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세뇨리타 리믹스 >
[ 김민의 ‘미’가 국경을 초월하다. ]
그날, 초대형 포털 사이트 기사 랭킹 통합 1위를 차지한 타이틀이었다. 참조 사진은 사실상 상반신을 전부 노출하다시피 한 김민이 춤에 몰입하는 사진이었다.
[ 아니, 여행 떠난다던 애가 저기서 왜 저러고 있는 거임?;;; ]
┗ 갑자기 춤이 추고 싶어졌나보죠;;;
┗ 사진 너무 자극적인 것 같은데....
┗ 영상은 훨씬 자극적임. 지금 그것 때문에 아이돌 판 뒤집어지고 난리 났음.
┗ 적당히 해라. 김민 아직 미성년자다;;;
┗ 곧 성인 아님?
┗ 아직은 미성년자임.
김민의 상반신 노출 댄스와 관련, 무수히 많은 짤방이 만들어지고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편에서는 장진영이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장진영. 끝내 제자에게 이상한 물을 들였구나;;; ]
┗ 파격 패션과 야한 춤... 매트로 보이즈도 어느 순간 섹시 컨셉 들고 나와서 근육질 노출하려고 벗어던지며 난리치더니 김민까지...;;;;
┗ 그래도 메트로 보이즈는 성인이었을 때 그랬지. 김민은 아직 미성년자임;;
┗ 장진영 욕 좀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
장진영 입장에서는 내가 가르친 것도, 지시한 것도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변명해도 이상한 상황이 된다.
‘민이 저 녀석이 원래 그런 놈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잖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
어쩌겠나?
그냥 비난을 감수해야지.
‘그래. 차라리 날 욕해라!’
장진영에게 있어서 김민은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은 제자였다.
‘그래도 한 마디는 해야겠어.’
장진영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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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내려오자마자 칭찬 대신 잔소리를 실컷 들어야 했다.
샬럿으로부터.
“너 무슨 노출증이라도 있어? 왜 사람 많은 무대에 올라가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너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니?”
심지어 등짝까지 때려가며 화를 내더라.
무슨 어머니 마냥.
다니엘에게 말려보라고 눈짓을 주지만.
“나보고 어쩌라고? 샬럿이 저렇게 화났을 때는 누구도 못 말려. 알면서.”
자식이 치사하게 손절을...
“넌 혼 좀 나야 해. 나이도 어린 게 벌써부터 발라당 까져서는...!”
심지어 샬럿의 편에서 나를 비난하기까지!
“알았어. 조심할게. 다음부터는 안 그럴 테니 그만 좀 혼내.”
결국 두 손 두 발을 모두 들어보이고서야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샬럿에게서는 벗어났지만 대표님의 잔소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 야 인마! 내가 너 때문에 한국에서 어떤 욕을 먹고 있는 지 알아? ]
“뭐라고 하는데요?”
“장진영이 미성년자인 순수한 김민에게 이상한 물을 들였다잖아! 나 진짜 억울한데 변명할 수도 없어. 나 아니라고 부정하면 네가 원래 그런 애였다고 말하는 꼴인데... 아, 진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고 정말...”
아니, 그런 재미있는 상황이...?
“인터뷰 들어오면 다 대표님께 배운 거라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해볼까요?”
[ 그러기만 해봐. 정말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야, 안 그래도 네 팬클럽에 나 얼마나 비난하는 지 알아? 순수한 김민 이상한 애 만들었다며.... ]
노출 좀 하고 춤 좀 준 것 가지고 설마 이렇게 난리가 날 줄은 몰랐는데....
아니, 어차피 수영장에 가면 다 보는 거잖아?
수영장에서는 어린 애라도 상반신 다 까고 다니는데...!
불현 듯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이런 말 해봐야 생각 없는 소리 한다며 욕을 추가로 먹을 게 뻔했으니까.
