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 캡틴 브리튼 프로젝트 (1) >
회의는 마침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엔 플라워하고 에버가든이 공식 뮤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팬들과 더 깊이 소통을 해보려고 하거든. 그쪽으로는 네가 선배잖아. 팁 좀 부탁하려고.”
음? 뮤튜브? 아직도 없었다고?
‘아, 지금은 다들 뮤튜브 채널의 중요성을 잘 모를 때구나.’
잠시 착각했다.
맞아. 나 과거로 회귀했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KPOP 시장의 전망이 굉장히 낙관적이라는 건 모두들 알고 계시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직캠, 오피셜 뮤직 비디오, 댄스 버전 영상, 댄스 첼린지, 비하인드 브이로그... 이런 것들의 중요성이 굉장히 높아질 거예요.”
미래,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뮤튜브 전용 콘텐츠들을 나열하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하는 지에 대해 나열했다.
대표님을 비롯한 모두가 필기와 영상 촬영까지 하며 내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한다.
“자체 시리즈 콘텐츠 구성도 미리 해두시는 게 좋아요. 앞으로 이 뮤튜브 때문에 방송국의 영향력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질 테니까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설마....”
“이미 그런 기미가 보이고 있어요. 이 시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계셨던 분들은 제 말에 공감하실 걸요?”
대표님이 마케팅 팀장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을 바라보신다.
다들 내 말에 공감해주셨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뮤튜브가 방송국 자리를 대신하게 될 거라고.”
“방송국은 이래저래 눈치 봐야 할 것이 많지만 뮤튜트브는 그런 게 없잖아요. 민이 설명을 듣고 있으니 자본과 고정 팬층만 있다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데요?”
“그, 그래? 그렇구나. 그렇단 말이지? 흠....”
대표님도 그제야 진지하게 고민하신다.
“소속 아티스트 공식 뮤튜브 채널 운영을 결심하셨다니 드리는 말씀인데, 지금부터 미리 뮤튜브 채널 전담 팀을 구성해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좋을 거예요.”
왜냐면 대 스트리머 시대가 펼쳐진 직후.
방송가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지금은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많은 연예인들, 혹은 방송가 종사자들이 뮤튜브 성공으로 극적인 반전을 맞이하기도 하니까.
잠시 동안의 침묵.
그것을 깨뜨린 사람은 대표님이었다.
“그래. 듣고 보니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넌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요즘 채널 운영도 안 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씩 웃었다.
“저는 제 나름의 방식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거든요.”
애플,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넷플릭스, 비트코인... 그리고 곧 발매될 이더리움까지!
내 벌이의 대부분을 분산 투자하여 이미 적잖은 수익을 올리는 중이다.
저작권 한 달 수익 60억?
지금 투자 수익으로 그 이상을 뽑아내고 있으니 미래 준비는 이 정도로도 차고 넘칠 터!
“저는 여유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니 엔 플라워 누나들하고 에버가든 좀 팍팍 챙겨주세요.”
메트로 보이즈는 뭐... 본인들이 알아서 살아남아야지.
난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다.
... 잠깐만.
남자 아이돌 팀을 만들어 볼까?
내 말 잘 듣고, 착하고, 실력이나 외모... 모든 것들이 매트로 보이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팀.
그런 팀이 쑥쑥 커주면 자연히 매트로 보이즈는 찬밥 신세로 밀려나겠지?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매트로 보이즈, 그 싹퉁 바가지들에 대한 내 최고의 복수가 될 것이다.
겸사겸사 스타 더스트도 견제하고.
오호라, 이거 좋은데?
회의를 마친 뒤 반지희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민이 왔구나! 어서 오렴!”
날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신다.
“오느라 힘들었지? 이것 좀 먹어보렴!”
직접 시원한 음료와 다과까지 챙겨주신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사양하지 않고 우걱우걱 먹으며 잠시 에버가든, 정확히 말하면 반지희에 대해 대화를 했다.
