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다 (1) >
[ 올리비아 퀸과 더 가디언지의 인터뷰 ]
Q : 갑자기 뮤지컬 영화를 발표해서 세간을 놀라게 했다. 대체 언제부터 준비했고 작업 기간, 과정은 어떻게 된 건가?
A : 그 전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1980 브로드웨이>대본을 내가 쓰긴 했지만 원작자는 민이다. 원작을 본인이 구상한 상태에서 우리에게[ 공동 작업을 제안했고, 실질적으로 캐릭터 설정을 비롯한 대부분 내용을 민이 혼자서 작업한 거다.
Q : 그게 정말인가?
A :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이다. 제작 발표회 때 말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아서....
[ 헨리 윌리엄스와 뉴욕 타임스의 인터뷰 ]
Q : 노아 시리즈에 이어 뮤지컬 영화 작업까지 맡게 되었다. 그런데 뮤지컬 영화는 정말 오랜만에 작업하는 것이 아닌가?
A : 동양의 천재 김민 덕분이다. 이드라실 배우로 더 잘 알려져 있을 텐데... 사실 원곡자가 그 소년이고 난 그냥 편곡자, 혹은 조언자 포지션일 뿐이다.
Q : 그게 무슨 말인가?
A : 사실 뮤지컬 영화 작업을 수락하게 된 계기가....
“헐.”
내 입에서 절로 이런 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만큼 인터뷰 내용이 충격적일 정도로 나에 대한 극찬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내가 다했고 본인들은 그냥 보조만 했을 뿐이라니.
세상에 이런 말이 어디 있나?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즉각 해명을 해야겠다 싶어서 확인해 보니....
[ 민! 너에게 인터뷰 요청이 왔는데 생각 있으면.... ]
킴벌리 씨가 보내준 메시지가 있었다.
미국 3대 일간지와 영국 더 가디언 애나 테일러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대한 내용이었다.
난 모든 요청을 즉각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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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요. 두 분은 제가 혼자 다 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그건 절대 아니에요. 왜냐하면....!”
내가 미국과 영국 유력 일간지들과 인터뷰하는 상황자체도 꿈같은데, 그런 엄청난 기회를 해명 따위에 쏟아 붓고 있다니.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난 나에 대한 과대 포장을 막기 위해. 그리고 공동작업자인 두 분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제가 두 분을 보고 역시 거장은 다르구나! 감탄했던 부분이 뭐였냐면 정말 편견 없이 어린 제가 하는 말도 귀담아 들어 주시면서....”
이건 결코 두 분에 대한 과대 포장 따위가 아니다.
함께 작업하며 느낀 두 분의 대단한 점. 혹은 본받고 싶은 점들을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똑같이 하고 다니면 인터뷰어들도 재미없어 할 테니 적당히 분량을 나눠 서로 다른 내용을 정보를 제공했다.
... 아무리 인터뷰 경험이 많이 없어도 이 정도 머리는 있다.
1980 브로드웨이에 대한 인터뷰만 한 건 아니다.
가수로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홈스쿨링으로 학업을 진행 중인 학생으로서.
각 일간지마다 최소 몇 시간씩을 할애하여 길게 인터뷰를 했다. 이것이 해명을 위한 대가라면 뭐... 받아들여야지!
인터뷰어 중에서는 미국에 건너온 애나 테일러 더 가디언지 기자가 제일 편하고 친근했다.
이미 안면이 있기 때문도 있지만 인터뷰 스킬이 좋고 사람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더라.
“영국에서 정말 많이 사랑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영국에서 활동할 계획이 있나요?”
“물론이죠!”
“혹시 준비 중인 곡이 있나요?”
어, 그런 건 없는데....
그래도 여기서 없다고 하면 왠지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 대충 둘러댔다.
“열심히 준비 중인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혹시 프로듀싱 생각도 있나요? 이미 한국과 미국에서는 프로듀싱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뒀죠? 엔 플라워, 에버가든... 그리고 레이지와 레이니까지!”
