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16화 (116/205)

< 116화. 꿈의 노래 (6) >

주말.

아침에 일어나 씻고, 노트북을 챙겨서 산책을 나갔다.

목적지는 센트럴 파크.

지금까지 미친 듯 작업을 했으니, 오늘 하루 정도는 머리를 식혀주며 느긋하게 구상에 몰입할 예정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아침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조깅하는 사람, 벌써부터 자리 잡고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먹고, 혹은 책을 보는 사람들.

멍했던 머릿속이 점점 맑아지는 느낌이다.

머릿속이 슬슬 자극이 오는 느낌이다.

그 순간 눈에 보이는 벤치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내 눈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꿈속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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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앞에 돈과 명예 따위는 아무 의미 없었다.그럴수록 자신에게 큰 의지가 되었던 남자가 떠올랐지만... 이미 끝난 일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이미 깊이 발을 담근 시점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매니지먼트와 제작사, 광고주 등등.

무수히 많은 집단과 다양한 계약이 걸려 있기에, 주어진 임무를 소화하지 못한다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나락에 떨어지게 될 터였다.

그녀에게 있어 모두가 동경하는 연예계란, 사실상 마피아, 갱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고 냉정한 세계였다.

그러던 참에 접하게 된 남자의 소식은... 여자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무대 위에서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하며 행복해하는 남자가 햇살처럼 빛나보였다.

그리고 왜 나를 밀어낸 건지, 그 이유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무척 원망스러웠다. 또한 당장이라도 저 품에 뛰어 들고 싶다. 그라면 자신을 받아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큰 곤란을 겪게 되겠지?

공연이 끝나고 여자는 조용히 극장을 벗어났다.

공연을 마치고 남자는 미친 듯 달려 나갔다.

관객 속에 모습을 가린 채 섞여 있는 그녀를 처음부터 알아봤던 것이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오로지 그녀를 다시 한 번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섞어보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멀리 그녀가 보인다.

남자는 소리쳤다.

샬럿!

여자가 천천히 돌아본다.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던 예쁜 얼굴에 놀람과 기쁨, 두려움...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남자는 대번에 여자를 끌어안았고, 아주 잠시 머뭇거리던 여자 역시 온 힘을 다해 남자를 끌어안는다.

그렇게 다시 재회한 연인은 두 번 다시 서로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한참동안이나 포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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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나도 연애하고 싶어!”

그건 그렇고 잠깐 고민이 된다.

재회했을 때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할까.

아니면 조금 더 텀을 두고 인생 최고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면서 사랑 노래를 부르게 해볼까?

“어쨌든 두 커플을 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건 이미 예정된 일이란 말이지.”

이제부터는 비밀 연애가 시작될 것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청춘스타에게 있어서 열애 스캔들은 독과 같다.

수많은 팬들은 자신들의 우상에게 연애 감정을 대입한다. 그리고 그들이 영원히 나의 연인으로, 내가 바라는 이상향으로 남아 있어주기를 원하며 지지하고 돈을 써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감정이 깨어져 버린다?

스타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일은 바로 팬이 안티로 돌변하는 일이라고 하지?

바로 그런 일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남녀 역시 그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사랑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을....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던 여자 배우의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지면 일단 항상 함께 있는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가 눈치 채겠지.”

그리고 그때부터 감시가 시작될 것이다.

바로 이 시점부터 독자들은 더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두 커플 사이에 벌어질 심상치 않은 불행을 감지하고.

‘여기서부터 행복과 불안감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몰입 감을 올려주는 거야.’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고, 어떻게든 짬을 내어 서로 만나 비밀 데이트도 하고....

깊은 사랑도 나누는 이 시간이 굉장히 행복하다.

두 사람은 약속한다.

이제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헤어지지 말자고.

“여기서 언약의 노래가 삽입되면 감정 몰입 도를 올려주겠지?”

구름이 개어 다시 환한 햇살이 세상을 비추고 청명한 하늘이 펼쳐졌다.

그 순간, 피아노 반주 한 마디가 뇌리를 스친다.

노트북을 워드 문서에서 미디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키보드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도록 설정을 바꾼 뒤 연주를 시작한다.

지나가는 이들이 흘끔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조금 더 잔잔한 느낌이 좋겠지? 듀엣 커플송이니 파트 분배도 미리 고려해놓고....’

정신없이 연주를 이어간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노트북으로 아름다운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있으니 신기해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 반응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불현 듯 떠오른 악상을 정리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었다.

눈을 감고 악상에 몰입한다.

피아노는, 잔잔한 햇살처럼 온 세상을 따스하고 아름답게 감싸준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찾아왔다.

따스한 햇살에 만물이 소생한다.

시련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랑을 되찾은 두 연인의 모습이야말로, 봄의 축복이 절정에 달했을 때의 풍경과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가사하고 보컬 멜로디는 나중에 붙이고....’

지금은 연주에만 전념하자.

지금 연주되는 음악은 1980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이 장면을 보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큰 설렘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 나도 저렇게 사랑하고 싶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다시 반전을 줄 때 더 아프고 괴롭게 느껴질 테니까.’

참으로 사악한 생각이지만, 창작자 관점에서 보니 그렇게 즐겁고 기대될 수가 없다.

자신이 쓴 작품으로 행복해했다가 다시 슬퍼하고 불행해할 관객들의 반응이라니...!

‘나 혹시 변태 기질이 있는 건가?’

피아노 연주는 절정에 달한다.