“지희는 싱어 송라이터로서 재능이 있고 연기 쪽으로도 끼가 보여서 미리 준비 시켜놓으려고 해요.”
“그래. 네가 어련히 알아서 챙겨주려고... 아줌마는 민이 너만 믿고 있단다!”
나에 대한 신뢰가 하늘을 찌르는 듯 하다.
이런 상황이면 이야기가 쉬워지지.
“사실 강남과 성수동에 투자 목적으로 좋은 건물을 하나씩 사려고 하는데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요.”
“건물?”
휘둥그레지는 두 눈.
“너 진짜 돈 많이 벌었나보다?”
“조금 벌고 있어요.”
“한 달 수익이 대강 어느 정도나 되는데? 아, 오해하지 말고 네 자금 사정을 알아야 그에 맞는 건물과 운용 방안 같은 것을 알려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상담.
대화를 하며 지희 어머니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어떤 건물을 사야하는지, 자산 운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강남에서 가장 좋은 투자처를 딱 한 곳만 꼽으라면 역시 도산대로 쪽이지! 왜냐면....”
들으면서 새삼 감탄하게 된다.
도산대로는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부동산 계 투자처로는 탑 티어로 꼽히는 곳이다.
다른 곳들이 등락을 반복해도 여기만큼은 꾸준히, 계속, 지속적으로 오르는 곳이다.
미래 한국 부동산 시장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인지, 정확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굉장히 흡사한 방향으로 예측하고 계셨다.
... 자수성가 부자들은 그렇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내 지인이 도산대로 부근에 가지고 있던 건물을 팔려고 내놨는데, 너만 괜찮으면 내가 연결해 줄 수 있어.”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그게 어디냐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대화였다.
지희 어머니 회사를 벗어나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바로 어머니의 가계
근래에 아버지는 가족의 바람대로 운전 일을 그만 두시고 가계 일을 돕고 계셨다.
“왔냐? 잠시 기다려라. 손님들 모두 나가면 밥 차려 줄 테니까.”
아버지는 바쁘게 서빙 일과 캐셔 일을 하고 계셨다.
손님이 워낙 많았던 것이다.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은 주방에서 바쁘게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장사가 잘 되고 어머니의 표정도 밝으니 기분도 좋은데....
“어서 오십쇼!”
“흠.”
어째 아버지는 힘이 좀 없는 것 같다.
이해는 간다.
아직 뭘 해야 할지 몰라 고민 중이실 테니....
그래서 준비한 게 있지.
가계 오프 시간 직전까지도 손님이 끊이지를 않더라.
새로 확장 이전한 곳이 청담동에서는 굉장히 목 좋은 곳이고, 인테리어, 메뉴 구성 등을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혁신적으로 바꿨다. 거기에 우리 엄마는 기본적으로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난 분이시다.
이 같은 조건들이 성립되어 가계는 강남 청담동의 신흥 맛집으로 급부상되며, 인터넷에서도 널리 소개되고 있단다. 더불어 날 좋아해주는 팬분들, 김민의 숲 회원 분들의 성지와 같은 곳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하니 뭐....
“어이구, 삭신이야.”
가계 문을 닫고서야 여유가 좀 생겼다.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은 주방 일을 마무리하는 중이시다. 나는 재빨리 아버지의 뒤로 가서 어깨와 목을 주무르며 물었다.
“일이 많이 힘들지?”
“워낙 손님이 많으니... 너희 엄마는 지금까지 이런 걸 혼자서 잘도 꾸려왔구나 싶어.”
“가계 규모가 예전보다 훨씬 커져서 어머니도 감당하기 어렵지. 사람 추가 고용 해야 해.”
“그래. 그래야겠지.”
잠시의 침묵.
난 안마를 멈추고, 맞은편에 앉아 본론을 말했다.
“아빠, 지희 어머니한테 부동산에 대해서 배워.”
“응? 그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가 도산대로에 큰 건물 하나를 살 생각이거든. 아빠가 그걸 관리해줬으면 좋겠으니까 하는 말이지.”
