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41화 (141/205)

< 141화. 아찔한 간극 >

파티를 마치고 곧장 미국으로 넘어갔다.

[ 일부러 발매 일정까지 미루면서 기다려준 거 알고 있지? 이렇게 까지 해줬는데... 설마 쇼케이스에서 참여 안 할 거야? ]

레이나부터 시작해서.

[ 촬영 끝났다면서? 축하해. 그래서 맨해튼에는 언제 넘어 올 거야? 공항에 데리러 갈게! ]

레이지.

[ Bro! 레이지랑 레이나 곧 싱글 쇼케이스 하고 발매 파티도 한다는데, 너도 당연히 참석하는 거지? 맞지? ]

사이먼 블랙,

[ 레이나, 레이지 쇼케이스 같이 가자. ]

레드 트라이브까지.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촬영 끝났으니 내가 다시 미국에 넘어 오는 걸 확정시키고 있었다. 저희들끼리 짜고 이런 문자를 보내서 압박을 하는 것이다.

안 넘어오면 넌 친구도 아니니 뭐니....

어쩌겠나?

넘어가야지.

다니엘과 샬럿에게는 조금 가혹한 시간이 될 수 있으니 이번에는 혼자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레이나 포함, 라이프스타일이 건전 그 자체인 두 아이들 하고는 맞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런던 히드로 공항을 통해 뉴욕 맨해튼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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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왔구나!”

“얼굴 잊어버리겠다! 빌어먹을.”

놀랍게도, 세 녀석이 마중 나와 줬다.

레이지, 사이먼 블랙, 레드 트라...귀찮으니 잭!

사실 보고 싶었던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거친 포옹에 응해줬다. 마지막으로 잭을 껴안으며 말했다.

“너 인지도가 굉장히 올라가서 많이 알아보던데, 욕설 좀 줄이는 게 어때?”

“이게 나야! 싫으면 꺼지라 그래!”

“그래. 너답다.”

다들 얼굴이 굉장히 밝아 보인다.

그 전에....

“사람들이 너무 쳐다보네, 우리 빨리 이동하자.”

나를 포함. 모두들 처음 만났을 때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상승해서 공항의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 나는 느그적거리는 녀석들의 등짝을 때리며 빨리 공항을 벗어났다.

“민!”

“........!”

승합차에 깜짝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레이나!

다름 아닌 빌보드의 여왕이 나를 직접 마중 나왔다.

그녀는 다짜고짜 나를 끌어당겨 본인의 옆에 앉히더니, 꽉 끌어안고 뽀뽀를 퍼부어댔다.

“정말 보고 싶었어. 레이지 말고 다른 사람들은 영 대화가 안 통해서 답답했거든!”

대화가 안 통하는 2인이 혀를 차거나 나지막이 욕설을 터트린다.

“앞으로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알았지?”

“... 자꾸 이러면 레이지가 혹시라도 오해를...”

“음? 왜? 뭐?”

본인의 이름이 거론되자 멀뚱히 날 쳐다보는 레이지.

오해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보인다.

레이나가 까르르 웃더니 내 귀에 속삭였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는 함부로 이런 행동 안 해. 민, 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이자 동생이니까 이렇게 애정 표현을 해주는 거라고.”

아, 그러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나도 남잔데...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아무튼 차 안은 곧 시끌벅적해졌다.

신나는 힙합 음악이 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드라실의 마법에서 깨어나 비로소 현생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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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와 레이지의 싱글이 발매됐다.

세뇨리타.

초 저역대의 베이스와 짱짱한 드럼 비트가 인상적인 라틴 댄스 팝으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는 곡이다.

레이지의 감각적인 랩과 레이나의 세련되고 매혹적인 노래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뮤직 비디오 속,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가지 의상을 입고 펼쳐지는 커플 댄스는 곡 전반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기타 선율, 피아노 리듬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

특히 레이지, 레이나 커플의 환상적인 비주얼은 보고, 듣는 즐거움이란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것 같다.

나조차 넋을 잃을 만큼 뮤직 비디오가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일까?

[ 레이지 X 레이나 세뇨리타. 돌풍! ]

[ 발매 후 전 세계 스트리밍 차트 올킬! 뮤직 비디오는 1시간 만에 2000만회 돌파! ]

[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진입 가능성 UP! ]

언론 역시 이 환상의 커플이 가져올 센세이션에 주목하고 있었다.

Don’t Touch Me!로 스타덤에 오른 래퍼 레이지와 빌보드의 여왕이 힘을 합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것인지.

그 귀추는 나 역시 주목하며 기대하는 중이다.

쇼케이스는 음원과 뮤직 비디오 발매 이후 이뤄졌다.

사이먼 블랙과 잭이 소유하고 있는 공연장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곳에서 진행됐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언론이 참여했고, 그곳에서 두 사람은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 노래와 랩은 내가 감히 평가할 수준은 아니고, 춤 솜씨가 기가 막힐 정도로 늘었더라.

역시 무대 짬밥은 무시 못 하겠더라.

내가 놀랄 정도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공연 후 문답 시간에서 찬사와 함께 질문이 쏟아진다.

[ 두 사람이 커플 곡으로 활동할 거라는 생각도 못했고, 그 활동곡이 설마 열정적인 라틴 댄스 팝 베이스일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못했어요! 뿐만 아니라 힙합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던데... 어떻게 이런 놀라운 시도를 할 수 있었죠? ]

한 기자의 질문.

히스패닉 계열 미남자였는데 굉장히 흥분한 듯 한 표정이다. 아무래도 무대에 제대로 꽂힌 모양이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편에 앉아 있던 나를 쳐다본다.

“어? 민이다!”

