고 주위에 능력자가 워낙 많아서 시도 때도 없이 프리 토킹을....”

대충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

이런 성의 없는 말로는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리기 어렵다. 그래서 난 내가 지금 어떤 식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여러 증거까지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거 봐. 문자 메시지로 영어 문장 같은 거 보내고 그거 해석하게 하고 그러신다니까?”

“오, 정말이네. 회사 분들이 너 많이 신경 써주나보다.”

“아무렴. 내가 우리 회사의 새로운 간판이잖아! 그리고 또 봐. 엄마 아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대견해?”

“풋!”

“원래 사람들 느끼는 건 다 똑같아.”

“하하하!”

결국 엄마로부터 웃음소리를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가수로서 성공도 좋고 다 좋은데, 엄마는 네 걱정이 최우선이야. 잘 챙겨먹어. 어떤 일이든 절대 무리하지 말고.”

“잘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

“오늘 너 방송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

“왜, 너무 멋있고 감동적이어서?”

“그것도 그렇지만 안색이 너무 헬쓱한데다가 잘해보겠다고 지나치게 무리하는 게 눈에 보여서 그랬어.”

“.......”

순간 입이 꼭 다물어졌다.

역시 엄마는 눈치 채고 있었구나.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그건 오히려 독이야. 여유가 있어야 보는 사람도 즐겁고 더 실력 발휘도 되는 법이거든.”

잠자리에 들기 전 많은 생각을 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아라. 오히려 독이다.

여유가 있어야 보는 사람도 즐거운 법이다.

정말 금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던 조언들이다.

이전 삶에서, 가수들에게 피드백 해줄 때 언제나 항상 하던 이야기였기에.

정작 내가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오늘도 몰입이 너무 과해서 큰일 날 뻔 했지.’

집중력이 좋은 것과 별개로, 지나친 몰입은 오히려 무대에 방해가 된다. 팬들의 열창에서 깨어나지 않고 그 상태로 몰입을 이어갔다면...?

‘나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사고를 쳤겠지.’

미리 약속한 동선에서 갑자기 벗어난다거나 가사나 안무를 잊는다거나 등등.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확실히 아쉬운 부분들이 몇 가지 눈에 보이는 군.’

빨리 잠들어야 내일 활동 할 수 있는데....

뒤늦게 떠오르는 아쉬운 부분들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이른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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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소년’ 김민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았다.

첫 방송 이후 두 개의 음원이 각자 한 계단씩 순위가 상승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음방 무대를 기점으로 마침내 10위권 안으로 진입에 성공하게 됐다.

두 가지 음원 모두 다!

그 중에서 대중과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바로 뮤튜브 뮤직 비디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별빛의 숯> 일주일 만에 천만 뷰 돌파!

신인 주제에, 어지간한 기성 아티스트 이상으로 기사가 쏟아진다.

여기에 대해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보였다.

[ 언플이 심하네.... ]

┗ JJ 엔터테인먼트 원래 그랬음.ㅋㅋ

┗ 무슨 천재 소년에 아이작 이스트에 월간 차트 1위곡 작곡가에... 수식어가 너무 현란해서 눈이 아플 정도임.

┗ 처음부터 언플 저렇게 하면 오히려 거부감 들던데...장진영은 발전이라는 게 없나 봄.

신인 가수 띄우기 위한 JJ 엔터테인먼트의 언론 플레이일 것이다!

마케팅 물량 공세다!

일반인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특히 아이작 이스트 운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극심한 거부감을 느꼈다.

[ 곡주고 그랬다더니 대체 언제 나오는 거임? ]

┗ 곡 작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결과물이라는 게 원래 바로 바로 나오는 게 아니잖음.

┗ 일단 아이작 이스트 SNS로 사실 확인 요청했음.

┗ 아무래도 믿기가 어려워서....

“뭐, 충분히 의구심 가질 만하죠.”

이에 대한 장진영의 반응이었다.

“미국 진출이라는 게 그 동안 절망의 벽처럼 여겨져 왔잖아요.”

3대 대형 기획사를 포함,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시도했지만 그 누구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것을 10대 소년이 해냈다고 하니... 나라도 언플이 심하다고 욕하겠네요.”

“실제로도 욕이 많아요.”

“뭔가 대처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회의실 분위기가 침중했다.

이정연 팀장이 조심스레 제안했다.

