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Hold My Hand >
사방이 LED 벽으로 가득한 디지털 스튜디오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언덕’ 영상이 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배경에 걸맞은 세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온갖 촬영 장비와 기사들이 대기 중이었다.
카메라를 만지고 있던 감독님이 우리에게 손짓한다.
“빨리 가서 꾸미고 와!”
잭슨 스튜디오 아트 디렉터님이 직접 우리 세 사람의 스타일링을 도와주셨다.
그런데 준비된 의상이 영화 촬영 중 노아 파티가 입게 될 여행용 의상이었다.
가죽 바지와 튜닉, 그리고 두터운 검은색 로브!
“뮤직 비디오 촬영하는 거 아니었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샬럿과 다니엘만큼 나도 의아했다.
의상뿐만 아니라 헤어와 메이크업도 노아 촬영 스타일이었다.
‘뭐, 감독님이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어떤 식으로 촬영이 진행될 거냐면....”“모든 촬영은 100%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진행될 예정이란다.
“이 노래가 어떤 비바람이 몰아쳐도 당신이 내 손을 잡고 함께 해준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잖아? 노래도 굉장히 격정적이고.”
“그렇죠.”
“노아 삼총사의 또 다른 여행. 이라는 느낌으로 뮤직 비디오를 진행할 거야. 너희 세 사람이 산과 바다, 들판... 다양한 곳을 여행하다가 시련을 겪지만 결국 끝까지 이겨내서 여행을 한다는 내용이지.”
“아하....”
“위대하고 광활한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약하고 초라한 존재지만, 시련을 이겨내고자 맞서 싸우는 모습만큼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훌륭할 수 있다!”
흥분을 하며 설명하시던 감독님이 씩 웃으신다.
“이런 메시지를 멋진 영상미로 담아낼 생각이야.”
“겸사겸사 노아 촬영 테스트도 해보고요?”
“그런 목적도 있지. 어쨌든 이런 반식의 촬영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건 나도 이번이 처음이니까.”
이후에는 거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디지털 스튜디오 촬영이 크게 퍼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는 분명 커다란 모험이다.
누구도 하지 않는 것이니까.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크로마키 합성 기법이 아닌 게임 엔진과 LED 디지털 스튜디오를 촬영이라니....
“굉장히 기대되네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그래서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어.”
감독님이 주위를 둘러보고 크게 소리친다.
“자, 촬영 시작해보자고!”
분명히 말하면 이것은 노아 촬영에 이용하려고 준비해 놓은 배경과 소품을 재활용한 뮤직 비디오였다. 심지어 구성 자체가 노아 파티의 장대한 여정을 빌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무료 제작이었고, 원작자인 나와 스튜디오 측이 동의했으니 문제의 여지는 전혀 없다.
촬영을 잘 해서 멋진 결과물을 뽑아내기만 하면 된다!
먼저 다양한 배경과 세트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몇 번이나 촬영했다.
그 직후에 여행 중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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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던 산에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워지더니 미칠 듯한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우리 세 사람은 비를 피할 곳을 찾기 위해 급히 자리를 벗어나고, 그러다가 샬럿이 넘쳐서 다치기도 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지만 살기 위해, 서로를 위해 끝까지 힘을 내고, 결국 동굴을 찾아 몸을 피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모두가 지쳐 버렸다.
여행을 계속 해야 하는 게 맞는 건가?
그 같은 고민을 해보지만 도출되는 건 한 가지였다.
계속 가야지!
험난한 여정은 계속 이어진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을 넘고, 들판을 지나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건넌다.
정말 온갖 위기 상황이 닥쳐오지만 세 사람은 서로 힘을 합해 여정을 이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비바람이 멎었다.
힘든 시기가 지나자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기운이 샘솟는다.
노아 파티는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푸른 언덕을 오른다. 그리고 정상에 도달한 순간.
“.......!”
눈앞에 펼쳐진다.
