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60화 (160/205)

< 160화. 연말 (1) >

에버가든의 첫 번째 미니 앨범, 가 발매 일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싱글 <블루 웨이브>와 <눈 내리는 밤>을 포함, 여섯 가지의 싱글이 들어 있는데 나머지 네 곡을 장진영이 전곡 작사 작곡해서 이슈를 모았다.

장진영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엔 플라워 미니 앨범 준비 당시 차기 신인 걸그룹의 데뷔곡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던 음악들 중 가장 좋은 것들을 모았다. 전 곡이 타이틀곡이다. ]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가수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전곡이 타이틀 곡 수준이라는 말.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던진 말이 아니었다.

모처럼의 신인 그룹을 성공시키기 위해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곡들의 모음이었다. 심지어 내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엄선한 백여 개의 외부 곡과 경합을 벌여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었다고 했다.

바로 그런 곡들을 에버가든을 위해 쏟아 부었다는 것이다.

2연타석 메가 히트로 에버가든은 이미 신인 뿐만 아니라 KPOP 전체에서 놀라운 존재감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미니 앨범은 예약 시작과 동시에 품절되는... 신인 걸그룹에게 벌어질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펼쳐졌다.

[ 뭐임? 왜 다 품절이냐??? ]

┗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고 있는데 품절 아닌 곳이 없음.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직 신인 그룹인데...;;

에버가든의 팬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의 사태였다.

이런 이유로 향간에서는 이런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 이거 언플 아냐? 신인 그룹 데뷔 앨범이 품절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

┗ 믿을 수 없음. JJ 사기친 거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예약 품절은 좀...

┗ 수량을 무슨 일만 장정도 밖에 안 찍었던 거 아닌가? 에버가든 인기 있는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건 좀 심한 언플인데....

타당한 의심이었다.

예약 물량이 동이 났다니?

심지어 하루도 안 됐는데....

실제로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이런 이슈가 발생하곤 했었다. 어떻게든 주목을 받기 위해 일부러 예약 물량을 적게 풀어 놓고 품절 됐다는 식으로.

하지만 JJ 엔터테인먼트는 모든 의혹을 부정이라도 하듯, 바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 신인 걸그룹 에버가든! 예약 구매로 10만장 돌파! ]

곧 2차 예약 구매가 진행됐고, 진행 하루만에 JJ 엔터테인먼트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공지했다.

[ 에버가든 예약 구매 수량 15만장 돌파! ]

정식 발매 이틀 전.

예약 구매자들은 특전과 함께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배송 받았다.

여기저기서 리뷰가 올라왔다.

[ 와, 무슨 신인 그룹 미니 앨범 특전이 어마어마하네요. 배지에 멤버 버전별 클리어 카트 세트 1종에 대형 브로마이드 3종에.... ]

┗ 재킷과 시디 디자인이 굉장히 예쁘게 뽑혔음. 앞면은 여름 바다, 뒷면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느낌인데 감성을 마구 자극하는 느낌!

┗ 난 특전이나 디자인 같은 거 보다는 김민이 만든 히든 트랙이 더 좋은 듯.

홍보 단계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일곱 번째 트랙. 이른바 <히든 트랙>의 존재가 그제야 알려졌다. 일전에 한국 방문 당시 김민이 선물했던 세 곡 중 하나를 히든 트랙으로 넣은 것이다.

이에 대한 부분은 17일에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멤버들을 통해 언급됐다.

리더 반지희의 말이었다.

[ 지난 번 방문 때 김민 프로듀서님이 우리를 위해 세 곡을 선물해 주셨는데 그 중 하나예요. 나머지 두 곡은 다음 싱글 때 선보일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한국 가요계에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 에버가든은 결국 초동 20만장 돌파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 번째 싱글이자 크리스마스 송인 <눈 내리는 밤> 음원 공개일인 12월 5일을 기점으로 연말까지 계속 국내 차트와 음악 방송 1위를 장악하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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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며 우리 세 사람은 올랜도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내가 먼저 제안했다.

“우리 크리스마스는 올랜도에서 맞이하자!”