“제가 킴벌리 대표에게 전화해서 코멘트 좀 부탁할까요?”

“흠.”

잠시 고민하던 장진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지 말고 기다려 봅시다. 어차피 사람들이 문의해놨다잖아요.”

“흠.”

“우리가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지금은 아이작의 답변을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설마 부정하진 않겠죠. 우리가 했던 일이 있는데.”

함께 곡 작업을 한 건 사실이다.

이렇게 SNS에 언급해주기만 해도 다 해결될 일이었다.

“소통에 적극적인 사람이니 금방 반응을 보일 거예요.”

그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아이작 이스트는 근래에 SNS로 쏟아지는 문의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평상시에도 온갖 메시지가 날아오는 편이었다. 워낙 유명인이니까. 그런데 이번 일은 그가 생각하기에 의아한 부분이 많았다.

[ 한국에서 갓 데뷔한 어린 신인 한 명이 당신에게 곡을 줬다는 언론 플레이를 하며 천재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어요. 이로 인해 논란이 굉장히 많은 상황이니 당사자인 당신이 직접 나서서 사실을 확인해줘요. ]

‘날 언급하면서 천재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고? 누가?’

뮤직 비디오로 짐작되는 뮤튜브 링크도 제보로 보내왔다.

[ 바로 이 소년이에요. ]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본다.

청량한 색감의 뮤직 비디오가 펼쳐졌다.

‘화면이 참 예쁘군.’

어택감 있는 드럼 셋과 영롱한 피아노 연주 루프.

부담 없이 흥겨운 전주에 몸이 절로 들썩거린다.

그러다 그는 곧 보게 됐다.

“어? 민이잖아?”화면에 등장한 소년.

바로 얼마 전 함께 작업한 전적이 있는 김민이었다.

아이작 이스트는 황당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니, 신곡이 나왔으면 알려줬어야지. 섭섭하게....”

일단 노래부터 다 들어보자!

영어 자막이 있었지만, 그게 아니라도 곡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쉬운 구성이었다.

현실에 지친 소년이 그곳에서 벗어나 여행을 통해 나를 찾겠다는 구성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도착한 곳이 바로 저 바다라는 거지?”

대한민국 해변이 참 예쁘군.

“가족 데리고 놀러나 가볼까?”

소년은 다양한 매력을 연출하며 바다를 즐긴다.

‘굉장히 자유로워 보이는군.’

자신의 앞에서는 그렇게 위축된 채 긴장하던 어린 소년이었는데.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이야.’

청량한 사운드에 흥겨운 노래. 공감이 가는 가사와 눈이 즐거운 뮤직 비디오.

‘신선한 콘텐츠야.’

자신은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종류의 음악이었고 시도였다. 첫 번째 영상이 끝나고 바로 이어 후속편이 재생된다.

해변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하늘에 가득한 은하수의 인도를 따라 소년은 홀린 듯 숲으로 들어간다.

별빛이 내려앉은 신비한 숲에서, 한껏 위로 받으며 열창하는 그 모습에 아이작 이스트는 감탄했다.

‘이런 걸 직접 만들었단 말이지?’

재능이 특출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엔터테이너로서 이런 자질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엘프 족을 연상케 하는 군.’

숲의 요정이라 불리는 가상의 종족.

원래도 성별이 의심될 만큼 예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지금 뮤직 비디오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고 신비하다.

갑자기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가 요즘 배역 캐스팅에 애를 먹고 있다고 들었는데....’

일단 추천이라도 해볼까?

메신저로 링크 넘기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두 편의 링크를 복사해 절친한 친구에게 보낸다. 그리고 해당 영상을 자신의 SNS에 게제하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 신곡을 발표했으면 나한테 가장 먼저 보여줬어야지. 제보를 통해 알게 하다니, 사람 굉장히 섭섭하게 만드는 군! ]

그리고 이 멘트도 추가했다.

[ 영상 속 소년에게 두 곡을 선물 받은 게 맞고, 레코딩이 완료되어 발표만 남겨놓은 상황이야. 이 정도 답변이면 사실 확인은 충분하겠지? ]

그리고 제보 내용을 캡처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첨부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글에서 악의가 잔뜩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군.’

본인이 만든 곡을 들려주는 동안 긴장을 주체 못하고 덜덜 떨기만 하던 소년을 떠올리며, 아이작 이스트는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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