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39화 (139/205)

< 139화. 휘몰아치다. >

호스트들이 카메라를 보며 말한다.

“아마 지금 이 순간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최고의 판타지 소설!”

“노아!”

“자,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노아의 주역들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등장할 차례였다.

내가 앞장섰고 그 뒤를 다니엘, 샬럿, 그리고 감독님이 따라온다. 우리가 착석하자 호스트가 요청한다.

“지금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나는 정확히 카메라를 보고, 애써 담담한 미소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배우 겸 가수 김민입니다.”

영국 최고의 토크쇼라고 해서 독특한 특징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흔히 보던 토크쇼였다.

“다니엘 군, 샬럿 양이 영화에 제일 먼저 캐스팅 된 거 맞죠? 이드라실 배역이 가장 늦었다고 하던데, 캐스팅 비화 좀 들려주시겠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긴장감이 많이 풀린 모양이다. 아니면 대기실에서의 연습이 내가 의도했던 역할을 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지나치게 긴장했던 감독님을 포함해 다니엘과 샬럿도 점차 여유가 생기고 있었다.

세 사람의 포지션은 영화 노아의 주연 배우와 감독으로, 홍보에 충실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것 역시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정해진 내용이다.

내 포지션이 조금 달랐다.

사실상 이번 토크쇼의 메인 게스트였다.

그래서 나에 대해서는 영화 외적으로도 많은 분량이 할당될 예정이었지만.....

“Hold My Hand 발표까지 여러 가지 얽힌 일화가 많다고 들었어요.”

“사실 그 곡은 두 가지. 거대한 분기점이 있었던 음악이에요.”

“두 가지 분기점?”

이런 토크쇼에서 환영받는 게스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어질 말을 궁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분량도, 그리고 시청률도 계속 확보해둘 수 있다고... 우리 대표님이 팁을 주더라.

난 그 팁을 충실히 활용하는 중이었다.

“첫 번째는 바로 감독님의 제안이었어요. 차안에서 갑자기 제안하시더라고요. 영국식 영어 버전으로 새로 녹음해 볼 의향이 없냐고.”

거절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겠지?

그래서 이것이 첫 번째 분기점.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죽 푸는 동안 스튜디오의 모든 이들이 내 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대표님의 토크쇼 팁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계속 궁금하게 만들어라!

이거 괜찮은데?

“두 번째 분기점은 혼자 녹음할 것인가, 아니면....”

샬럿과 다니엘을 지목하며 말한다.

“저 두 사람을 불러서 도움을 받을 것인가. 여기서 혼자 녹음했어도 이런 일이 없었겠죠?”

“아, 그렇군요!”

“그런데 다니엘 군과 샬럿 양이 확실히 도움이 되던가요?”

“그러니까 그게....”

어느 새 대화 흐름을 내가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영국 최고의 토크쇼를 맡고 있는 호스트들이 리딩을 잘해준 덕분이다. 지금 아주 잘하고 있으니 그렇게 계속 이어나가라며 날 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좋은 기회를 나 혼자만 독점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나도 궁금한 게 있었는데, 다니엘, 내가 디렉팅을 도와 달라고 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

“어, 그게.....”

세 사람의 분량을 챙겨주기 위해 노력했다.

혼자 대답을 시작해서 끝내는 게 아니라, 말하는 하는 과정에 계속 의문 거리를 만들어 내서 던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호스트의 역할을 내가 대행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을 얹잖아 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계속 진행했다.

“그렇게 된 거예요.”

마침내 Hold My Hand 녹음 에피소드가 끝났다.

하, 여기에 도달하기 까지 참 멀고도 험한 길이었군.

호스트가 박수를 치며 말한다.

“조만간 The One Show에서 The Min Show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올 지도 모르겠어요. 영국에 온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는데... 말솜씨가 굉장하네요!”

스튜디오의 모두가 박수를 보내니... 괜히 민망하다. 사실 영국식 영어가 아직 능숙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그 단점을 가리기 위해 굳이 어려울 말을 찾아 쓰지 않고 구사와 이해가 쉬운 단어와 문장만을 쏟아내야 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명망 높은 토크쇼가 아니라 무슨 어린이 영어 교실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 댓글 안 봐야지.

“자, 이 시점에서 곡을 한 번 들어봐야겠죠? Hold My Hand을 청해 듣겠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온다.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았고, 연주와 함께 노래를 시작했다.

