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63화 (163/205)

< 163화. 연말 (4) >

1부가 끝났다.

서둘러 공연 준비를 하러 가려는데.

“잠시 만요!”

급히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가수 동료, 그리고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다름 아닌 LK 간판 프로듀서 프레드였다.

나와 처음으로 대면한 그는 사과부터 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이게 원래 내가 받을 상이 아니었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프레드 프로듀서님은 누구보다도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세요.”

난 웃으며 말했다.

“저 프레드 프로듀서님의 팬이에요. 수상, 진심으로 축하해요.”

“아....”

감동 받은 얼굴로 날 쳐다보는 프레드.

사람은 좋은 것 같은데... 조금 부담스러운 성격의 소유자 인 것 같다.

“저야말로 김민 님의 팬입니다. 특히 맨해튼 드리밍을 굉장히 좋아해요. 마치 인생을 보고 아름답게 표현해 놓으신 것 같아서....”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감회가 새롭다.

내가 동경했던 최고의 프로듀서가 내 팬을 자처할 줄이야.

“아, 이 말씀 드리려고 찾아온 거였는데... 좋은 인재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두 친구의 기본기를 굉장히 튼튼하게 다져 놓으셨더라고요.”

“다행이에요. 우리 회사는 눈이 있어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던데... 걸그룹 준비하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주위를 둘러보고 귓말로 속삭인다

“루나리스(Lunaris)라고, 6인조 걸그룹이에요.”

“예쁜 이름이네요.”

스칼렛 러브라는 곡을 만들기 위해 레퍼런스로 삼았던 LK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멤버 전원이 명품 브랜드 엠버더서가 될 정도로 크게 성공할 그룹이다.

원래 4인조 였는데, 문 라이트 출신 두 명이 포함되어 6인조로 변경된 것이다.

“이거 어마어마한 경쟁자가 출연하겠네요.”

“민아! 이제 가야 돼!”

멀리서 대표님이 손짓하신다.

“제가 지금 무대 끝나고 바로 뉴욕으로 넘어가야하거든요. 미국 스케줄이 있어서....”

“그, 그러셨군요.”

“휴대폰 좀 주실래요? 제 번호 알려드릴게요.”

“괜찮습니다. 이미 저장해뒀어요.”

“.......?”

난 알려준 적이 없는데?

“애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연락드리고 싶어서....”

“그렇군요. 그러면 언제든 그 번호로 연락 주세요. 그러면 전 이만....”

급히 달려가며 생각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진지하게 엉뚱한 캐릭터네.

@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기 전, 엔 플라워와 에버가든 애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두 팀도 나를 향해 열렬히 손을 흔든다.

마지막으로 객석을 향해 수줍게 하트를 그려준 뒤 후다닥 내려왔다.

아직 이런 건 민망해서....

“바로 출발하자.”

대표님과 회장을 벗어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미니 벤에 탑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민아!”

“오빠!”

우리 가족이 등장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서연이까지!

서연이가 내 옆에 앉자마자 따발총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오빠는 왜 상을 하나도 못 받은 거야? 썬더볼트는 우리나라에서만 인기 많은 그룹이지만 오빠는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잖아! 빌보드 차트가 훨씬 굉장한 거 아니야?”

“아, 그게....”

설명해주느라 정신없어 하는 사이 최명규 매니저님이 운전하는 차가 주차장을 벗어났다.

그런데 바깥에 소수지만 내 팬들이 모여 있는 광경이 보였다.

“어? 잠깐만요!”

급히 차를 멈추고 내려서 다가갔다.

“어? 민이다!”

“민아!!”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내 팬들이 환한 얼굴로 함성을 질러준다. 팬 카페 회장인 최소라를 비롯한 운영진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괜스레 울컥해서 한 마디했다.

“아니... 추워 죽겠는데 바깥에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응원하려고 왔어요!”

“하나도 안 추워요!”

“우리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급히 차로 이동했다. 여행용 캐리어를 열어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산 과자를 모조리 꺼냈다.

“이거 나눠 먹어요.”

“어? 우리 주는 선물이에요?”

“꺄아악!”

겨우 과자일 뿐인데, 마치 보물이라도 얻은 듯한 리액션에 다시 한 번 울컥했다.

내 팬들은 왜 이렇게 순수하고 착한 걸까?

할 수 있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 지금 바로 미국으로 넘어가야 해요. 볼드랍 출연도 문제도 있고 내년 초에 시작될 영화 촬영 준비도 하러 가야 해서....”

조금 어려운 말을 꺼냈다.

“그래서 내년에도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미안해요. 그래도 약속할게요.”

난 목소리에 힘을 가득 실었다.

“최소한 미니 앨범이라도 발매해서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 볼 게요.”

사인, 사진 촬영을 모두에게 해준 뒤에야 차에 탑승했다.

열심히 손을 흔들던 팬들은 차가 떠나자 우르르 쫓아와 뭐라고 소리친다.

보다 못해 창문을 열고 외쳤다.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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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동안 먹먹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팬 카페에 들려 열심히 사진과 영상, 글을 작성해 올리며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한편으로 메트로보이즈가 낮은 퀄리티임에도, 왜 그렇게 자신들이 만든 팬 송을 발매하려고 했었는지 이해가 됐다.

그런 망나니들도 팬들의 소중함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음, 나도 뭐라도 만들어서 올려볼까?

비행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가로지르는 동안.

나는 노트북을 열고 열심히 음악을 만들었다.