“이드라실이다! 이드라실!”

“우와아아!!”

역시, UK 차트 1위와 The One Show 출연으로 미국에서 유명세를 탄 것 같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날 대번에 알아보더니 함성을 보내온다.

이 상황을 만든 레이나가 눈웃음을 치며 말한다.

“사람들에게 손 좀 흔들어 줘. 여러 분. 우리에게 이 무대를 선물해 준 프로듀서이자 레이지의 친구이고 제 사랑하는 동생인 민이에요!”

멋진 소개는 고맙지만 이런 폭발적인 관심은... 심지어 남의 쇼케이스인데....

“민! 노래 잘 듣고 있어요!”

“노아 기대 중이에요!”

... 조금 부담스럽다.

아무튼, 그렇게 두 사람의 쇼케이스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 레이지 X 레이나 ‘세뇨리타’ 쇼케이스. 성공적! ]

[ 마성의 매력을 뿜어낸 환상의 커플. ]

[ 열정적인 라틴 댄스 팝 ‘세뇨리타’로 센세이션 일으킬 준비 완료! 아니, 이미 진행 중? ]

기사가 말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라디오, TV쇼 출연을 시작했는데... 이를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는 그저 입만 떡 벌어지더라.

관심도, 이에 따른 주최 측의 대접 같은 게 나 같은 거하고는 아예 차원이 다르더라.

심지어 아이작 이스트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이건 레이나의 영향이다.

그녀의 인기, 그리고 그 동안 세운 놀라운 업적들은 아이작 이스트조차도 압도하고 남음이 있으니.

누가 뭐래도 금세기 최고의 팝스타 중 한 명이 아닌가?

그런 그녀의 존재감에 레이지 역시 밀리지 않는 활약을 펼쳐졌다. 본인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슈퍼스타로서의 자질이 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난 지켜보며 생각했다.

‘이런 게 바로 체급차이구나.’

두 사람과 나 사이에 놓인 간극 차가 너무 거대해서 아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을 매우는 게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모두의 예상대로, 세뇨리타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진입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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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 사람의 활동을 응원해주고 있는 한 편, 에버가든을 위한 후속곡 작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시원하면서도 톡톡 튀는 여름 댄스곡 블루웨이브로 데뷔 신고식을 끝마쳤으니, 이제는 그 실력과 진정한 매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원래 업계에서 남녀 불문, 아이돌 비주얼을 최고로 꼽는 곳이 KM 엔터테인먼트였다. 허나 지금은 제이미의 미국 진출 실패, 전속 계약 무효 소송으로 인한 내부 분열로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심지어 야심차게 발매한 스타더스트는 생각 이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중이지.

바로 이때 그들이 가지고 있던 좋은 이미지들을 모두 빼앗아 올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대표님과 회사 직원들 역시 동의했다.

[ 블루웨이브 이후 에버가든의 메인 컨셉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명품 비주얼로 가져가려고 생각해요. ]

그러면서 실제 명품 패션으로 포인트를 준 비주얼 컨셉 이미지를 보여줬다.

JJ 엔터테인먼트에서 신곡 작업을 위해 준비한 비주얼 컨셉이 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귀족적인 우아함. 이 컨셉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개성적인 힙합 댄스 음악을 만들어볼게요.”

난 한 마디 추가했다.

“이번 무대를 기점으로 멤버들 전원 명품 브랜드 엠버서더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해보도록 하죠.”

실제, 미래에 이런 컨셉의 엄청난 걸 그룹이 탄생하지.

다름 아닌 LK 엔터테인먼트에서.

그들에게서는 미안하지만 그 이미지를 내가 미리 선점할 생각이었다.

에버가든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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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적인 우아함 컨셉의 힙합 걸그룹!

김민이 말한 한 줄의 컨셉은 장진영 대표와 JJ 엔터테인먼트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김민과의 화상 회의를 종료한 직후 그들은 본인들끼리 추가 회의를 진행했다.

장진영이 말했다.

“에버가든 전원이 명품 브랜드 엠버서더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해보자는 말 들었죠? 전 사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 몸에 막 전율이 왔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며 코웃음으로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한 대상이 김민이었다.

이제는 회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된 천재소년!

빌보드 3타석 만루 홈런의 주인공!

세뇨리타의 열풍은 한국과 아시아 시장까지 휩쓸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열풍을 주도해낸 장본인이 하는 말이니 흘려 들을 수가 없었다.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팀장 박하연이 말했다.

“음악이 완성된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장르와 컨셉이 나왔으니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한 번 작업해 볼게요.”

그녀는 들뜬 미소로 물었다.

“돈 아끼지 않고 명품 이미지 막 가져다 써도 되는 거 맞죠?”

“물론이죠. 우리 민이가 그렇게 하자는데,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귀족적인 우아함이라... 하, 진짜 마음에 드네.”

지금까지 JJ 엔터테인먼트는 친근한 매력을 내세운 아이돌을 주로 만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 틀을 깨려고 한다.

단순히 김민이 말 때문은 아니고, 본인이 생각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승부수였기 때문이었다.

‘주세아,’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비주얼 하나만으로 한국 가요계에 큰 충격을 최고의 신인!

‘반지희 활약도 상당하지.’

자칫 혼자서만 튈 수 있었던 주세아를, 반지희가 적극적으로 그룹에 동화시켜서 다양한 케미를 형성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팬들을 양산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명품 아이돌 그룹!

주세아와 반지희, 그리고 김민의 천재적인 프로듀싱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

“준비 제대로 해서 크게 사고 한 번 쳐봅시다!”

장진영의 의욕으로 가득 찬 외침이 모두의 마음을 들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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