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66화 (166/205)

< 166화. 내 집 마련 >

레이나와 킴벌리 씨는 서로 서연이를 데려가려고 난리지만,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이 확고하다.

서연이는 이를 잘 이용하면 두 거물의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다.

나는 마지막으로 머릿속을 정리하고 말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오늘부로 서연이는 디즈니 소속이 되었어요.”

두 사람은 굉장히 침울해 있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저 거대한 디즈니를 당해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는 계약을 ‘연기’로 한정 지을 생각이에요. 노래 활동은 블랙 로즈를 통해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거든요. 레이나가 트레이닝을 담당해 주면 좋을 것 같고요.”

그러니까 지금 나는 세 다리를 걸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 연예계에서 이런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 제안이 파격적이었던지, 당혹감에 젖어 말을 잇지 못하던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본다.

난 두 사람을 열심히 설득했다.

“제가 보니 두 분이 서연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달라요. 일단 킴벌리 씨는 서연이가 가진 가수로서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계시죠.”

“그, 그렇지.”

“레이나는 그냥 서연이가 마음에 들었던 거고요. 마치 어린 여동생이나 딸을 대하는 심정처럼요.”

“... 맞아.”

한국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미국에서는 가능한일이다.

회사를 분야별로 여러 개 끼고 활동하는 것.

미국에서 수많은 가수 겸 배우들이 이런 식으로 활동하는데, 이는 미국 연예계가 한국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매니지먼트 회사, 즉 소속사에서 모든 활동을 대행하고 심지어 개인 사생활까지도 관여하지만 미국은 일거리를 제공해주는 에이전시 위주다.

이들은 말 그대로 일거리 제공과 프로모션 정도만 관여할 뿐, 세션과 매니저를 구하고, 세금을 처리하고... 이런 부분은 모두 아티스트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방식이다.

그 수수료는 최대 10%.

그래서 미국 에이전시의 비즈니스를 가리켜 ‘10%의 비즈니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전 킴벌리 씨와 아이작을 굉장히 신뢰해요. 미국에서의 제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죠. 그 동안 절 챙겨주신 거, 회사 업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제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해주신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서연이에게도 그렇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 어린애한테?”

“으음... 하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조금 힘들 겠죠? 왜냐면 너무 어린 것도 있고 일단 신경 써줘야 할 연예인들이 굉장히 많으니까.”

킴벌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레이나의 도움을 받으려는 거예요. 특히 가수 육성 부분에 대해서 전적으로 맡기려는 거죠.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레이나와 따로 계약을 진행할 거예요.”

이 경우는 오히려 우리가 레이나에게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이 되겠지.

그런데 레이나가 거부한다.

“돈은 필요 없어.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주면 돼.”

“말씀해 보세요.”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곡을 써줄 것!”

그거라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콜!”

“좋다는 뜻이지? 그러면 나도 좋아!”

우리 두 사람은 킴벌리 씨를 바라본다.

순식간에 이뤄진 거래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헛웃음을 짓는다.

“좋아. 그러면 뭐... 그렇게 하도록 하자고.”

@

대한민국 연예가는 신년부터 엄청난 소식을 접하고 발칵 뒤집혔다.

[ 볼드랍 소녀 ‘김서연.’ 디즈니와 배우 매니지먼트 계약 체결. 뮤지컬 시트콤 미들스쿨 슈퍼스타 출연 확정! ]

[ 연기는 디즈니에서, 음악은 오빠가 속한 ‘블랙 로즈’에서... 전무후무한 신인의 등장?! ]

정말 놀랄 일이었다.

아직 뭔가 활동도 보여준 적이 없는 소녀가 노아 ‘이드라엘’ 출연에 이어 디즈니, 블랙 로즈라는 업계 최대 기업들과 계약을 맺었다지 않은가?

[ 아니... JJ 엔터랑 계약 맺은 거 아니었어?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아직 데뷔도 안 한 초등학생이...;;; ]

┗ 디즈니, 블랙 로즈, 레이나, 그리고 오빠는 김민....이거야말로 로얄 로드네.;

┗ 꽃길이 아니라 황금 길이 깔린 수준;;;

더 놀라운 소식은 서연을 볼드랍 무대에 세운 장본인인 레이나가 그녀의 음악 스승을 자처했다는 것!

