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58화 (158/205)

< 158. 캡틴 브리튼 프로젝트 (2) >

‘존 로 아카데미’는 브룩클린에 위치한 액션 스쿨이었다.

“여기 유명한 곳이야?”

“곧 유명해질 곳이야.”

내가 왜 그걸 아냐면, 이곳이 훗날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액션 스쿨로 성장할 거거든.

“안녕하세요!”

내부에서는 수많은 근육남들이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남자가 우리를 보고 밝은 얼굴로 다가온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남자 배우를 연상케 하는 백인 조각 미남이었다.

“오! 민! 다니엘! 어서 와요! 우리 액션 스쿨에 방문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존 로 감독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절 아시나요?”

“물론이죠. 젊은 시절에는 유명한 스턴트맨이었고 작년 초 ‘킬러 스테이지’ 라는 영화의 무술 감독으로 엄청난 액션을 선보이셨죠.”

“오오!”

우리를 알아보고 모여든 이들이 탄성을 터트린다.

“아! 킬러 스테이지 무술 감독님이셨어?”

“응. 이분이 할리우드 최고의 무술 감독님이셔.”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근육남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 분들이 바로 세계적인 액션 팀. 존로 크루야.”

난 황급히 덧붙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는 거지.”

진정한 영화 매니아들은 감독, 주. 조연급 배우들뿐만 아니라 해당 영화에 참여한 스텝들의 정보까지 모두 꿰고 있는 게 보통이다. 물론 감명 깊게 본 영화에 한해서.

보통은 감독과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지만 존 로 감독과 액션 팀이 단 하나의 예외를 만들었다.

존 로 크루가 참여한 액션 영화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감상하게 되는 것.

그것이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이들이 이뤄내게 될 업적이다.

“세계 최고라니... 기분 좋으면서도 조금 민망한데?”

“실력에야 자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신출내기일 뿐이잖아?”

“그래도 뭔가 아는 친구들이야! 하하하.”

민망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존 로 감독님은 빙긋 웃으며 말씀하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분이 갑자기 우리 체육관을 방문하고 싶다기에 의아해했었는데... 혹시 수강을 고려하고 계십니까?”

“물론이죠.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친구가 지금 맡고 있는 노아라는 배역이 액션 연기 스킬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다들 이미 알고 있었던지 고개를 끄덕인다.

감독님 포함해서.

“저는 사정상 여기 계신 분들처럼 몸을 크게 키울 수가 없어요. 어쨌든 시리즈 마지막 때까지는 요정 이미지를 지킬 필요가 있는 터라....”

내가 실망한 듯, 한숨 쉬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자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 친구는 다르죠. 전 이 친구를 영국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액션 배우로 만들고 싶어요!”

“민이는 그걸 캡틴 브리튼 프로젝트라고 칭하고 있어요! 절 그렇게 만들어주겠다면서요!”

다니엘의 말에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액션 연기 수강뿐만 아니라 몸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까지 모두 의탁하겠다는 거군요. 두 분이 함께 말이죠.”

“네! 바로 그거예요! 예전부터 존 로 감독님과 크루 분들을 동경해왔거든요! 그리고 우리 둘 다 액션 영화라면 환장하는 마니아이기도 하고요!”

“그거 참 기분 좋은 말이군요. 그러면 일단 준비 운동부터 해볼까요?”

난 그 말을 알아듣고 몸을 풀 준비를 했다.

다니엘은 어리둥절해했다.

“준비 운동? 수강 등록을 하는 게 아니라요?”

“신체 능력을 테스트 해봐야죠. 그래야 맞춤형 육성 커리큘럼을 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잭슨 스튜디오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기초는 확실히 갈고 닦은 상황이었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빛을 발했다.

“오, 기본 체력이 굉장히 좋군요.”

다들 감탄하는 눈치였다.

우리 둘 다 외모와 체형에 비해 운동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다니엘이 건네 받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노아에 캐스팅 된 순간부터 나름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아왔거든요. 그리고 민이의 도움도 컸어요.”

감독님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다니엘이 계속 나를 띄워준다.

“겉보기에는 약해보여도 민이가 사실 운동 천재에요. 그 어떤 동작이라도 한 번 눈으로 본 건 완벽히 따라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노아 촬영 당시 액션 팀과 함께 같이 일하고 그랬어요.”

“오호, 그렇습니까?”

감독님의 눈이 반짝인다.

“그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군요. 마이크! 빈!”

액션 합을 맞추고 있던 두 흑인 스턴트맨이 다가온다.

“지금 연습 중인 거 상세히 보여줘 봐.”

두 연기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합을 펼쳐 보인다.

“합!”

“하앗!”

격투 씬 구성이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 격투씬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

이종 격투기와 중국 무술 영화를 적절하게 섞어, 멋있으면서도 리얼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펼쳐 보인다.

“우와아....!”

다니엘은 아주 넋이 나갔다.

나 역시 내심은 비슷했지만 눈과 두뇌는 두 연기자의 합을 실시간으로 저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합이 이 끝나자 존 로 감독님이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친다.

“좋아. 아주 잘했어.”

그리고 나를 보며 묻는다.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

김민이 스턴트 맨 마이크와 대치하는 순간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존 로 감독이 신호를 줬다.

“레디... 액션!”

“합!”

“하앗!”

그렇게 시작되는 스턴트!

마이크는 복싱 기반의 액션 연기를 펼쳤다.

선공으로 잽을 한 번 치더니  반박자 빠르게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얼굴 정중앙에.

김민은 상반신을 살짝 틀어 공격을 흘렸다. 그리고 동시에 스트리트 파이터 스타일로 명치를 향해 거칠게 주먹을 뻗는다.

퍽!