“올랜도? 갑자기?”

“거기 뭐가 있는데?”

난 씩 웃으며 말했다.

“디즈니 월드!”

예전부터 진짜 많이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뮤튜브로 대강의 정보를 확인해 본 다니엘과 샬럿은....

“우와! 이런 곳이 있었어?”

“이런 곳이 있었구나. 좋아. 가자!”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즉각 찬성했다.

난 즉시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고, 호텔은 폴리네시안 테마의... 이색적이면서 굉장히 고급스러운 호텔을 무려 일주일 동안을 예약했다.

20일부터 26일까지 머물며 놀 예정이었다.

‘애들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문득 문 라이트 친구들이 떠오른다.

함께 하면 참 좋겠지만 애들이 아직 어리기도 하고, 연말이니 해외여행을 장기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역시나였다.

[ 으아아! 올랜도 라니... 가고 싶지만 난 무리! 가족 여행 일정이 이미 잡혀 있어서... ]

[ 나도..ㅠㅠ ]

[ 내년 방학 때 꼭 같이 가자! ]

주세아와 반지희는 이제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니 한가하게 놀러 다닐 때는 아니다.

“어쩔 수 없지 뭐. 아쉽지만 우리끼리 가는 수밖에!”

그렇게 말하는 샬럿은 어쩐지 굉장히 기뻐보였다.

... 아쉬운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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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놀고 27일에 뉴욕에 돌아왔다.

대표님이 전화로 물어보신다.

[ 연말에 시상식 많이 하는 거 알지? 너 혹시 참석할 수 있겠어? ]

“연말 시상식이요? 전 올해에 딱히 활동한 것도 없잖아.”

[ 왜 없어? <손을 잡아줘요>있잖아. ]

“그거 음원 성적 망했잖아요.”

[ 망하긴 뭘 망해? 1위 했잖아! UK 싱글 차트에서도 1위했고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도 중위권까지 올랐고.... ]

“그건 손을 잡아줘요가 아니라 Hold My Hand 성적이잖아요.”

[ 그게 그거지! 그리고 세뇨리타로 전 세계를 뒤흔들기도 했고.... ]

“그건 애당초 제곡이 아닌데....”

[ ... 아무튼 온갖 시상식, 가요 대전에서 너만 찾는다. 너 혹시 출연 가능하겠냐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

날 찾는다라.

난 혹시나 싶어 물었다.

“저 상이라도 준데요?”

[ ... 뭐라도 주지 않을까? ]

애매~한 대답.

“일단 대상은 무리고, 다른 가수상도 이미 자리가 정해져 있을 테니 억지로 이상한 상 만들어서 하나 띡 주고 퉁치려는 거 아니에요?”

[ 아니 뭐.... ]

내 말이 맞군.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상은 프로듀서, 작곡가 상일 텐데 그거 받겠다고 한국까지 갈 이유가 없지.

올해에 세뇨리타 리믹스, Hold My Hand로 꽤 이름을 알렸고 작곡가로서도 활약을 보이긴 했지만 그건 타지에서의 업적일 뿐이다. KPOP 씬에서 가수로 이룬 업적은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현재 국내 가요계는 두 남자 그룹이 장악하고 있다.

LK의 썬더볼트, KM의 데이라잇.

올해는 정규 앨범을 발매해서 150만장 이상을 팔아치운 썬더볼트가 상을 휩쓸 가능성이 높다.

우리 회사에서도 엔 플라워의 네 번째 미니앨범이 80만장을 돌파하는 등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 정도로 대상 수상은 무리다.

그만큼 썬더볼트 팬덤의 화력이 무시무시하다.

“전 참석 못할 것 같은데요. 상 문제 때문이 아니라 레이나와 레이지 커플의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는데 거기 참석해야 할 것 같아서요. 31일 타임스 스퀘어 볼드랍 출연 문제도 있고요.”

[ 그래도 어떻게 안 될까? 볼드랍 출연도 그렇고 특히 이번에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것 때문에 다들 난리가 났단 말이야. 뭐라도 하나는 출연해줘야 해. 엔 플라워, 에버가든을 위해서라도. ]

12월 초.

