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95화 (95/205)

< 95화. 엔 플라워 출격 (2) >

엔 플라워 컴백 앨범이 발매됐다.

그 다음 날.

학교에 등교 하자 애들이 날 보고 아침부터 난리였다.

“야, 이거 네가 프로듀싱한 앨범이라면서? 그 소리 듣고 바로 오프라인 매장 가서 질렀다! 빨리 나한테 고마워 해!”

“나도 친구랑 같이 가서 몇 개 샀어. 엔 플라워 팬은 아닌데 너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반 애들이 음반 하나씩 들고 오더라.

심지어 플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온 녀석도 있었다.

“짜잔! 이거 어때?”

“... 그건 왜 가지고 온 거야?”

“Min 포토 메시지 싸인 카드 만들려고.”

그 녀석이 바로 반지희였다.

그나저나 포토, 메시지... 뭐?

“대체 콘텐츠를 몇 개를 합친 거야?”

“아무려면 어때?”

“같이 사진 찍자.”

“심지어 독 사진도 아니고 같이 찍는 거야?”

“그래야 더 기념이 될 거 아니야? 빨리 이리 와. 얼굴 맞대!”

“갑자기 친한 척을 하겠다고?”

“아 뭐야! 우리 친하잖아! 베프잖아!”

“베, 베프?”

“뭐냐? 지금 방금 알았다는 표정은? 너 주세아가 부탁했으면 냉큼 들어줬을 거잖아! 왜 나만 차별대우야!”

“세아는 얌전하고 착한 아이고 넌 천방지축 말괄량이니까 그렇지!”

“아 몰라! 빨리 얼굴 대! 친한 척 좀 해봐!”

결국 즉석에서 포토 카메라를 만들고, 추가로 사인과 메시지까지 적어줘야 하는 노동을 해야 했다.

그런데 애들이 거기에 꽂혔던 모양이다.“야, 나도 해줘!”

“지희야! 나도 폴라로이드 카메라 좀 빌려줘!”

애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도 똑같이 해달라며.

순간 지희가 날 보더니 씩, 불길한 미소를 짓는다.

설마... 아니지?

그러더니 가방에서 필름통 몇 개를 꺼내들고 흔들며 소리친다.

“자! 양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으니 줄을 서시오!”

저것이 날 말려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어느 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최명중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하루 종일 사진 찍고 메시지 카드 쓰다가 끝나겠군.”

점심시간 이후부터는 다른 반과 상급생들도 앨범을 하나 씩 사들고 나타나 사인과 촬영을 요구했다.

이럴 것 같았으면 아예 따로 시간을 내서 학교에서 사인회라도 열었지!

그래도 날 생각해서 앨범을 직접 구매해서 찾아와준 것은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고마워. 스트리밍도 많이 들어줘.”

“앨범 구매해줘서 고마워요. 제가 꼭 엔 플라워 누나들한테 우리 학교에 이렇게 팬이 많더라고 말씀드릴게요!”내 팬을 대한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대응해줬다.

심지어 선생님들도 찾아와서 사인을 요청하더라.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나도 앨범 한 장 줘봐라.”

“네?”

“그 엔 뭐시긴가 하는 애들 앨범. 네가 만들었다며? 회사로부터 받은 물량이 있을 거 아니야. 그것 좀 줘보라고.”

이런 건 참... 몰상식하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들더라.

앨범 맞겨놓기라도 했나? 뭘 그렇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건지....

“죄송하지만 저도 받은 게 없어서요. 가수 본인들이 아니면 안주는 게 원칙이라네요.”

“허, 까다롭게 굴긴... 너 혹시 나 주기 싫어서 거짓말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에이, 그럴 리가요. 물량 있었으면 진작 교무실 찾아와서 드렸죠.”

“그래. 그랬겠지. 에이, 아쉽네.”

선생님들이 다 저런 건 아니고.

아재, 그중에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평판 안 좋은 수학, 과학 선생님 딱 두 분만 그랬다.

기분 나쁘긴 하지만 뭐... 조금 시간 지나면 앞으로 안 볼 사람들인데 무대응이 상책이지.

방과 후에는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코엑스 몰 레코드 샵을 방문했다. 여기에 꽤나 큰 오프라인 음반점이 있어서 판매 현황을 살피기에 좋다.어쨌든 나름 유명인인지라, 모자와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하고 내부로 들어가는데 이상하게 또래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삼삼오오 모여 어디론가로 부산스럽게 이동하는데... 설마 가는 방향과 목적이 같은 건 아니겠지?

“여기 있다!”

“와, 패키지 진짜 멋있게 뽑았다.”