“어? 한국 그룹에 대해 아세요?”
“물론이죠! 사실 민 군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된 거지만 엔 플라워의 최신곡, 시크릿 가든은 UK 차트에서도 성공했잖아요? 노래와 뮤직 비디오가 굉장히 독특하면서 좋더라고요!”
“그렇군요. 영국에서의 프로듀싱이라....”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말해도 되는 건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애나 테일러는 이전부터 내게 좋은 기사를 써줬던... 일단은 내 편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독점 소스를 하나 정도는 제공해도 좋을 것 같다.
“사실은 이미 준비 중이에요.”
“정말요? 혹시 정보 공개도 가능한가요?”
“다는 아니지만 애나 테일러 기자님을 위해서라면야...”
정말 비밀이라는 듯, 괜히 주위를 둘러본 뒤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샬럿 왓슨을 가수로 데뷔시킬 생각으로 이전부터 비밀리에 트레이닝을 해오고 있었어요.”
“.......!”
휘둥그레지는 두 눈.
“샬럿 왓슨 양을요? 아! 그녀가 1980 브로드웨이 여주인공 배역으로 낙점된 것이 우연이 아니었군요!”
“기본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편인데다가 제가 기초부터 트레이닝을 해주고 있었으니 확신을 갖고 여주인공으로 밀어 붙였다. 다행히 잭 웰슨 감독님께서도 오디션을 통해 그녀의 역량과 가능성을 인정해 주셨어요.”
“그런 일이... 혹시 이거 저에게만 알려주신 건가요?”
“물론이죠. 우린 친구잖아요!”
내 대답에 애나 테일러 기자는 산책 가자는 소리를 들은 강아지 마냥 환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죠! 우린 친구죠!”
강력한 아군 한 명을 얻었군.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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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인터뷰에서 두 분에 대한 리스팩트는 생각만큼 크게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일단 관련 기사가 조금 늦게 나왔고 지면도 적게 할당된 것이 이유였다. 떡밥이 꽤나 식은 상태였고 무엇보다도 영화가 출시된 것도 아니었으니....
다만 애나 테일러 기자 독점 소스인 샬럿 왓슨을 가수로 키울 생각을 하고 있고, 오래전부터 트레이닝 해오고 있었다는 소식은 영국 내에서 큰 이슈가 됐다.
어쨌든 나는 UK 차트 1위 경력이 있는 싱어 송라이터였고 빌보드 차트에서도 3연타석 홈런을 친 전적이 있는 프로듀서였으니까.
샬럿은 쏟아지는 관심이 무서워진 모양이다.
“나 어쩌지?”
현재 그녀는 소속사가 없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니엘도 마찬가지.
아니, 영미권 대부분의 배우들이 아시아 엔터테인먼트와 달리 따로 소속사를 두지 않고 개인적으로 팀을 꾸려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요할 때나 사람을 고용할 뿐.
“휴대폰 이리 줘봐. 내가 알아서 처리해줄게.”
그래서 내가 돕기로 했다.
서칭을 통해 유력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은 수락하고 광고 제안은 일단 모두 거절했다.
“광고 같은 걸로 돈 버는 건 노아 1편과 1980 브로드웨이가 성공한 뒤에 해도 늦지 않아. 오히려 그때 하는 게 좋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까.”
내친 김에 다니엘 까지 옆에 앉혀두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인이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할 기본 상식들을 가르쳤다.
나도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두 잼민이 친구들보다는 훨씬 많이 알고 있다.
생전의 경험과 지식이 있고, 무엇보다도 영미권 진출 문제로 박 터지게 공부했고 체험을 통해 습득하기도 했으니까.
“무엇이든 쫓기지를 마. 급하게 생각할 것도 없어. 본업에서 성공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쫓아오게 되어 있거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걸 선택하기만 하면 돼.”
그리고 추가로 말했다.
“너희들, 업무용 휴대 전화 하나씩 더 만들어. 그리고 앞으로는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구분해서 사용하고 뭘 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상담해. 알았어?”
