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37화 (137/205)

< 137화. 오피셜 싱글 차트 >

런던 레스터 스퀘어 LED 전광판에 티저 광고 하나가 실렸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저거 노아 광고 아니야?”

“아니, 제작 발표회 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광고를...?”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티저 광고에 명시된 날짜에 공개된 것은 노아 공식 티저가 아닌 뮤직 비디오였다.

영국 에스추리 발음으로 녹음한 가 드디어 영국에 공개된 것이다. 음원과 함께.

광활한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영상미와 심금을 자극하는 노래. 그 속에서 펼쳐지는 노아 파티의 처절한 모험기!

뮤직 비디오 영상은 영국 대중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며 화제가 됐다.

[ 영화 노아의 홍보용으로 제작된 뮤직 비디오인가, 아니면...? ]

[ 화려하고 압도적인 영상미와 심금을 울리는 음악. 그리고 노아 파티의 처절한 모험기가 시선을 사로잡다. ]

결국 BBC의 TV, 라디오 프로그램에서까지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워낙 화제가 되었고 평가 역시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었다.

[ Min이 대체 누구야? ]

┗ 이드라실 배우.

┗ 뭐? 그러면 저 친구가 부른 노래라고? 원래 가수였어?!

이것을 기점으로 뮤직 비디오와 음원, 그리고 그것을 부른 김민까지. 세 가지 요소가 영국 대중들 사이에 크게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이 세 가지가 어필되기 시작하니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로 알려진다.

[ Hold My Hand의 뮤직 비디오 감독은 ‘크리스토퍼 잭슨’ ]

[ 한국의 아이돌 스타이자 이드라실 연기자인 ‘김민’이 작사, 작곡. ]

[ 이미 한국어로 발표된 노래. ]

[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된 음악, ‘맨해튼 드리밍’의 프로듀서. ]

@

[ 혹시 이거 본 사람? 지금 영국에서 되게 엄청 인기 끌고 있는 뮤직 비디오임. ]

아이돌 커뮤니티 뮤직 비디오와 영국 네티즌 반응 해석본이 올라왔다.

[ 이거 김민이 부른 <손을 잡아줘요> 아님? ]

┗ 맞는 것 같은데 가수 목소리가 다른 것 같음. 다른 사람이 불렀나?

┗ 무슨 노아 뮤직 비디오 같은데...?

대체 노아 광고를 연상케 하는 이 장대한 스케일의 뮤직 비디오는 뭐고, 생소한 보컬 톤과 에스추리 발음의 영어 노래는 또 뭐란 말인가?

[ 지금 이거 영국에서 엄청 이슈가 되고 있음. 나도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랐는데...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이 직접 제작했다고 함. ]

누군가 전해준 추가 소식에 네티즌, 그 중에서 특히 영화 팬들은 깜짝 놀랐다.

[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이 뮤직 비디오를 연출했다고? ]

┗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부탁해도 자기는 영화감독이지 뮤직 비디오 감독이 아니라면서 거절했던 양반인데...?

┗ 그런데 듣고 다시 보니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이 연출한 게 맞는 것 같음. 구성 같은 것들에 그 양반 흔적이 가득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한창 노아 1편 촬영 중인 세계적인 명감독이 뜬금없이 뮤직 비디오를 공개했는데 그게 <손을 잡아줘요> 영국식 영어 버전이었다. 그런데 보컬이 아무리 봐도 김민이 아닌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본래 김민의 보컬 톤은 밝고, 화사하고, 청아하며 발음도 부드럽게 굴리는 특성이 있는데 해당 버전의 보컬은 정반대였다.

어둡고, 우울하고, 굉장히 건조한데 발음도 직설적이고 냉랭하게 들린다. 거친 느낌도 섞여 있었다.

[ 곡 정보 찾아보니 작사, 작곡, 편곡, 보컬이 모두 Min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거 김민이 부른 거 맞는 것 같음. ]

┗ 헐, 정말 김민이라고?

┗ 내가 아는 김민의 보컬이 아닌데...?