장대한 벌판 위에 세워진 크고 아름다운 황금의 왕국이!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다!
노아 파티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황금의 왕국 ‘몰디르’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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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좋아! 잘 했어!”
촬영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정말 미칠 듯이 촬영하고 온갖 연기를 해야 했기에 우리는 컷 소리가 떨어진 순간 그대로 늘어져 버렸다.
“힘들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어.”
다니엘과 샬럿은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매 순간,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연기를 해야 하다 보니, 몰입하는 순간순간이 고생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 세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험난한 여정을 하고 있는 노아 파티였기 때문이었다.
다니엘이 피곤하지만, 뿌듯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촬영이 정말 잘 된 것 같아. 결과물이 궁금해.”
“처음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오늘 촬영해 보니까 감독님이 왜 영국식 영어 녹음을 요구하셨는지 알겠어.”
샬럿이 나를 보고 말했다.
“Hold My Hand는 노아를 상징하는 OST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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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8시 정각.
김민의 두 번째 여행 일기 <손을 잡아줘요>가 발매됐다.
뮤직 비디오도 없었고 대단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도 아니었다. 팬들은 아쉬워했지만 회사를 탓하지는 않았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려고 만든 게 아니라 팬들을 위해 공개한 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근래에 우울한 일이 많았는데 이 노래 들으면서 큰 힘을 얻었어요. ]
[ 당분간은 이 노래만 무한 스밍하게 될 듯.... ]
팬들의 반응은 말할 필요 없이 좋았다.
문제는 언론과 김민의 안티들이었다.
[ 김민 거품 다 꺼졌네. 스밍 순위 폭망! ㅋㅋㅋ ]
┗ 18위... 아이고, 완전 망했네. 이를 어쩌나...빌보드 작곡가라며 그렇게 으스대더니...ㅋㅋㅋ
┗ 김민 팬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려고 만든 곡이 아니라며 필사적으로 실드 치던데 한 마디하고 싶음. 응 아니야. 그냥 망한 거야. 그것도 폭망!! ㅋㅋㅋㅋ
┗ 속 시원함. 김민도 그렇고 팬들도 자기네들이 뭐라도 된 듯 굴더니 현실은 개X망..ㅋㅋㅋ
팬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 일부 아이돌 커뮤니티 분위기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요. 대체 우리 민이가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 물어뜯는 걸까요? ]
딱히 사고를 치지 않았고 방송에 나와 밉상 이미지를 가져갔던 적도 없었다.
애당초 국내에서 활동한 기간 자체가 짧았고, 그 활동 내역도 대부분은 가수보다는 프로듀서 쪽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다들 왜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인지 김민 팬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한 팬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 소소하게 팬질만 하던 분들은 지금 분위기를 이해 못하겠지만, 이전부터 김민에 대해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
지금까지 김민은 믿지 못할 행보로 가요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명백한 하락세였던 기성 걸 그룹 엔 플라워를 아시아 한류스타로 만들었고 장진영에게 제 2의 전성기를 열어줬다.
신인 걸 그룹 에버가든의 ‘블루 웨이브’는 벌써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모든 차트 1위를 사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기간 동안 컴백한 거물급 아이돌과 뮤지션들이 많았음에도 말이다.
[ 힙합 쪽에서도 김민에 대해 고까운 눈으로 보는 사람이 아직 많아요. ]
어린 소년이 난데없이 힙합 음악을 만들어 빌보드 1위에 진입시켰다.
[ 이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후 여론이 문제였죠. ]
국내 힙합은 순 허세뿐이고 저게 바로 진짜 힙합이다.
국내 힙합이 입으로 힙합을 떠들고 있을 때 김민은 음악으로 보여줬다.
등등.
[ 여기에 울분을 느낀 사람들이 몇 마디 했다가 두들겨 맞은 사건도 있었어요. ]
한 마디로 여러 가지 상황이 쌓이고 쌓인 결과라는 것이다.
