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18화 (118/205)

< 118화. 갑작스런 소식 >

"저 매니저 자식은 또 뭐야? 자기가 뭐 어쩌고 어째? 아오! 저걸 확...!"

내 앞에 있었으면 당장 주둥이를 찢었다.

저 병신 같은 남자 주인공, 설마 저 말 같지도 않은 협박을 듣고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긴 한 모양이다.

꿈이 내가 쓴 시나리오 뒷내용을 이어서 보여주는 것을 보니....

"K 드라마 보는 기분이야."

아무튼 내용 전개 자체는 굉장히 흥미진진해진다.

참을 수 없어서 바로 pc를 켜도 워드 앞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 갑자기 어떻게 하는 것보다는 남녀 주인공 모두 소송이라는 말에 겁을 먹고 임시 후퇴해서 고민 좀 하는 광경을 보여줘야지.'

해당 내용을 모두 정리하고, 이대로 끝내기 아쉬워서 뒷내용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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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보 같은 말을 순순히 따를 생각은 없지만, 열애설이 스캔들로 악화되어 평판이 떨어지고, 그것으로 트집 잡혀서 광고 등, 계약된 회사들로부터 취소를 당하는 생각해 볼 문제였다.

하지만 길게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다.

각자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현재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를 촬영 중이고, 또한 가장 큰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주연 배우로 열연 중이었다.

주인공은 취업 비자를 내 준 곳에서 일을 하며 저녁에는 극단 일을 해야 했고.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하늘이 무너져도 정신 바짝 차리면 솟아날 구멍이 있을 거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잠시 헤어진다.

매니저 존은 본격적으로 야망과 사심을 드러낸다. 그는 앞으로 더 스타가 될 수 있는 여자를 데리고 독립해서 자신만의 회사를 세울 야망을 품고 있다. 여자를 최고의 스타로 만든 뒤, 그녀와 축복받는 결혼식을 열고자 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한편 남자는 불안감에 지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직장에서 혼나고, 연극에서도 실수를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 동안 남자가 쌓은 성실한 이미지가 빛을 발했다.

[ 민! 요즘 대체 왜 그래? 표정도 안 좋고 안 하던 실수를 계속 하고...  무슨 일 있어? ]

함께 연기를 하며 우정을 쌓은 동료.

레이지와 레이나였다.

[ 무슨 일인지 나에게 말해 봐. 인생 선배로서 상담 정도는 해줄 수 있어! ]

[ 맞아. 혼자 고민해서 풀리지 않는 문제라면 잘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지. ]

[ 이를 테면 우리라던가? ]

커플 아니랄까봐.

정말 딱딱 맞는 두 사람이다.

민은 자신에게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솔직히 털어 놓는다.

[ 샬럿 왓슨이라면 굉장히 예쁘고 재능도 특출난 할리우드 스타잖아? ]

[ ....... ]

[ 물론 우리 레이나 보다야 못하지만... 아무튼 그것 참 멋진 일이군. ]

이어서 매니저 존으로부터 들은 협박 내용도 모두 알려준다.

두 커플은 분통을 터트린다.

그리고 뮤지컬 화법을 시작한다.

레이나가 기발한 방법을 떠올렸다는 듯 먼저 말을 꺼낸다.

[ 내가 좋은 방법 알려줄게. ]

[ 오, 무슨 방법? ]

[ 존을 허드슨 강으로 불어내. 어두운 밤에. ]

[ 왠지 불길한데... 그래서? ]

[ 여기서 부터 중요해. 잘 들어! ]

그녀는 몽둥이로 레이지 머리를 두들기는 시늉을 한다.

[ 때려! ]

어디선가 무거운 돌을 들고 와서 레이지의 발목에 줄로 묶는 시늉을 한다.

[ 묶어! ]

그리고 강으로 들고 가서... 풍덩!

[ 던져! ]

그리곤 씩 웃는다.

[ 완벽한 기획이지? ]

[ 퍽이나. ]]

본격적으로 신나고 흥겨운 뮤지컬 음악이 시작된다.

말로는 다 그래.

너를 지켜줄게.

너의 힘이 돼 줄게.

말로는 다 그래.

네가 제일 중요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사랑하면 다 그래.

무모하게 다 변해.