“........”
잠시 할 말을 잃었던 아빠가 더듬거리며 물으신다.
“도, 도산대로? 거기 비싼 곳 아냐?”
“왜 이래? 아들 돈 많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건물이 1,2억 하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도산대로면 강남 중심가잖아?”
“도산대로가 아니라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건물이라도 사서 운용할 돈은 충분히 있어.”
난 씩 웃었다.
“이제 아빠 아들 그 정도 능력 돼.”
“........”
“강남 부동산 관리하면서 취미 생활도 즐기고, 가끔 가계 문 닫고 엄마, 서연이 데리고 제주도나 좋은 곳으로 놀러도 좀 다녀보고... 이제 그렇게 살아야지. 그 동안 고생 진짜 많이 했잖아.”
우리 아빠 엄마는 그렇게 살 자격이 있는 분들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 둘 먹여 살린다고 온갖 고생 하셨지.
그러면서도 굉장히 선량하게, 도덕과 법을 굉장히 준수하며 잘 살아오셨다.
태생이 그런 분들이라 갑자기 돈이 많이 생긴다고 낭비할 분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빠. 이제 좀 즐기면서 살아. 아들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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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샬럿과 다니엘 역시 내가 돌아오는 시기에 맞춰서 런던으로 건너왔다.
“샬럿은 당분간 춤, 노래, 연기 트레이닝에 집중하도록 해. 내가 좋은 곳을 물색해 뒀어.”
그리고 다니엘을 본다.
“그 동안 너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준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어쩔 수 없었어. 네 미래 설계를 어떤 식으로 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거든.”
“아니, 내 미래를 설계를 왜 네가...”
내 말과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모양이다. 자식이 자기 위험 앞에서는 눈치가 빠르단 말이지.
“오늘부터 캡틴 브리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캡틴 브리튼 프로젝트!
다니엘 레드몬드라는 배우를 ‘영국’ 하면 떠오르면 대표적인 액션 배우로 만들기 위한 나만의 프로젝트였다.
“잭슨 감독님과 트레이너 분들이 여러 차례 말씀하셨지만 넌 게리 올드만 같은 배우는 될 수 없어. 어쩌면 평생! 그건 정말 재능을 타고 나야 하는 부분인데 넌 그게 없거든.”
“........”
급격히 침울해진 얼굴.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래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가 있는 거야!”
“... 그게 액션 쪽이라고?”
“응. 너 액션에 재능이 있어. 내일부터 나와 함께 훈련하면 그 자질이 본격적으로 피어날 거야.”
아직 확신은 없지만 난 분명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난 요정 이미지와 가수 활동 때문에 몸을 키우지 못하고 얼굴도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지만 넌 그럴 필요가 없지. 왜냐면 노아는 마법사 이미지보다는 드래곤 라이더. 용사 이미지가 더 강한 캐릭터잖아.”
노아는 어머니 실리아의 영향으로 정령술사, 마법사로서도 제법 재능이 있는 캐릭터다.
그런데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의 영향을 더 진하게 받았다.
그래서 드래곤과 교감이 가능하고, 검과 몸을 쓰는데 재능이 뛰어나다.
“이어질 시리즈에서 이 부분들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미리 액션 연기를 준비하고 몸을 단련시켜놓을 필요는 있어.”
“그, 그럴까?”
“날 믿어. 내가 널 영국 최고의 액션 배우. 캡틴 브리튼 같은 존재로 만들어 줄 테니까!”
다행히 키가 크고 얼굴도 노아 주인공답게 잘 생긴 편이다. 골격도 좋아서 조금만 운동해도 금방 티가 난다.
‘비록 나는 더락 드웨인 존슨 같은 멋진 상남자가 될 수 없지만 너라면 반드시...!’
[ 흠칫! ]
“으으, 뭐지? 갑자기 으스스한 기분이...?!”
... 자식, 역시 본인 위기 앞에서만 눈치와 직감이 예민해진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