혼란이 커지는데 감독도, 장본인도 도무지 응답을 하지 않으니... 네티즌들의 이목이 JJ 엔터테인먼트에 이목이 쏠렸다.

어쨌든 한국 소속사니 그들이라면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을 것이고 답변도 가능할 것 아닌가?

TV 예능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장진영 대표를 통해 내막이 공개됐다.

[ 지금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는 김민 군의 노아 뮤직 비디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답변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 아, 안 그래도 그 부분 정확히 설명 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

나서기 좋아하고 주목 받기 좋아하며 특히 애제자인 김민 자랑에 누구보다도 열성인 장진영이었다. 그는 방송에서도 그 특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 런던에 도착해서 마중 나온 감독님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

굉장히 신이 나서 마치 자기가 경험한 일처럼 자랑하는 장진영.

그 과정에서 질문을 던진 진행자, 게스트들도 놀랄 사실이 공개됐다.

진행자가 더듬거리며 묻는다.

[ 그러니까... 그 세계적인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님이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그냥 제작을 해준 거라고요? ]

[ 네. 심지어 감독님이 먼저 제안한 거예요. ]

[ 아니, 그 감독님 원래 뮤직 비디오 제작은 잘 안 하시잖아요. ]

[ 그렇긴 한데 제자는 예외라고.... ]

[ 아.... ]

해당 사실은 한국은 물론 바다 건너 여러 나라에도 알려졌다.

일단 뮤직 비디오 영상미가 굉장히 좋았고, 노아 공식 뮤직 비디오 느낌을 담아냈으며 결정적으로 노래가 그들의 마음을 울렸다.

한국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북미와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있었다.

결국 첫 번째 ‘사건이 터져 버렸다.

[ 김민 오피셜 싱글 차트 40위 진입 성공! ]

그야말로 놀라운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찍이 김민을 단독 인터뷰한 전적이 있던 더 가디언 지의 애나 테일러 기자가 해당 뮤직 비디오를 다시 한 번 특집으로 다뤘다.

에나 테일러 기자는 이 성과가 놀라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첫 번째.

현지어로 발매된 음악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만들고 부른 김민은 순수 한국인이라는 것.

두 번째.

영국 싱글 차트에서는 40위권부터가 히트 곡의 기준이 된다는 것.

세 번째.

오디오 스트리밍 차트, 싱글 세일즈 차트, 싱글 다운로드 차트 등, 번외 차트에서는 이미 10위권 내에 진입했다는 점!

이 사실이 추가로 전해지며 언론은 또 한 바탕 뒤집어졌다.

[ 김민의 한국 최초 오피셜 싱글 차트 40위권 진입 성공! ]

[ 영국에 불기 시작하는 < Hold My Hand > 열풍.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까? ]

[ KPOP이 낳은 천재 소년 김민. 다시 한 번 진가를 드러내다! ]

공식 팬클럽 김민의 숲 회원들이 보기에는 참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 아니, 18위 진입 때는 거품이 꺼졌다느니, 충격적인 하락세라느니 어쩌니 그렇게 까대더니...? ]

[ 와, 오피셜 싱글 차트 40위권에 진입했다고 이렇게 태도가 달라질 수가 있나? ]

[ 아니, 폭발력도 대중성도 부족하다면서요? 우리 민이가 아티스트 병에 걸렸다며 까던 인간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국내 스트리밍 차트에 < Hold My Hand>가 67위로 진입한 것이다.

이미 원곡인 <손을 잡아줘요>가 12위에 안착 중임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한순간에 태도를 바꾼 한국 여론은 이제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 김민,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가? ]

덧붙여.

[ 김민 거품 다 꺼졌고 스밍 폭망했다며 노래를 부르던 망무새들 어디 갔니? ㅋㅋㅋ]

[ 망무새들아. 숨지 말고 기어 나와서 다시 떠들어 봐. 김민 거품 꺼졌다며? 망했다며??? ]

안티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 동안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김민의 팬들은 통쾌한 감정을 느끼며 김민의 선전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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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이드라실 촬영에 몰입하고 있던 상황에 받은 소식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네 노래. 지금 UK 싱글 차트 35위라고.”