모 유력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었는데, 여기서 또 하나의 사실이 밝혀졌다.

[ 볼드랍 당일. 연습실에서 한 번 보고 우리 춤을 완벽히 따라하는 모습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그런데 춤에 대한 재능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노래에 대한 천재성과 엄청난 스타성! 그 자체로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아이다. ]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말미에 덧붙였다.

[ 오빠를 능가하는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

결코 김민과의 친분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김민보다도 더 굉장한 인재라서 놓칠까봐 빨리 붙잡은 거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팝의 여왕이 하는 인터뷰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한편 모든 계약을 마친 김서연은 뉴욕을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적잖은 액수의 계약금,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출연 계약서 등을 품에 안은 채.

@

가족을 한국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 나는 한 가지 결심을 마친 상태였다.

집을 사자.

나도 그렇고, 서연이도 뉴욕과 LA, 런던을 오가며 많은 활동을 벌이게 될 것 같다.

그 중심 거점은 뉴욕 맨해튼이 될 것이고.

한국보다는 뉴욕에 있을 시간이 많아질 것 같으니....

‘집의 존재는 꼭 필요하지.’

아무리 그래도 서연이를 생판 남의 집에 덜렁 맡길 수는 없다. 그 대상이 친구라 할지라도.

‘레이나, 레이지가 어퍼 이스트사이드 팬트 하우스에 입주했지?’

그곳이 부부의 신혼집인 셈이다.

부동산 정보를 찾아보니 매매가가 300억 수준.

나도 팬트 하우스를 갈 수는 있는 돈은 있다.

레이나만큼은 아니어도 월 수익이 어마어마하니....

맨해튼 럭셔리 주택은 가지고 있기만 해도 계속 오르니... 투자하는 셈 치고 나도 팬트 하우스 한 번 질러 볼까?

즉각 레이나, 레이지의 집에 방문했다.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오려고?”

“우리 가족이 머물 집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리고 레이나 근처에 살면 서연이 입장에서 편하잖아요. 안전하기도 하고.”

“그렇지. 우리가 놀러가는 것도 편하고. 좋아. 그러면 어디 한 번 같이 알아보자고.”

레이나는 즉각 부동산 중계업자를 집에 불렀고, 그는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언제든 입주와 매매가 가능한 매물들을 보여줬다.

“제가 추천하는 곳은 바로 이 매물입니다.”

굉장히 모던하고 호화로운 인테리어였다.

“영국 출신 액션 배우 존 월셔가 살고 있는 곳인데, 처분하고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랍니다.”

“존 월셔... 아, HBO와 BBC가 합작으로 제작할 예정이라는 대작 드라마 <아서왕> 출연 때문이군요?”

2018년부터 본격 방영되는 이 드라마는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하게 된다. 참고로 존 월셔는 주인공 아서왕이었다.

“혹시 지금 가면 존 월셔를 만날 수 있는 걸까요?”

“음,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튼, 매물은 마음에 드시나요?”

“일단 보고 결정하고 싶네요.”

“오, 레이나! 그리고....”

“민이에요.”

“민! 그래. 알고 있어. 영화 노아에 출연한다지? 영국에서 발표한 Hold My Hand도 굉장히 감명 깊게 들었어! 이거 정말 반갑군!”

존 월셔는 금발의 백인 미남자로, 키도 굉장히 크고 잘 단련된 근육질 체구를 지닌 액션 스타였다. 그는 넓은 거실에서 아서왕 대본을 보고 있었던 듯하다.

“설마 민, 자네가 우리 집을 사려고 온 건가?

“네.”

“그거 탁월한 선택이야. 내가 매매하고 리모델링까지 한 집이라 내가 잘 알아. 직접 안내해주지!”

음,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굉장히 무게감이 있어 보이는데, 본래 성격이 굉장히 활달한 모양이다.

“그거 알고 있나? 이 건물 자체가 1884년에 창고 역할로 지어진 곳이었어. 그러나 지금은 멋진 옥상 정원을 갖춘...맨해튼 시티뷰가 시원하게 잘 보이고 채광도 굉장히 잘 되는 고급 주택으로 바뀌었지.”

최고급 목재인 편백나무와 갈색 벽돌, 유리, 꽃과 식물이 조화를 이루는 아늑한 장소였다.

