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48화 (148/205)

< 148화. 킹 메이커 (1) >

세뇨리타 뮤직 비디오가 발매되기 이전.

엔 플라워의 시크릿 가든 뮤직 비디오와 싱글이 공개됐다.

[ 와.... ]

[ 완전 천상계 퀄리티네;; ]

[ 노래도 좋고 뮤직 비디오도... 이번 거 정말 좋다! ]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 뭔가 심상치 않다. ]

그 예감은 적중했다.

[ <시크릿 가든> 국내 최대 차트 지붕킥 달성! ]

초반부터 어마어마한 기세로 국내 차트를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었다.

[ 엔 플라워 <시크릿 가든> 뮤직 비디오. 하루 만에 천만 뷰 돌파! ]

뮤직 비디오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댓글이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훨씬 많았는데 이는 외국에서도 뮤직 비디오가 반응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우아한 리듬과 강렬한 트랩 비트로 표현한 수작! ]

[ 천재소년. 다시 한 번 진가를 드러내다! ]

덧붙여 평가가 박하기로 유명한 음악 평론 사이트에서도 앞을 다투어 좋은 리뷰를 쏟아낼 정도였다.

한 마디로 곡과 컨셉의 퀄리티가 그룹의 인기를 앞질렀다는 소리였다.

[ 시크릿 가든의 작곡가는 김민! ]

[ 천재소년 김민. 종횡무진 활약! ]

[ 이드라실이 프로듀싱한 그룹 소식에 영국에서도 큰 관심! UK 차트 진입 가능성 UP! ]

결국 사고가 터졌다.

[ UK 싱글 차트 67위 진입! ]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 시크릿 가든이 진입해 버린 것이다!

음악과 컨셉, 그리고 안무에 반한 수많은 이들이 인터넷에 커버 영상, 연주, 리액션 등을 무더기로 쏟아내며 시작된 일이었다.

오죽하면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기세에 엔 플라워 멤버들과 JJ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당황할 정도였다.

결국.

[ 스크릿 가든! 일주일 만에 뮤직 비디오 1억 뷰 돌파! ]

[ 일본, 태국, 대만, 중국... 아시아 차트 싹쓸이! 센세이션! ]

[ UK 싱글 차트에서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

[ 시크릿 가든. 메가 히트 곡으로 도약하나? ]

국. 내외. 수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여 있는 상황 속에서.

“........”

에버가든 만이 저기압이었다.

‘저게 우리 곡이었는데....’

‘우리 곡....!’

@

[ 아씨, 요즘 눈치 보여서 미치겠다. 에버가든 애들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은데... 네가 뭐라고 좀 해주면 안 되냐? ]

시크릿 가든의 놀라운 인기 때문이란다.

전화로 하소연 하는 대표님에게 나는 콧방귀를 끼어 보였다.

“그러게 왜 쓸데없이 정보를 유출해서 사건을 키워요? 그냥 조용히 있었으면 아무도 몰랐잖아요!”

[ 나도 모르게... 야!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냐? ]

“알았어야죠. 아무튼 저는 모르겠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 대표님이 알아서 잘 달래 봐요.”

난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세계적인 걸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 지도 몰랐는데, 엔 플라워에 대한 회사의 편애 때문에 그 기회를 영원히 빼앗긴 것일 지도 모르잖아요.”

[ 야. 너 정말.... ]

“나 같으면 대표님하고 이 회사 평생 원망할 지도....”

[ 야 인마! ]

울상을 지으며 안절부절못하는 대표님의 모습이 굉장히 재미있다. 한참을 더 놀린 뒤 전화를 끊고 고민했다.

“나 같아도 화날 일인데... 어디, 전화 좀 해볼까?”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시차를 계산해 본 뒤 반지희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 응. 왜...? ]

굉장히 시무룩한 얼굴이 큼직하게 떠오른다.

내 전화 때문에 일부러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아닌 것 같고....

“뭐야. 표정이 왜 죽상이야? 누가 뭐라고 하기라도 했어?”[ 알면서... 시크릿 가든 원래 우리 곡이었다며! 그걸 우리가 불렀으면 지금 쯤.... ]

화를 내려다 말고 한숨을 쉰다.

[ 됐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에효. ]

“팀 분위기는 어때?”

