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50화 (150/205)

< 150화. 킹 메이커 (3) >

아무래도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멀쩡한 세상 속에서 나 혼자 미쳐 있거나.

[ 세뇨리타 리믹스 버전 열풍! ]

[ 전 세계인이 즐기는 세뇨리타! ]

[ 빌보드의 여왕. 라틴 팝의 여왕 되나? ]

[ 세뇨리타 첼린지 열풍! 리버티 섬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 ]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아니, 세뇨리타 이미 1위 하고 있던 음악이잖아.

뮤직 비디오 조회 수도 충분히 잘 나오고 있었는데... 이게 여기서 이렇게 터진 다고?

어디를 가든 세뇨리타 리믹스 버전이 크게 울려 퍼졌다. 휴대폰이나 카메라 앞에서 세뇨리타 춤을 추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눈에 띤다. 심지어 뉴욕 스트릿 뮤지션들도 세뇨리타를 부르거나 춤을 추며 흥을 돋운다.

이러니 세상과 나. 둘 중 하나는 미친 게 틀림없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하지만 얼떨떨해하는 것은 나 혼자 뿐이었다.

“으하하! 이거 봐! 뮤직 비디오 조회 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어!”

“지금 전 세계 음원 차트를 세뇨리타 리믹스 버전이 장악해 버렸다고!”

레이지와 레이나는 신나서 들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니엘과 샬럿은.

“너희 뭐해?”

“응? 보면 몰라? 첼린지 영상 촬영 중이잖아!”

“맞아! 우리도 첼린지에 동참하기로 했어!”

... 당당하게 첼린지 영상을 촬영 중이다.

본인들이 길거리에서 소심하게 춤을 추고 있는데 세뇨리타 주역인 나, 레이지, 레이나가 갑자기 뿅~ 하고 등장해서 같이 신명나게 춤춘다는 구성이다.

... 그러니까 우리들도 동참하라 이거지!

“좋아. 같이 해보자고.”

“너희도 우리 크루잖아? 이 정도는 같이 해줄 수 있지!”

놀랍게도, 레이나와 레이지가 내 두 친구들을 어느 새 크루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이로 인해 사방에서.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온갖 의뢰가 쏟아진다.

오리지널에 이어 리믹스 버전까지 대박이 난 것은 좋지만....

‘역시 내 존재감은....’

완전히 묻혔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야 내 이름이 언급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레이지와 레이나. 그중에서도 특히 레이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일단 우리 세 사람 중 그녀의 존재감이 유난히 튀어 보이는 것도 있었고, 커리어도 우리는 어린애로 만들 정도로 화려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온갖 수식어는 다 떼고 그녀를 단 하나의 단어로 칭하더라.

퀸.

원래부터 대적불가 수준의 넘사벽 커리어 주인공이었던 그녀가 뜬금없는 라틴 댄스 팝으로 메가 히트 열풍을 일으킨 덕분이다.

나는 애들과 함께 숏품 동영상 촬영에 푹 빠져있는 레이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부럽다. 나는 언제쯤 저런 존재감을 가질 수 있게 될까?’

@

북미, 유럽, 남미.

해당 지역에서 레이나의 인기는 대적 불가 수준으로 굉장했지만 아시아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특히 한국은 더더욱 그랬다.

[ 김민이 또 한 번 해냈다! ]

[ 사실 상 네 번째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곡 수준! ]

[ 인기와 영향력 정도는 앞의 세 곡을 능가할 정도로 굉장하다! ]

[ 전 세계에서 라틴 팝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천재소년?! ]

국뽕을 자극하는 온갖 기사들이 쏟아진다.

해외에서야 ‘레이나’의 세뇨리타였지만 최소한 한국에서만큼은 ‘김민’의 세뇨리타였던 것이다.

특히 세뇨리타 리믹스 버전의 기폭제가 되었던 콘서트에서의 솔로 댄스 버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너도나도 따라하는 인기 안무 영상이 됐다.

[ 우리는 왜 김민 같은 뮤지션이 나오지 않는가? ]

[ 세계에서 통하는 KPOP! JPOP은 뒤쳐졌다! ]

그리고 바로 이 시점부터 한국 음악 시장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분위기가 터져 나왔다. 한국 네티즌들은 그런 일본 분위기를 관음하며 좋아하고, 일본은 그 같은 반응을 또 역수입하며 열심히 자아비판하고.

물론 일본 10대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KPOP 열풍에 대해 취재하는 일본 TV 인터뷰에서.