2층으로 연결되는 곳에 유리 정원이 있었는데 꽃과 각종 식물이... 마치 비밀 정원 느낌을 선사한다.

층고도 굉장히 높고 개방감도 끝내준다.

공간도 굉장히 많아서 다니엘과 샬럿에게 큰 방과 욕실을 하나씩 주고도 남을 정도였다.

특히 맨해튼과 강 건너 도시까지 훤히 보이는 옥상 정원은 말 그대로 환상적!

입이 근질 거렸지만 꾹 참고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런데 볼수록 마음에 든다.

“여기로 하자. 여기 좋다. 다른 곳은 볼 필요도 없어!”

레이나도 마찬가지였던 모양.

그 순간 마음을 결정했다.

“여기로 할게요!”

“탁월한 선택!”

“이런 매물 없습니다. 정말 선택 잘 하셨습니다.”

잭 월셔와 부동산 중개업자가 힘껏 손뼉을 친다.

추가로 잭 월셔는 이런 말도 안 했다.

“속는 셈 치고 계속 가지고 있어보라고.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그렇지만 특히 이곳은 시간이 갈수록 값어치가 더 올라가는 곳이니 말이야.”

@

계약과 이사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매매가는 200억.

현금으로 모든 계산을 한 번에 끝내 버렸다.

반가운 소식 한 가지.

“자네가 원한다면 내가 쓰던 가구나 물건들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처분하도록 하지.”

제시한 금액이 굉장히 합리적이었다.

하나 같이 명품이고, 상태도 새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넙죽 받았다.

“혹시라도 런던에 올 일 있으면 연락하게. 같이 식사라도 하자고.”

서로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거래!

덕분에 잭 월셔도 나에게 좋은 인상을 받은 듯 보인다. 우리는 연락처를 교환하고 후일을 기약했다.

이후로는 레이나와 중개업자의 도움을 받아 입주까지의 모든 과정을 깔끔하게 끝마쳤다.

즉시 지인들에게 집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전송했다.

[ 이사 끝냈습니다! 혹시라도 방문 의사가 있는 분들 중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방문 날짜 미리 말씀해 주세요. 비행기 티켓과 함께 보내드릴게요! ]

집들이 예약 전화가 쏟아진다.

대표님. 이정연 팀장님, 에버 가든, 엔 플라워 등등.

아이작과 킴벌리 부부가 제일 먼저 방문해서 집안을 둘러봤고, 그 다음에 레이나를 비롯한 떠그 라이프 3인방이 우르르 몰려왔다.

레이지, 사이먼 블랙, 잭!

“선물 가져왔어!”

“잭 월셔가 살던 집이라고? 어쩐지 인테리어가 전반적으로 영국 특유의 클래식함이 묻어나더라니....”

“앞으로 이곳을 우리 아지트로 삼으면 되겠어. 흐흐!”

누가 오늘만 사는 녀석들 아니랄까봐.

무슨 선물을 하나 같이 거창한 것들만 챙겨왔다.

레이나 레이지 부부는 대형 고급 와인 냉장고에 온갖 와인을 갖득 넣은 채 사람을 시켜 가져왔다.

사이먼 블랙은 이탈리아 산 최고급 소파를 주문했다.

“소파 이미 있다니까....

“방문하는 사람도 많아질 테니 앉을 곳도 많아져야지!”

“그건 그렇긴 한데....”

“거실 공간도 넓으니 문제없잖아?”

쿨한 녀석 같으니....

마지막으로 잭의 선물은 최고급 빔 프로젝트와 거대한 롤 스크린이었다.

“너 영화 좋아하잖아. 작은 화면이나 휴대폰 같은 거 말고 이왕 보려면 큰 걸로 보라고.”

솔직히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이다.

센스 있는데?!

난 장난삼아 말했다.

“잭, 아주 좋아. 칭찬해. 내가 곡 하나 줄게.”

“어? 정말?!”

표정이 환해지는 잭.

그에 반해....

“뭐? 그러면 나는?!”

“나도! 나도 곡 줘야지!”

레이지와 사이먼은 왜 자신들은 안 주냐며 흥분한다.

나는 가볍게 한 마디 했다.

“잭하고 레이나 곡부터 완성하고 시간 남으면 천천히 생각해 볼게.”

0