그게 바로 사랑이야.

무모한 게 사랑이야.

벽을 부수고 달려가.

이 순간.

가장 무모해야 할 때야.

너를 지켜줄게.

네가 제일 중요해.

말로만 그러지마.

무모한 게 사랑이야.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매니지먼트 대표를 찾아가 담판을 짓는다.

그 자리에서 존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을 협박했는지 모두 고발한다. 여자 역시 존이 그 동안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왔고, 얼마나 추근거렸는지도 폭로한다.

분노와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대표와 매니저 존 앞에서, 남자는 당당히 말했다.

"혹시 그녀의 계약 조건 중 아시안과 사랑하면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조항이라도 있었나요?"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저런 사람하고 일 못해요. 존을 해고하고 그녀를 훨씬 더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해줘요. 이건 정당한 요구예요."

싫으면 계약 해제하고 알아서 뒷감당 하던가!

이 상황에서 우리가 잘못한 건 단 하나도 없어!

그렇게 선포한 남녀는 손을 잡고 당당히 회사를 빠져 나온다.

그리고 서로 마주보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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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정도는 해야 사내자식이지."

필요한 순간에 무모하지 않고 용기 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이것이 인생의 진리였다.

'만일, 스타더스트와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웠다면 어땠을까?'

쫓겨나서도 뮤튜브 등을 통해 부당한 사실을 주장하고, 수집한 정보와 증거를 까발리며 싸웠다면...?

'내가 무모해졌어야 하는 시점이 바로 그때였어.'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되면 매니저 존은 더 이상 함께 일할 수가 없지."

그는 해고될 것이다.

"그리고 여자와 매니지먼트의 관계도 예전 같을 수가 없어."

그래도 계약이 걸려 있는 것이 있으니, 더 이상 일을 하지는 않더라도 주어진 일정까지는 모두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부터는 두 커플도 세상 당당해지는 거야. 열애설이 터지고, 그게 문제가 되서 저쪽에서 해지를 요구하면... 그쪽이 요구한 거니 아무 문제가 없지."

위약금 따위를 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메인 스트림이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체감한 여자도 더 이상 여기에 매달릴 생각은 없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좋아하는 춤과 노래. 연극을 할 수 있다면 어디가 되더라도 좋은 거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피닉스 써클 소극장 무대에 함께 서서 공연하게 된다.

'행복한 분위기가 극에 치닫으려는 순간에 문제가 터지는 거지.'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매니지먼트는 매니저 존에게 모든 누명을 씌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생긴 존은 두 커플에 대해, 특히 남자에 대해 분노한다.

'거의 다 끝났는데...!"

어차피 모든 것을 잃었겠다.

이성까지 잃어 눈이 뒤집어 진 존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다.

"여자를 죽여야 하나?"

하지만 그래서는 뭔가 김이 빠진다.

그리고 노인이 된 남자가 다시 태양을 떠오를 거라는, 슬픔 속에서도 애써 희망을 갖으려는 태도를 보일 이유도 없다.

"여자가 대신 총을 맞고, 그게 잘못 되서 계속 고생하게 되는 상황을 만든다면...?"

가혹할 수도 있지만 식물인간이 된다던가?

"그리고 계속 정성을 다해 보살피는 거지."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릴 거라는, 다시 태양이 떠오를 거라는 희망을 붙잡은 채.

"무너진 극장은 남자가 젊은 시절을 불태웠던 피닉스 써클 소극장으로 하자."

누군가로부터 연락이 온다.

"여기서 잠깐. 누구에게 왔다고 할까? 자식?"

아니지.

총격에 식물인간이 되었다면 자식도 없었겠지.

고민 끝에 좋은 답이 나왔다.

"자식처럼 아꼈던 비서라고 하자."

비서가 말한다.

[ 깨어나셨어요! ]

그 동안 열심히 활동했던 남자는 히트작을 많이 썼고, 뉴욕 연극, 뮤지컬계의 큰 손이 되었다. 피닉스 써클은 가장 위대한 극단이다.

'반전 아닌 반전으로... 마지막은 좀 흐뭇하게 끝내주자.'

어정쩡한 마무리는 딱 질색이다!

무조건 해피엔딩!

난 행복한 게 좋아!

