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불타오르네! >
얼떨떨한 상태로 등교했다.
그런데 교문 앞에서부터 나를 향해 뜨거운 시선이 쏟아진다.
“야, 빌보드. 빌보드!”
“와씨, 실화냐? 우리 학교에 빌보드 작곡가가 다닌다니...!”
내 이름이 빌보드냐?
양상이 또 달라졌다.
데뷔해서 인기 끌었을 때는 무턱대고 몰려와 싸인이니 사진 촬영이니... 아주 사람 혼을 쏙 빼놓더니.
“야, 가수 사진 촬영 좀 해달라고 부탁해볼까?”
“네가 먼저 해 봐. 난 못 하겠어.”
“왜?”
“빌보드잖아!”
지금은 감히 접근조차 못하는 모습이다.
나.. 알고 보면 카리스마 쩌는 캐릭터였던가?!
이런 분위기는 학교 건물에 진입한 순간 더 심해졌다.
복도, 교실 창문, 입구....
“개쩐다.”
“들었어? 이번에 빌보드 hot 100 차트에 진입한 거?”
“아이작 이스트가 부른 맨해튼 드리밍을 쟤가 다 만들었다는 거지?”
“뉴욕 할렘 가에서 갱스터들하고 친하게 지내던데....”
“우리하고는 태생부터가 다른 거야.”
사람 부담스럽게 왜 이러는 걸까?
가관인 것은 바로 교실이다.
내가 입성하는 순간.
[ .......! ]
익숙한 그 음악.
바로 맨해튼 드리밍이 빵빵 울려 퍼진다.
반 애들이 휴대폰 스피커 보드 볼륨을 최대치로 키워 놓고 음악을 재생한 것이다.
그리고 일어서서 날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며 한다는 소리가.
“자, 주목! 빌보드 작곡가님께서 등교하셨습니다. 모두 기립!”
“오오오오!”
“........”
이 자식들, 콱 떼려 버릴까?
쉬는 시간마다 애들이 몰려와서 수다를 떨어댄다.
반지희가 수십 명으로 늘어난 기분이었다.
“매트로 보이즈가 저격한 거 너 맞지?”
“야 찬민인가 뭔가 개 진짜 웃기더라. 천재가 무슨 회사 지원 받는 다고 될 수 있는 건지 아나봐.”
“그거 민이 아니었다고 해명문 올렸던데... 사실 누가 봐도 저격 대상이 민이었잖아. 개 뭐야? 정신병이라도 있는 거야?”
시끄러워서 정말....
반 애들이야 워낙 친근한 애들이니 이 정도로 공황증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끄러워서 정신병이 걸릴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내 빌보드 메인 차트 입성은 굉장한 뉴스거리였다. 특히 같은 반 애들에게는 자랑거리이기도 했고.
마침 오늘은 음악 수업이 있었다.
전생, 내 재능을 일깨워준 정경미 선생님이 친근한 미소로 말씀하신다.
“설마 내 제자 중 빌보드 작곡가가 등장할 줄은 몰랐는데... 이 정도면 내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업을 받아야 한 판인데?”
웃음이 터져 나온다.
난 민망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고.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색다른 수업을 해볼까? 힙합 음악이란 무엇인가? 일단 아이작 이스트 맨해튼 드리밍 뮤직 비디오를 감상하고 작곡가로부터 작업기를 듣는 시간을 가져보자!”
“와아아!”
“빌보드! 빌보드!”
터져 나오는 함성과 외침!
이 자식들은 툭하면 빌보드래.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다.
그만큼 내가 이룬 업적을 함께 즐겨준다는 뜻 아닌가?
왕따 인생 외길이었던 전생을 떠올리면 정말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뮤직 비디오 감상이 끝나고 교탁에서 강의를 시작한다.
아니, 시작하려는데.
“선생님!”
“응? 반장. 왜?”
명중이가 갑자기 흐름을 끊더니 뜬금없는 요청을 한다.
“강의 내용 영상으로 촬영해서 뮤투브에 업데이트해도 될까요?”
“반장 너 뮤투브 하니?”
쏟아지는 관심.
명중이 녀석은 표정 변화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민이 권유로 얼마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오호, 그래? 흥미롭지만 그건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영상... 뭐, 괜찮겠어?”
내 의견을 물어보기는 선생님.
“네. 상관없어요.”
이에 명중이는 휴대폰을 고정해 영상 촬영을 시작한다.
‘설마 이걸 콘텐츠로 만들려고 할 줄은 몰랐는데....’
