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텐 믹스 (2) >
열 명의 연습생들이 회사 아티스트, 직원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준비한 장기를 펼치는 부분까지가 1화 내용이었다.
준비한 장기가 다양하다.
악기 연주, 댄스, 노래, 발레, 체조까지.
솔직히 수준급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본인의 매력을 뽐내기에는 부족함 없는 구성이었다.
거기서도 주세아는 차원이 다른 구성으로 남다른 포스를 뿜어냈다.
처음 도복을 입고 등장했을 때만 해도 모두가 귀여운 듯, 혹은 조금은 뜬금없어 하며 쳐다봤다.
아니, 쟤는 어쩌려고....
그런데 이후 펼쳐진 광경은 반전 그 자체였다.
[ 하압! ]
검은 띠를 흩날리며 품새와 격파 시범을 선보인다.
도합 서른 장의 송판을 일격에 주먹으로 때려 부수고, 온갖 화려한 발차기로 본사 남자 직원들이 들고 있는 송판을 빠르게 조각낸다. 그리고 마지막, 환상의 560도 회전 발차기로 송판을 여러 조각내었을 때는.
[ 우와아아아! ]
[ 쩐다! ]
[ 저게 대체 뭐야? 그냥 태권도 좀 해본 수준이 아니잖아?! ]
현장의 모든 이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나도 굉장히 놀랐다.
주세아에게 저런 주특기가 있었다고?
아니, 그런데 이전 삶에서는 왜 언급조차 없었지?
대표님도 크게 놀랐던지, 장기자랑이 끝나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 세아야. 너 태권도를 왜 이렇게 잘해? ]
[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선수와 시범단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어요. ]
[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데... 태권도 왜 그만둔 거야? 부상 때문에? ]
[ 재미없어서요. ]
[ 재미없었다고? 그렇게 잘하는데? ]
[ 그래도 흥미가 떨어져서 그만 뒀어요. ]
[ 그렇구나. 우리에게는 다행인데 태권도는 엄청난 유망주를 잃은 셈인가? 이것 참.... ]
과장이 아니라, 정말 날아다니는 수준이더라.
왜 이렇게 잘해?
방송 끝나면 애들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
[ 1차 투표 시작합니다. ]
마침내 시작된 투표.
그런데 결과가 공개되려는 순간.
[ 시청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
투표 안내 방송과 함께 방송이 끝나 버렸다!
다음 방송에서 결과를 공개하려는 개수작... 이 아니라, 흠흠!
아무튼 그런 의도인 것이다.
흥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전략!
크, 제작팀이 이를 갈았구나.
편집, 구성, 연출, 영상미.. 모두 나무랄 때가 없었다!
인터넷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 나만 그럼? 지금 머릿속에 남는 건 주세아 한 명 밖에 없음. 다른 출연자들은 이름도 기억이 잘 안나;
┗ 나도 그럼.ㅋㅋㅋ 와 진짜 오랜만에 초대형 유망주가 등장했네.
┗ 인트로에서 처음 보자마자 헉 소리가 절로 나오던... 그 뒤로 계속 주세아만 찾아보고 있었음. 비주얼도 그렇고 실력도... 애가 급이 다르더라.;
[ 화제 집중! 텐 믹스 ‘주세아’ 네티즌들. 마치 조기 축구에 전성기 매날두가 등판한 것 같은 느낌... 쏟아지는 찬사! ]
[ 텐믹스, 무시무시한 신예의 등장?! 주세아. 압도적인 포스로 단번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다. ]
언론도 앞을 다투어 주세아에 대해 다룬다.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던 것이다.
아, 맞다.
주세아가 왜 이렇게 태권도를 잘하는지 애들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그때 새로운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 주세아. 초등학교 – 중학교 태권도 선수, 시범단 출신?! ]
이게 정말이야?
냉큼 클릭해보니 한 커뮤니티 게시 글을 참고하며 쓴 기사 내용이었다.
주세아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빼어난 태권도 유망주였다는 것이다.
스크린 샷을 참고해 해당 커뮤니티로 접속한다.
국내 최대의 스포츠 대형 커뮤니티로, 접속률 1,2위를 다투는 사이트였다.
메인 페이지, 압도적인 조회, 추천 비율로 핫이슈 1위를 장식한 게시글이 보였다.
즉시 클릭했다.
[ 지금 굉장히 핫한 텐 믹스 주세아 초. 중학교 동창임. ]
방송에서 주세아 뜨는 거 보고 마침내 올게 왔구나 싶었음. 그런데 방송 중 태권도 시범 보였다는 이야기 듣고 어? 이건 뭐지? 싶었어.