The One Show는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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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여파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어? 이번에 The One show에 나왔던 Min 맞죠? 방송 잘 봤어요!”

“노래 정말 잘 듣고 있어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아는 체하기 시작했다. 슈퍼스타가 등장했을 때의 요란법석 같은 건 없었고, 점잖게 다가와 말을 걸거나 사진, 사인 요청을 하는 정도였지만 그게 어딘가?

“노아 기대하고 있어요!”

“제가 사실 노아 파티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세 사람의 호흡이 굉장히 잘 맞는 것을 보고 안심했어요!”

특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다.

홍보 목적은 차고 넘칠 정도로 달성한 셈이다.

여기까지가 일상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였다면....

[ Hold My Hand 뮤직 비디오 3000만 뷰 돌파 ]

[ 금주, 영국의 결혼식장과 교회에서 많이 불리는 노래 1위! ]

여기서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였다.

다른 것보다 결혼식, 교회에서 많이 불린다는 것을 듣고 웃음이 나왔다.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노래에서 화자가 말하는 ‘당신’이라는 존재를 신랑이나 신부, 혹은 하나님으로 바꿔보면 목적에 맞는 노래가 된다.

실제로 이 부분과 관련, 정말 온갖 곳에서 나에 대한 초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거절해야죠.”

“괜찮겠어? 정말 굉장한 곳에서 엄청난 거액과 조건을 걸고 섭외 요청했는데....”

“영화가 더 중요해요.”

단호한 내 태도에 오히려 감독님과 주변 사람들이 아쉬워한다. 다들 주위에서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게 아니니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라며 조언을 한다.

하지만....

“공연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노아 촬영은 이번 한 번 뿐이에요. 평생에 남을 소중한 순간인데, 어떻게 봐도 이쪽이 훨씬 가치가 높죠.”

애당초 Hold My Hand가 영국에서 뜬 것 자체가 감독님, 다니엘, 샬럿을 비롯한 잭슨 스튜디오 많은 스텝들의 도움 덕분이다.

그 뮤직 비디오를 설마 감독님 혼자서 만들었겠나?

수많은 스텝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내 입장에서는 그로 인한 성공보다는, 그 성공을 있게 해 준 사람들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게 당연했다.

“.......”

내 대답을 들은 촬영 현장에 감동이 흘러넘치는 분위기였다. 어색하고 민망했던 내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빨리 다음 촬영 준비합시다!”

하지만 나 역시도 놀랄 수밖에 없는 대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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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Singles Chart Top 100

1. Hold My Hand – Min

금일 영국에서 발표된 소식에 JJ 엔터테인먼트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결국 영국 차트를 점령한 것이다!

“우리의 회사의 간판! 사랑스러운 내 제자 김민이 해냈어요!”

전체 회의.

장진영은 작곡으로 빌보드 1위애 올랐을 때보다 훨씬 기뻐했다.

한 직원이 그 부분이 의아해서 물어보니....

“그 영광은 결국 아이작 이스트와 레이지의 것이죠. 사실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작사, 작곡가를 신경 쓰지 대부분 대중은 가수만을 떠올리잖아요.”

그래서 놀라운 위업을 연속으로 두 번이나 달성하고도, 대중적인 인지도로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 일 덕분에 대중도 확실히 인지했을 거예요. 김민이 프로듀서뿐만이 아닌 가수로서도 정상급에 올랐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런 사실은 JJ 엔터테인먼트 가능성의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노아 1편 촬영이 두 달 후에 끝날 예정이라고 했고, 그때 제일 먼저 엔 플라워, 블루 웨이브, 그리고 제 곡을 써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대신 명확한 컨셉을 제시해 달라는 조건이 있었어요.”

세 팀의 곡에 더해 컨셉까지 짜기에는 여력이 없는 탓이다.

“김민이라는 든든한 배후가 생겼으니 다음 활동에서 제대로 밀어 붙여 봅시다!”

자신감과 의욕에 가득찬 대표와 직원들.

그때 한 남자가 손을 치켜들었다.

“저....”

“음?”

“매트로 보이즈는 어떻게 하죠?”

남자는 매트로 보이즈 활동을 전담하는 1팀장이었다.

장진영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개들은 군대 가야지.”