[ 말해 뭐하겠어? 다들 죽상이지 뭐. ]

“세아 좀 보여줘봐.”화면이 바뀌더니 묵묵히 차 좌석에 앉아 있는 주세아의 모습이 보인다. 내가 선물해 준 펭귄 인형을 끌어안은 채.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주세아가 지희의 휴대폰을 빼앗으며 입을 열었다.

[ 응. 안녕. ]

“표정이 시무룩해 보이네.”

[ 시크릿 가든 때문에. 곡 좋았는데.... ]

“아쉽게 됐다. 그런데 회사 방침이 그렇다니 뭐... 그래도 <눈 내리는 밤>도 괜찮지 않아?”

[ 물론 그것도 좋지만.... ]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시크릿 가든이 더 좋았어?”

끄덕끄덕.

“그러면 다음에 그것보다 더 좋은 곡과 컨셉 만들어 줄게. 너무 성급해하지마. 결국 에버가든은 크게 성공할 그룹이니까.”

[ 그.... ]

[ 정말?! 더 좋은 곡 만들어 줄 거야? ]

화면이 바뀌더니 다시 지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 직후.

퍽!

[ 꺅! ]

묵직한 타격소리. 지희의 짧은 비명소리가 울리더니 다시 주세아로 화면이 바뀌었다.

[ 진짜 더 좋은 곡 만들어줄 거야? ]

[ 야! 너 방금 진지하게....웁웁! ]

격렬하게 항의하던 반지희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화면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왠지 파고 들면 안 될 것 같아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대화를 이어나간다.

“너희 다음 곡은 트렌디하고 개성 있는 힙합 댄스 음악을 생각 중이야. 격렬한 군무보다는 포인드 안무를 살려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 국민 걸그룹.... ]

“맞아. 원래는 명품 걸그룹 컨셉으로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 .......? ]

“명품 옷 입고, 명품 향기 풍긴다고 대중이 명품 걸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는 게 아니잖아. 곡과 컨셉이 대중성을 지향해도 에버가든 자체가 명품처럼 우아하고 고상하면 결국 명품 그룹이 될 수 있을 거야.”

[ ......! ]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세아의 모습이 무척 귀엽다.

“외국어 공부도 미리 미리 해둬.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다는 거 알아둬.”

[ 응. 알았어. 공부도 열심히 할게! ]

난 외국어 공부라고 했는데....

“그래. 책, 신문 사설 같은 것도 열심히 읽어. 아무리 회사에서 띄워주려고 해도 기본 상식이 부족하다는 게 알려지면 명품 그룹이 될 수가 없어. 책 사서 보기가 힘들면 경제, 역사, 상식 같은 거 재미있게 알려주는 뮤튜브 많으니 입맛에 맞는 거 찾아보고.”

[ 응응! ]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세아를 보며 안심이 된다.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고 목표를 새로 설정한 듯 보이니까.

“다른 멤버들도 좀 비춰줄래?”

세아가 휴대폰을 높이 치켜들며 뒷좌석에 앉아 있는 다른 멤버들이 보인다.

[ 아, 안녕하세요! ]

모두가 긴장한 얼굴이었다.

“제 말 들었죠?”

[ 네! ]

“이런 일로 일회일비 하지 말아요. 분명 기회는 다시 올 테니 그때를 대비해서 계속 종합적인 역량을 키워요. 그래야 저도 그에 걸맞은 곡과 컨셉을 줄 수 있겠죠?”

[ 네! ]

[ 우리도 연습이랑 공부 열심히 할게요! ]

“세아와 지희 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똑같이 관심 가지고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힘내고, <눈 내리는 밤>도 멋지게 소화해주세요.”

그렇게 영상 통화를 마치고 나니 소파에 누워서 대본을 읽고 있던 다니엘이 한 마디 한다.

“너 무슨 애들 키우는 보모 같다.”

“...내가?”

“여기서도 그렇고, 샬럿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신경 써서 돌봐줘야 할 사람 많아서 피곤하겠다 너도.”

난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 했다.

“날 제일 피곤하게 만드는 애가 바로 너야. 다니엘.”

“.......?!”

@

시크릿 가든은 결국 UK 차트 40위권 진입에 성공했고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도 78위로 진입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국제적으로 히트한 곡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로 녹음된 순수 KPOP 음악 아닌가?