내가 알기로 주세아는 태권도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관둔 애였거든.
세아 초등학교 때부터 미모랑 태권도 실력으로 굉장히 유명했었어.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하나 같이 인기 쩌는 인싸들이었고....
태권도 트라우마 때문에 그만둔 거라고 했지?
대련이나 경기 중 상대를 부상 입히는 일이 잦아져서 그런 거야.
결국 그만 뒀을 때 주위에서 만류한다고 난리도 아니었어. 태권도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앤데... 마음이 여린 게 패착이었지.
성격은 특유의 카리스마 때문에 무뚝뚝하고 냉정한 듯 보이지? 그런데 알고 보면 굉장히 착하고 배려심도 깊어. 누가 괴롭힘 당하면 도와주는 일도 많았어.
세아야! 나 같이 태권도 훈련했던 김중현이야!
중학교 1학년 연습 시합 때 너한테 돌려차기 맞고 갈비뼈 부러져서 고생했던....
그때나 지금이나 너 원망 안 해!
계속 병문안 와주고 신경 써줘서 오히려 행복했는데...갑자기 그만뒀다는 소리 듣고 깜짝 놀랐어.
혹시 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고....
아무튼 트라우마를 이겨낸 듯 보이니 안심이 되서 응원차 글 올린다.
사, 사.... 응원한다!
댓글에 작성자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 작성자... 고등부 전국 대회 헤비급 우승자 김중현 선순데?;;; ]
댓글에 첨부된 사진은 거대한 체구의 고등학생이 돌려 차기로 상대 턱을 날리는 모습이었다.
압도적인 기세와 파워가 사진에서 고스란히 뿜어져 나온다.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 저거 결승전 사진임. 참고로 상대 선수 이 공격 맞고 기절해서 실려나감. 턱 완전 작살났음.;; ]
┗ 사진만 봐도 무시무시한데... 아무리 어린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선수를 병원 신세 지게 만들었다고?;;
┗ 실화냐;;;
[ 남자 유망주 선수도 병원 보낼 정도면 또래 여자 선수들은 아예 상대가 안 됐겠네;; ]
┗ 툭 치면 뼈가 부서지는데... 폭력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환멸 느끼고 그만 둘 만 하네.
“.......”
아니, 잠깐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아는 세아는 한없이 착하고 순딩순딩한 아인데?!
큰 충격에 굳어 있던 나는 황급히 문 라이트 단톡방에 접속, 해당 게시물을 링크했다.
그리고 급히 물었다.
[ 이 사람 헛소리하는 거지? 그렇지?? ]
[ ㅋㅋㅋㅋㅋ ]
[ 아 웃겨서 미치겠네.ㅋㅋㅋ ]
그런데 애들이 웃기만 하고 정작 필요한 대답은 안 해준다.
뭐야 이것들아! 빨리 대답이나 해달라고!
주세아는 왜 또 갑자기 대답이 없어?
분명 내 메시지 확인했으면서....
아, 대체 뭐냐고!
@
식사 중 반지희가 물었다.
“방송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무슨 신경의 변화가 있었던 거야? 태권도 그만둔 이후 언급하는 것도 싫어했으면서.”
주세아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거든.”
“......?”
“너도 그렇고, 친구들 모두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잖아. 특히 민이는 타지에서 그 고생을 하고 있고....”
크고 맑은 눈빛에 강한 의지가 깃든다.
“난 민이 만큼의 음악적 재능이 없어. 노력한다고 성공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고. 연예계가 만만치 않잖아. 당장 같이 출연한 애들도 하나 같이 대단한 애들인데.""하지만 민이는 너 데뷔랑 성공을 거의 기정사실로 보는 것 같던데."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야. 이번에 텐믹스 촬영하면서 확실히 알았어. 나도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동원해서 최선을 다해야해."
"그래서 굳이 태권도 실력을 다시 선보인 거야?"
"날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잖아. 그리고...."
주세아는 흐릿하게 웃었다.
"더 이상 날 감추는 싫거든."
"누구, 민이한테?"
"민이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주세아는 굳은 결심을 드러냈다.
"이번 방송으로 확실히 알려줘야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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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태권도 배운 적 있었는데 때리고 상처 입히는 게 적응이 안 돼서 그만 뒀어. ]
"아...."
마침내 주세아 본인에게 답변이 왔다.
간단 명료했지만 담긴 뜻은 명확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이 사실이라는 거잖아?'