자식,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크게 되겠는데?
흐뭇한 표정으로 맨해튼 드리밍 작업기 강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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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JJ 엔터테인먼트는 갑작스런 소식에 뒤집혔다.
김민이 만든 맨해튼 드리밍이 빌보드, 그것도 메인 차트라 불리는 Hot 100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위권에 속하는 35위로!
“아무리 아이작 이스트의 이름값이 높다고는 하지만... 빌보드 hot 100이 무슨 이름값 하나로 오르내릴 수 있는 곳은 아니잖아?”
“정말 굉장한 거지. 곡이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게 증명된 거야.”
“천재... 맞네.”
아침부터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아니, 예상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정도로 굉장한 성과였다.
비록 자사 아티스트가 본인의 이름을 랭크인 시킨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직접 만든 곡이지 않나?
상징성도 굉장하고 마케팅 활용 가치 역시 어마어마하다.
그때 직원 누군가 외쳐다.
“맨해튼 드리밍이 망고 실시간 차트에 진입했어요!”
“어, 진짜?”
기어코 국내 최대의 음원 차트에도 모습을 드러냈단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하면 또 국뽕의 민족 아니겠나?
한국인 소년이 이룬 쾌거에 여론이 반응하고 있다!
그때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팀장 급 인력들이 바쁘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인터뷰 잡고 보도 자료 작성해서 뿌려!”
“지금 섭외 들어온 제안들 중 굵직한 것들만 정리해서 보내줘요!”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 저읍시다!”
JJ 엔터테인먼트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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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하!”
장진영은 흐뭇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내 제자가, 우리 아티스트가 만든 곡이 엄청난 쾌거를 이루지 않았나?
“빌보드 hot 100차트 35위라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와, 진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
아침에 소식을 접하자마자 기뻐 날뛴 그였다.
출근해서 회의 하나를 끝낸 이후로도 격양된 감정은 계속 남아 있었다.
“그 동안 천재라는 단어 언급을 일부러 자제했는데, 이 정도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도 없겠네.”
한국 고등학생이, 음악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아이가 힙합 알앤비 음악으로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이건 누가 봐도 천재 맞지!’
중요한 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
35위로 메인 차트에 진입했으니 정상을 향해 등반할 일만 남았다. 아이작 이스트와 블랙 로즈 매니지먼트는 그걸 가능하게 할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장하다. 내 새끼. 장하다 내 제자!”
맨해튼 드리밍을 크게 틀어 놓고 혼자 집무실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진영!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메트로 보이즈.‘내가 밀어주니 어쩌니... 그렇게 찡찡대더니, 지금쯤 정신이 확 들었겠지? 특히 찬민 그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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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몇 번이나 확인한 내용이다.
처음에는 커뮤니티, 그 다음은 기사 속보. 그 다음은 빌보드지.
그런데 사실이다.
‘빌보드 35위...?’
이게 말이나 되나?
혹시나 싶어 여러 가지로 확인했다.
작사, 작곡, 편곡.
모두 Min이라는 네임이 새겨져 있다.
‘정말 그 녀석이 만들었다고?’
그러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걸까?
‘회사에서 만들어주고 밀어준 게 아니라... 정말 천재라고?’
현재 자신의 SNS는 방문자가 폭주하고 있다.
댓글 상태도 엉망이었다.
[ 저기, 후배 질투하시던 찬민 씨. 맨해튼 드리밍 빌보드에 진입했다는데, 혹시 확인해 보셨어요? ]
[ 왜, 이것도 회사에서 밀어준 거라고 한 번 주장해 보시죠? ]
[ 본인은 회사에서 지원을 못 받았다고 했는데, 솔직히 수준 이하의 자작곡을 앨범에 실어준 것 자체가 회사에서 엄청난 출혈을 감수하고 밀어준 건데...ㅉㅉ ]
[ 이제 어쩔래? 네가 저격했던 후배는 빌보드 차트 작곡가가 됐는데? ㅋㅋㅋ ]
“........”
이런 댓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심한 욕설도 많았다.
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맞대응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혹시나 싶어 관련 기사를 검색해봤다.
[ 매트로 보이즈 찬민의 저격 상대 ‘김민’ 자작곡 ‘맨해튼 드리밍’으로 빌보드 hot 100 차트 인! ]
이쪽도 난리다.
원래 연애부 기자들은 팬덤 크기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이슈가 전부였다. 해명으로 잘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은 찬민 만의 착각이었다.