노트북 키보드였던 탓에 화려한 연주는 못하지만, 그렇기에 테마 구성이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짜여 질 수 있었다.

‘보컬곡 반주가 필요 이상으로 화려해서 좋을 게 없지.’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오오오...!”

“좋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음악이 꽤나 듣기 좋았던 모양이다.

한 백인 여성이 물었다.

“방금 연주한 거 제목이 뭐예요?”

제목? 제목이라....

“Beautiful World?”

단골 카페로 이동해서 멜로디, 가사 작업을 진행했다.

한참 몰입하다 보니 어느 새 점심시간.

김치찌개가 땡기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 먼 한인 타운까지 걸어갈 수는 없는 일이고. 근처 멕시코 샌드위치 가계로 이동해서 식사를 때웠다.

식사를 하면서 기분 전환을 좀 할 겸, 뮤튜브에 접속했다. 거기서 어떤 뮤튜버가 업로드 한 텐 믹스 방송 요약본을 확인했다.

대표님하고 애들에게는 참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 가하게 방송 풀 버전을 시청할 때가 아니라서.

내가 예상했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반지희는 특유의 친화력과 애기 고양이 같은 똥꼬발랄함으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 원래 친했던 주세아와 놀라운 케미를 발휘하면서도, 다른 멤버들과도 빠르게 친분을 만들며 입지를 다져갔다.

[ 반지희 인싸의 표본이네. ]

[ 타고난 리더인 듯. 정신 차려보면 어느 새 팀을 본인이 리드하고 있음. 연습 때 누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시도 잘 하고. ]

[ 주세아하고 함께 있어도 존재감이 지워지지 않는 유일한 멤버임. ]

칭찬이 가득하다.

실제 경연에서도 주세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충성도 높은 팬덤 확보에 성공하고 있었다.

“지희. 잘 하고 있네.”

슬슬 방송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으니, 이대로 가면 세아하고 지희 둘 다 무난히 데뷔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정보를 확인했다.

‘제이미 미국 진출 이미 했을 텐데... 어떻게 되고 있지?’

KM 엔터테인먼트의 간판. 스위트 데이 리더이자 KPOP 최고의 솔로 여가수 제이미.

그녀는 KM 미국 현지 법인 소속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곡과 컨셉은 내가 이전 삶에서 봤던 그대로, 섹시 여전사 컨셉이다.

아직까지는 뭐... 나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메이저 언론과 인터넷에서 아무 반응이 없어서 그렇지.

다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참 안타깝네. 타지에서 이런 식으로 소모될 가수가 아닌데.’

KM 엔터테인먼트는 미친 듯이 언론 플레이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어디 무대에서 수천 명의 관객들을 열광시켰다느니, 현지에 붐이 조성되고 있다느니....

[ KPOP 슈퍼스타 제이미! 미국에서도 통했다! ]

[ 미국 로우틴 사이에 불고 있는 제이미 열풍! ]

[ 현지 톱 스타도 관심을 보이다! ]

사실 이런 것들이 언플 당시에는 꽤나 먹혔다. 그래서 제이미가 정말 미국 시장 공략에 성공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 벌써 성공 운운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

[ 제이미 열풍? 현지 교민인데 전혀 그런 거 못 느끼겠음. ]

[ 나도 교민인데 제이미하고 그녀가 부른 노래는 아무도 몰라. 그런데 김민이 만든 맨해튼 드리밍이랑 돈 터치 미 인기는 정말 굉장함. 기세가 떨어질 기미가 안 보임. 이 정도는 하고 성공 운운해야지 무슨.... ]

이건 아무래도 내 영향인 것 같다.

‘중요한 건 이게 시작일 뿐이라는 거지.’

KM의 언론 플레이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제이미만 힘들어지겠지.

‘일단은 조금 더 두고 보는 게 낫겠다. 아직 나설 때는 아니야.’

제이미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바닥을 뚫고 내려가 지하 깊은 곳까지 도달했을 때.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어 보일 때가 바로 내가 나설 때였다.

‘미국 진출 전 내가 미리 경고해준 것도 있고....’

사람은 가장 힘들 때 다가와 따스하게 위로해 준 사람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며 의지하게 되는 법이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제이미는 분명 김만수 회장과 소속사에 정을 떼고 나에게 마음이 기울어질 것이다.

‘후후, 완벽한 계획이야.’

녹음을 해야 했기에 아쉽지만 집으로 돌아왔다.

Beautiful World는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대와 함께 있기 때문이라는, 그러니 앞으로 헤어지지 말고 영원히 함께 살아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아노 반주가 테마를 연주하고, 오케스트라 연주가 잔잔하게 보조한다.

중요한 건 남녀 보컬이었다.

우선 남자 보컬은 미성을 기반으로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초반이 저역대로 구성되어 있으니 단단하고 묵직한 소리를 자연스럽게 발성할 수 있어야한다.

여자 보컬의 경우.

세상의 때를 전혀 타지 않은 천연수 같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캐릭터가 살고 노래도 산다.

‘샬럿 왓슨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겠군.’

그래서 가이드 보컬이 중요하다.

내가 요구하는 느낌을 완벽히 표현해 줄 수 있는 남녀 보컬의 존재.

‘마침 딱 좋은 팀이 있군.’

커플이고, 지금 누구보다도 뜨거울 때며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울 두 사람.

‘레이지와 레이나에게 가이드 보컬을 부탁해야겠군.’

즉시 문자를 보냈다.

[ 두 사람 언제 시간 돼? 곡 녹음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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