“역시 우리 노아 피티 리더는 이드라실이야! 우린 앞으로도 리더만 믿고 가면 되겠다! 든든한데?”
철없는 소리를 하며 생글 생글 웃는 다니엘.
난 뭐라고 한 마디 해주려다 해맑은 미소에 한숨만 내쉬었다.
성격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순수한 친구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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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하루 만 한국에 와 줄 수 있겠냐? ]
1980 브로드웨이 촬영을 앞두고 대표님이 긴급 요청을 보내오셨다.
“왜요?”
[ 에버가든 두 번째 싱글 뮤직 비디오 촬영 좀 도와줘. ]
“제가 뮤직 비디오 촬영장 가서 할 일이 뭐 있어요?”
당연히 제작 지원인 줄 알았는데....
[ 왜 없어? 남자 주인공 역할 해줘야지. ]
“.......?”
응?
남자 주인공?
[ 대본 설정 상 주인공은 남녀 한 명씩인데, 여자 쪽은 에버가든 멤버들이 번갈아 촬영을 진행할 생각이야. 남자 주인공은 네가 하고. ]
“어... 그러니까 노래 가사에서 화자가 말하는 ‘그대’를 저보고 해달라는 거죠?”
[ 바로 그거지. ]
“그걸 왜 제가 해요? 저보다는 연기 훨씬 잘하는 배우들이 많을 텐데.”
[ 일단 에버가든 전원의 강력 추천이 있었어. ]
“아....”
[ 그리고 너 이상으로 화제성이 있는 배우나 연예인들이 없어. ]
“그런가요? 흠.”
[ 일단 내가 블랙 로즈 측으로부터 공유 받은 네 일정상으로는 이번 주 안으로도 충분히 시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지? ]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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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나 혼자 한국에 돌아왔다.
참고로 샬럿과 다니엘은 런던에 보냈다.
애들이 향수병이 오려는 것 같아서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라는 배려 차원이었다.
‘다시 미국에 모이면 다니엘의 미래 설계도 시작해야겠어.’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다.
샬럿에게는 이미 뮤지컬 배우, 가수라는 두 가지 무기를 장착해주고 있었다. 이 부분만 해도 노아 여주인공 이미지를 벗지 못해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은 달랐다.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인 ‘노아’ 장본인이었고, 연기력은 둘째 치고 비주얼이과 성격이 노아 캐릭터와 찰떡이라 평생 그 이미지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사실 나도 방법을 찾느라 고생 좀 했는데 얼마 전에야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다니엘을 액션 배우로 만드는 거야!’
이전 삶에서 다니엘은 노아 이미지를 벗고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겠답시고 온갖 이상한 배역에 도전했다. 그리고 모두 실패했지.
그런데 그 중 액션 연기에 대한 도전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노아는 검과 마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한 마디로 액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캐릭터였다.
이전 삶에서 노아 시리즈를 보면서 다니엘이 액션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액션 연기에 꽤 소질이 있다는 소리지.’
그러니까 액션에 특화된 배우로 만든다!
‘다니엘 본인이 바라는 게리 올드만 같은 연기파 배우는 될 수 없어.’
이건 타고난 재능의 문제였다.
‘깊게 각인된 노아 이미지를 벗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지.’
그렇다면 차라리 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특화 시키는 게 좋을 것이다.
‘몸 쓰고 무기 다루고 뭐 타고... 그런 건 곧잘 했으니까 그쪽으로 특화시켜보자.’
몸을 만들어주고, 맨손 무술과 무기술도 가르쳐보고...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훈련시키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그리고 그걸 나도 같이 하는 거야.’
이제 와서 드웨인 존슨 같은 멋진 근육질 사나이가 되겠다는 꿈은 버렸다.
난 이드라실 배역과 가수 활동 때문에라도 필요 이상으로 몸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단련은 할 수 있지!
뮤지컬이 끝나면 액션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스파이 액션도 좋고 슈퍼 히어로 연기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고민하는 동안 어느 새 비행기는 대한민국 영공에 도달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