호사가들에게는 지금부터가 꿀잼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 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
[ 그러게 작작 좀 하지. ]
[ 난 몰라. 형이 알아서 해결해. ]
[ 나한테 피해 오게 하지 마. ]
멤버들은 왜 일을 키우냐며 비난하는 분위기였다.
‘당장은 방법이 없어.’
찬민은 현 상황에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성공해야해.’
자작곡으로 승부를 본다.
당당히 성공시킨 뒤 말할 것이다.
모든 것은 오해였다고.
자신은 후배를 질투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다고 안티들이 납득할 리는 없겠지만....’
해명할 기회가 크게 늘어나서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곡이 성공하면 섭외 요청도 많아질 것이고, 토크와 인터뷰 기회 역시 많이 생길 테니까.
사실 회사에서 잡아주는 프로모션 일정이 있으니 해명 기회는 충분하다.
하지만 성공한 것과,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말에 실리는 무게감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활동을 마감하고 군대에 입대하는 것이 최고의 그림이다,
‘나도 제대로 지원 받으면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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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구독자 수가 벌써 8만 명이 늘었네?’
뮤튜브 채널 성장 폭이 놀라운 수준이다.
맨해튼 드리밍 빌보드 차트 인 이슈가 그만큼 컸다. 할렘 여행기 3부작 모두 순식간에 백만 뷰를 돌파했다. 댓글도 무려 네 자리 수였는데 영어, 일어 등 외국어 사용자가 상당히 많이 보인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꽤 이슈가 되고 있다는 모양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홈 파티 영상 1부를 업로드 하자!
원래 재생 시간 10분짜리 한 편으로 편집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에 소모하기가 왠지 아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경험상, 뮤튜브 영상은 가급적이면 편당 5분을 넘어가지 않는 편이 좋다. 그 이상은 품질이 뛰어나도 시청자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업로드를 마친 뒤 영상을 확인해 본다.
사실 가장 신경 쓰인 것은 다른 것보다도 영어 자막이었다.
공부 차원에서 내가 직접 만들어 올리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전작에서도 그렇고, 자막 퀄리티에 대한 지적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그냥 자막 제작 전문 업체를 고용할까 고민도 했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다.
가혹한 실전만이 내 영어 실력을 성장시켜줄 것이 분명하니까!
‘그나저나 정말 나 하나 때문에 난리가 났네.’
뉴스 기사와 커뮤니티에서는 온통 맨해튼 드리밍 이야기뿐이다.
[ 김민 천재 인정? 힙합 알앤비 음악으로 본토 뮤지션들에게 인정을 받다! ]
[ 천재 소년에게 쏟아지는 러브 콜! ]
[ 찬민. 저격 해명에 대해 입을 다물다. ]
[ 시선 집중! ‘천재소년 김민’의 다음 행보는...? ]
특히 찬민의 저격 때문에 난리다.
누구도 해명문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정황이 워낙 뚜렷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소속사 후배의 선전에 열등감이 폭발해서 사고를 친 건데, 어떤 변명을 해도 소용없겠지. 설령 변명 내용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호사가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을 던져준 꼴이다. 몰랐다면 멍청한 거고, 알면서도 그런 짓을 한 거라면 구제불능 바보인 거고.
‘그런데 그렇게 지원을 받았는데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전 삶에서 찬민의 자작곡이 좋은 평가는 둘째 치고, 제대로 된 주목조차 받았던 적이 없었다.
찬민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재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그는 분명 좋은 자질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좋은 자질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절대 다수를 납득시킬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야 한다.
"......."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끝내면 재미없지?
한 번 더 불을 질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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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작업실에 앉아 처음으로 라이브 방송을 켰다.
한순간에 수백 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이 들어온다.
천 명까지 순식간에 돌파.
"안녕하세요. 저는 가수이자 프로듀서 김민이고, 지금 이곳은 JJ 엔터테인먼트 제 전용 작업실입니다."
[ 우와, 회사에서 전용 작업실도 마련해 줬어? 역시 빌보드 작곡가 클라스...ㄷㄷㄷ ]
"아니, 그런 이유로 마련해 준 게 아녜요. 잊으신 모양인데, 전 애초 이 회사에 가수가 아니라 프로듀서로서 입사한 거라서요."
인사와 간단한 문답을 진행한다.
사실 라이브 방송은 처음이다.
스타더스트 활동 당시에는 이런 걸 할 생각조차도 못했고, 탈퇴 이후로는 안티 팬들로부터 피해 다닌다고 그럴 엄두조차 못 냈으니까.
그래서인지 꽤나 떨렸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소통이 굉장히 즐거웠다.