놀랄 일이 벌어졌다.

내가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된 것이다.

그것도 제너럴 필드 중 하나인 ‘Song Of The Year(올해의 노래상)’에.

참고로 레이지 역시 올해의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내가 만든 ‘Don’t Touch Me’ 메가 히트 덕분이었다.

“음....”

난 침음 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하면 내 결정을 존중해주는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정말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압박이라고 어떤 결정을 힘으로 강요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의리, 인정... 이런 것에 기대며 필사적으로 애원하고, 매달리는 것 또한 압박의 일종이다.

“고민... 해볼게요.”

[ 너무 길게 고민하지는 마. 시간이 얼마 없어. 결정하면 바로 와야 해. ]

“알았어요. 조금만 고민 해보고 바로 연락드릴게요.”

끙끙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별 도리가 없었다.

스승이 저렇게 간절히 도움을 청하는데 어찌 외면할 수 있겠나?

“언제에요?”

[ 29일 30일 31일.... ]

“29일 방송만 참석할게요.”

[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러면 그거 참석 못하는 대신 다른 프로그램 참석이라도 좀 약속해주면 안 될까? ]

“제 일정 확인해 보시고 적당한 거 하나 잡은 뒤 말씀해 주세요.”

[ 오케이! 그러면 내가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비행기 예약하고 알려줄게. ]

통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가 날아왔다. 티켓을 결제해 나에게 보내주신 것이다.

시간을 확인하고 두 명에게 물었다.

“너희 내일 몇 시에 런던으로 가지?”

“새벽 다섯 시.”

열심히 짐을 챙기고 있던 다니엘의 대답이었다. 이미 짐을 모두 챙긴 샬럿은 빨래를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같이 가면 되겠다. 나도 다섯 시 비행기거든.”

“한국 거는 거야?”

“응. 29일에 연말 시상식이 있는데 거기 참석해야해.”

“재미있겠네. 나도 같이 가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해피 뉴이어는 가족들하고 함께 보내야 할 것 같아서....”

“당연히 그래야지. 나도 그럴 건데.”

본래 30일에 가족들이 뉴욕에 올라올 예정이었다.

‘이렇게 됐으니 29일 시상식에 참석하고 30일에 같이 올라오면 되겠어.’

장진영이 그것까지 고려해서 티켓을 구매했다.

비록 같은 비행기 탑승은 아니지만 그게 어딘가?

‘레이나, 레이지에게는 미안하게 됐네.’

어쨌든 선약을 깨버린 셈이 됐으니... 사과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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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우리 세 사람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가족하고 좋은 시간 보내.”

잠깐일 뿐이지만 이별은 항상 아쉬웠다.

다니엘, 샬럿을 최대한 힘껏 끌어 안아준 뒤 우리는 서로 갈라졌다.

나는 혼자서 인천공항 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바로 회사로 이동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연습실에 댄서들이 모여 이미 합을 맞춰보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목이 쏠린다.

“우와...!”

나를 향한 시선들이 왠지 심상치 않다.

“정말 팬이에요!”

“이렇게 뵙게 되다니.. 저 나중에 사인하고 사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같이 공연할 댄서들이 아니라 팬을 마주한 기분이다.

대화도 잠시.

곧바로 연습이 시작됐다.

안무와 대열은 이미 숙지하고 있는 듯 했지만 나와의 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오늘은 밤을 새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하고 좀 쉽시다!”

“으아아....”

연습은 새벽 여섯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다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 만족스런 수준까지 퀄리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세뇨리타 연습은 이것으로 된 것 같으니 이제부터는 개인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노래 연습을 시작하려하니 댄스팀 단장이 질린 얼굴로 와서 묻는다.

“계속 연습하시려고요?”

난 어색하게 웃었다.

“두 곡을 부르기로 했거든요.”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손을 잡아줘요> 노래 연습을 시작한다.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완벽한 무대를 위해서.

날 응원해 줄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연습에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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