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68화 (68/205)

< 68화. 나도 1위 한 번 해보자! >

지상파 인기 예능, 뮤직 가든 녹화를 마치고 저녁 라디오로 이동하는 길.

최명규 매니저님이 툭 말을 던지신다.

"아이돌 천국 반응 나오고 있는데 한 번 확인해보세요."

사실 반응 같은 딱히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악플이라도 보게 되면 하루 종일 속상하니까!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코코아 톡으로 링크랑 반응 캡쳐해서 보냈으니 그거라도 확인 해봐요."

"오, 그래요? 감사합니다."

어휴, 친절하셔라!

즉각 반응 확인.

[ 김민. 이것이 진정한 랜덤 플레이! ]

[ 아이돌 천국 김민 편, 대 호평! ]

"오, 타이틀부터가 심상치 않네요. 방송 반응이 괜찮았나봐요?"

"팬 카페는 뭐 난리 났고 시청자 게시판과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진짜 재미있었고 매력 넘쳤다며 호평을 하더라고요."

"그래요? 쓰러질 때까지 춤춘 보람이 있나봐요."

그러면서 계속 반응을 확인해본다.

캡쳐 화면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있었다.

[ 음악 틀면 트는 대로 딜레이 없이 바로 춤추는 거 보고 신기.... ]

[ 춤추는 것도 신기했는데 어떤 음악인지 듣자마자 바로 반응하는 게 더 놀라웠음. ]

[ 굉장히 능글맞고 뻔뻔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오늘 방송 정말 재미있었음. ]

그런데 이런 좋은 댓글을 보다보니 괜히 또 반대 의견이 궁금해진다. 고민하다가 악플로 유명한 초록창 기사를 찾아가 댓글 전체 보기를 클릭해본다.

쭉 내용이 나오는데....

[ 츄이한테 너무 찝쩍대던데... 여자 꽤나 밝히는 성격인 듯. ]

[ 노래와 뮤직 비디오는 정말 제 취향이었는데 방송 나와서 츄이한테 집적대고 능글맞은 농담 던지고 이상한 섹시 댄스 같은 거 추고... 진짜 확 깼음. ]

[ 애가 일부러 그러는 지... 대화하면서 계속 눈웃음을 치더라고. 남자 새끼가 재수 없게.... -_- ]

"......."

괜히 봤다.

마음의 상처만 심하게 입고 말았어!

내가 한창 때 들었던 소리에 비하면 애교수준이긴 하지만 악플은 어쨌든 기분 나쁜 법!

이왕 기분 더럽혀진 거.

아이돌 커뮤니티까지 돌아다니며 전반적인 반응을 모니터링한 뒤 마지막으로 내 팬 카페에 들렸다.

이제부터는 악플에 얼룩지고 찢겨진 마음을 치유할 시간이었다.

[ 정말 노잼 될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예능감이 좋은 것 같더라고요! 초반에 춤추고 말하는 거 보고 마음 푹 놓고 웃으며 봤어요. ^^ ]

[ 작곡가라 그런지 음악을 굉장히 폭넓게 즐겨 듣는 것 같더라고요. ]

[ 인트로 때 나왔던 음악 레드 본의 'Come and Get Your Love' 이거 정확히 따라 부르는 거 보고 놀랐어요. 그 나이 대는 알기 어려운 올드 록인데.... ]

이쪽은 오히려 과분한 칭찬이 많아서 황송할 지경이다.

그래도 솔직히 기분은 좋다!

방송 효과 덕분에 팬 카페 회원 수도 숨풍숨풍 늘었다!

'어디, 가장 중요한 음원 차트를....'

참... 이게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쳐다보게 된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신경 쓰여서 미칠 것 같다.

조심스레 망고 차트에 접속!

실시간 차트는...?

'5위, 7위.'

<별빛의 숲>이 5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7위.

이것도 굉장히 높은 순위고 기뻐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이래도 1위가 아니라고?'

이 부분이 더 신기하다.

