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동생을 위한 큰 그림 >
해피 뉴이어!
감회가 새롭다.
내가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 한복판에서.
세계적인 슈퍼스타들과 함께 볼드랍 무대 위에서 해피뉴이어를 하게 되다니....
“오빠! 해피 뉴이어!”
서연이가 날 돌아보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나 역시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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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뒤집혔다.
볼드랍 무대 위에 선 여자 아이 때문이었다.
[ 김민 여동생 김서연! ]
[ 볼드랍 소녀. ]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비주얼과 놀라운 춤 솜씨!
소녀는 한순간에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커뮤니티까지 휩쓸어 버렸다.‘도대체 저 소녀가 누구야?’
정체를 대한민국 네티즌들을 통해 금방 터져 나갔다.
[ 김민의 친 여동생이라고? ]
[ 대한민국 양궁 유망주라던데? ]
[ 지금 모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데 학교생활 태도가.... ]
온갖 신상 정보와 짤방이 퍼져 나갔다.
어디 초등학교에 다니며 수업 태도와 교우 관계는 어떤지.
양궁 유망주라는데 실력과 대회 전적은 어떤지.
무대 위에서 활짝 웃으며 고난이도의 춤을 소화하는 사진과 영상 클립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더불어 또 한 가지 사실이 공개되었다.
[ JJ 엔터테인먼트 연습 생이다! ]
장진영을 비롯한 회사 주요 관계자들의 전화에 불이 나는 순간이었다.
[ 뭐야? 서연이가 왜 볼드랍 무대에 오른 거야? ]
[ 나 TV 보고 깜짝 놀랐어. 갑자기 서연이가 왜 나와? ]
다니엘과 샬럿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사실 두 사람 외에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해왔는데 이게 서연이 한 명의 파급력이라고 생각하니 전율이 일어난 지경이었다.
대표님께도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 서연이로 노아 홍보 좀 해도 될까? ]
... 일단 패스!
노아 단체 채팅 방에 올라온 감독님의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
[ 물론이죠. 얼마든지 사용하세요! ]
[ 고맙다. ]
어째서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됐는지, 간단히 사연을 설명했는데 서연이 사진이나 영상 좀 보내달라고 난리였다.
배우, 스텝들 모두 그 잠깐 동안 서연이의 매력에 홀딱 빠진 모양이다.
... 아무리 볼드랍 무대라지만 잠깐의 출연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뒤흔들 다니... 이런 걸 두고 경국지색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뒤에야 대표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서연이가 왜 볼드랍 무대에 오른 거야? ]
난 간단히 사연을 설명한 뒤 물었다.
“대표님은 알고 계셨죠? 서연이가 노래와 춤의 천재라는 거요.”
[ 당연하지. 연습실에 데려와서 연습도 시켜봤는데...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연이 마음 바꾼 거야? 가수하겠데? ]
역시 그게 가장 중요했던 모양이다.
난 레이나 바로 옆자리에 앉아 그녀가 챙겨주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 중인 서연이를 보고 말했다.
“제가 물어봤는데 자기는 배우 활동이 우선이라고... 연기에 방해되면 하고 싶지 않데요.”
[ 뭐야, 그러면 배우 활동에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는 괜찮다는 거야? ]
“바로 그거죠.”
[ 좋아. 그러면 돌아오는 즉시 계약을.... ]
에헤이, 이 양반이 어디서.....
“저기,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 응? ]
“서연이, 아무래도 킴벌리 씨나 레이나, 두 사람 중 한 명이 데려갈 것 같은데요?”
[ ...뭐? ]
대표님의 얼빠진 얼굴을 떠올리자니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난 애써 꾹 참고 말했다.
“지금 상황으로는 레이나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녀가 서연이를 붙잡고 안 놔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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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드랍 행사를 마치고, 김민, 아이작 가족과 합류한 레이나는 레이지에게 속삭였다.
“저 아이, 김민 여동생 내가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겠지?”
레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았어요. 제가 봐도 더 아이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인재니까요.”
“그치?”
레이나는 들뜬 모습으로 수다 중인 서연을 몽롱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어쩌면 작게 작고 소중한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레이지를 돌아보며 말한다.
“나 아이 가지고 싶어졌어. 우리도 꼭 서연이 같은 딸을 낳자!”
그렇게 말하고 레이나가 서연이를 불렀다.
“헤이, 서연! 이쪽으로 와!”
“......?”
가족과 대화 중이던 서연이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순순히 레이나의 옆자리에 앉는다.