[ 요구 기준치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도 있다고 봅니다. 전성기 시절 메시가 어쩌다가 골을 못 넣으면 온갖 욕을 먹었잖아요. 그런 거죠 뭐. ]
하지만 아무리 좋게 넘어가려고 해도 팬 카페 까지 가입해서 조롱을 퍼부어대니 참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부분은 스트리밍 순위가 천천히 오르고 있다는 것.
18위, 17위, 16위.....
하지만 순위권 진입은 요원해 보였고 안티들은 이 부분을 계속 걸고넘어졌다.
[ 어쨌든 10위권 진입도 못 한 건 팩트 아님? ]
팬들은 무시하기로 했다.
[ 신경 쓸 필요 없어요. ]
[ 우리만 좋으면 되는 거죠 뭐. ]
[ 안티들이 원하는 대로 반응해주지 맙시다. 무시하는 게 상책이에요. ]
비록 순위는 좋지 않았지만 <손을 잡아줘요>는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전작을 답습하지 않고 더 성숙한 모습을 새로운 시도로 담아냈다.
메시지뿐만 아니라 음 하나 하나가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팬들만의 착각은 아니라는 것은 알게 모르게 쏟아지기 시작하는 뮤튜브 콘텐츠들이 증명하고 있었다. 하나 같이 평이 굉장히 좋았는데 특히 작품성 부분에 높은 평가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김민이 ‘단순한 유행가’ 수준을 넘어 ‘작품’을 만드는 경지에 진입했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팬들은 물론 절대 다수의 대중은 아직 그러한 사실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다.
이것이 표면에 드러나며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어떤 ‘사건’의 발생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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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노아 첫 촬영이 시작됐다.
이른 아침부터 디지털 스튜디오에 많은 스텝과 배우들이 모여 있었다.
샬럿이 물었다.
“음원하고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
“음원은 어제 블랙 로즈하고 JJ 엔터 측에 넘겼고 뮤직 비디오도 완성이 되는 대로 넘겨주기로 했어. 영국식 영어로 제작한 음원이니 뮤직 비디오가 나오는 대로 영국부터 유통을 시키기로 했고.”
“이름은 그대로 김민으로 나오는 거고?”
“아니, 성 빼고 Min으로 낼 거야.”
“민?”
“내 성인 ‘김’을 자꾸 ‘킴’으로 발음하는 게 어색하게 들려서 미국에서 활동할 때부터 쓰기 시작한 예명이야.”
“민. 발음하기도 편하고 이름도 짧아서 기억하기 쉽네. 좋다.”
샬럿의 말에 다니엘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다.
영국에서 가수로 데뷔하게 될 줄이야.
물론 가수로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할 테니 지금으로서는 활동 계획조차도 없지만 그래도 기분이 새로웠다.
어쨌든 나의 첫 정식 영어 음원이니까.
“자, 촬영 시작합시다!”
이후 들려온 외침에 난 머릿속에서 음원에 대한 생각을 일체 지워버렸다.
이제부터 당분간 나는 김민이 아닌 요정족 마법사 이드라실로 살아가야 하니까.
대본 연숩과 리허설까지 완벽하게 거친 덕분인지 촬영은 별 문제 없이 진행됐다.
특히 뮤직 비디오를 통해 디지털 스튜디오 촬영 방식에 적응해 놓았던 것이 주요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새삼, 크리스토퍼 잭슨이라는 남자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정해진 위치에서 촬영을 하면 더 이상 촬영을 하지 않는다.
추상적인 지시를 하지 않고, 완벽한 요구를 하는데 현장의 배우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한참 전에 완성된 영화를 완벽히 숙지한 채 작업을 하는 것 같았다.
그가 어째서 명장이라 불리는지, 그 진가를 현장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런 감독이 지시를 하니 배우들도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펼치게 된다.
다니엘의 경우는 신인이고 나이도 어린 탓에 실수가 잦고 연기력도 부족한 편이다.