분명 기세를 탄 것 같은데 이 이상은 못 올라가다니...?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

<키스 더 월드>는 현 시점에서 벌써 6년째 이어져오고 잇는 K본부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아이돌 선배이자 싱어 송 라이터이기도 한 '제이준'이 나를 반겨줬다.

"어서 와요! 와, 여기서 이렇게 동문을 만나게 되네? 하하!"

내가 첫 라디오 방송으로 이곳에 오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제이준이 바로 JJ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멤버였기 때문. 심지어 대표님으로부터 곡을 쓰는 법, 프로듀싱 하는 법을 배운 제자이기도 했다. 날 동문으로 표현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여기 출연한 이유였다.

"사실 제가 직접 피디님에게 전화해서 첫 라디오 방송만큼은 우리 방송에서 좀 시켜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노래 들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아, 감사합니다!"

"오늘 라이브도 해야 하는데 준비 됐죠?"

"네. 물론이죠!"

"우리 방송은 부담스러운 코너 같은 거 없어요. 그냥 편하게 사는 이야기. 음악 이야기 같은 거 쭉 하다가 마지막에 라이브 한 번 멋지게 뽑아주기만 하면 되요."

방송이 시작됐다.

안 그래도 제이준은 같은 소속사 출신이라는 부분 때문인지,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났던 모양이다.

"요즘 JJ 엔터테인먼트는 어때요? 라떼는 말이죠."

"대표님 아직도 녹음 때마다 오락가락 하시니요? 저 때는 어떤 일이 있었냐면...."

순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원래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추억을 공유할 사람이 생겨 어지간히도 신이 났던 모양이다.

[ 혼자 날뛰지 말고 게스트 좀 챙겨요! ]

결국 작가님께 스케치북으로 혼이 났다.

제이준은 민망한 얼굴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출신과 포지션이 너무 비슷한 후배가 등장해서 저도 모르게...."

"아니, 괜찮아요. 그런데 선배님은 소속사를 나가셨는데도 아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군요?"

"그게 장 대표님의 최고 장점이에요. 재계약 안한다고 갑자기 사람이 바뀌고 그러지 않거든요. 어지간히 개판치고 나간 게 아니라면 다 받아주고 도움도 주시고 그러세요."

그렇지.

우리 대표님은 단점도 분명 많지만 그 이상의 강점을 가진 사람이다.

바로 지금과 같은 것들.

이런 요소들이 바로 내가 JJ 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한 이유였다.

"그런데 선배님은 왜 회사를 나가신 거예요? 회사 에이스였다고 들었는데...."

제이준은 아이돌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굉장히 유능했던 사람이었다. 차트 1위 음악을 몇 곡 만들었을 정도니까.

민감할 수 있는 질문도 그는 기꺼이 받아줬다.

"정말 내가 실력이 좋아서 이렇게 일이 잘되는 건지 항상 의문이 있었어요. 아시겠지만 JJ 엔터는 회사가 워낙 크고 유능한 사람도 많이 모인 곳이잖아요."

"그렇죠."

"나중에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 한 번 승부를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회사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내부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있고요. 곡 하나 파는 일이 점점 쉽지 않고 회사 요구 사항이 나랑 안 맞기 시작하고...."

"아, 그래서 개인 회사를 세우고 독립하셨던 거군요."

"그렇죠. 그렇게 시작은 자신만만했는데... 법인 세우고 나니 해야 할 일이 무시무시하게 많더라고요. 당장 월비용 처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고충은 잘 안다.

나도 일인 법인을 세워 작곡가 활동을 했었으니까.

"그래도 건강보험이나 종소세 같은 세금들을 많이 아낄 수 있으니 좋지 않았나요? 선배님 정도 되는 가수면 월 지출되는 세금만 어마어마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사실 그것 때문에 저도... 어? 잠깐만, 그런 것도 알아요?"

"제가 원래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서요."

"진짜요? 와, 난 이런 거 JJ에서 활동할 동안은 잘 알지도 못했어요. 아마 대부분 아이돌이 비슷한 처지일 텐데... 김민 군은 신기하네요."