가드에 막혔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피하고, 치고, 막고....

복잡한 합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표정이 굉장히 살벌해 보인다.

지켜보던 이들은 숨 쉬는 것도 잊고, 넋을 잃은 채 그 광경에 몰입했다.

원래보다 빠른 속도로 합을 주고받는데다가 감정 연기까지 실리니 굉장히 살벌했고, 또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다니엘은 너무나도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천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다.

분명 자신과 처음 보았을 액션 연기를 완벽하게 펼치고 있지 않은가?

“거기까지!”

존 로 감독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액션 연기가 끝났다. 그리고.

“우와아아!”

사방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다니엘은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소리치며 손뼉을 쳤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어요. 표정이 너무 진심이라 저도 모르게 진짜 때릴 뻔 했거든요.”

그러나 이 중에서 누구보다도 놀란 사람은 합을 맞춘 스턴트맨 마이크.

김민은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사실 중간에 긴가민가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흐름을 절묘하게 리드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어요.”

다니엘은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어?”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기에.

“응. 어떤 식이었냐면....”

들떠서 대화를 나누는 두 소년을 보는 존로 감독, 그리고 스턴트 연기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다니엘 저 친구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민. 저 친구라면...?’

‘잘 키우면 굉장한 액션 연기자가 될 것 같은데요?’

김민을 향한 존로 크루의 시선은 보물을 보는 트레저 헌터처럼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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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테스트는 계속 이어졌다.

그날 수강 등록을 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

“두 사람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짜서 충분히 이야기를 해보고 수강 등록을 하는 게 맞습니다.”

운영 방식이 독특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단순한 스쿨이 아니라, 함께 연기를 펼칠 파트너, 미래의 인재를 제대로 키워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지금까지는 단순한 테스트가 아닌 오디션 목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내일 결과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존 로 감독님이 직접 전화로 결과를 통보해주셨다.

[ 두 분 모두 합격입니다. 다니엘 레드몬드 군도 충분히 좋은 인재고, 키워볼 가치가 있다는 내부 판단입니다. ]

“저는요?”

[ 말할 필요 있나요? 민 군은 제대로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최고의 액션 배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어, 하지만 전 근육을 많이 키울 수 없는 형편인데... 그래도 가능할까요?”

[ 할리우드 액션 영화 시장이 근육질의 상남자 타입의 주인공만 선호하는 건 아닙니다. 재키 챈, 제트 리, 도니 옌 같은 인재 역시 선호하죠. ]

감독님의 확신 가득한 발언에 가슴이 떨려온다.

[ 민은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아니, 뛰어넘을 가능성도 충분해요. 왜냐면 그때와 지금은 동양인 액션 배우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너그러워졌고 무엇보다도 민은 이미 유명세가 있잖아요! 그만큼 인지도도 높고. ]

“아직 멀었는데요 뭐.”

[ 아무튼 민과 다니엘이 우리 존로 크루에 온 것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같이 열심히 운동하고 멋진 작품 만들어 봅시다! ]

이 사실을 다니엘과 샬럿에게도 공유했다.

“어, 잠깐만. 왜 나만 빼놓는 거야? 나도 액션 여전사 같은 거 되고 싶었던 말이야!”

샬럿은 다 좋은데 가끔 의욕이 넘칠 때가 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나와 다니엘이 당장이라도 부글부글 끊어 오르려는 기미를 보이는 샬럿을 가라앉혔다.

“넌 로맨스의 여왕이 되어야지! 가수는 안 할 거야?”

“샬럿, 정말 미안하지만 넌 운동에 재능이 없어! 아마 백년을 노력해도 안 될... 어엌!”

다니엘 이 녀석은 맞고 싶어서 일부러 저러는 걸까?

샬럿의 주먹에 명치를 정확히 얻어맞은 다니엘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아파했다.

나는 녀석을 발로 밀어내며 말했다.

“샬럿은 예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걸 해야지. 그 쪽 분야의 상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내가 말 했지? 샬럿도 동의했고.”

“하지만 여전사도 멋져 보이는데....”

“샬럿은 여전사 말고 공주 해야지.”

“.......”

입술을 삐죽.

고민 끝에 적절한 합의안을 제시했다.

“좋아. 운동 같이 하자. 단 액션 연기 목적은 아니고 호신술, 건강관리 용도야.”

생각해 보니 이 기회에 제대로 몸매 관리 시켜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북미, 유럽 지역에서는 건강미 넘치는 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아름답고 우아한 특징에 건강미가 추가되는 것도 좋겠지.

“진작 그랬어야지.”

그제야 샬럿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것을 보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샬럿은 사실 액션 여전사가 목적이 아니라 그저 우리와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었구나.

... 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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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겨울, 12월이 다가왔다.

맨해튼 전역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펼쳐졌다.

1980 브로드웨이 촬영은 내년 1월 초로 결정됐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킨 로버트 스콧 배우를 대신해 훨씬 유명하고 인지도 높은 ‘로빈 스튜어트’라는 대배우가 캐스팅 되어 세간을 놀라게 만들었다.

로빈 스튜어트.

오프브로드웨이 출신으로 그 유명한 ‘고도를 기다리며’로 연기 세계에 입문한 사람이다.

이후 TV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풍부한 연기 세계를 보여주며 세계적인 대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이런 엄청난 사람이 우리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다는 것이다!

나와 다니엘은 처음 이 사실을 전해 듣고 기절할 듯 놀랐다.

... 우리 영화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걸까?

12월 5일.

에버가든의 두 번째 싱글 <눈 내리는 밤>이 출시됐다.

내가 출연한 뮤직 비디오도 함께 공개됐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1분 전에 공개된 뮤직 비디오를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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