레이나가 반짝이는 얼굴로 물었다.
“꿈이 뭐야?”
“저 연기하고 싶어요!”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드라마 배우...?”
“둘이 다른 거예요?”
“다르지!”
열심히 차이를 설명하는 레이나를, 사람들이 묘한 표정을 바라본다.
누가 봐도 그녀가 서연이를 데려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부터 킴벌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서연과 대화할 때는 세상 자상하던 그녀가 레이나를 향해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나라면 서연이를 디즈니 공주님으로 만들어 줄 수 있지.”
“와, 정말요?!”
“그럼! 내가 디즈니하고 얼마나 친한데... 그러니 날 따라오면....”
“잠깐만.”
본격적인 꼬드김이 시작되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선다.
“레이나. 지금 굉장히 매너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거 알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서연이는 내가 먼저 점찍었단 말이야!”
“점찍었다니... 혹시 계약서에 싸인이라도 했어요?”
“곧 할 거야.”
“아직 안 했다는 거네요.”
그녀는 방긋 웃으며 서연이에게 제안했다.
“서연아.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볼 생각 없어? 같이 살면 내가 연기, 춤, 노래... 원하면 사업 까지도 가르쳐 줄게! 물론 학교도 최고 좋은 학교로 보내주고!”
파격 제안!
아예 데리고 살면서 케어해주겠다는 뜻이니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킴벌리가 소리친다.
“레이나.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그리고 시작된 서연 쟁탈전.
레스토랑을 전세 냈으니 망정이니, 그게 아니었다면 두 사람의 말싸움에 엄청난 항의를 받다가 쫓겨났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두 사람이 장난이 아닌 진심이라는 뜻이었다.
서연은 크고 맑은 눈을 깜빡거리기만 하다가 김민을 바라본다. 어떻게 좀 해달라는 뜻이었다.
그때 김민을 장진영과 한참 전화 통화 중이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서연이 도움을 청하니 급히 통화를 마친 김민이 나선다.
“진정하세요. 지금 서연이가 겁먹었어요.”
“아....”
“.......!”
그제야 서연의 존재를 재인식한 레이나와 킴벌리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두 분이 서연이를 높게 평가해주시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인데, 두 분 이전에 서연이를 점찍은 사람이 있다는 걸 잊으시면 안 돼요.”
탄성이 터져 나온다.
김민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서연이를 데려가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조건을 준비해서 제시해주세요. 다 들어보고 결정 내릴 테니 서두를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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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잭슨 감독님이 돌린 보도자료가 또 다시 전 세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 볼드랍 소녀의 정체는 김민의 여동생 김서연 양. 영화 노아 시리즈의 ‘이드라엘’ 배역으로 출연 확정! ]
최초 기사는 더 가디언 지의 애나 테일러 기자가 작성했다.
이것이 퍼지며 역으로 한국에도 소식이 전해졌다.
[ 이드라엘이면 이드라실 여동생인 그 말괄량이 요정 말하는 거지?]
┗ ㅇㅇ 진짜 인기 있는 감초 캐릭터임. 말괄량이에 사고뭉치지만 당차고 특히 활 실력이 좋아서 이래저래 활약함.
┗ 김민 여동생이 이드라엘 확정됐다는 기사만 봤을 대는 ‘이건 뭔...’ 어처구니가 없어서 욕했는데 볼드랍 무대 영상 보고 바로 납득. 헐, 이드라엘이다! 이 소리가 절로 나옴.;;;
┗ 활짝 웃으며 춤추는 모습이 정말 꼬마 요정 같더라.
┗ JJ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라며? 그 회사 복 터졌네... 걸 그룹으로 데뷔하겠지?
볼드랍 출연에 이어 이드라엘 배역 확정 기사까지 터지니 파급력이 굉장하다. 기사 중간 중간 런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꼬마 요정으로 분장한 채 찍은 것들도 있었다.
거기에 살짝 CG까지 입혔는지, 금안으로 반짝이는 신비한 모습이 누가 봐도 현세에 강림한 이드라엘이더라.
그런 이미지로 실제 활을 들고 정중앙 과녁에 꽂아 버리는 사진까지 띄우니 다들 난리가 난 것이다.
[ 나 좀 살려줘. 응? 서연이 우리 주면 내가 너한테 정말 잘할게! ]
가장 몸이 달은 사람이 바로 우리 대표님이었다.
주긴 뭘줘?