이전 삶에서는 경험 부족 탓에 이런 토크 방송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뭐 아는 게 있어야 대화가 되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법인을 세워 보기도 했고, 투자로 꿀을 빨기도, 한강 수온 걱정을 진지하게 체크해본 경험도 있다.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왔고 내 업장을 차려 운영해봤다.

굳이 음악이 아니라도 대화 주제는 넘쳐난다는 것이다.

"제가 사실 작년 강남에 카페를 차렸는데...."

"아, 거기 가봤어요. 그런데 규모에 비해 잔당 가격이 너무 저렴하던데요. 그러면 유입률은 높아도 회전률, 객단가 같은 부분이...."

한참 정신없이 이야기하다가 보니 1,2부가 모두 끝나 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작가님의 알림 덕분이었다.

"아, 모처럼 재미있는 대화였는데...."

"또 초청해주시면 되죠."

"그래도 될까요? 제가 알기로 김민 군 찾는 곳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는데...."

"어휴, 우리 남인가요? 선배님이 불러주시면 언제든 다시 방문하죠!"

"그래요? 하하하!"

참고로, 이 프로그램 마지막에 하는 라이브는 영상으로 촬영되어 인터넷에 공개된다. 올 라이브가 원칙이라 여기서 가수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기도 한다.

모니터 헤드폰을 착용한 채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섰다.

흘러나오는 반주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 라이브를 끝으로 라디오 방송을 끝을 맺었다.

"대화하는데 갓 데뷔한 신인이 아니라 무슨 또래 친구나 아저씨하고 대화하는 줄 알았어요. 왜 이렇게 아는 게 많아요?"

"제가 원래 호기심이 좀 많거든요."

제이준이 먼저 전화 번호 교환을 요청했다.

"조만간 밥 한 번 같이 먹어요. 후배님은 대화가 굉장히 잘 통해서 좋네요. 모처럼 정말 재미있는 방송이었어요."

"선배님이 잘 리드해 주신 덕분이죠."

"모르는 거, 도움 필요한 일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요. 오늘 정말 잘 해줘서 고마웠어요."

@

라디오에 예능에, 음방에 행사에....

정신없이 일정을 소화하는데 오히려 차트 순위가 밀렸다.

<별빛의 숲> 6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8위

이게 어찌된 일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신인과 기성들이 계속해서 컴백하고 있기 때문.

덕분에 잠깐 밀려나다가 다시 아득 바득 기어 올라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원래 1위였던 팀은 새로운 한 주의 시작과 함께 컴백한 인기 아이돌 그룹에게 자리를 내준지 오래.

정말 치열하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신인에 불과한 내가 10위권 안에서 치열하게 자리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다.

더불어 새삼 깨달은 게 있다.

음원 내고 미친 듯이 방송과 행사를 돌아다니는 이유가 음원 순위 높이려는 목적보다는....

하락세를 최대한 늦춰보려는 목적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는 것.

실제로 대표님의 <시간 있어요?>는 공식 활동 종료를 선언하기 무섭게 차트 50위권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생각해보면 지금 차트는 사실 그리 어려운 상황도 아니다.

진정한 거물급은 없거든.

일단 현 시점에서 올해 최고의 히트곡 주인이었던 대표님은 이미 활동 마감. 소위 말하는 톱 티어 급 아이돌과 음원 깡패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내 처지에서는 이 상황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욕심을 부르게 된다.

1위.

나도 차트 1위 한 번 해보고 싶다!

<뮤직 가든>내 녹화분이 방영되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

내가 촬영한 모든 방송 중 시청률과 화제성이 가장 높은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는 촬영이었다고 생각했고 호스트들과 촬영 팀도 칭찬을 많이 해줬는데....

여기서 만약 극적인 무언가가 펼쳐지지 않는다면....?

'뭐, 이번 활동에서 1위는 물 건너 간 건지.'

점점 간절해진다.

1위... 1위!!!

나도 1위 한 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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