“내 취향이야”

... 설마가 사람 잡더라.

음반점에 들어간 학생들이 다른 건 보지도 않고 엔 플라워 새 앨범을 집어 들었다.

한 장만 구매하는 학생은 오히려 드물었다.

당연하다는 듯 몇 장씩 집어 든다.

이런 문화야 익히 알고 있긴 했지만...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인지라 꽤나 낯설게 다가온다.

아니, 학생들이 돈이 어디 있어서 음반을 저렇게 많이... 그런데 말을 들어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팬 사인회랑 쇼케이스 꼭 당첨됐으면 좋겠다.”

“난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포토카드 만이라도 다 모으고 싶어. 이번 거 진짜 예쁘고 특색 있게 잘 뽑혔던데.”

이것이 바로 이웃나라 일본으로부터 전수 받아 발전시킨 K 상술!

앨범을 사면 멤버 포토카드가 랜덤하게 들어 있는데, 그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다.

포토 카드를 모두 다 모은 사람은 쇼케이스 우선 입장권을 비롯한 몇 가지 특혜를 부여하는데, 손이 큰 팬들은 이걸 얻겠다고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어치 앨범을 지르는 경우도 있었다.인기 아이돌 그룹의 음반 발매후 1주일간의 판매량이, 타 뮤지션들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이런 상술이 크게 한몫했다.

그때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을 팝업 매대가 아니라 계산대로 가더니 중국어로 한참 뭐라고 말을 한다. 쩔쩔 매던 캐셔는 양해를 구하더니 어디론가로 급히 이동했고, 곧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을 데려온다.

상급자와 중국인 무리는 뭔가 대화를 나눈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샵 안에 있던 이들이 흘끔거리며 그 광경을 쳐다본다.

잠시 후 펼쳐진 광경은 두 눈을 의심하게 했다.

“헉!”

“설마... 저걸 다 사가겠다는 거야?”

직원들이 엔 플라워 새 앨범을 박스째로 들고 나온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인 무리의 결제 방식이었다.

어마어마한 현금 다발을 꺼내 한 방에 계산을 끝내 버리더니, 브로마이드 등등, 앨범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사은품까지 잔뜩 받아서 위풍당당하게 샵을 떠났다.

...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팝업 매대에 물량이 몇 장 남지 않았다.

싸늘한 기분이 들었다.

저거 지금 창고 물량까지 싹쓸이 한 것 같지?

선물용으로 다섯 장을 확보 성공!

즉시 구입하려고 했는데....

“저기, 혹시 그거 다 구매하실 거예요?”

“두 장... 아, 아니, 한 장만이라도 넘겨주시면 안 될까요?”

나와 또래로 보이는 남자 애들 두 명이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게 아닌가?

한 장씩, 총 두 장을 넘겨주고 나니 뒤에 있던 여학생 한 명이 다가와 말한다.

“저, 저는 딱 한 장이면 되는데....”

“.......”

결국 확보한 물량은 두 장이 전부였다.

뒤늦게 도착한 이들은 물량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망연자실해 하더라.

혹시나 싶어 신논현 대형 서점 내부에 입점한 음반점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박스째로 매물을 쓸어가고 있더라. 물량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고.

난 그것을 보고 깨달았다.

엔 플라워 살아 있네~!

대표님도 그렇고 멤버들 본인도, 저번 앨범 실패로 하락세가 시작됐느니, 반드시 이번에 만회해야 한다느니 우려를 드러냈지만...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저렇게 인기가 폭발적인데 대체 뭘 걱정한 거지?

엔 플라워 팬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첫날 판매량과 현장 반응이 굉장하다며 놀라고, 뿌듯해하는 모습이다. 음반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무척 속상해하긴 했지만.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팬들이 한국에 와서 오프라인 물량을 쓸어갔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고인물 팬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지?’

발매 전 프로모션이 그만큼 성공적이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로 새 앨범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했기 때문일까?

[ 민아! 지금 어디야? ]

그때 짤막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연히 대표님이겠거니 생각하고 답변을 하려다 다시 확인해보나.

[ 주아 ]

대표님이 아니라 엔 플라워 리더 주아였다.

대답 대신, 구매한 앨범과 레코드 샵 사진을 촬영해서 단톡방에 전송했다.

[ 중국, 일본 팬들이 엔 플라워 이번 앨범 창고 탈탈 털어 가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인기가 굉장하네요. ]

즉각 단톡방이 소란스러워진다.