감독님이 지나가듯 던져준 정보에 머릿속에 혼란해졌다.

그래서 반문했다.

“왜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노래가 좋으니까 그런 거겠지.”

“아....”

더 놀라운 말은 다음에 이어졌다.

“더 원 쇼에서 출연 섭외가 왔는데, 어떻게 할래? 나갈 거야?”

더 원 쇼라면 메일 저녁 7시, 한 시간 동안 방영되는 BBC 최고의 인기 토크쇼였다. 슈퍼스타들이라면 모두 거쳐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곳에서 나에게 출연 섭외를 했다니....

“.......”

분명 엄청난 기회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수로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 나가보는 게 어때?”

그러게.

출연 섭외에 응해야 정상인데 왜 망설여지는 걸까?

곧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유지하고 있는 몰입감이 깨질 것 같아서... 조금 꺼려지네요.”

“흠?”

감독님의 눈빛이 변한다.

“그런 방송에 출연해서 내 이야기를 하고, 춤추고, 노래를 부르게 되면 기껏 힘들게 쌓아올린 몰입감이 깨질 거예요. 들뜬 기분에. 내가 스타라도 된 듯한 기분에....”

이 몰입감은 스위치가 있어서 손쉽게 On, Off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혹독한 트레이닝과 꾸준한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힘들게 쌓아올린 탑과 같은 것이다. 내가 배우로서 경험치가 높았다면 대배우들처럼 내 마음대로 스위칭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내가 이 몰입 감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와의 소통, 연락을 일체 차단한 채 오로지 감독님과 현장 배우들하고만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배우들이 작은 변화 하나에도 굉장히 민감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하는 이유를 몸소 체감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난 이런 부분을 설명하며 확고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출연 섭외는 거절할게요. 감독님이 잘 좀 설명해주세요.”

적어도 1편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이 몰입 감을 최고조로 유지하고 싶다. 누군가에 대한 예의를 떠나,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왜냐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였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 작품을 멋지게 완성하고 싶었으니까.

“... 그래. 알았다.”

뭐라고 말씀하시려는 것 같았는데.

감독님은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하셨다.

어쩐지, 나를 향한 시선에 대견함이 가득 묻어 있는 것 같았다.착각일 수도 있지만 괜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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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이 촬영 집중을 이유로 BBC The One Show 출연 섭외를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JJ 엔터테인먼트에 전해졌다.

“본인의 뜻이 그렇다니 뭐....”

“우리 민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야죠.”

의외로 팀장급 인력들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장진영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아깝지 않아? 이거 굉장히 좋은 기회를 차버린 셈인데....”

“대표님은 아까우신가요?”

“......!”

허를 찌른 것은 A&R 이정연 팀장이었다.

우물쭈물하던 장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솔직히 말하면 그래. 영향력이 정말 굉장한 프로그램이거든. 다들 모르는 거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노아 촬영 잘하는 거죠. 심지어 단역도 아니고 굉장히 중요한 배역인데... 전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들 그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노아 촬영 잘해서 영화가 성공하면 그런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더 출연할 수 있어요.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특히 영국에서 가장 관심 가지고 있는 영화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깟 방송 프로그램 한 번 출연하는 것보다 세계적인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님의 페르소나가 되는 것이 훨씬 이득이죠!”

이정연 팀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번 결정으로 감독님도 민군에게 대한 애정과 믿음이 더 커졌을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

그래도 장진영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시기가 참 아쉽네. 지금 상승세를 잘 이용하면 UK 차트 상위권은 물론이고 빌보드 싱글 차트 진입도 노려볼 법 했는데.....”

가장 중요한 가수가 영화 촬영에만 전념하겠다고 했으니 프로모션 스케줄을 잡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어쨌든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한 것 같으니 다음 싱글 프로모션은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겠지.’

이때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붐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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