감독님은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모든 시퀀스를 완성한 상태였다. 요구 사항은 단 하나도 무리한 것이 없었고 심지어 다니앨의 역량 한계를 꿰뚫고 계셨다.
한 마디로, 다니엘은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노아를 주운 양부, 하워드 톰슨을 연기하는 배우가 한 마디 했다.
“나 이제야 축구와 영화의 단 한 가지 절대 진리를 깨달았어!”
“........?”
“바로 감독의 역량이 완성도와 흥행에 있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거야.”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워드 톰슨 배역 연기자가 확신을 갖고 말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확신이 생겼어. 우리 영화 분명히 성공할 거야. 바로 저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님 덕분에!”
다름 아닌 감독님의 역량이 현장의 사기를 크게 증진시키고 있었다.
모든 촬영이 지체되는 일 없이 척척 진행되고 그것이 모니터링으로 보여 진다. 배우와 스텝 모두 확신을 갖고 신이 나서 일을 하게 된다.
인공 노아의 초반 파트 촬영이 끝을 보이고 있었다.
양부인 하워드 톰슨이 죽고, 양모 필리아 톰슨이 새 남자와 재혼하며 시작된 고난은 현대판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다 마침내 그 날이 다가왔다.
다락방에서 혼자 쓸쓸히 맞게 된 열 네 살 생일.
싸구려 조각 케이크 하나에 성냥을 꼽고 생일을 자축하는 노아.
오늘은 특히 중요한 장면이라 다니엘은 며칠 전부터 노아의 감정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
한 마디로 노아 마냥 우울하게 일상을 보냈다는 이야기다. 감정에 필요 이상으로 몰입했던 탓이다.
효과는 확실했다.
모두가 보는 다니앨은 정말 주인공 노아 그 자체였다.
굉장히 쓸쓸하면서도 우울하게 혼자만의 생일을 자축한다. 때로는 비통에 젖어 소리 내어 우는 것보다, 애써 울음을 삼킨 채 웃어 보려고 노력하는 게 더 슬프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난 지금 알았다.
덕분에 촬영 분위기 역시 한껏 가라앉았다.
다니엘의 몰입에 모두가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감정이 여린 여성 스텝들과 샬럿은 눈물을 짓고 있었다,
그때 한 편에 걸려 있던 거울이 빛을 발한다.
노아에게 목소리가 들린다.
[ 이리 오렴. ]
다름 아닌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노아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노아는 홀린 듯 거울에 다가가 천천히 손을 뻗는다.
“어어...?”
그리고. 그 안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 마침내 엘로아 대륙으로 넘어가게 된다.
[ 컷! ]
빨려 들어가는 시늉을 하던 다니엘이 그대로 주저앉는다.
맥이 풀린 표정이었다.
[ 와아아! ]
[ 잘 했어! ]
[ 다들 수고했어요! ]
숨죽여 지켜보던 스텝과 배우들이 환호성을 터트린다.
영화 초반, 런던에서의 모든 촬영이 끝난 것이다.
다니엘 입장에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톰슨 부부 배역을 포함한 많은 단역들은 여기서 촬영 종료였다.
이것은 그들에게 보내는 박수였다.
더없이 훌륭하게 영화 초반을 채워줬으니까.
한 명씩, 악수하며 고마움을 전한 감독님이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내일부터는 네 차례야. 준비 됐지?”
“물론이죠!”
엘로아 대륙 요정의 숲!
내일부터 진행될 촬영이었다. 해당 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소화해야하는 것이 이드라실인 바로 나였다.
나 역시 다니엘과 샬럿처럼 이드라실 배역에 깊이 몰입한 상태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연기 트레이닝을 하고, 촬영 현장을 지켜보며 내 차례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으니 미친 듯이 연기할 생각이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그래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이미 발매된 음원과 뮤직 비디오가 지금 이 순간, 어떤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