[ 뭐야? 우리 음반 사려고 오프라인 샵 간 거야? 어디야? ]

[ 코엑스에 갔다가 지금은 신논현 대형 서점 안에 들어와 있어요. 모두 하루 만에 매진! 시작이 좋네요. ]

[ 민이 기특하다... 고마워!ㅠ ㅠ]

[ 누나들 응원하겠다고 그렇게까지....]

다들 격렬하게 감동하는 분위기였다.

[ 지금 어디에요? ]

[ 연습실이지. 왜, 오려고? ]

[ 올 거면 지금 빨리 와. 같이 저녁 먹자! ]

[ 순대국밥 먹으러 갈까? ㅎㅎㅎ ]

내심 내가 오기를 바라는 눈치.

사실 저녁 먹고 강남 상권 분석하러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내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난 바로 문자를 보냈다.

[ 지금 날아갈게요. ]

식사거리를 잔뜩 사들고 지하 연습실로 이동했다.

“민이 왔어?”

“우와! 먹을 거 사온 거야?!”

“안 그래도 되는데... 얘들아 모여!”

나를, 아니 내가 사들고 온 음식을 격렬하게 환영하는 엔 플라워 멤버들!

그런데 방금 전까지 격렬하게 연습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있는데도 연습실에 열기가 가득하고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분식뿐만 아니라 일본인 멤버들을 고려해서 초밥과 일본식 돈까스까지 잔뜩 사왔다. 멤버 모두가 정신없이 식사를 했고, 나는 먹는 둥 마는 둥, 멤버들을 거들어 주기 바빴다.

딱히 배고픈 건 아니었으니까.

“잘 먹었다!”

“배불러.”

“으으... 숨 쉬기 힘들어. 너무 많이 먹었나봐.”

다들 굉장히 만족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식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아니, 사실은 일방적으로 대화를 듣는 쪽이었다.

“이번 앨범 꼭 성공해야 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이 가장 마음에 들고 애착이 가서 실패하면 타격이 클 것 같아.”

“요즘 자꾸 퇴물이 어쩌고 하는 사람들 많이 보이던데... 다시 떡상해서 콱 입을 다물게 하고 싶어.”

심리적 압박감이 굉장한 모양이다.

“넌 고민 같은 거 없어?”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

없다고 말하면 실망할 분위기.

나도 뭔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억지로 짜낸 게 이런 거였다.

“조만간 레이지가 싱글을 발매할 예정인데, 이번에도 빌보드 1위 못하면 어쩌나, 2위나 3위에서 끝나 버리면 정말 실망이 클 것 같은데... 뭐, 이런 고민?”

“.........”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늘해졌다.

날 향한 시선이 매섭다.

혹은 이상한 놈 취급하는 모양새다.

“농담이에요.”

“.......”

안 믿는 것 같다.

“애들아, 연습하자!”

“더 듣고 있다가는 나까지 이상해질 것 같아.”

“쟤 빌보드 1위 한 번 해보더니 무슨 망고 차트 취급하는 것 같아.”

“민이 이상해.”

“.......”

진짜 농담이었는데

연습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조용히 연습실 문을 열고 나섰다.

“.......?”때마침 다른 연습실 문을 열고 나오던 매트로 보이즈와 시선이 마주쳤다.

다들 땀으로 흠뻑 젖은 것을 보아 군 입대 전 마지막 활동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 네에.

어색한 얼굴들.

그 와중에 조금 인연이 있는 찬민은 슬쩍 미소 지으며 목례를 한다. 나 역시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 뒤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그들도 엘리베이터로 가고 있던 모양이다.

계기판을 확인하니 1층에서 최상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어차피 한 층이니, 기다릴 필요 없이 계단으로 갈까?

그렇게 생각하고 방향을 전환하려는데....

“저기요.”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회색 머리의 미소년.

바로 매트로 보이즈 래퍼 보현이었다.

녀석이 묘한 얼굴로 묻는다.“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네. 말씀하세요.”

“우리가 선배 맞죠?”

“.......?”

“그쪽이 프로듀서로 입사한 건 알고 있는데 어쨌든 가수 데뷔도 했으니까요. 맞죠? 우리가 선배죠?”

“네. 그렇죠.”

“그런데 왜 인사 제대로 안 해요?”

당황스럽다.

왜 또 시비야?

“인사하는 법 안 배웠어요? 고개만 까닥하면 그게 인사예요?”

“.......”

“신인이면 신인답게 행동해요. 좀 떴다고 벌써부터 어깨에 힘주지 말고요. 알았어요?”

대화하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보현을 비롯한 녀석들이 날 향해 한 번씩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안에 탑승한다.

출입문이 닫히고, 1층으로 올라가는 광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난 정말 저 녀석들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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