[ 좀 자제하자. 최소한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아니, 그때도 그러면 안 되지. 일단 노아 시리즈가 모두 끝날 때까지는 그런 거 하지 마. 요정은 그러는 거 아니야! ]
요정이라니...
내가 무슨 90년대 걸 그 멤버도 아니고 이게 무슨....
[ 왜 대답이 없냐? ]
“... 알았어?”
[ 정말 알았어? 확실히 대답해. ]
“진짜 알았어요.”
[ 그래. 조심하자. ]
마지막으로 잭슨 감독님으로부터도 푸짐하게 욕을 먹었다. 어느 요정이, 심지어 미성년자가 웃통을 까고 사람 앞에서 치명적인 척 춤을 추냐며....
순수한 이드라실은 그런 요정이 아니라며, 팬들의 꿈을 지켜줘야 하는데 왜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하냐고 무진장 욕을 먹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이드라실 이미지를 깨서라기보다는 대표님처럼 우리 애가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고 다니니 당혹감에 혼을 내는 것에 가까웠다.
“야 이 자식아! 너 인마...!”
... 그런 점에서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작 이스트도 마찬가지였고.
“자식아, 내가 기사로 소식 접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어디 가서 또 그런 행동 하고 다니기만 해봐. 아주 그냥...!”
눈을 부릅뜨며 엄포를 놓는 것은 딸자식 간수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까웠다.
하, 진짜 정신 줄 한번 잘 못 놔서 이게 무슨 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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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황과는 정 반대로, 콘서트에서의 동영상이 굉장한 속도로 퍼져 나가며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내 버전으로 춤을 추고 SNS나 동영상 사이트 같은 곳에 업로드를 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이에 대해 레이지와 레이나가 제안했다.
“너도 네 버전으로 음악과 뮤직 비디오를 따로 제작해서 올려보는 거 어때?”
“아니, 솔로보다는 우리가 옆에서 함께 하는 게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주위에서 자제하라고 했는걸!?
레이나가 해결책을 제시했다.
“노출 강도야 잘 조절하면 되는 거고, 노래도 라틴 음악스럽지 않게 건전한 내용이니 문제될 거 없잖아?”
그것도 그렇구나!
레이니와 레이지가 공식으로 블랙 로즈와 JJ 엔터테인먼트 측에 협업을 요청했다. 아이작이 감독한다는 조건으로 협업이 성사됐다.
“그런데 굳이 민의 버전으로 음원과 영상을 추가 발매할 필요가 있는 거야? 어차피 인터넷상에서 붐이 되고 있는데, 첼린지 형식으로 영상 찍고 끝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이작의 질문에 레이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콘서트 버전을 정식 발매 해달라는 요청이 굉장히 많아요. 그리고 민의 인지도 상승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하는 편이 더 좋아요.”
“아....”
그제야 깨달았다.
레이나와 레이지의 제안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다.
본인들의 인지도를 이용해 내 이름을 더 널리 알려주기 위한....
“당신도 그런 이유 때문에 맨해튼 드리밍에 민 버전을 따로 제작한 거 아니었나요?”
“나야 뭐....”
멋쩍은 듯 대답을 피하는 아이작.
“이렇게 음원으로 정식 발매해서 인기를 끌면 민은 공연 레퍼토리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니 그것도 장점이죠.”
“그것도 그렇군.”
“어, 그러면 내 노래도....”
“미안하지만 Don’t Touch Me!는 민이 부르기에 맞지 않아. 갱스터들의 삶을 다룬 곡이잖아. 그리고 욕설도 너무 많아!”
날 대신해서 단호하게 거부하는 아이작의 모습에 레이지가 풀이 죽었다.
그 마음이 고마웠기에, 난 옆에서 조용히 등을 두드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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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녹음은 순식간에 끝났다.
맨해튼 드리밍 때와 다르게 난 이미 영어 음악 녹음에 충분히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솔로 곡으로 음원을 녹음하자고 했지만 안 될 말이었다.