영감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 추운 날 바깥에서 덜덜 떨며 기다리던 팬들의 모습.

날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여 있던 그 모습.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을 주는 피아노 소스를 선택해서 연주를 시작한다.

내가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뉴에이지 스타일로 표현해 본다.

뉴욕 도착 다섯 시간 전.

피아노 연주곡이 완성됐다.

제목은... 겨울의 숲으로 하자.

한 시간 동안 수정하고,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끝마친 뒤 음원을 추출했다.

그리고 잠시 몸을 눕혔다.

급히 발권한 탓에 좌석이 퍼스트 클래스가 아니라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뉴욕에 도착하고 휴대폰이 터지면 그때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

“.......”

고단함 탓인지 급격히 잠이 쏟아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와....”

사방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창 밖에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

[ 여러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비행기 안에서 만들었어요. 제목은 겨울의 숲. 뉴에이지 풍의 피아노 연주곡이에요. 여러분만 들어요. 알았죠? ]

카페에 음원을 업로드한 뒤 휴대폰을 품에 집어넣고 고개를 들었다.

맨해튼에 진입하긴 했는데... 눈이 가득해서 도로 정체 현상이 심했다.

“여기는 아직도 크리스마스네.”

차창 밖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한 마디에 피식 웃고 말았다.

“뉴욕은 12월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라서요. 어쨌든 영화에서 보던 맨해튼에 드디어 도착했는데.. 소감이 어때요?”

“소감은 무슨... 서울이랑 크게 다를 바 없네 뭐.”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 시선은 차창 밖에 고정되어 있었다. 휘둥그레진 눈을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도시 규모에 굉장히 놀라고 계신 듯 보였다.

반면 어머니와 서연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퍼스트 클레스라 푹 쉴 수 있었을 텐데... 여독은 온전히 풀어내지 못했던 모양이다.

도착한 곳은 센트럴파크 조망의 고급 호텔이었다. 대표님과 미국에 왔을 때 묶었던 곳인데 그때 느낌이 좋아서 다시 방문했다.

“우리 호텔을 또 찾아주셨군요. 환영합니다.”

예쁜 미소가 인상 깊었던 흑인 여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깜짝 놀라서 물었다.

“어? 혹시 저 기억하세요?”

“물론이죠. 일단 팬이기도 하고 방문 당시에도 워낙 아름다운 외모가 우리 직원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었었거든요.”

“아...하하.”

난 저 아름답다는 칭찬이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체크인을 마치고 마침내 최고층 스위트룸에 입실했다.

“내년 초까지 여기서 머물면 돼.”

“.......!”

부모님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 뭐가 이렇게 호화스러워?”

“부담스러울 정도로 멋진 곳이네.”

부모님은 완전히 넋이 나갔고...

“우와! 아빠, 엄마! 여기 봐! 맨해튼이 전부 다 보여! 진~짜 예뻐!”

서연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객식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너무 비싼 거 아니니? 괜히 우리 때문에 무리할 필요 없는데....”

무리라니.

우리 엄마는 아직도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난 살짝 허세를 떨기로 했다.

“두 분이 원하시면 맨해튼 스카이라인 뷰 아파트 한 채 선물해 드릴 수도 있어요. 벤츠 최고급 클래스 한 대씩 포함해서요.”

“아이고, 말만 들어도 어지럽네. 됐다. 됐어.”

뉴욕 여행 계획을 나름 철저히 준비해놨는데, 처음부터 어그러졌다.

“널 돌봐주신다는 분들부터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구나.”

“노는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제일 먼저 우리 아들 돌봐주시는 은인 분들을 먼저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게 도리지!”

두 분이 아이작, 킴벌리 부부를 만나 뵙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작에게 전화해서 시간 되냐고 물어봤더니....

[ 당연히 되지. 없어도 시간 내야지! 차 끌고 호텔로 찾아갈 테니 전화하면 내려 와라. ]

“돌봐 줘서 고맙다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민이는 우리 부부에게도 아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맞아요! 착하고 의젓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몰라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대화를 통역하느라...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서연이의 영어 실력이 놀랄 정도로 늘었다는 것.

“나 아이작이 지금까지 만들고 발표한 노래 모두 들었어요! 진짜에요! 따라 부를 수도 있어요!”

발음 정도만 조금 교정하면 현지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때로는 징글징글하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외모가 인형보다 예쁘고 애교도 많은데다가 영리한 성향이다.

거기다가 영어까지 술술... 아이작 부부는 서연이의 공세에 완전히 녹아내렸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먹으러 가는 길.

아이작이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

“저 아이, 연예인 시킬 거지?”

“네. 일단 노아 이드라엘 역에 출연이 확정되기도 했고.....”

“나에게 맞겨!”

“...네?”

“아니, 나 말고 킴벌리에게 맡겨. 저 아이는 슈퍼스타가 될 자질이 있어. 잭슨 그 친구가 눈여겨 볼 정도라면 배우 자질도 충만하다는 뜻일 테고... 아까 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니 재능이 있더군.”

“.......”

“거기에 성격도 굉장히 좋고 말도 잘하는데 요정처럼 예쁘기까지... 우리에게 맡겨 봐.”

이렇게 흥분한 아이작은 본 적이 없었다.

“저 아이... 네 동생은 너보다도 훨씬 빨리 미국에서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 거다.”

난 킴벌리와 즐겁게 대화하는 서연이를 바라봤다.

... 나보다 빨리 슈퍼스타가 될 거라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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