“네?”

“군대 가서 뭔가 좀 느끼고 와야 할 텐데....”

“.......”

“아, 방금 전까지 기분 좋았는데 개들 생각하니까 갑자기 위가 아파오네. 약이 어디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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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세트 촬영이 끝나고 로케이션 촬영이 이어졌다.

쉴 시간은 없었다.

첫 촬영지는 옥스퍼드 대학교 보들리안 라이브러리.

그런데 놀랍게도 촬영 당일 수많은 학생들이 마중 나와 우리를 환영해줬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애용하던 도서관이 왕국연합, 켈드리온 아카데미의 배경 중 하나가 된다니 신기하기도 하겠지.

켈드리온 도서관은 샬럿의 배역인 ‘아리아’의 주 활동 무대였다.

천재도 아니고, 마땅한 배경도 없지만 아리아는 학년 수석으로 입학한 인재였다. 거의 모든 실기와 이론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것이다.

덕분에 전액 장학금을 받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이 성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아리아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이고, 이런 이유로 질투와 시샘을 한 몸에 사며 괴롭힘도 당한다.

살아남기 위해 공부하고, 괴롭힘을 당하면 혼자 삭히기 위해 찾던 장소.

때문에 오늘 촬영 대부분이 샬럿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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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니엘은 샬럿에게 말도 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오늘 촬영이 굉장히 중요하고 비중도 높으니 샬럿을 혼자 상황에 몰입해 감정을 다스리는 중이었다.

“샬럿, 잘 하겠지?”

“준비 많이 했잖아. 잘 해낼 거야.”

전생에서는 비주얼 싱크로율은 최고지만 연기력이 너무 부족한 탓에 비난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옆에서 함께 하며 트레이닝에 적극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지금 샬럿은 아리아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가 굉장히 높다!

“촬영 시작합니다!”

한 스텝의 외침에 대본에 파묻혀 있던 샬럿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샬럿은 어느 때보다 어둡고, 침울한 얼굴로 촬영장 속에 들어간다.

“레디... 액션!”

마침내 촬영이 시작 됐다.

눈에 불을 켜며 책을 읽는 샬럿.

그러다 코피가 흐르자 헝겊으로 대충 틀어막고 아무렇지 않게 공부하는 샬럿.

지나가던 학생들이 험담을 하거나 종이뭉치를 집어던지며 괴롭히기도 하지만 샬럿은 꼼짝도 않는다.

때로는 울면서 도서관에 뛰쳐 들어와 깊은 곳에 틀어박혀 훌쩍거리기도 한다.

어둡고, 우울하고, 필사적이고....

이런 힘든 감정 연기들을 샬럿은 굉장히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함께 노력한 시간들이 지금 이 순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몰입한 것 같은데... 저러다 잘못 되는 거 아니야?”

“괜...찮겠지.”

지나치게 몰입한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오죽하면 괴롭히는 나쁜 학생 배역의 연기자들이 괜찮냐고, 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한 마디 할 정도였다.

“괜찮아요. 다시 한 번 부탁할게요.”

그러나 샬럿은 더욱 몰입한다.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이른 아침에 시작한 촬영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고생 많았어!”

“샬럿! 정말 훌륭했다!”

터져 나오는 박수와 함성에 샬럿은 그제야 몰입에서 깨어났고, 소리 내서 엉엉 울었다.

“가자!”

“응!”

나와 다니엘은 그제야 달려가 샬럿을 감싸 안고 다독였다.

“정말 최고였어.”

“맞아! 샬럿 너 정말 굉장했다고!”

다니엘의 푸른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친한 친구의 열연에 감동 받은 것이다.

나 역시 꽤나 울컥한 상태라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것으로 모든 촬영이 끝난 건 아니었다.

아리아에게 도서관은 나쁜 추억만 가득한 장소가 아니다.

노아, 이드라실과 친해지고 도움을 받아 왕따 신세를 벗게 되며 새로운 목표를 찾게 된다.

힘들고 험난한 여정을 하게 될 친구들의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직후 샬럿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두 친구를 위해서, 도서관에서 안간 힘을 쏟게 된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두 친구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내일부터는 바로 이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나는 샬럿과 다니엘에게 말했다.

“내일 촬영부터는 재미있고 활기차게 한 번 해보자.”

“응!”“알았어!”: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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