엔 플라워도 본격적으로 노를 젓기 시작한다.

SNS, 뮤튜브, 톡탁 등의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에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그 동안 활동하며 친분을 쌓은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시크릿 가든 안무 영상 일부를 촬영해 올리기도 했고 예능에 출연해 종횡무진 활약 한다.

대학교 행사에 참가해서 함성과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 엔 플라워 본격 영국 진출 시동! 김민이 출연했던 B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다! ]

[ 일본 시장 정복에 나서는 엔 플라워! 일본은 지금 엔 플라워 열풍! ]

[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도 최고의 인기! 엔 플라워 아시아의 별로 우뚝 서나? ]

해외 진출의 시작을 알렸다.

이로 인해 JJ 엔터테인먼트에서 인력을 충원하기 시작했다. 엔 플라워의 활동 범위가 급격히 넓어졌기에 기존 인력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엔 플라워에 진정한 전성기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엔 플라워에게 응원 메시지 같은 거나 보내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나는 레이나가 보낸 짧은 메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드디어 내일이네. 마음의 준비는 됐어? ]

내일.

내가 참여한 세뇨리타 리믹스 버전과 새 뮤직 비디오가 발매된다.

정식 음원도 아니고 그저 피처링 수준의 참여 였지만 그래도 감회가 남달랐다.

이전 삶에서는 우러러 보기만 했었던 슈퍼스타.

레이지, 레이나와 함께 팀을 짜서 발매한 작품이 아닌가?

심지어 내가 프로듀싱한....

세뇨리타는 이미 발매됐고, 빌보드 포함 전 세계 차트를 올킬 해버린 상황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에게는 가수로서 새로운 커리어가 생기는 순간이다.

열심히 만들었다고 해도, 시크릿 가든은 내가 부를 음악이 아니었다.

세뇨리타 리믹스 버전 발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몰입이 덜할 수밖에 없다.

“나 내일 먹을 음식 좀 사올게.”

“같이 가자!”

소파에 누워 있던 다니엘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박차고 일어선다.

욕실에 있던 샬럿이 외쳤다.

“조심해서 다녀와.”

“뭘, 바로 밑인데.”

다니엘의 날 보며 씩 웃는다.

우리 아파트가 참 좋은 게 고급 주상복합이라 같은 건물 내에 마트와 음식점 같은 것이 다 모여 있었다.

그래서 편하게 슬리퍼만 신고 쇼핑을 다녀올 수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다니엘이 말했다.

“난 원래 단독 주택이나 콘도가 익숙했는데 여기에 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

“어떻게?”

“이런 아파트도 좋은 것 같아. 치안도 확실하고 주상복합이면 같은 건물에 음식점 마트, 심지어 쇼핑몰까지 다 있잖아!”

그 말에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래서 여기 안 떠나는 거야.”

사실 음식을 사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적당히 먹거리를 구매한 뒤,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 두 잔 구매해서 창가 자리에 앉았다.

시원한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기니 비로소 떨리는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다.

다니엘이 예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많이 떨리나 보다?”

“뭐... 그렇지.”

“그런 것 같더라. 그런데 미국에서 음원 발매하는 게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했고... 그래도 떨려?

“아이작 때하고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 이번에는 팀으로 짜서 같이 다니는 거잖아.”

일전에는 명백히 아이작이 주연이었고, 나는 그저 서포터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와 레이나, 레이지 세 사람이 동등한 입장에서 팀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미국 메이저 TV 방송과 라디오, 그리고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반응이 한국 이상으로 거칠 것이다.

두 명의 슈퍼스타들 사이에서 내가 얼마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떨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더욱이 이번 콘서트로 공황증이 온전히 치료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았나?

이런 사실은 샬럿과 다니엘도 잘 알고 있다.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항상 철부지 소년 같던 다니엘도 이럴 때는 듬직하게 날 격려해준다.

“우리가 따라다니며 응원해 줄게.”

“그래. 고맙다.”

난 그제야 깨달았다.

다니엘은 긴장한 내게 이 말을 해주려고 굳이 따라나선 것이다.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다.

뭔가 안심이 되기도 하고.

역시 노아 파티의 리더는 내가 아닌 노아였다.

다음 날.

마침내 세뇨리타 리믹스 버전과 새 뮤직 비디오가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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