[ 요즘 어떤 음악을 즐겨듣나요? ]

[ 엔 플라워의 음악을 즐겨 들어요! 스칼렛 러브, 엘레지, 시크릿 가든... 아, 김민도 좋아해요! 김민이 만든 음악은 무조건 챙겨 들어요! ]

이와 비슷한 대답을 하는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굉장히 많았다.

뿐만 아니라 도쿄와 오사카의 여러 지역에서 엔 플라워와 에버가든, 김민을 포함한 KPOP 음반과 굿즈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계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라고 보도한다.

[ 신 한류가 시작되다! ]

[ 새로운 한류 열풍이 몰아치다! ]

해당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를 한 일본 유명 프로듀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이 천재소년에게는 킹 메이커로서의 재능이 보입니다. 같은 음악인이자 프로듀서로서 그의 행보가 정말 기대됩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일본에도 좋은 아티스트가 많으니 함께 협업해서 멋진 일을 이뤄보는 것도 좋겠다는.... ]

해당 방송은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마지막, 프로듀서의 인터뷰에 대한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 일본? 꿈도 꾸지 마라! ]

[ 김민이 왜 일본 아티스트랑 작업하냐? 아마 그럴 시간도 없을 거다. 당장 미국과 영국에서도 같이 작업하자는 제안이 쏟아지고 있을 텐데..ㅋㅋㅋ ]

@

웬일로 킴벌리 씨가 회사 집무실로 나를 호출했다.

테이블에 내가 좋아하는 음료수와 과자가 가득했다.

“어? 이거 저 주려고 준비하신 거예요?”

“그렇긴 한데... 일단 하나씩 다 먹어보고 뭐가 제일 맛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어? 뭔가 촉이 오는데...?

냉큼 소파에 앉아 시키는 대로 했다.

[ 아삭! ]

[ 와그작! 와그작! ]

“음! 음!”

미국에서 느낀 건데, 미국 스낵 만드는 솜씨가 일본 이상으로 대단하더라. 실제로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히트 상품 중 미국 제품이 꽤나 많다.

“다 맛있지만.....”

참고로, 과자 좋아하는 내가 모두 처음 보는 상품이었다.

그 말인즉슨 각 회사에서 보내온 신제품 샘플이라는 뜻이렸다?

“이 리얼 피넛 버터 샌드위치 쿠키라는 게 참 좋네요. 고소하고 땅콩 모양이 재미있기도 하고.”

“오레오 신제품이 아니라?”

“오레오를 좋아하긴 하는데 이번 신제품은 너무 느끼해서 좀 그래요. 이제 말씀 좀 해주세요. 혹시 광고제의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역시 눈치 챘구나. 맞아. 요즘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네 인기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10대를 타깃으로 한 과자, 음료수 제안이 많이 오더구나.”

“뭐, 인지도로 보면 오레오가 제일 높긴 하겠지만 그건 굳이 제가 아니라도 잘 팔릴 것 같고 이미 마니아층도 많잖아요. 그런데 이 피넛 버터 샌드위치는 정말 신제품이라 새롭고 맛도 있어요.”

“그렇구나. 사실 조건은 오래오 쪽이 더 좋긴 했는데 네가 그렇다면 이 제품 촬영으로 결정하는 게 좋겠다.”

그런데 광고 초이스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코카콜라와 펩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 와우.”

이건 정말 큰 건인데?

물론 두 회사의 간판 제품인 오리지널 코크와 펩시에 대한 광고는 아니다.

두 회사 모두 이번에 새로 발매한 탄산, 과일 음료에 대한 광고를 제안했다.

개인적인 음료 취향은 과일 음료 쪽이 더 높지만 나는 펩시보다는 코카콜라 라는 브랜드를 더 좋아한다. 디즈니와 함께 미국 문화의 상징 아닌가?

하지만 펩시는 대중문화에서 스타 마케팅을 잘 하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수많은 전 세계 슈퍼스타들이 펩시 광고 모델을 한 전적이 있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 스폰서이기도 하고.

고민 끝에 내 선택은.

“코카콜라 할게요!”

아무리 생각해도 난 코카콜라가 더 좋아!

@

활동 이전부터 정해져 있던 TV쇼와 라디오, 행사 스케줄을 모두 마치고 빠르게 코카콜라 새 음료 광고까지 진행했다.

광고 스케일이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콘서트 장에서 공연을 펼치다가 잠시 휴식 중, 한 어린 아이 관객이 던져 준 새 음료를 마신 내가 다음 노래가 흘러 나오는데도 자리에 앉아서 음료만 마신다는 내용이다.

촬영은 크로마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대부분 관객은 CG로 처리할 예정이란다. 나에게 새 음료를 던져주는 아역 출연자와 그 주위의 몇몇만 실제 사람들이었고.