노인이 있던 극장은 망한 게 아니라 확장을 위한 철거를 앞두고 있었던 것.

노인은 자신의 여자가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달려간다.

두 번째 트랙 <마침내 태양이 보여> 오케스트라 리프라이즈 버전과 함께 감동적인 재회가 이뤄진다.

재회 후 엔딩 크레딧에서는 와 <다시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리프라이즈 버전이 차례로 울린다.

그리고 끝!

"음. 좋아. 마음에 들어."

훌륭한 마무리였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미친 듯이 곡과 문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내일 시간되면 스튜디오에 들려. 식사하면서 이야기 좀 하지. ]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님이었다.

오오, 드디어 촬영 일정이 나온 건가?

아직 용건은 듣지 않았지만 감이라는 게 있지 않나?

분명 노아 촬영 일정 관련한 이야기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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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작업으로 문서, 곡 작업을 진행했지만 끝맺지는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작업량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어느 새 날이 밝아왔고, 이제는 학교가야 할 시간!

"다녀와서 저녁에 이어서 하자."

잘하면 내일 아침에는 끝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학교에 가서 부족한 잠을 보충한 뒤 방과 후 잭슨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잠시 기다리고 있어."

감독님은 모니터 앞에 앉아 미친 듯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뭔가 싶어 슬쩍 엿보니....

'2부? 아니, 벌써?'

무려 노아 2부 대본이었다.

시나리오도 아니고 대본!

대사 쓰여 있는 그거!

한참을 모니터만 노려본 채 키보드만 두드리던 감독님은 한숨과 함께 목을 좌우로 움직였다.

냉큼 다가가 열심히 안마를 하며 물었다.

"작업 끝난 거예요?"

"아니, 조금 더 남았어. 아아, 조금 더 왼쪽... 그렇지. 거기. 좋아."

근육이 굉장히 뭉쳐 있었다.

벌써 2부 대본을 작업하다니...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감독님이 이럴 정도면 이미 1부에 대한 자신감은 가득하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떨린다.

이전 삶과 비해 1부 내용이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까?

내 배역은 이드라실의 비중이 얼마나 늘었을까?

그리고.....

"너 영국으로 전학 가야된다."

그리고... 응?

"네?"

"시리즈 모든 촬영지가 영국이라...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발언에 머리가 하얗게 굳어 버렸다.

아니, 미국으로 유학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리고 또 하나, 이게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는 모르겠는데...."

"네?"

"작가님. 노아 시리즈 후속편 집필 결정하셨단다."

"....이드라실 말하는 거예요?"

"그건 외전이고. 노아 정식 후속편."

"......."

"영화 편수도 예정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거지."

"... 얼마나요?"

"그건 나도 모르지. 7,8부작이 될 수도 있고....."

나를 흘끔 보며 조심하게 말씀하신다.

"10부작이 될 수도...."

어이가 없네.

내가 무슨 마크 해밀도 아니고.

평생 이 영화 하나만 찍으라는 거야?

내 표정을 본 감독님이 황급히 덧붙인다.

"너무 걱정 마. 준비는 완벽하고 자본도 빵빵하니 1년에 한 편씩 촬영 끝내면 10년 안에 본편 촬영은 끝낼 수 있을 테니까."

"......."

"아, 이드라실 외전을 포함하면 열 한 편이 되겠군."

그게 말이 되냐 이 양반아?

"촬영 부분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야. 작가님과 논의가 더 필요해."

나하고는 대화 안 나눠요?

샬럿하고 다니엘은 또 어떻고요?

'그리고 나 군대도 가야 하는데....'

이 양반은 이미 시리즈 확장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은데... 말 그대로다.

팬 입장에서는 좋은데 배우 입장에서는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전학은 확정된 사항이고, 이야기도 끝냈으니 그렇게 알고 있어. 참고로 다니엘, 샬럿이 다니는 학교로 갈 거야. 굉장히 좋은 사립학교더군."

자리에서 일어선 감독님이 목과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여보시곤 놀랍다는 얼굴로 칭찬하신다.

"굉장한데? 앞으로 종종 부탁해야겠어."

그리고 툭 내 어깨를 치며 지나가신다.

"다른 이야기는 식사하면서 하자고."

영국으로 전학에 시리즈 확장에....

내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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