대체 파워가 얼마나 세다는 거지?
정말 툭 치면 뼈가 억 부러지는 수준일까?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내가 세아를 오해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뭐, 친구라지만 알고 지낸 시간 자체가 그리 길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특히 마지막, 세아의 장기 자랑 부분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특히 고등부 헤비급 우승자, 김중현 선수의 응원 글이 널리 퍼지며 주세아의 주가가 미친 듯 치솟고 있었다.
[ 진정한 걸 크러시 등장이네. ]
┗ Girl + Crush = 여자를 부스러기나 가루 같은 고운 형태로 으깨 버리겠다.
┗ 여돌판이 특히 서로 신경전 같은 거 굉장히 심하다고 들었는데 주세아 소속되는 팀에게는 그런 거 없을 듯.
┗ 남자 태권도 우승자도 병원으로 보낼 실력인데... 깝치면 죽지;
한편, 또 다른 것도 주목을 받고 있었다.
[ JJ가 인성 굉장히 중시하는 회사라더니, 과거 문제로 발목 잡히는 사람은 하차시겠다고 단호하게 못 박은 부분 좋았음. 인성 터진 애들이 유명해져서 잘 나가는 꼴 못 봄. ]
┗ 일단 김민 본인부터가 학폭으로 꽤나 고생했었지.
굳이 편지까지 써가며 방송에서 인성을 강조한 것은 다름이 아니다. 원래는 방송 끝나고 그룹이 결성된 이후에 터지게 될 학폭 미투 시기를 앞당기기 위함이다.
그리고 추가로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
JJ는 인성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챙길 수 있어서 좋고, 나중에 논란이 터져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분명 사전에 기회를 줬고, 해당 부분 단호하게 처리하겠다는 언급을 했으니까.
문제가 생기면 확인 후 골라내 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반지희가 들어가는 거지.'
이 부분에 대한 밑밥도 미리 깔아뒀다.
단순히 내 지인이라 특혜를 얻었다!
이러한 논란을 벗길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실력 뿐!
현재 반지희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작사, 최명중과 함께 공동으로 만든 작곡 습작을 꾸준히 업로드 하고 있었다.
처음에야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점점 JJ 엔터테인먼트 극소수의 팬덤을 주축으로 조금씩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겠지만... 때가 되면 지희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커지게 될 것이다.
춤, 노래 정도만 중점을 두는 타 연습생과는 차원이 다른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게 인정받을 테니.
그리고 실제 재능도 있고.
'자, 썩은 사과에게 학폭을 당한 분이 빨리 용기를 내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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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믹스 2화.
첫 번째 미션에 대한 결과가 공개됐다.
주세아의 압도적인 1위 달성!
1차 회사 관계자 투표는 물론, 2차 시청자 투표에서도 거의 몰표를 받아 버린 것이다.
그런데 썩은 사과가 분전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 최가련이 2위네. ]
┗ 그럴 것 같았음. 커버 댄스 진짜 잘하더라. 매력도 있고.
┗ 솔직히 주세아가 너무 규격 외라서 그렇지, 최가련 정도면 톱 급의 인재임.
┗ 내가 보기에 큰 이변이 없는 이상은 주세아 최가련은 데뷔 확정일 듯.
썩은 사과 이름이 최가련이다.
솔직히, 내가 봐도 정말 잘하긴 하더라.
웃을 때 귀여운 강아지 상의 외모와 잠도 아끼며 노력하는 모습이 보호본능과 몰입 감을 불러 일으켰고.
주세아 다음으로 많은 주목을 받는 연습생이 됐다.
그래서 더더욱 좋다.
학폭 당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최민석 그 놈의 축구 스타로 잘 나갈 때 얼마나 배가 아프던지....
최가련이 선방하고 응원 받고, 잘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학 폭 미투 시기는 앞당겨진다.
'남에게 상처를 준 놈들이 잘 나가는 꼴은 내가 못 보지!'
그런데 그 시기가 생각 이상으로 빨리 왔다.
[ 텐 믹스 최가련을 고발합니다. ]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여초 커뮤니티에 뜬 최가련의 학폭 고발!
게시자는 중학교 시절 심각한 폭력을 당한 탓에 지금까지도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연습생 직전까지, 학교 폭력을 비롯한 온갖 크고 작은 탈선에 대한 증언이 올라왔다.
[ 텐 믹스 '최가련' 학폭 의혹. 소속사 확인 중. ]
[ "악의적 음해!" 텐 믹스 최가련 학폭 의혹 부인! ]
"자, 물갈이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