피넛 버터 샌드위치 쿠키 촬영은 땅콩 모형으로 가득 찬 스튜디오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춤추고, 먹기만 하다가 끝났다.

이거 정말 이렇게 끝내도 되는 건가 싶은 촬영이었는데 광고주가 만족했다니 나는 할 말이 없지.

어쨌든 두 가지 광고 촬영으로 수익도 쏠쏠했고 무엇보다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내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난 만족한다!

... 아니, 하려고 했다.

그런데 레이지와 레이나 광고 스케일을 보니 괜히 초라해지더라.

우선 레이나의 경우.

[ 랩 스타 레이지.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 계약 채결! ]

[ 평상시 맥도날드에 대해 무한 애정 공세를 하던 레이지. 마침내 꿈을 이루다? 맥도날드와 레이지가 콜라보레이션 하는 한정 신제품 출시된다! ]

...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려오는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 계약을 맺는다.

정해진 광고료를 받고 끝난 내 광고 계약과는 다르게, 레이지는 본인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출시해서 수익 일정 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었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연타석 홈런을 친 덕분에 그 인지도가 수직 상승해서 남자 흑인 뮤지션들 중에서는 현재 인지도가 넘버원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워낙 잘 생겼고 몸매도 타고났는데 심지어 패션 센스까지 천재적이니... 전 세계 내로라하는 광고주들이 목을 매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레이나?

그녀는 그야말로 격이 다르다.

이번 초대박으로 그녀는 전 세계 SNS 팔로워 수 3위로 올라섰다.

그 수가 무려 1억 4천만 명인데... 이거 보다 더 놀라운 것은 게시글 하나 올렸을 때의 광고 수익이다.

무려 백만 달러!

... 말이 되나?

게시글 하나 올렸을 뿐인데 우리나라 돈으로 10억 이상을 받는다고?

덕분에 세계적인 화장품, 패션 회사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걸고 다양한 제안을 쏟아낸단다.

난 솔직히 화장품은 잘 모르지만... 흔히 4대 명품이니 하는 것들은 잘 알고 있다.

그 중 광고 안 하기로 유명한 에르메스를 제외한 세 곳에서 경쟁이라도 하듯이 그녀에게 광고,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걸었단다.

이해는 된다.

이제 그녀의 명칭은 단 하나.

퀸!

바로 그녀를 메인 광고 모델로 내세우면 ‘여왕의 품격’에 걸맞은 단 하나의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명품 시계 브랜드와도 계약을 맺었고 심지어 한국 최고의 기업, 서성 그룹 스마트 기기의 메인 모델 제안을 받았단다.

어마어마한 거액으로.

여기까지만 해도 그 수익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뛰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의 상황도 알고 있다.

그녀는 세계적인 명품 그룹, LVMH와 협업하여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한 뷰티 브랜드 라인을 출시, 이게 초대박이 나서 어마어마한 거물이 된다.

사실 그녀가 연예계를 떠나 사업에 집중하게 된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후 스킨케어, 란제리, 패션 잡화 브랜드를 차례대로 런칭하는데 이것들이 모두 크게 성공한다.

그러니까 세뇨리타 대박은 그 흐름을 앞당기는 트리거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거지. 레이지도 마찬가지고. 원래 예정된 성공에 난 아주 작은 기여를 했을 뿐이라는 거다.

그런데 정작 두 사람은 내 생각과는 다른 모양이다.

방송 스케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레이지가 말한다.

“이번 주 일요일 일정 비워둬.”

“왜? 무슨 일 있어?”

“응. 아주 중요한 일이야.”

가만히 있던 레이나가 끼여 들었다.

“맞아. 아주 중요한 일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꼭 비워둬.”

참고로, 세뇨리타 리믹스 버전 발매 이전에 정해놓은 스케줄은 오늘로서 모두 끝났다.

그래서 내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모두 다함께 스케줄 없이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그 이후의 스케줄은 가급적 나는 참석 안하고 빠질 예정이다.

왜냐면 1980 브로드웨이 제작, 촬영 준비를 해야 해서....

그런데 갑자기 일요일 일정을 비워두라고?

그것도 둘이 굉장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짐작이 가는 게 있지만 혹시 틀릴 수도 있으니 뭐라고 말도 못하겠다.

선물 같은 거 필요 없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알았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내 예상은 맞았다.

일요일.

두 사람이 나를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 슈퍼카 매장이었다.

아이고, 이 사람들이...

미성년자인 나한테 차가 무슨 소용이라고 이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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