이 곡은 두 사람의 음악이고, 슈퍼스타 커플인 둘이 불렀기에 의미와 가치가 더해진 음악이다.
보통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출한 음악들이 그렇듯이, 내가 피처링을 해서 리믹스 버전으로 발매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새 뮤직 비디오는 뉴욕 골목골목을 다니며 촬영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뉴욕 거리 문화를 최대한 다양한 문화를 포용한 느낌으로 연출해 보자는 내 의견이었다.
왜냐면 라틴 팝인 세뇨리타를 부르는 우리 세 사람이 중남미 계열이 아닌 각기 다른 국가 출신이었으니까.
한 마디로 ‘화합’ 메시지를 담으려는 것이다.
뉴욕은 다양한 출신지의 이민자들이 각자의 구역을 형성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그 출신 지역의 댄서들을 영입하고, 주요 거리를 돌아다니며 촬영을 진행했다.
이때 세뇨리타는 미국에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찍을 정도로 핫한 음악이었기에 촬영 과정이 순조로웠다.
“이러다가 본의 아니게 평화와 화합의 상징이 되겠어.”
레이나의 농담.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거야 뭐....”
그녀는 씩 웃었다.
“너하고 함께 있으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게 돼서 참 좋단 말이야.”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런 기획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이게 다 뒤에서 레이나 같은 어마어마한 거물이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해준 덕분이었다.
레이나가 요청하니 출신지와 개성이 저마다 다른 댄서들이 이렇게 순순히 협조를 요청하지 않나?
심지어 이들이 각 지역 갱 조직과도 어느 정도 연결점이 있는 덕분에 촬영 내내 치안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 그만큼 적잖은 돈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렇게 새 뮤직 비디오 촬영까지 완성됐다.
나와 아이작을 포함,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편집이 완료된 뮤직 비디오를 시청했다.
다른 사람보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샬럿과 다니엘이 유난히 긴장했는데... 곧 그 이유가 공개된다.
나, 레이지, 레이나.
세 사람이 특색이 뚜렷한 지역의 유명 장소를 돌아다니며, 해당 출신지의 댄서들과 퍼포먼스를 펼치는 동안....
“저, 저기 나왔다!”
“나도...!”
다니엘과 샬럿도 그들 무리에 섞여 열심히 배운 안무를 소화하고 있었다.
까메오 출연을 한 것이다.
그냥 놀려두기 뭐해서 한 번 제안해 봤더니 냉큼 받아들이더라.
아무튼, 뮤직 비디오는 의도한 대로 잘 만들어졌다.
각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리버티 섬,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다함께 춤을 췄다.
수많은 댄서들과 함께.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말 그대로 신나게 춤판을 벌인 것이다.
마침내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바로 우리 세 사람의 독무대.
수많은 댄서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각자의 느낌대로 춤을 추는 장면이다.
신명나는 레게톤 리듬과 댄서들의 함성 속에서 레이지와 레이나는 온 힘을 다해 춤을 춘다.
그리고 나는....
“오오....”
“역시 차원이 다른 실력이야!”
“현장에서도 느꼈지만...같은 동작도 민이 하면 뭔가 달라!”
아주 날아다니고 있었다.
물의를 일으킨 전적 덕분에 옷은 굉장히 단정하고 깔끔한 캐주얼 룩이었다. 그런 옷차림으로 춤을 무슨 미친놈처럼 추고 있으니 내 눈에는 그렇게 어색해 보일 수가 없었다.
“아주 좋아.”
“마음에 들어.”
뮤직 비디오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온다.
관계자 전원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유는 내가 뮤직 비디오 연출 아이디어 제공자였기 때문이겠지. 곡의 작곡가이기도 하고.
레이나가 들뜬 얼굴로 모두에게 말했다.
“바로 날짜 잡아서 공개하도록 하죠. 기대되네요. 이 뮤직 비디오를 접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이.”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시선을 나에게 쏟아낸다.
... 왜 나를 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