그리고 미안하지만 현 시점에 JJ는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일단 서연이부터가 아이돌 가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고, JJ는 어디까지나 국내용이며 KM에게조차도 규모로 밀린다. 결정적으로 배우 매니지먼트가 약하다!
그에 비하면 레이나, 킴벌리, 크리스토퍼 잭슨... 이쪽은 모두가 굿 초이스다.
다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이고 가수, 매니지먼트, 영화...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로 검증받은 이들이다.
결정적으로....
[ 서연 양 문제로 대화 좀 하고 싶은데.... ]
1980 브로드웨이를 전담하는 디즈니 프로듀서님께도 문자가 왔다!
[ 서연 양이라면 우리의 새로운 프렌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진지하게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으니 당분간 어떤 제안이 와도 결정을 미루고 기다려 주세요! ]
무려 디즈니의 프로듀서였다.
내 입장에서는 설령 퀸스 존스나 닥터 드레가 서연이를 연예인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연락을 해온다고 해도 결정을 보류해야 할 판이었다.
디즈니 프렌차이즈 스타라니?
그냥 콘텐츠 하나에 출연시켜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디즈니 프로듀서가 본인 입으로 직접 언급할 정도라면 작정하고 밀어줄 의향이 있다는 뜻이다.
이건 무조건 들어봐야지.
난 즉시 답장을 보냈다.
[ 오래는 못 기다려요. 부모님과 서연이는 곧 돌아가야 해서.... ]
프로듀서님은 다음 날, 디즈니 채널과 영화의 스텝들을 데리고 맨해튼으로 건너왔다.
미팅에 우리 가족에 더해 킴벌리 씨와 레이나가 참여했다.
사실 이 맘 때쯤, 난 머릿속으로 서연이를 위한 거대한 판을 짜놓은 상황이었다.
“이쪽은 디즈니 채널에서 새 뮤지컬 시트콤을 준비 중인 로렌 감독입니다.”
금발의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의 눈은 미팅 룸에 들어왔을 때부터 서연이에게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홀딱 빠진 모양새였다.
그녀를 대신해 프로듀서님이 설명을 시작하신다.
“캘리포니아 글로벌 미들스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을 듣고 바로 떠오르는 게 있었다.
설마 그 작품에 우리 서연이를 출연시키려는 건가?
줄거리를 듣자마자 떠오른 작품 제목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과연....
“미들스쿨 슈퍼스타라는 뮤지컬 시트콤인데....”
맞구나!!
미드스쿨 슈퍼스타!
2017년도에 방영을 시작해서 미국 10대들에게 인기를 끈 디즈니 채널의 시트콤이다.
이 시트콤이 유명한 건 한 명의 프렌차이즈 스타를 배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올리비아 메리.
가수이자 배우인데. 미드스쿨 슈퍼스타로 데뷔한 그녀는 이후 디즈니의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며 이름을 날리다가 2021년, 자작곡으로 가수로 데뷔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이후 그녀는 음악과 연기.
양쪽에서 정점을 찍으며 세계적인 트렌드 세터이자 워너비가 된다.
내가 서연이의 포지션을 가수와 배우 겸업으로 가져가려는 것이 바로 저 올리비아 메리의 영향이다.
“할게요! 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모두가 당황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난 로렌 감독에게 물었다.
“촬영이 언제 시작되는 거죠?”
“아마도 올해 3분부터....”
“7,8,9월 경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출연 준비를 확실히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요청 사항이 있는데.. 혹시 곡을 써주실 수 있나요?”
“제가요?”
“네. 민 씨는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작곡가잖아요. 영하고 트렌드한 감성이 굉장히 필요한 작품이라서요.”
그러고 보니....
미들스쿨 슈퍼스타가 내용도 좋고 배우들도 매력이 있었지만 노래는 그저 그랬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아닌데 딱히 기억에 남을만큼 인상적인 곡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거 잘하면 올리비아 메리와 좋은 인연을 맺을 수도 있겠는데?
“좋습니다. 제가 음악 감독을 하면 될까요?”
“오! 그래주시면 고맙죠! 사실 1980 브로드웨이 몇 곡을 들어봤는데 하나 같이 환상적이더라고요!”
그녀의 표정이 환해졌다.
“원하시는 대로 맞춰드릴 테니 앞으로 이야기 많이 나누며 좋은 작품 만들어보죠.”
첫 회의를 마친 뒤 바로 이어서 킴벌리, 레이나만 남겨 놓고 제안했다.
“제가 서연이 매니지먼트에 대해 생각해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