"오늘은 첫 방송이니까 간단하게 Q&A를 진행할게요. 궁금한 거 있어요?""
다양한 질문이 날아온다.
예상한 내용도 있고, 뜬금없는 질문도 있다.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줬다.
어느 새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는 인원이 일만 명이 넘었다.
채팅창이 정신없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뮤튜브 스튜디오를 조직해서 촬영 팀과 관리팀을 운영해야 할 듯 싶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그냥 나중에 여유가 되면 생각해보자.
그때 내심 기다렸던 질문이 날아왔다.
[ 찬민의 SNS 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사실 아까부터 받았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일부러 모른 척 했다.
시청자가 가장 많이 모였을 때 대답하려고.
[ 현재 23,759명 시청 중 ]
슬슬 언급해도 될 것 같다.
난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저도 보긴 했는데 캡쳐본 보자마자 '아! 나하고 상관 없는 일이구나.' 하고 그냥 흘려 넘겼어요."
[ 왜 상관없음? 누가 봐도 님 겨냥한 글이었는데?? ]
[ 바보야. 찬민이가 너 잘나가는 거 보고 열등감 느껴서 깐 거야. 그러다 이건 너무 나갔다 싶어서 황급히 글 지우고 변명하는 거라고. ]
[ 다 아는 사실을 본인만 모르네. ]
찬민을 비판하는 글이 우르르 쏟아진다.
심지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 이 악물고 외면하는 거 보니 소속사에서 이미 뭐라고 말을 한 건가? ]
[ 소속사 협박 받고 있는 거라면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 ]
[ 이거 백퍼 회사에서 뭐라고 한 거네. ]
[ 혹시 라이브 방송도 회사나 찬민이 강제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 아닌가? ]
불이 아주 활활 타오른다.
난 쩔쩔 매는 시늉을 하며 애써 찬민을 두둔했다.
"정말 그런 거 아니에요. 그리고 선배님 해명문에서도 누굴 겨냥한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잖아요!"
[ 인정하면 문제가 더 커지니까 그런 거지. ]
[ 하, 어려서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 ]
그래도 난 끝까지 찬민을 두둔할 테다.
왜냐고?
난 어려서부터 찬민을 존경해온... 아직 세상 물정 모르고 순박하기 그지없는 17세 착한 소년이니까!
"분명 전 아니에요. 제가 아니라고 확신한 이유가 있어요."
[ 이유? 무슨 이유? ]
난 굉장히 진지하게 그 이유를 밝혔다.
"전 천재가 아닌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니까요!"
[ ??? ]
[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누가 평범한 학생이라고...? ]
"제 자신이 천재가 절대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제 스스로가 더 잘 알아요. 이번 일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었어요."
[ 아, 그러니까 제대로 음악 교육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17세 소년이 데뷔곡으로 국내 차트 씹어 먹고, 그래미 수상자에게 곡도 줬는데 어쩌다 그게 빌보드 차트 인까지 했지만 절대 천재는 아니라는 거구나? ]
[ 위에 정리한 글 보니 웃기네.ㅋㅋㅋ ]
[ 평범함의 기준이 너무 높아지는 것 같은데...?;; ]
성경에서 그러더라.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질 거라고.
어리다는 게 이럴 때 유용하구만. 흐흐.
"그리고 설령, 정말 만에 하나라도 그 대상이 저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 ???? ]
또 다시 혼란에 빠진 시청자들.
"사실 제가 어려서부터 매트로 보이즈. 특히 찬민 선배님 팬이었거든요. 직접 부르고 만든 노래까지 다 외우고 있을 정도로요. 보실래요?"
실제로 키보드를 연주하며 찬민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연주하고 불러 보인다. 팬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보인 것이다.
"진짜 팬 맞죠? 아무튼 저에게 찬민 선배님은 지금도 우상과 같은 분이세요. 그런 분이 절 천재로 봐주셨다는 거잖아요. 제 입장에선 오히려 기분 좋은 일이죠."
슬슬 끝낼 때가 됐다.
"방송을 너무 길게 했네요. 다음 라이브 방송부터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뵐게요!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송을 끝내고 뉴스 기사를 확인했다.
[ 김민. 라이브 방송에서 찬민 저격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다! 왜냐면 난 천재가 아니니까.' ]
[ 찬민에 대한 팬심을 라이브로 증명한 김민. 존경하는 우상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드러내다! ]
[ 불붙는 찬민에 대한 비난 여론. ]
절로 웃음이 나온다.
"불타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